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27
제 목: [연재] 독문무공(129)
스스로 나와 죄를 받으라는 위협은 통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위협에 응할 것이라면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흘을 허비하는 동안 몇 번이나 서신을 보내었으나 효과도 없었고 그들은 대답도 없었다.
물론 예상을 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통보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자 여론은 당장 쳐들어 가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것은 일종의 군중심리였다.
그럴 줄 알면서도 화난 척을 하는 군중의 심리였다.
그런 상황을 감지한 지성룡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성룡은 사흘이 지난 후에 무정선사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는 마침 제갈중명과 인자기도 와 있었다.
“제 생각에는 저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소?”
지성룡의 말에 무정선사는 얼른 이해가 안 되는지 지성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회는 줄만큼 주었는데 더 줄 기회가 있는가 하는 표정이었고 더 설명해 달라는 표정이었다.
“그들에게 이대일 비무를 하자고 하고 싶소이다. 암습이 아닌 정당한 실력으로 겨루어서 일을 결정하자고 청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나를 이기거나 비기면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리고 없던 것으로 하겠소. 그러나 진다면 그들 스스로 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오.”
그 말에 무정선사는 조용히 듣기만 하였다.
실력으로 자신이 없어 암습을 한 자들이 이런 제안에 나서리라고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그러나 이미 승패는 결정이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황에서 그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제갈중명이나 인자기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한다고 그들이 응할 것이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구려. 그러나 이일은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오. 그렇게 합시다. 지금 바로 연락을 하여 각 세력의 수좌들에게 오라고 합시다.”
제갈중명은 그렇게 첨언하여 일을 정리하였다.
모두들 모여서 난 결론은 이틀 후에 이대일 비무를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지성룡이 대규모 전쟁으로 일을 종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일을 통보하고 협상을 하기위한 대표단을 구성하여 떠나가게 되었다.
대부분은 이일에 대하여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하나 그 제안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지성룡이기에 결국 그들은 동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성룡이 그런 제안을 하였기에 마지못해 따른 것이다.
한 군막 안에는 네 명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음, 이일은 참룡검객의 마지막 명분 챙기기로 볼 수가 있습니다.”
무당의 태청도장이 마침내 침묵을 깨고 말을 하였다.
“그런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다소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운류도장은 자신들의 계획이 어긋나는 것에 대하여 걱정을 하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참룡검객이 이런 제안을 마지막으로 하여 통과를 시킨 것은 이후에 일어날 혈겁에 대하여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모두 저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속셈을 알면서도 반대를 할 수가 없었소이다.”
태청도장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화려하게 주역으로 등장하려고 하였는데 그 것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 같자 이렇게 모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일이 애초에 계획이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참여를 하게 되자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이렇게 천하문에게 완전한 명분을 주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일에 대한 그의 책임은 면해지게 되었고 그의 무명(武名)만이 높아질 것으로 사료가 됩니다. 그의 무공도 문제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의 지략이 아닐까 합니다.”
운류도장은 지성룡의 지략을 말하였다.
“그 점은 최근에 본도도 느끼는 점이오. 이는 단순히 옆에서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짜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는 내용을 들어 보아도 조리가 분명하고 사리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이는 모든 것이 그의 머리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태청도장도 지성룡을 그렇게 평하였다.
“문제는 현재 그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하여 우리들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오. 더구나 문제는 우리가 강해졌다고 생각하였는데 천하문도 강해졌다는 것이오. 더구나 위지세가의 소가주가 참룡검객의 밑에 있다는 것은 그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맞는 말이오. 예전에 천하문의 문도들은 그렇게 강하지가 않았소이다. 그런데 지금의 그들을 본다면 우리의 정예들과 차이가 없소이다. 우리가 이끌고 온 정예나 그들이 이끌고 온 이천의 정예는 차이가 없소이다. 거기에 참룡검객의 주변에 머무는 자들도 마찬가지 였소이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소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일단 지켜 보도록 합시다. 장문사형들도 출발을 하였다고 하는데 만일 응한다면 꼴만 우습지 않겠소?”
“아마 그들은 응하지 못할 것입니다. 응할 것이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장문사형들이 움직이는 문제에 대하여 말은 해놓는 것이 좋지 않겠소이까?”
“이미 저들이 알고 있을 것이니 크게 개의치 말고 다음에 모일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말합시다.”
율사청은 이정발에게 만나자는 전갈을 보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율사펑이 이정발을 부른 것은 무정의 명의로 보내어진 문서 때문이었다.
율사청의 앞에는 무정이 보낸 비무요청서가 있었다.
그 비무요청서는 최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아량을 보였는데도 굴복을 하지 않기에 토벌하였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즉 이것은 토벌을 곧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였다. 이 것까지 거절하면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거절하면 비겁한 자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 것에 응한다면 결국 나락에 떨어지고 만다.’
비무에 나서는 순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무정선사와 비무를 하여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둘이 합공하고 유광한까지 합세하였어도 처리하지 못한 지성룡인데 단둘이 합공한다고 하여 상대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개정대법으로 내공이 다소 증가를 하였지만 최후의 벽을 넘지는 못하고 만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는 일이었다.
물론 백초를 둘이 버티면 된다고 하지만 고수들에게 초수란 의미가 없기도 하였다.
고수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십초안에 승부가 갈리고 만다. 단지 초수가 많아지는 것은 양패구상의 위험이 있기에 고수들이 안전을 기하기 위해 이런 저런 공격을 하는 것이다. 십초라면 요행으로 버틸 수가 있지만 백초는 요행으로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초수였다.
백초를 버티기는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이정발이 당도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주전으로 들어왔다.
“저들에게서 사신이 왔다고 들었소. 무슨 내용이오?”
이정발은 율사청의 앞에 앉으면서 물어보았다.
“이 것을 보시오.”
율사청이 앞에 있던 봉투를 탁자의 가운데로 밀었고 가운데에 있는 봉투를 이정발은 손으로 당겨 봉투 안에 있던 서찰을 꺼내었다.
서찰을 보고 난 이정발의 표정은 굳어졌다.
“철저한 자라는 것을 알겠군. 이 정도로 명분을 확보하는 짓을 하다니 그자의 철저함은 가히 무공에 견주어 손색이 없는 것이오.”
이정발은 그 문서에 담겨진 내용을 보고 감탄어린 말로 하였다.
“문제는 이제 우리를 공격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인가?’
이정발도 공격이 임박함을 알았다. 전쟁터에서 일기투로 승부를 결하자는 말이 나온 이상 그 일기투에 응하지 않으면 바로 짓쳐드는 것이 관례였다. 단지 이 것이 서류로 전달되었다는 것만 다른 것이다.
“응하여야 하지 않겠소?’
율사청은 만상문주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그렇게 본심과는 달리 말을 건넸다.
“패배가 뻔한 상황에서 응하자는 것이오? 나서는 순간 제압되어 버릴 것이오.”
이정발은 생각하지도 않고 즉각 답을 하였다. 즉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나 우리가 목숨이라도 건질 마지막 기회이고 전쟁을 하지 않는 길이오. 문도들이 무슨 죄가 있기에 우리들로 인하여 쓰러져가야 한다는 것이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오.”
율사청은 다시 한번 이정발을 시험하였다.
율사청의 말에 이정발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빛이 감돌았다.
자신들이 강호에 나온 것이 잘못이었다. 나와서 변변하게 활동도 못하고 궁지에 몰려 이런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자신들이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여 이런 곤경을 자초한 것이다.
이정발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하였다. 아무리 철담을 가진 자라도 수많은 부하의 희생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승패는 갈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버티느냐이지 승패를 뒤집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였다. 만에 하나라도 우세를 유지한다고 하여도 그 것은 일시적인 일이지 결국 무너지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하나 길이 없소이다. 우리가 죽어 부하들이 자유로워 진다면 모르나 그들 모두는 포로가 되어 무공이 전폐될 것이고 결국 짐승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오.”
이정발의 말은 당연한 결과였다.
저들이 말하는 해산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장해제를 한 후에 자진 투항하여 일단 포로가 되어 죄가 없는 자들을 풀어주는 해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일만이 넘는 자들을 아무런 제약 없이 풀어주어 그들로 인하여 후환이 될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란 무공을 전폐하여 영원히 무공을 쓰지 못하게 한 후에 방면하는 것이었다.
무인에게 무공을 박탈하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그런 형벌을 가해놓고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였다고 할 것이 뻔하였다.
“그렇다면 끝까지 싸우자는 것이오?”
율사청도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기에 다시 물었다.
“그렇게 하는 것 외에 길이 있소이까?”
“그러면 결국 싸웁시다. 하나 여기서 죽는다는 것은 개죽음,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훗날을 기약하며 떠나야 하지 않겠소이까?”
율사청은 자신의 탈출을 생각하자 만상문주도 탈출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탈출을 유도하였다.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적당한 시점이 되면 탈출을 해야 하겠지요.”
이정발은 이미 율사청이 탈출을 결심한 것을 간파하고 그렇게 말하였다.
그도 탈출을 결심하고 있기에 그의 의도를 알고 그렇게 말하였다.
“결국 거절을 하였구려.”
지성룡은 거절을 당하자 황영지에게 자조적으로 말하였다.
반 정도는 저들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 것은 기대에 불과한 요식행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전쟁을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전쟁이 아니라 혈겁이 될 것입니다.”
황영지도 예상한 상황으로 변하자 탄식을 하였다.
“문제는 저들이 이제 탈출을 감행할 것이라는 것이오.”
지성룡은 자신의 고민을 말하였다.
“그 점은 예상이 되지만 왜 이제 와서 포위망이 구축된 이후에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실패하였을 때 모두를 이끌고 탈출을 하였으면 어렵지 않게 탈출을 하였고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인데…….”
황영지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탄식을 하였다. 황영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는 것보다는 이런 현실이 안타가워 하는 것이엇다.
“뻔히 그런 것을 알면서도 인간이란 그렇게 못하는 것이 아니겠소. 나도 이런 결과를 알면서도 지금가지 이일을 만든 것이 아니오. 그렇게 본다면 모든 것은 내가 원인이 아니겠소? 지금에는 그들의 암습을 아예 막아버리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성룡은 황영지에게 자신의 과오를 말하여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이 언제건 꼭 생겼을 것이라는 것이오. 이번 일은 대둔산의 한수칠흉이 한일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오. 그들이 좀더 세력이 강맹하였다 뿐이지 다른 것은 없소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여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표하였다.
“탈출을 어떻게 막으실 것입니까?”
황영지는 지성룡에게 구체적인 것을 물었다.
“추격을 하되 잡지는 못할 것 같소.”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였다.
“하오면 저들의 탈출을 방관한다는 것이옵니까?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온데?”
황영지는 지성룡이 너무 쉽게 포기하자 그렇게 물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저들을 잡으려고 모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천지문의 수뇌부나 만상문의 수뇌부는 최고의 고수들이고 저들을 일대 일로 몰아 부칠 능력을 가진 자는 여기서 이삼십명뿐이오. 더구나 몇몇은 대적이 어려울 것이고 나나 무정선사가 아니면 상대가 불가능할 것이오. 저들을 잡으려고 한다면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아 나나 무정선사가 저들과 마주친다면 모르나 그렇지 않는다면 저들을 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럴 바에는 저들을 추격하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희생을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이오.”
“그럼 상공은 누구를 추적하실 것이옵니까?”
“율사청이오.”
지성룡은 단언하듯이 말하였다.
“왜 그를 추격하는 것이옵니까?”
“그가 더 강하오. 또한 그는 가급적 수족을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드오. 운이 좋아 제거를 한다면 더 좋을 것이오. 또한 만상문을 무정선사와 사대문파에게 추격하게 할 것이오.”
“만상문은 지금의 저들이 전부는 아닐 것인데 그들의 잔당마저 사대문파에게 맡기시려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오.”
지성룡은 만상문에 대한 악역을 무정과 사대문파에 맡겨 그들에게도 제약을 가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 지성룡의 얼굴에는 비장한 결심이 어렸다.
‘사대문파의 장문들이 증원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움직였다. 그들에게 증원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거절을 하였다. 그리고 진격하여 천지문의 경계를 봉쇄하라는 명이 하달되었다.”
용소명은 지성룡의 명령을 담고 있는 서찰을 응시하였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명령은 당연한 것이었다.
‘철갑이 되고 제방이 되라는 말이 있다. 움직이지 말고 부딪쳐 오는 적들을 막으라는 것이다. 남쪽을 봉쇄하고 동쪽과 북쪽에서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소명은 한마디에 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성룡의 명령은 이러하였다.
지성룡의 명령은 간단하였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창처럼 보이라는 것은 결국 소규모의 공격은 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만들라는 것이다.’
용소명에게 작전의 방향을 일러주고 있었다.
‘서족을 열어둠은 저들에게 퇴로를 준다는 것인데 결국 사천이나 감숙, 청해로 저들을 몰아 간다는 것인데 설마 무당이나 화산 종남들을 염두에 두고…..’
용소명은 지성룡의 의도를 알 수가 있었다.
‘사대문파에서 장문인들이 무당에 모여 증원을 명분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다. 설마 그들에게 몰아갈 것인가?’
용소명에게 내려진 명령은 용소명만 아는 명령이었다.
‘결국 주공의 뜻은 이번 일을 사대문파에게 경고를 보내는 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후후 또한 일부는 사천으로 도망을 갈 것인데 당가의 반응을 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번에 당가까지 경동시켜 보겠다는 것인가? 당가로서는 이들을 처리하는데 곤혹스러울 것 같군.’
“자리에 앉으시오.”
밀기신작 조충은 율사청의 말에 말없이 탁자에 앉았다. 지금의 처지는 풍전등화의 위기요 율사청의 앞날도 우태로운 상황이었다. 이제 최후의 순간을 대비하여야 하였다.
“부탁할 것이 있네. 내 처소에 있는 흑화(黑花)를 아는가?”
조충에게 갑자기 시녀의 이야기를 하였다.
“예, 알고 있습니다. 문주님이 총애하시는 아이가 아니옵니까?”
조충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말하였다. 이런 시점에서 왜 시녀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기도 하였다.
“애화를 안전한 곳으로 숨겨주게. 모든 것은 애화에게 말을 해 놓았네.”
율사청의 말에 조충은 무엇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위급지경에서 시녀 하나를 탈풀시키는 것은 모든 것에 견주어 더욱 시급한 일이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이미 상황이 어렵게 변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네. 이번에 그들의 손에 죽을지도 모르네.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면서도 그 아이를 취하였네.”
율사청의 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결국 그 의도는 후사라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무공을 가지고 있기에 평상시라면 혼자서 탈출할 능력이 있지만 저들이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네. 나와 가까이 있던 모든 것을 지우려 할 것이네. 자네가 최후의 비밀로 이일을 처리해 주게. 나에게도 보고할 필요가 없네.”
“알겠사옵니다. 무영대의 둘을 딸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오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누구도 믿지 못할 상황인지라 그 것이 두렵습니다.”
“그들을 나는 믿네, 자네가 알아서 처리해 주게. 그러나 이일에 대한 비밀만은 지켜주게.”
“알겠습니다. 최후의 비밀로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밀기신작은 비장한 어투로 복명을 하였다. 그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최선을 다하여 명령을 따르는 것 뿐이었다.
“시간이 없네. 서둘러 주게.”
율사청은 괴로운 듯이 그렇게 말하였다.
“최후의 본문의 맥을 목숨으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