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40
37. 강호행도
“뭔가 보고할 것이 있어요?”
제갈휘미는 바쁜 일정을 마치고 개봉에 돌아와서 자신이 부재중에 일어난 일을 점검하면서 쉬지도 못하고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제갈휘미의 처소로 제갈준명이 찾아왔다.
제갈준명은 최근 식솔들을 완전히 이주할 만큼 구룡상단의 일에 열중이었고 그간의 노력으로 구룡상단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예, 만주에 다녀온 자가 보고를 하였는데 그 지역에 조금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역의 청년 몇이 최근에 여러 부족을 다니면서 무력으로 세를 규합하여 모여든 세력만하여도 이 천에 이른다고 합니다.”
제갈준명이 보고하는 것은 실로 만주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래요? 그 중심인물은 파악이 되었나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온 것입니다. 그 인물이 얼마 전에 감시를 하라고 말한 유광한이라고 합니다. 중원에서 돌아 온지 한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인근의 부족 다섯개를 손아래 두고 대족장으로 군림을 시작하였다 합니다.”
제갈휘미는 유광한이라는 이름을 듣자 바로 지성룡이 무공을 전폐하여 쫓아보낸 자라는 것이 생각났다.
“알겠습니다. 향후에 그자의 행도에 대하여 좀더 주의 깊게 주시해 주세요. 그리고 혹시 주공의 소식을 들은 것이 없나요?”
제갈휘미는 지성룡의 소식을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기에 제갈준명에게 혹시나 하여 물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시녀들 중에 하나가 주공께서 다녀가신 것 같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일은 제 소관 밖인지라 그 말이 새어나가지 않게 입막음을 하였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제갈휘미는 그 말에 최근의 황영지의 태도가 유난히 밝아보인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모르는 일이니 철저히 그 일은 함구를 해주세요, 다녀가셨다고 하여도 깊은 뜻이 있어서 함구를 한 것일 것이니뀉”
그렇게 말은 하였지만 자신이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다소 소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것을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기에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참, 사천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나요?”
“그러합니다. 당가의 움직임은 조용합니다. 하나 용소명 총사가 사천에 심어놓은 세력에 대하여는 상당한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제갈준명의 말은 지성룡이 사천에 드러낸 용소명이 구축한 세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재 두개의 장원에 나뉘어서 머물고 있었다.
“더욱 사천에 대하여는 주시를 해주세요. 그리고 사대문파에 대하여는 별다른 소식이 없나요?”
“구파일방의 장로들이 정월보름에 소림사에 모인다고 합니다. 물론 화산만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대신 당가에서 한자리를 차지하여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소림사에 모인다니 뭔가 중요한 일이 있겠군요.”
“아마 천하문과 주공에 대한 견제책을 의논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제 화산의 봉문을 해제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 하옵니다.”
제갈휘미는 새로운 소식이기에 얼굴을 빛내었다.
“한데 그런 모임을 갖는데 무림맹이나 천하문에 통보가 없었어요?”
“통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뭔가 새로운 행보를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이일은 일단 상단주님에게 보고를 할 것입니다.”
제갈휘미는 제갈준명이 물러가자 황영지의 처소로 갔다.
“보고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제갈휘미는 제갈준명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황영지에게 요약하여 보고를 하였다.
“알았어요. 계속 주시를 하는 수밖에요. 한데 소림에 모이는 것은 우리에 대하여 반대의 움직임이라 파악을 해야 하겠군요. 한번 천하문과 영웅성에 각 문파별로 거래량을 파악해 주세요. 그들에게 뭔가 이일에 대하여 제동을 걸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말에 다소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지금의 조치는 그들에게 필요한 자금줄을 손대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말이었다.
“설마 그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옵니까?”
“두고 보면 알겠죠. 일단 최대한 은밀하게 파악을 해주어요. 만일 그들이 이번에 모임에서 이상한 짓을 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어요.”
제갈휘미는 황영지가 또다시 뭔가를 하려고 하자 불안한 생각이 들다가 그런 자신감속에 들어있는 여유를 보았다.
‘설마 주공이 왔다간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면 또 다시 뭔가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갈휘미는 아까의 보고를 생각하자 황영지의 태도에서 그런 느낌이 절로 들었다.
황영지의 태도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지성룡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이런 발상을 하지 못할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한데 본 상단의 재정이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배상을 하느라 소요된 비용이 크기에 당분간은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고 있어요. 당분간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니 걱정 하지마. 그리고 장부 정리는 천천히 보면서 해주고.. 그리고 곧 있으면 원단인데 필요한 돈은 써야 하니 그 소요량과 지급규모를 파악하여 나에게 일러주기를 바래.”
황영지의 말에 제갈휘미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겠습니다. 한데 이번에 전사자들 가족 중에 생활이 궁핍한 자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파악한 명단이온데 천하문에 이들을 구제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씀을 드려주시기를 청합니다.”
제갈휘미는 책자를 하나 건네었다.
“이 것이 그들의 명단이란 말인가요? 거의 백여가구에 이르는 것 같군요.”
“백가구가 넘습니다. 백 열두가정에 삼백스무명이 가장을 잃고 호구지책이 막막한 실정입니다. 물론 보상을 하여 주었지만 그 것도 그 동안 진 빚이 많아 아무런 소용이 없는 실정입니다. 여자들은 시비로라도 거두고 아이들은 한 곳에 모아서 먹이고 입힌다면 제 생각에 당장의 어려움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영지는 제갈휘미가 의외로 이런 문제가지 언급하자 제갈휘미의 심성을 다시 평가하였다.
뒷부분에 그들을 거두는 방법과 소요되는 돈들이 언급이 되어 있었다.
“알았어요. 이 문제는 내가 검토해 보고 조치 사항을 말해줄게요. 이런 문제가지 검토를 하다니 수고했어요. 더 할말이 있어요?”
“아닙니다.”
제갈휘미는 지성룡이 다녀갔는지가 궁금하여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천하신존(天河神尊)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오?”
무정선사는 청수선사와 청해선사를 만나자 물었다.
청수선사는 무정선사의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에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일부 세간에서는 천하제패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천하제패를 원하는지 원한다면 어떤 천하제패를 원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하시는 바를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몇 날 며칠동안 생각을 해 보아도 정확한 느낌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무정선사는 사대문파에서 지성룡의 천하제패를 제지해달라는 요청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아 그래도 자신보다는 연륜이 많은 청수선사와 청해선사를 찾은 것이다.
“천하신존 시주가 천하제패를 하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무인이라면 모두가 천하제패를 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단지 범인은 아무리 원한다고 하여도 그 능력이 미치지 못하기에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천하신존의 천하제패의 의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그저 허허 하고 웃고 말면 그만입니다. 천지문주나 만상문주가 암습을 한 것도 그런 가능성을 보았고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들이 설 곳이 없기에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것입니다. 결국 정면으로 대항하여 승산이 없기에 암습으로 제거하려 한 것입니다.”
청수선사의 말은 무정선사도 익히 아는 바나 이런 말이 먼저 언급되어야 다음 말이 이어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천하신존에게 이제 남은 걸림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있다면 소사숙과 사대문파 정도입니다. 그 것도 각각으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합니다. 합하여야 그나마 상대라도 될 것입니다.”
청수선사는 조금 더 핵심에 접근하는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천하신존이 원하는 천하제패는 천하신존의 성격을 본다면 알 수가 있습니다. 그는 젊은 사람답지 않게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보다는 머리를 사용하려 하고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명분을 상당히 중시합니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면 언제라도 직접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결국 완벽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가 원하는 천하제패는 대의명분과 힘을 동시에 가진 완전한 천하제패라는 것입니다.”
청수선사의 말에 무정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완벽한 천하제패라는 것입니다. 실로 이는 정파에게 있어서는 마도에서 천하를 제패하는 것 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청수선사의 말에 무정선사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사실 지성룡을 보건데 천하제패를 한다고 하여도 그리 문제될 소지는 적어보였다. 천하에 대하여 부당한 지배를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그 문제가 아직 무정선사에게 잘 이해가 안되어 찾아온 것이다.
크게 폐해가 없다면 천하제패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천하제패를 하는 자가 명분과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 앞에서는 약자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 거기에 천하문이라는 천하제일의 상단까지 등에 업고 있다면 아쉬운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존재가 있다면 크게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천하는 그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구파일방이나 각 세가는 그저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거나 심산유곡에서 도를 닦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어지게 됩니다. 결국은 천하문에 모든 인재를 빼앗기에 되고 시간이 흐르면 한적한 시골의 장원으로 전락하고 산속의 절이나 도관으로 바뀌고 말 것입니다. 그 것이 십년을 넘기지 않고 일어날 일이라는 것입니다.”
청수선사의 말은 다소 과장이 되어 있으나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면 우리가 천하제패를 막는 것은 천하문의 성세를 저지하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지가 않소이까?”
“더 큰 문제는 절대 권력은 항상 타락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권력을 쥐게 되면 점점 교만해지고 마가 끼게 됩니다. 그들이 타락하였을 때에는 그들의 교만과 타락을 심판할 능력을 잃게 될 것이옵니다. 그 것이 두려운 것이옵니다.”
무정선사는 청수선사가 염려하는 바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위험이 있다고 하여 천하문의 합법적인 상행위를 못하게 하거나 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렇게 하다가는 막는 자들도 천지문이나 만상문처럼 박살이 나게 될 것이었다.
“실로 어려운 문제이구려. 천하문이 과오를 범하지 않는 상태에서 과오를 범할 것이니 하지 못하게 막자는 것이니.”
청수선사도 이 문제만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더구나 현재 당사자는 부상을 당하여 어디론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자칫 돌아온 이후에 분란을 조장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막지 못하면 더 큰 우환을 초래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청수선사는 그렇게 말을 하였다. 무정선사가 이번 일에 선봉에 서서 제 세력을 규합하여 천하신존을 견제하는 것은 시대적인 대세였다. 무정선사가 만일 이일에서 뒤로 빠진다면 그나마 논의되던 일은 흐지부지되어 버릴 소지가 컸다.
“하면 내가 결국 이일을 맡아서 나서야 한다는 것인가요?”
무정선사는 청수선사의 말에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을 파악하여 물었다.
“그러한 실정입니다. 천하신존에게 맞설 상대는 소사숙 뿐이옵니다. 그리고 이일을 하면서 우선 해야 할 것이 화산파에 대한 봉문을 해제하여야 할 것입니다.”
청수선사는 지금 사대문파에서 요구하는 화산에 대한 봉문해제를 말하였다.
“현재 화산에 대하여는 봉문이 육년째에 이르고 있습니다. 봉문을 해제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들은 태을자 선배의 일로 인하여 봉문 중인데 그 일을 논하는 것은 아직 적절치 않은 것 아니오?”
무정선사는 그 일을 거론하는 것이 명분을 잃을 것 같아 그렇게 물었다.
“아니옵니다. 그 일을 해야 구파일방에 채워진 족쇄를 푸는 것입니다. 화산이 봉문을 하는 상태에서는 사개문파는 영원히 죄인의 처지나 다름이 없고 나머지 문파도 그런 보이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문제에 대한 정리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하나 그 일에 대하여 무림맹이 정리를 할 리가 없지 않소이까? 그런 의미를 천하신존이 모를 리가 없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무정선사는 지성룡이 이일에 대하여 용납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제패를 원하는 마당에 하나라도 걸림돌을 치워야 하는 상황에서 걸림돌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해제를 해주지 않아도 명분이 있는 마당에 굳이 해제를 시켜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사대문파가 봉문을 해제한 상황에서 화산파만 봉문을 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구파일방이라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화산이 볼모로 잡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육년을 채우는 날 해제를 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청해선사를 보고 그렇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천하문이 지금까지 뚜렷한 잘못은 없지만 천하문이 천하제패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서도 화산파의 봉문은 반드시 해제되어야 합니다.”
무정선사는 자신에게 이 모든 것을 짊어지라는 것을 알기에 결단을 못하고 있었다.
“소림은 항상 무림맹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고 그 물러난 자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 중심에 들어야 할 것이옵니다.”
청수선사는 무정선사에게 이일을 나서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이번 정월 보름날 회합에서는 천하문의 천하제패를 막을 방안이 논의될 것이고 그 첫번째 일로 화산파의 봉문을 해제하는 일이 대두 될 것입니다. 이번 무림정의군의 일이 있기에 무림맹도 우리의 요구를 거절만은 못할 것입니다.”
청수선사는 무림정의군의 일까지 거론하여 무림맹을 압박할 태세를 비추었다.
“알겠소이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결단을 내리도록 하겠소이다.”
지성룡은 삼일을 머물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어디로 가실 것이옵니까?”
“무림맹에 들러 조용하게 검황어르신의 빈소에 기제에 맞추어 향불이나 사를까 합니다. 그후에 이번 소림사의 회합을 가서 구경할까 하오이다.”
지성룡의 말에 영소혜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호호, 상공이 그 차림으로 간다면 파계승으로 보고 소림에서 불도를 세우기 위해 붙잡아다 죄를 심문하지 않을까요?”
영소혜는 지성룡의 머리가 아직도 한치도 못되기에 그렇게 농을 하였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그저 조금 이상한 눈으로 보겠지요. 자 이제 가리다.”
지성룡은 새벽이 되자 영웅성의 영소혜의 거처를 나섰다.
“잘 가세요. 한데 언제쯤에 다시 오실 것이옵니까?”
“잘 모르겠소. 그대의 산달까지 있고 싶으나 오랫동안 있을 수가 없으니 그만 떠나갈 것이오. 내 시간이 되면 다시 들리리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더나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영소혜는 지성룡이 있는 동안 성무에 대하여 관여를 하지 않고 시녀들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후에 지성룡과 같이 보내었다.
영소혜로서는 지성룡과 같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영소혜가 그렇게 혼자 보내는 것은 가끔 있었던 일이라서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영소혜는 그렇게 지성룡이 새벽같이 떠나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아랫배를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성룡은 여명을 틈타 무창을 벗어나 산길로 길을 재촉하였다.
‘일단 소림에 들르기 전에 신양에 가서 한번 인심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곳에 인심이 고약하다면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지성룡의 차림은 죽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지팡이를 들고 있기에 낭인으로 볼 차림이었다.
그렇기에 길을 서둘러서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인심을 파악하는 것은 그 곳에 머물면서 아랫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그들 사이에 나누는 대화를 들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그들이야 불만이 있어도 당분간은 조용히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혹시나 그들의 불만을 하나로 규합하여 선동하는 자가 있는가이다. 그런 자만 없다면 시간이 흐르면 차츰 사람들은 상처를 잊어갈 것이다. 그런 자가 있다면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지성룡은 내내 원한에 대하여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웠다. 잘못을 한 자는 쉽게 그 일을 잊지만 그 일로 피해를 당한 자는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다.
‘한데 소림에 그들이 이렇게 빨리 모이게 될 줄이야. 그리고 화산파의 봉문을 해제하라고 하는 소리가 갑자기 나오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들의 이런 요구를 묵살하기에는 그들이 이번 일에 기여한 바가 크다.’
지성룡은 자연스럽게 소림의 회합이 마음에 걸려 그 쪽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저 대범하게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복잡하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할 것도 없다. 그들이 연합하여 나를 견제하려는 것은 어찌 보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무정선사가 고민이 많겠군.’
지성룡은 그들이 그러는 것도 이해가 가고 있었다.
‘천하제패가 무엇인가? 그저 다 허황된 욕심이다. 사나이라면 그런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저 욕심이다. 천하제패를 한들 한끼에 밥 두끼를 먹는 것도 아니다.’
지성룡은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등바등 싸울 일도 없다. 되는대로 하다 보면 천하제일인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도 있고 천하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그저 되는대로 편하게 생각하자.’
지성룡은 천하제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접자 편하게 생각이 되었다.
‘이런 의사를 표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한데 말하여 오히려 오해만 심어줄 필요가 없다. 그저 되는대로 흘러가게 만들면 된다. 내가 천하제패를 원하지 않아도 되려면 되고 아무리 원해도 안 되려면 안 된다. 그저 순리에 맡겨보자.’
지성룡은 마음을 편하게 먹자 모든 것이 그만큼 편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자칫 그들이 또 다른 혈겁을 만드는 일은 방치할 수가 없다. 내가 피를 원하지 않아도 그들이 원한다면 어쩔 수가 없다. 그러기 전에 방지는 필요하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다시 불안해 졌다.
‘나무는 흔들리고 싶지 않지만 바람이 불어 흔들어 댈 수가 있다. 그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목이 되는 수밖에 없는가?’
지성룡은 세상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생각에 미소만을 지었다.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너그러워야만이 천하가 평안하다. 지금은 내가 강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너그럽게 대하여야 한다.’
지성룡은 자신이 옹졸하게 세상을 대한다면 피바람이 그칠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예전에 벌로서 읽은 천서(千書)는 지금에 와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에게 대범한 마음을 먹게 만들고 협기를 드러내게 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가다가 며칠만에 산길을 가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하였다.
지성룡은 백여장을 남겨놓고 일반적인 걸음으로 그들을 향하여 걸어갔다.
이십여명이 세대의 마차를 글고 산길을 가고 있었다.
표행으로 보였다. 운양(雲養)이라는 이름이 청색깃발에 수놓아져 있었다.
운양표국은 천하표국의 의뢰를 받아 표물을 운송하는 표국이었다.
지성룡이 발걸음을 빨리하여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지성룡을 힐끔 경계하는 표정이 되었다.
지성룡은 그들의 시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표행에 수고가 많소이다.”
지성룡은 그들에게 경계심을 주지않기 위해 다가가면서 인사를 하였다. 그저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지성룡의 말은 그들의 표정을 얼어붙게 만들어 버렸다.
그 말은 녹림도들이 표행을 가로막으며 통행세를 달라고 말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지성룡은 그런 물정을 모르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알았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성룡은 그들의 시선이 사늘하게 변하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왜들 그러시오? 갑자기 소생을 노려보고 말입니다. 그저 길을 가다가 만나서 반가워 인사를 건넨 것이오.”
지성룡의 말은 녹림도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오해를 낳고 말았다.
그 것은 빈정거림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산길에 산적이 표행을 만났으니 반갑고 이제 당연히 통행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마치 나를 산적 보듯 하는데 나는 산적이 아니오.”
지성룡도 그들이 자신을 보는 눈에서 그런 빛을 읽었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그 말에야 그들은 다소 안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운양표국의 일행이시군요.”
지성룡은 상대를 알아주는 듯이 말을 하였다.
“저희는 하남성에 있는 표국입니다. 한데 저희 표국을 아십니까?”
지성룡은 그말에 눈이 있으면 깃발에 쓰여진 글도 못 읽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의미하는 바는 자신들을 알아주는 말투에 반가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입니다. 하남성에서 꽤나 유명한 표국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온데 이곳은 무창에서 신양으로 가는 관도인데 여기서 보다니.”
지성룡은 그들이 이곳을 지나는 이유가 이해가 안되어 물었다.
“그러실 것입니다. 저희도 개봉에서 무창까지 표행을 하고 돌아가려는데 이 표행을 맡아서 신양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좀 돌지만 표행을 수행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의 표행을 이해하였다.
“아, 표행을 새로 받았다면 좋은 일이지요.”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의 경계감을 누그러뜨렸다.
“형장도 신양까지 가시오?”
그 중에 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지성룡을 보고 그렇게 물었다.
“그렇소이다.”
“이 길은 가끔 녹림도들이 출현하기에 경계를 하고 있던 차에 형장이 나타났기에 경계를 한 것이오. 그러니 우리가 보인 반응에 대하여는 잊어버리시오.”
표두는 경우가 바른지 지성룡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표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지성룡의 기도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오랜 강호 경험을 본다면 이런 자들은 숨겨진 한가지가 있었고 이런 자를 적으로 돌리면 커다란 재앙을 당하는 수가 많았다.
“아니오이다. 표행에 모르는 자가 다가서는데 경계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잘못된 것이지요.”
지성룡은 표두가 사람이 좋아보이기에 개의치 않음을 밝혔다.
잠시 멈추었던 표행은 다시 출발을 하였다.
이소명은 이들과 같이 동행을 하기로 하였다. 이들은 신양에 옷감을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과 동행은 먼 길에서의 무료함을 달래주었고 표행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하는 등의 득이 있었다.
운양표국의 표두는 운양표국의 국주 양진상의 동생 양유상이었다.
“아니 개봉 양씨의 혈족이라는 것입니까?”
지성룡은 운양표국의 주인이 양씨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다소 놀라고 있었다. 그런 사실은 까마득히 모르던 내용이었다.
“그렇습니다. 저희도 천하문 사람입니다. 그저 우리 양씨는 운양표국을 관리하는 것이지 실제 주인은 아닙니다. 주인은 천하표국입니다.
지성룡은 운양표국에 대하여 묻다가 그런 말을 듣자 천하문에 대하여도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아, 몰랐습니다. 천하표국의 산하라는 말은 금시초문입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잘 모르는 일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양유상이 그렇게 지성룡에게 말하는 것은 자신들을 얕보지 말라는 의도로 한 말이었다. 최근에 천하표국의 산하라고 하면 누구건 한수 양보를 하기에 실상을 말한 것이다.
“영웅성에서 이 표물을 의뢰받았다면 영웅성 산하로 가는 것이겠지요?”
“그러합니다. 그 곳에 진주하는 자들의 옷을 만들 옷감이라 들었습니다.”
양유상이라는 이름에서 표두가 자신보다 항렬상 한단계 위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신분을 나중에 안다면 놀랄 것이라는 생각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한데 형장은 신양에 무슨 일로 가시오.”
지성룡에게 양유상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그저 강호를 유람하는 사람이 딱히 목적이 있겠소. 그저 신양의 공기가 어떤가 보려는 것이지요. 나 같은 낭인은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것이 아니겠소.”
지성룡의 말에 양유상은 미소를 지음으로서 지성룡의 말에 대한 답을 하였다.
“그나 저나 신양은 한때 천지문의 땅이었으니 곧 있으면 당도할 것인데 다소 불안합니다.”
양유상은 생각 없이 말을 하였다.
“나도 궁금합니다. 그러나 영웅성이 치안을 담당한다고 하니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는 하나 얼마 전에 천지문의 잔당들이 산속에 일부 모여 있고 그들이 비적이 되어 행인들을 노린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지성룡은 양유상이 그렇게 말하자 자신이 보고 받지 못한 내용이라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최근에 등장하여 비적으로 화하고 있고 그 수가 늘어 무려 백여명이나 되는데 대장이 천지문의 수뇌부였던 자라고 합니다. 그자가 나타나서 수하들을 규합하여 영웅성의 무사들까지 습격을 한다고 합니다.”
지성룡은 새로운 사실을 듣자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을 알았다.
그 때 일행은 들판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산등성이를 힘들게 올라 그들이 언덕배기에 이르고 있었다.
그 순간 지성룡은 숲속에서 움직이는 자들을 느끼고 경계를 하였다.
‘설마 이들이 천지문의 잔당이라는 것인가?’
지성룡은 이들을 만나자 곤혹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마침내 꼭대기에 올라 표행이 잠시 쉬기위해 멈추자 숲속에서 나와 형체를 드러내었다.
“가진 것을 모두 내놓고 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들은 무려 숫자가 오십여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녹림도가 나타난다고 하여 표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찌 비적 따위가 백주대낮에 나타날 수가 있다는 것인가? 설사 목숨을 잃을지언정 표물을 포기할 수는 없다.”
양유상도 이들의 기색을 보자 심상치 않은 자들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이들과 비적들이 공방전을 벌이기 일보직전에 이르자 그들을 막기로 생각을 굳히고 그들을 살폈다.
순간 지성룡은 그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청홍관을 우회할 때 율사청과 같이 있던 천지밀전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저자는 낙오를 하거나 몸을 피하였고 이렇게 나타난 것인가?’
지성룡은 이들의 기색을 보자 표사들이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았다.
지성룡은 맨 앞으로 나섰다.
“누구인가 하였더니 천지밀전대의 대원이군.”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서자 그들 사이에 있던 천지밀전대원의 시선이 지성룡을 향하였다. 순간 그의 시선은 죽립 아래 드러난 지성룡의 얼굴로 향하였고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만난 이상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그자에게 쇄도하였다. 그자는 지성룡이 다가오자 피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손목을 제압당하여 끌려 나오고 있었다.
지성룡이 그자를 제압하자 모두들 놀라는 얼굴이 되어 지성룡만을 보고 있었다.
“율사청을 따라가지 않았나?”
지성룡의 질문에 그자는 놀라는 표정을 지우지 못하였다.
“살려주시오. 총단이 무너질 때에 후퇴하는 과정에서 산속으로 도망가서 살게 되었소이다. 먹고 살길이 없어 이렇게 비적이 되었으나 살생은 하지 않았소이다.”
그자는 지성룡을 알아보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였다.
“살려달라? 일단 모두를 제압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순리겠지.”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그자의 혈도를 봉하고 나타난 자들에게 뛰어 들었다. 그자들은 분분이 흩어졌으나 순식간에 제압을 당하고 말았다.
좀 멀리 도망간 자들은 지성룡이 던진 돌팔매질에 혈도가 제압되어 다시 끌려왔다.
양유상과 표사들은 지성룡의 신위를 보자 무례하게 대하지 않은 것에 안도를 하였다.
“가서 쓰러진 자들을 이곳으로 옮겨오시오.”
지성룡의 말에 표사들은 양유상을 보았고 양유상이 고개를 끄덕이자 쓰러진 비적들을 운반하여 오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자들은 일자로 나란하게 짚단을 널어 놓은 것처럼 놓아지게 되었다.
“잠시 이들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조금만 저쪽에서 기다려 주시오.”
지성룡은 표행을 향하여 한쪽 공터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표행은 주섬주섬 그 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지성룡은 맨 처음 제압한 천지밀전대원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예.”
그자는 지성룡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너희들을 살려줄 수도 있고 편안하게 살게 해줄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겠군.”
지성룡은 그자를 보면서 나직하게 말하였다. 생을 포기한 자라면 심문해 보아야 얻을 것이 없기에 그렇게 말하여 생의 의욕을 일깨었다.
지성룡의 말에 그자는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눈빛이 살아나고 있었다.
“알아 들었느냐?”
지성룡은 그자의 눈빛이 살아나자 재차 확인을 하였다. 협조할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 였다.
“예, 알고 있습니다.”
지성룡의 질문에 그자는 살 수도 있다는 희망에 저항하는 생각을 버렸는지 말투가 부드러워져 있었다.
“너희 일행은 이들이 전부냐?”
“아닙니다. 기지로 사용하는 곳에 오십여명이 더 있습니다.”
순순히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음, 모두가 총단이 무너질 때 몸을 피한 자들인가?”
“그런 자가 대부분이고 몇 명은 외지에 나갔다가 돌아온 자들도 있습니다.”
“알았다. 내가 나타난 이상 그대들은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너는 지금 풀어줄 것이니 가서 나머지 인원을 모두 데리고 오너라. 이들의 두목이 너냐?”
“저와 동료하나가 있습니다. 둘이 공동으로 맡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가서 일러라. 살고 싶으면 오라고.”
지성룡의 말에 그자는 힘없이 일어섰다. 어느새 혈도가 해제되어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하루를 못 가서 너의 몸은 녹아 내릴 것이니 그리 알아라.”
지성룡의 말에 움직이려던 그자는 멈칫하더니 산속으로 사라져 갔다.
양유상과 표행은 지성룡이 하는 양을 보고 지성룡의 신분에 대하여 상상을 하였지만 짐작이 되지 않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생각을 벗어난 능력을 보자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강호에서 생활하기에 이럴 때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은 궁금하였지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이 가만히 있기에 표행도 그저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이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방치하는 것도 그렇다고 이들을 어떻게 하는 것도 마땅치가 않았다.
일단은 오라고 하였지만 처리는 만만치가 않았다. 그렇기에 지성룡은 조용히 서서 이들의 처리에 대하여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좋다. 어찌 되었건 이들을 살려주도록 하자. 제대로 살도록 하는 방향에 대하여는 신양으로 가면서 생각을 해보자.’
그렇게 일각이 지나자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그자들이 숲속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바닥에 열을 지어 누워있자 모두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성룡에 대한 신분을 들었는지 모두 나타나서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자신들이 도망을 가더라도 지성룡이 마음만 먹는다면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꼼짝 없이 제발로 걸어온 것이다. 살려줄 것도 같고 잘하면 편하게 살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말에 반신반의 하면서 온 것이다.
“모두 저기에 앉아있고 너와 너는 여기에 앉아라.”
지성룡은 천지밀전대원 둘을 지적하여 앞 자리에 앉을 것을 지시하였다.
모두는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자리에 앉았다.
“너희들을 살려줄 수가 있고 편안하게 살게 해줄 수가 있다. 평생 이렇게 비적질이나 하면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예, 그러합니다. 저희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살 수 있게 해주시기를 청하옵니다.”
먼저 잡힌 자는 지성룡에게 투항하기로 완전히 마음을 바꾼 듯이 아부하는 어조로 말을 하였다. 지성룡은 그자를 보자 피식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생의 욕구가 생기자 순종적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 일단 신양으로 가서 생각을 해보자. 모두 안심하고 내 뒤를 따라오도록 하여라.”
지성룡은 이들을 신양으로 데리고 가기로 하였다.
지성룡은 누워있는 자들의 혈도를 해제하였다.
혈도가 해제되자 그들은 그저 두려운지 자신들의 동료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합류하였다.
“양표두, 잠시 와 보십시오.”
지성룡의 말에 양유상은 지성룡에게 다가왔다.
“표사 하나를 먼저 보내어 영웅성 신양수비대장인 어자춘을 나에게 오라고 전해주도록 하시오.”
지성룡은 그렇게 지시를 하였다.
“한데 누구시라고 전하여야 합니까?”
양유상은 지성룡의 신분이 궁금하던 참이라 기회가 생기자 곧바로 물어왔다.
“지성룡이라고 전하시오.”
지성룡의 말에 양유상은 지성룡을 보았다. 그가 지성룡을 모를 리가 없었다. 평상시에 지성룡을 가까이 보지 못하였기에 지성룡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제서야 천지문의 잔당을 손쉽게 제압하였고 천지문 잔당의 수괴가 지성룡을 보자 두려워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양유상은 놀라서 말을 못하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표사 하나를 불렀다.
뭐라고 표사에게 말하였고 표사도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천하에서 지성룡의 행방은 현재 최고로 궁금한 사항이엇다. 그런 지성룡이 나타나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강호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자들이기에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민첩하게 움직였다.
표사 하나가 급히 신양을 향하여 달려가고 표행이 앞장을 서서 가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지성룡이 가기 시작하였으며 천지문의 잔당들이 뒤를 따라 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신분을 밝히기로 하였다.
굳이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전쟁중이야 이들을 포로로 잡아 처리를 하였지만 그 전쟁의 와중에 운 좋게 살아 남아 몸을 피한 이들을 보자 구제해 주고 싶었다.
‘이들은 처지가 이러하나 운이 좋은 자들이다. 이들을 거둔다면 운이 좋을 수가 있다.’
지성룡은 순진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거두고 싶었다.
‘이들은 그간 두려움을 배웠을 것이다. 다행히 이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 보이니 이들을 구제하여 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앞으로 영웅성의 무사들이 이곳에 영원히 머무를 수도 없다. 이들을 잘 단속하여 나의 수족으로 이곳에 토착세력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지성룡은 자신이 이들을 만난 것도 하나의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두려움과 기대가 가득찬 눈으로 지성룡을 다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증오를 불태울 수도 있지만 지성룡이기에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증오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도 말이 없는 가운데 길을 가고 있었다.
어자춘은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자를 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개봉 운양표국의 표사라고 하기에 내키지는 않지만 만나기로 하였다.
“그대는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하였소?”
표사 복장을 한자는 급히 달려왔는지 몸에 땀이 흠뻑 젖어 있었다.
“주변을 물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표사는 그렇게 말하였다. 표두에게 결코 누구도 알지 못하게 전달하라고 지시 받았기 때문이다.
어자춘은 표사의 무공이 별로 높아 보이지 않기에 주변에 서있는 자들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 나가자 표사는 모두 나갔는지 재차 확인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저는 천하신존님의 전갈을 가져왔습니다. 이 소식을 듣는 대로 무창에서 오고 있으니 관도로 마중을 나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어자춘은 표사가 전하는 전갈에 잘못 들었나 싶어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알았다. 가자.”
표사의 표정을 보아 장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아 갈 것을 재촉하였다.
표사가 경공이 뛰어나지 못하자 어자춘은 먼저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어자춘이 급히 사라지자 몇몇의 수하들이 어자춘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어자춘으로서는 이런 전갈을 보내었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급히 달려간 것이다.
지성룡은 멀리서 한 점이 나타나자 어자춘이 오는 것을 알았다.
곧 그 점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여기이네.”
지성룡은 어자춘이 나타나자 어자춘을 불렀다.
곧 이어 몇 개의 점이 다시 나타났다.
어자춘은 지성룡이 부르자 다가오다 뒤따르는 자들을 보다가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였다.
“태상호법님을 뵙습니다.”
“수고가 많네. 자네를 부른 것은 이들을 인도하기 위해서 이네. 이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게.”
어자춘은 그들이 누구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처음 본 순간 표정이 야릇하게 변한 것이다.
“굳이 이들을 제압할 필요는 없네. 이들은 내가 별도로 수단을 강구하여 두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그들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어렸다.
“도망가도 상관이 없으니 그저 잠자리와 먹을 것만 챙겨주면 되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뭔가 지성룡이 수단을 부렸다는 생각을 하였다. 천지문도들도 그 사실을 아는지 얼굴빛이 달라졌다.
“알겠습니다.”
이미 풍운군단의 대주 몇이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어자춘에게 지성룡이 지시하는 것을 들었기에 자신들이 할 일을 알고 있었다.
곧 이어 대주들이 천지문의 문도들을 데리고 먼저 떠나갔다.
“양표두, 여기서 헤어져야 하겠습니다. 내 소식은 개봉에 지급으로 통보를 해주시오.”
지성룡은 양유상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양유상에게 말을 한 지성룡은 읍을 하고 어자춘을 따라갔다.
지성룡이 한 말은 지성룡에 관하여 굳이 비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걸어오는 동안 지성룡은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의 출현을 비밀로 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자연스럽게 소문이 되어 소림사에서 모이는 자들에게 알려지도록 하고 싶었다.
“지금의 상황은 이곳의 주민들이 우리를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어자춘은 지성룡을 다라가면서 그렇게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럴 것이오. 그들이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여 예상하였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전에 내가 소림으로 떠나갈 것이니 나를 호위할 자들을 백여명 선발하여 주시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출발을 하시겠는지요?”
“원단을 지나는 대로 출발을 할 것이니 그리 알고 준비를 해주게. 그리고 자네가 천하군단과 용소제에게도 연락을 해주시오.”
지성룡은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특히 용소명에게 알리라고 하면서 용소제라는 말로 하여 친분을 표하였다.
“예, 그렇게 바로 조치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천하군단에는 가급적이면 부군단주가 소림으로 오라고 해주시오.”
“예, 그렇게 연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자신의 존재를 만방에 알리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런 식으로 복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온데 저들에 대하여 어떠한 복안이라도 가지고 있사옵니까?”
“저들을 활용하여 이 곳의 거점을 관리하는 세력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저들을 시간을 두고 대주가 귀순시켜 가도록 하시오.”
지성룡은 어자춘에게 자신의 복안을 설명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온데 이상한 첩보를 접하였습니다. 천지문주였던 율사청에게 숨겨진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점령하기 직전에 사라졌다고 하니 아마도 어디론가 빼돌린 것 같습니다. 후환이 존재할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자춘은 아직 확실하지 않아 보고하지 못한 것을 지성룡을 보자 보고를 하였다.
“그럴 수도 있지. 이일에 대하여는 당분간 함구를 하게. 공연한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네. 그러나 조사는 계속해 주게.”
“예, 지금도 추적을 하고 있습니다. 천지무영대에서도 두명이 같이 사라진 것까지 파악이 되어 그들을 추적 중에 있으니 조만간 파악이 될 것입니다.”
“음, 파악이 되더라도 그들에 대하여 조치를 하지 말고 나에게 먼저 통보를 해주시오.”
“그렇게 조치를 하겠습니다. 하옵고 소림을 위시한 사대문파에서 가끔 우리의 경계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문제는 없으나 그들이 자주 넘어오는 것은 충돌의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그 쪽에 대하여 제기할까 합니다.”
“놔두게. 그들이 충돌을 해온다면 그 것은 바라던 바라고 생각하게. 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네. 이 후에 그렇게 한다면 말이 필요 없이 그들을 체포하여 구금하시오.”
지성룡의 말에 어자춘은 눈빛을 빛내었다.
“괜히 그들을 자극하는 일을 하지 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오. 그들의 수뇌부가 사죄를 해오면 그 때 방면을 해주시오.”
지성룡의 지시는 함축적인 의미가 많았다.
“예, 아마 그들이 월경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이 조금 모자란 것 같사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오. 아마 내가 없기에 그런 행동에 대하여 처리가 곤란하였을 것이나 내가 등장한 이상 그들은 결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지성룡의 말에 어자춘은 자신이 공연한 걱정을 하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의 문제는 지성룡이 없기에 일어난 문제였다. 지성룡이 등장한 이상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신양에 나타난 지성룡에 관한 소문은 천하곳곳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실로 그 소식은 무림세력을 경동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일순간에 싸늘한 냉기가 무림을 강타하였다.
지성룡은 삼일동안 신양에 머물렀다.
“소문이 나게 되었다고?”
지성룡은 아무리 비밀로 하였을 지라도 소문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기에 소문이 나는 것에 대하여 그리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일부는 은근히 소문이 나기를 바라고도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소문이 나서 모든 세력들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귀순한 자들은 순순히 저희들의 통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공에 대하여 상당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자춘은 그사이에 어느새 지성룡의 수하가 되는 것을 자청하여 태상호법이 아닌 주공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지성룡이 성주인 영소혜의 부군이고 태상호법이지만 성주는 영소혜였다. 그런데 그렇게 부르는 것은 개인적으로 지성룡에게 충성을 한다는 의미이니 다소 문제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영웅성의 무사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전무사들 사이에 태상호법이라는 말보다는 주공이라는 말로서 어느새 호칭이 되고 있었다.
“음, 소문이 날 것은 이미 예상한 일이니 문제될 것은 없고 그들을 이제 정식으로 직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시오. 그들이 순순히 지시에 따른다는 것은 고무적인 것이고 그들에게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들의 투항소식도 퍼져나가자 이곳 사람들도 돌아서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그렇다니 다행이오. 언제까지 영웅성에서 이 곳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슬슬 철수할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활용할 길을 최대한 강구해 보도록 하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옵고 본성에는 바로 전갈을 보내었습니다.”
“알았네. 그럼 동행할 무사의 준비는 되었소?”
“이미 행장까지 수습하여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출발할 준비를 해주시오. 내일 아침에 출발할 것입니다.”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난리가 났을 것이오.”
제갈중명은 지장룡과 인자기가 들어오자 그렇게 운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주공이 사라진 이후에 영원히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을 것인데 주공이 건재한 모습으로 치유를 하고 나타났으니 그들의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졌을 것입니다.”
지성룡이 신양에 정체를 드러낸 것은 무림맹에도 전해졌고 그 소식을 듣고 맹주전으로 모여든 것이다.
“일단 당분간은 사대문파의 움직임이 소강상태로 들어갈 것입니다. 한데 소림의 집회는 어떨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들리는 소문에 화산파의 봉문을 해제하려고 하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이미 각파의 대표들이 가는 중이기에 예정대로 모이기는 할 것입니다. 그런데 주공이 그 곳에 간다고 하니 일은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인자기는 그들의 동정을 예의 주시하던 중이기에 그리 말하였다.
“저도 이번에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성룡이의 성격상 움직이는 것이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고 그런 회합을 알면서 가는 것은 그들에게 뭔가 할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것이 잘 예측이 안되지만 말입니다.”
지장룡도 모처럼 의견을 말하였다.
“아마 화산의 봉문을 해제해줄 것이오.”
인자기는 그렇게 말하였고 모두는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과 지장룡의 얼굴에는 궁금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 일이라면 그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한통의 서찰을 보내어 처리를 하여도 될 것입니다. 굳이 갈 필요는 없는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 아마 그들을 만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을 하던지요.”
“무엇 말입니까?”
제갈중명은 인자기의 말에 의문을 표하였다.
“제 생각에는 4대문파, 아니 화산을 포함한 오대문파와 묵은 빚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 빚을 받아야 하겠지요.”
인자기의 말은 더욱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묵은 빚은 이미 봉문으로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재차 비무를 요청한다는 것입니까?”
지장룡이 인자기에에 되물었다.
“바로 재차 비무를 하여 독문무공을 인정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독문무공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주공이 하는 일은 완성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야 완성이 될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 주공은 바로 소림행을 결행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한참동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로 주공의 심기는 집요한 면이 있구려. 그 일을 위해서도 화산의 봉문해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가 있겠구려.”
“그렇습니다. 독문무공을 위한 비무는 아마 주공이 하고자 하는 일의 완성이 될 것입니다. 사개문파를 위시한 구파일방의 완전한 승복을 얻어내려고 할 것입니다.”
지성룡은 준비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제 외면상으로 사대문파와 당가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들은 무력으로 정리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에게 확실한 승복을 얻어내야 한다.’
지성룡은 자칫 조금만 실수를 한다면 그들과의 대립에서 명분을 잃을 수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들을 자칫 섣불리 압박하여 승복을 얻어내려 한다면 그들에게 반감만 주게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보면 인심만 나빠지게 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들을 승복시킬 무엇이 필요하다.’
지성룡은 생각을 집중하여 묘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당가를 설복시키는 작업을 하자. 그들을 사대문파와 분리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대문파보다는 그들이 접근하기가 우선은 용이하다. 그렇다면 당가의 삼인방을 만나도록 해야 하겠군. 당문성, 당한영, 당한권이 당가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들이 예전 군웅회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위지부군단주를 이용하여 그들을 움직이게 하면 되겠군. 아울러 군웅회를 전면으로 등장시키면 되겠군. 그렇게 한 다음에.’
지성룡은 그 다음에 천하를 경동케 할 일을 생각하였다.
‘후기지수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그들을 승복시켜 둔다면. 일단 당가의 소가주를 만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군.’
지성룡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였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기에 행보를 그리 빨리 하지 않고 있었다.
위지강천도 연락을 받고 천하군단의 일부를 대동하고 달려왔다. 가는 도중에 합류를 하였다.
“내가 없는 동안 수고가 많았소.”
위지강천을 만나자 우성 위지강천의 노고에 대하여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아닙니다. 별 어려움이 없이 일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온데 소림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무림맹에 우선 갈까 하오이다. 꼭 소림에 가는 것 보다 이번에 소림을 들러 무정선사에게 감사를 표할까 하오. 그전에 몇 가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보자고 한 이유는 당가의 당문성 소가주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만났으면 하는데 연락을 좀 부탁드리오.”
“시기는 언제로 합니까?”
“소림사 인근에서 보게 해주시구려.”
“그렇게 연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데 무슨 일로뀉”
위지강천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어 물었다. 당문성을 부르려면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오라고 하면 올 것이나 그가 올 명분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사천진출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당가와 충돌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당가와 부딪칠 소지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 일로 당가의 협조를 부탁하고자 함이오.”
위지강천은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지성룡이 말하자 지성룡을 다시 보았다. 지성룡의 태도는 자신이 하는 일이기에 말없이 협조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릴 수가 있었다.
“물론 당가와 천하문과 구룡상단과 영웅성의 모든 것이 관련된 이야기이고 크게는 천하무림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할 것이오. 만일 어렵지 않다면 예전 군웅회 인물들을 포함하여 청년 고수들도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비무에 참가하였던 분들은 꼭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성룡의 말에 위지강천은 지성룡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종을 잡을 수가 없었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이오. 아마 모이면 할말이 많지 않겠소?”
지성룡의 말속에 들어 있는 뜻을 일부라도 짐작하자 위지강천은 경악을 하고 있었다.
군웅회의 인물들은 이제 무림의 중추로 활동할 나이가 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모으는 것은 그들을 승복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그들을 지성룡의 세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연락을 할 수 있는 자들은 바로 연락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시일이 촉박합니다. 차라리 시간을 좀더 주어야 합니다.”
“그럼 넉넉히 여유를 가질 겸 날도 따뜻한 시기로 잡아 삼월 보름날 동정호 악양루에서 천하의 군웅들이 모이는 군웅대회를 하는 것이 어떻소?”
지성룡은 꼭 군웅회라고 한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였다.
“천하군웅대회라 실로 좋은 생각입니다.”
위지강천은 차라리 군웅회로 한정하지 않는다고 하자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그 자리에 마흔이 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오게 하면 어떻겠소?”
“그럼 차라리 군웅대회로 이름을 정하여 천하에 공표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별도로 제가 친분이 있는 자들에게는 군웅대회에 참석을 하라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일은 부군단주가 천하문에 있는 형님과 무림맹에 있는 형님, 그리고 영웅성의 용총사의 협조를 얻어 준비를 해주시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천하의 청년고수들이 다 모이는 대회가 되는 것이겠구려.”
위지강천은 지성룡이 순식간에 일을 확대하자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이렇게 일을 벌여놓으면 그 대회는 당초에 조용히 군웅회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성룡의 천하제패를 기정사실화시키는 자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지성룡의 권위와 천하문, 영웅성, 구룡상단, 거기에 무림맹까지 동원하면 천하에서 오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다.
구파일방도 소림에 가서 지성룡이 참석하라고 권유를 하면 오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비무대회를 다시 하도록 하면 어떻겠소?”
지성룡의 말에 위지강천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비무대회라는 말만 들으면 질겁을 하는 위지강천인데 다시 비무대회를 하자는 것은 다시 위지강천이나 다른 청년고수들을 짓밟을 것이라는 의도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위지강천이 질겁하는 기색을 본 지성룡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시구려. 나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오. 대신에 청운대라고 하였던 본가의 고수들만 참여할 것이오. 물론 형님들도 원한다면 참여를 해도 될 것이오. 그 대신에 우승자가 원한다면 같이 한수의 대결을 할 생각이오.”
지성룡의 말에 위지강천은 안도를 하면서도 지성룡의 의도를 알자 다시금 기겁했다.
“설마 천하문의 대주급 인물들을 모두 출전시킨다는 것입니까?”
위지강천은 지성룡이 원하는 것이 천하문의 무공 인증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이오. 영웅성도 청년고수들을 모두 출전시킬 것이오. 또한 소림이나 구대문파, 아니 화산까지 구파일방도 모두 참여를 시키도록 할 생각입니다.”
지성룡의 말은 실로 위지강천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봉문중인 화산가지 참석하게 만든다는 것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일단 당문성만은 만나게 해주시오.”
“바로 연락을 하여 오도록 조치를 하겠습니다.”
지성룡이 무림맹에 도착한 것은 원단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의 영전에 우선 들렀다.
조용한 가운데서 기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번 만천지겁을 정리하시느라 노고가 크셨습니다.”
지성룡은 제갈중명과 인자기, 지장룡이 오자 먼저 그 일에 대하여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 거야 당연한 일입니다. 몸은 어떠신지요?”
제갈중명은 지성룡의 일을 물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다행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 받고 이야기를 자리를 정돈하여 앉았다.
“소림에서 화산을 제외한 팔파일방의 장로들이 보름날 회합을 합니다. 주공의 실종이 다소 길어지자 그들이 움직인 것입니다.”
인자기가 그 일을 먼저 꺼내었다.
“모이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 전에 화산의 봉문을 기제가 끝난 이후에 풀어도 좋다고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원하기도 전에 선수를 치자는 것입니까?”
“선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삼월 보름날 동정호 악양루에서 천하군웅대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인자기를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놀람의 표정이 어렸다.
그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천하의 사십이 되지 않은 무림의 신진고수들을 참여시켜 후대를 이끌 새로운 사람들이 의기투합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는 구파일방을 모두 참석시킬 생각입니까?”
“그렇습니다. 소림에 가서 그 일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할 것입니다.”
인자기가 며칠 전에 예측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세 사람은 서로 얼굴만을 보았다.
“단순히 모이는 것이 아니라 비무대회도 할 것이 아니옵니까?”
“그렇습니다. 모든 청년고수들이 참석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 말에 모두들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지성룡의 참석 여부였다. 지성룡이 참석한다면 비무대회에 나올 자가 없었다.
“나는 참석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우승자가 원한다면 최후에 비무를 할 용의는 있으나 참석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군웅대회는 형님과 개봉에 있는 형님, 그리고 위지부군단주, 영웅성의 용총사가 주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성룡의 말에 아무 말이 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 때 우리들도 참여를 하는 것이 좋겠소이다.”
제갈중명은 그렇게 말하였다.
“두 분이 와주신다면 실로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나 이 일은 무림맹의 일이 아닌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각파에서 어떤 반발이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인자기는 그렇게 말하였다. 천하군웅대회가 무림맹의 일이 될 수는 없었다.
소림사에 모이기로 한 자들 중에 사대문파의 장로들은 일찌감치 이틀 전에 다 당도하였다.
“천하신존이 소림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청해선사가 그렇게 다시 말하였다.
그러나 장내의 일곱 사람은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오는 것이야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결국 그가 온다는 사실은 우리들 모두에게 하고자 하였던 이야기를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니오.”
청해선사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다시 첨언을 하였다.
그래도 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더구나 문제는 삼월 보름날 악양루에서 군웅대회를 한다고 발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 모두 들었다. 그 발표는 모인 그들을 모두 맥이 빠지게 하였다.
더구나 자신들이 모여서 논의할 예정이던 화산의 봉문을 해제하는 것도 지성룡이 승천검황의 기제에서 이제 모든 일을 용서하고 천하의 평안을 위하여 화산이 봉문을 풀기를 바란다는 말을 한 것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게 되어버렸다.
봉문을 해제하고 않고는 화산의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맥이 상당히 빠져 버린 것이니 할 말이 없는 것은 당연하였다.
“군웅대회가 더 문제입니다. 결국 천하신존이 오는 것은 구파일방에서 군웅대회에 참석하라는 요청이 아니겠소?”
무당의 태청도장이 그렇게 나서서 말을 하였다.
“맞는 말이오. 천하신존이 화산의 봉문을 푸는 것도 바로 군웅대회를 대비한 포석인 것이오. 결국 무인이 모이면 무예를 겨루는 비무는 당연한 것이고 천하신존은 그 자리를 이용하여 천하제패를 기정사실화 시킬 것이오.”
아미의 복룡대사도 태청도장의 말을 거들었다.
“문제는 비무대회에 천하신존이 참석하지 않고 비무대회의 승자가 원한다면 비무에 응한다는 것이오.”
청성의 운류도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그 어투는 상당히 불쾌함을 표하고 있었다.
“그가 비무대회에 나서면 비무에 참가할 자들이 없을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 소리를 한 것은 천하제일인이 되었다는 선언이 아니오이까?”
운류도장은 남이 말할 사이도 없이 다시 말을 하였다.
막상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런 말이 입밖으로 나오자 얼굴에 노기가 드러났다.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무정선사는 화가 나기보다 웃음이 나왔다.
“허나 그가 현재 천하제일인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지 않소이까?”
무정선사가 그렇게 말하자 장내에 있던 자들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허나 문제는 지금 그자가 의도하는 군웅대회는 그자의 천하제패를 선언하는 자리라는 것이외다. 그런 천하 군웅대회가 열리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소이다.”
운류도장은 얼마나 격앙되었는지 입에서 침이 튀어 마주 앉은 청해선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남이 채갈 새라 다시 말을 하였다.
“실로 오만 방자한 작태입니다. 더구나 천하군웅대회의 발기인이 죄다 그 측근들입니다. 그런 대회는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운류도장의 말을 들은 나머지 사람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막는다고 하여 막을 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참석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대세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소승은 그 자리에 가고 싶소이다. 다음 무림을 이끌어갈 군웅들과 교분을 나눌 수 있는 자리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소이다.”
무정선사의 말에 운류도장은 얼굴이 시뻘개지고 말았다.
무정선사의 말은 정면으로 운류도장의 말을 무시하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운류도장의 성격에 칼을 빼어들고 사생결단을 할 무례한 언동이었다.
무정선사의 말에 청수선사나 청해선사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머지 삼대문파장로들도 민망한 표정이 되었다.
“오히려 그런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외다. 그런 자리에서 서로 기량을 겨루어보면서 상무정신이 고취된다면 무림의 발전을 위해 좋은 것이오.”
그렇게 말하자 사대문파 장로들의 표정은 가관이 되고 말았다.
사대문파가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을 질타하기 때문이었다. 나가서 실력으로 이기라는 말이었다. 이기지 못할 것이기에 말이 많다는 소리였다.
무정선사가 실수하였다고 생각하던 청수선사와 청해선사는 무정선사가 의도적으로 그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것을 알았다. 무정선사가 던진 말이 그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천하문에서는 후기지수들이 모조리 나온다고 합니다. 그들이 나와서 그들의 독문무공을 선보일 것이라 하오니 나가서 그들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견식하여야 하지 않겠소이까?”
무정선사의 말에 곤혹스러운 표정은 이제 노기로 변하여 폭발 일보직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노기를 보였을 망정 발작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들 넷이 달려들어도 상대가 되지 못하는 무정선사였다.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사대문파의 약점을 그대로 말해버렸다. 그들이 두려운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지성룡의 천하제패보다도 독문무공을 인정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천하는 삼월 군웅대회가 열린다고 하는 소식으로 인하여 들썩이고 있었다.
만천지겁에 참석하였다가 귀향한 청년 무사들은 다시 놓았던 검을 손질하기 시작하였다.
한번 들었던 검을 놓았지만 답답하던 참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이렇게 움직일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무료하던 청청년들을 자극하는 것이 되었다.
무림이야 사건이 없는 조용한 것은 실로 정체를 뜻하기에 뭔가 새로운 활력을 구하는 것은 본능이었다. 더구나 만천지겁은 대규모로 무림연합군이라는 형태로 움직였고 집단전이기에 청년무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비무는 자신의 능력만 되면 얼마든지 이름을 떨칠 수가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군웅대회에서 무엇이 결정되고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 보다는 군웅대회에서 열릴 비무대회에 온통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비무대회를 하기위한 군웅대회로 인식하고 있었다. 군웅대회라는 본래의 뜻에 유의를 하는 사람들은 각 문파의 수뇌부나 무림의 식자들에 불과하였다. 그들이야 이런 문제가 관심이 있지만 중소문파의 무사들에게 있어 군웅대회보다는 비무대회라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군웅대회가 가지는 성격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차츰 일부의 이야기로 바뀌어가고 말았다.
반면에 구파일방이나 제 세가는 사실 참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 일은 단순한 군웅대회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림질서를 창출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기존질서를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일이었다.
이 흐름에 동참하느냐 마느냐로 심각한 논의가 각 세력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당장 각 문파의 노장파와 소장파의 의견이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주로 참여하자는 쪽은 소장파들이었고 참여를 유보적인 입장은 노장파였다.
거기에 참여를 하지 않았을 시에 일어날 새로운 흐름에서 소외되었을 때에 벌어질 그들의 불이익을 생각한다면 노장파들도 일부는 참여를 주장하였다. 또한 소장파중에서도 이번 군웅대회가 가지는 성향을 아는 비판적인 성향의 인물들은 오히려 나이든 사람보다도 더 참여를 반대하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노소의 대결로 시작된 논쟁은 차츰 친천하문적이냐 아니냐로 구분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 것은 나이라는 공감대가 아니라 천하문의 천하제패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이익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천하문의 천하제패는 인정할 수도 없고 천하문이 그런 일을 하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런 논쟁은 보이지 않게 문파 내부의 수뇌부들 사이에 격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잡음들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그저 내부에서 머물러 있기에 겉에서 보기에는 평안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서 보면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하문을 반대하는 세력이 오히려 목소리가 컸으나 차츰 그 목소리는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가다 보니 차츰 현실을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더 무게 있는 이야기로 바뀌고 있었다.
당장 천하문과 적대를 하는 것이 손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어떤 대안이 있어야 힘을 얻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참여를 선언하는 문파가 하나 둘 생기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고 결국 참여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대세가마저 참여를 선언하자 오직 구파일방만이 참여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소림사 회합은 그 것을 결정하는 회합으로 변질이 되다시피 하였고 일반인의 관심은 그 회합에서 어떻게 정리가 되는가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당문성은 위지강천의 서찰을 받고 그 사실을 당한영과 당한권에게 보여주었다.
“가야하는 것이겠지요.”
당한영이 그렇게 말하였다. 내용은 위지강천이 당문성에게 지성룡과의 만남을 권유하는 형식이나 본질은 지성룡의 호출이었다. 그 것을 알기에 당문성은 내심 기분이 나쁜 것이다.
“일방적인 호출이나 다름이 없지만 오라고 하는데 가지 않는다면 천하문을 위시한 천하신존의 세력과 정면대결을 해야 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오.”
“문제는 바로 군웅대회와 바로 맞불려 있다는 것이네. 이미 군웅대회를 참여하기로 한 마당이니 천하문과 대립할 이유는 없지만 우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은가?”
당문성은 이 글을 집안의 원로들에게 보였을 시에 일어날 반대였다.
“체면은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팔룡중에 최고라고 하는 위지강천도 그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오. 그 것에 비하면 한번 만나러 가는 것은 그리 문제도 아닌 것이오. 더구나 개봉도 아니고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입니다. 체면을 구길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오.”
당한영은 참여를 주장하였다.
“한권이는 어떤가?”
당문성은 조용히 있는 당한권에게 의견을 물었다.
“뭐 가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집안 어른들에게 이일을 말하는 것은 좋은 빌미를 주게 되는 결과를 낳을까 걱정이 도는 것도 사실이오.”
“그들의 반대야 그저 무시하면 그뿐일 것이고 그러면 모두 같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네.”
“만나는 김에 이번 군웅대회에 대하여 입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오.”
당한영은 당문성에게 군웅대회에 대하여 말을 하였다.
“이미 참여하기로 그 문제는 결정하지 않았는가?”
“그 것이 아니라 이번 군웅대회는 비무대회도 있지만 더 큰 것은 바로 천하신존의 천하제패를 확인하는 자리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여야 향후 무림의 행보에 득이 될 것이오.”
당한영의 말에 당문성은 한참동안 생각을 정하고 있었다.
“자네의 생각을 말해보게 구체적으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구려.”
“천하신존이 가장 시급한 일 중에 하나가 우리 당가가 버티고 있는 사천에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 일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가? 그저 가만히 되는대로 그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인정하면 될 문제이네. 문제는 이미 본가의 대표가 소림으로 출발한 마당에 다시 가는 것이 문제이지. 일단은 아버님에게 보고하고 바로 움직이도록 하세.”
당문성은 더 이상 자리에서 미적거린들 미련과 망설임만 더 커질 것 같아 벌떡 일어섰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서둘러 해치우려 일어나는 것과 진배없었다.
그런 당문성의 행동에 당한영과 당한권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고 따라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