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41
38. 역류
“천하군웅대회를 벌인다니 이는 실로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왕진은 제독총감 유희의 말에 가만히 듣기만 하고 언급이 없었다. 다소 초조한 눈빛으로 유희는 왕진을 보고 있었다.
“현재 강호정세는 천하문의 지성룡이라는 자가 천하제패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자가 천하 무림을 석권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고 그 후에는 조정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유희가 마저 말하자 왕진의 눈빛이 무섭게 유희를 쏘아보았다.
“그만 하게. 궁중에서는 희언이 없네. 어찌 시정잡배마냥 그리 경박스럽게 말을 하는가?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다가는 지금 조정의 상황에서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는가?”
왕진은 두렵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항상 언동에 신중을 기하라. 자칫 그대로 인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까 두렵구나.”
왕진의 낮지만 준엄한 어조의 질책에 유희는 찔끔한 표정으로 왕진을 보았다.
“강호정세는 알지만 그리 말하지 말아라. 그런 소리가 자칫 조정 중신들에게 알려진다면 그 이후의 일은 그대나 나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가 있다.”
그렇게 말하는 왕진의 표정을 보자 유희는 왕진이 자신이 한말에 대하여 상당히 신빙성있는 일로 판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말고 오늘 퇴청하기 전에 내가 찾아간다고 가서 일러라.”
유희는 왕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한 표정이 되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유희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결국 질책을 각오하고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서 지청운 도독에게 이르라는 것이다.”
왕진의 말에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유희가 나가자 왕진의 얼굴은 더욱 굳어가고 있었다.
‘이일을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인가? 이일은 자칫 혈기방장한 자들이 모이는 자리이라 큰 동란이 발생할 수가 있다. 천하신존이라 일컫는 자가 황실마저 넘보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일은 심히 곤란한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다. 또한 중신들 중에는 지청운 장군을 가문의 후광을 입어 벼락출세를 한 것으로 인식하여 시기하는 무리도 많다. 그런 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은 뻔하고 황상폐하의 귀에도 들어갈 수가 있다.’
왕진은 동창의 제독태감으로서 이런 일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뭔가 조치를 취하여야 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일수록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군도독 지청운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일의 자초지종을 듣고 향후의 일에 대하여 상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
“어서오십시오.”
지청운은 왕진이 온다는 전갈에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단현이 들어오자 놀라서 안으로 맞아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문제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되어 온 것일세.”
지청운은 천하군웅대회의 소문으로 황성과 중원천지가 들썩이자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마당에 이단현이 이렇게 손수 찾아오자 난감한 상황이었다. 지청운도 아는 것은 고작 지성룡이 이제 천하제패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고 얼마 전까지 몸에 이상이 생겨 실종이 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등장하였다는 정도였다.
황실이 강호정세에 대하여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항상 주시하면서 강호정세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을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알게 되었다.
더구나 강호 일통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황실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명 황조가 들어선 이래 무림이 일개의 개인에 의해 일통된 일이 없기에 그 우려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 되고 있었다.
마치 강호 무림인들이 황궁으로 몰려오는 것처럼 술렁이고 있었다.
“제가 아는 것은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강호무림이 하나로 통합된다고 하나 그리 걱정스러운 상태로 변할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청운은 강호일통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조정에서 일고 있는 우려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그런 상태가 된다면 당장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일은 지장군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오.”
이단현은 지청운에게 단정적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말하였다.
이단현이 말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얼른 의미가 파악되지 않아 지청운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서 생각에 몰두하였다. 사실 이단현이 조치라고 하였지만 이단현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저 방법을 찾아 이런 소문을 가라앉게 하라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말씀 하시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조치를 취할 만큼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치 않소이다. 그 것을 말하는 것은 그저 우려일 것입니다.”
지청운은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자신으로서도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약간주저가 되기도 하였다.
그 때 부장이 들어오고 왕진제독이 왔다는 전갈을 하였다.
이단현은 왕진이 왔다는 말에 상황을 이해하고 자리에서 같이 기다렸다.
왕진은 들어오다가 이단현이 있자 다소 놀라는 듯하다가 오히려 잘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청운도 이런 상황이 닥치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금 조정의 양대실세가 이렇게 한꺼번에 찾아올 만큼 붕요한 일이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 것은 천하문이나 지성룡이 조정에서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의 일이 걱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향후의 일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였다.
“소장으로서는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는데 모두 이렇게 걱정을 하시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 일리는 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지청운은 두사람의 독촉어린 시선을 받자 결국 그렇게 말을 시작하였다.
“하나 두 분이 우려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자신을 합니다. 제 본가의 예법상 충효를 중시하고 있으며 자주는 아니나 천하신존이라 칭해지는 자를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보더라도 그리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지청운의 말이 끝나자 왕진은 조용히 있다가 마침내 운을 떼었다.
“지도독의 말을 들어보니 그리 걱정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조정의 우려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것이오. 그렇다고 강호의 일에 대하여 하지말라 하라 하는 것은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소이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조치를 조금이라도 취해야 하지 않겠소.”
왕진의 말은 타당한 듯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재차의 요구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이 그리 걱정이 되는 것이옵니까? 그런 우려가 있다면 이번에 조정에서 사람을 보내어 그 과정을 지켜보고 조정에서 주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청운은 왕진에게 아예 가보라는 말로 대응을 하였다.
조정에서 참석을 하는 것이 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한번 다녀오리라.”
이단현은 간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자청을 하고 나섰다.
이단현이 간다는 말에 왕진은 한참 동안을 조용히 있었다. 파장을 잠재우기 위한 방도로 등장한 조정에서의 참여를 이단현이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단현은 사실 조정에 나올 의무가 없는 신분이기에 자유로웠다. 그저 편하게 가면 그만이었다. 반면 왕진은 그러하지 못하는 매인 몸이었다.
그러나 이단현이 간다고 하는데 왕진이 여기에 빠질 수는 없었다.
“제독총감을 대인이 가시는 길에 대동하도록 하겠소이다.”
왕진은 이단현 혼자만 가도록 그냥 둘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였다.
이단현은 왕진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왕진이 동행을 시키는 이유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설마 이자는 내가 딴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였는가?’
이단현은 왕진이 생각하는 것을 짚어보다가 순간적으로 강호인사들과 교분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었다.
‘음, 그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인가?’
이단현은 내심으로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런 것까지 견제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리하면 조정에서 사람이 가서 참관하는 것으로 중론을 정하도록 하십시다.”
지청운은 얼른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조정에서 참관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자칫 다시 더 논의를 하다가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왕제독께서 조당에서 보고를 하는 것으로 합시다. 내일 조회에는 나와 지장군도 참여를 하도록 합시다.”
이단현이 그렇게 정리를 하여 버렸다. 왕진은 내심으로 한방 먹었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이문제로 시비를 걸기에는 이후의 일에 대한 뒷감당이 내키지 않아 그저 고개만을 끄덕이고 말았다.
홀로 사저로 돌아온 지청운은 조용히 침소에 들지 못하고 후원을 거닐면서 상념에 젖어 있었다.
‘허허, 강호의 일이 정리가 되자 바로 천외천이 다시 문제가 되는구나.’
지청운은 생각치 않은, 아니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그래도 문제의 소지는 항상 존재한다.’
이번에 해결한 것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두고두고 불씨가 퍼질 것이 다분한 일이었다.
‘이제 내가 떠나야 할 시기가 오고 있는가?’
지청운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물러나야 할 시기가 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물러날 시기가 아니다. 지금 물러나게 되면 오히려 감당할 수가 없는 지경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일단은 천하군웅대회를 마무리하고 그 이후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 물러나도 물러나야 했다.
조정의 중론을 조절하기도 해야 했다. 자칫 강경하게 조정의 권위를 세우자는 주장이 대두되면 지금의 시기에서는 자칫 일이 수습하기 곤란한 지경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이후의 일은 반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일이고 살기위해서는 칼을 빼어 들어야 하였다.
그런 일을 알기에 조정에서 우려를 하는 것이다. 반란을 일으킬 세력자체가 황조에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호세력이 너무 성장한다 싶으면 황궁에서 보이지 않게 간섭을 하거나 반대세력을 은밀히 후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지청운이기에 내내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일이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가 된다는 것은 지금 황궁의 움직임으로 알 수가 있었다.
당금 조정의 양대 실세가 동시에 찾아오는 것은 그 만큼 이문제가 처리하는데 민감한 문제라는 반증이었다. 자칫 입장을 잘못 취할 경우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질 사안이었다. 이일이 권력 재편의 뇌관이 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지청운도 예감하고 있었다.
황궁에서 천하군웅대회를 공격하는 것이나 옹호하는 것이나 자칫 힘의 향방이 어디로 쏠리는가에 따라 자신들의 몰락을 초래하는 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그들은 예감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청운에게 있어서도 이일은 함부로 접근하기에는 사안 자체가 너무나도 민감하였다. 자칫 처신을 잘못할 경우 살신지화를 초래할 수가 있는 문제였다.
만일 천하군웅대회를 역모로 규정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결국 제일 먼저 공격을 받을 대상이 바로 지청운 이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지청운도 살기위한 자구책을 수립하여야 했다.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 살기위한 방법은 결국 역모로 규정한 세력을 황궁에서 몰아내거나 아니면 황조를 전복시켜야 하는 문제로 비화될 수가 있었다.
그런 불행한 사태로 일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필요하였다.
‘이 일은 결자해지라 성룡이의 생각을 들어보아야 한다. 이 일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 보아야 한다. 또한 황궁의 이런 동향을 알려 대비를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지청운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호 무림의 일이 원만히 해결 되려는 상황에서 의외의 곳에서 일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다행이라면 내가 지금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진청운은 그나마 자신이 조정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일단 본가의 문주에게 이일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정의 의구심을 해결해야 한다. 공연한 오해로 인하여 조정과 본문이 세불양립의 상태로 전쟁을 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를 초래한다. 그 것을 경고하여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장 내일 아침의 일이 미결된 상황에서 어떻게 결말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최악으로 전개되는 것도 대비를 해야 하였다.
일단 지필묵을 준비하여 글을 썼다.
내용은 다음 날 조정에서 일을 의논하기로 되어 있고 만일 그 것이 잘못되면 조정의 공론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여 황궁의 공격을 대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이 전달되는 것은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전달된다는 단서를 달아 주었다.
‘일단 하성이에게 뒷일을 부탁할 필요가 있다.’
지청운은 일이 틀어져서 조당에서 자신이 구금될 수도 있는 상황을 생각하자 그 때를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나 그럴 수도 있다. 신하들의 여론을 따르지 않고 황제가 그런 조치를 취한다면 문제는 심각해 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일이 너무나도 급박하게 돌아갈 수가 있었다.
지청운은 지하성을 불렀다. 지하성은 다소 늦은 시각에 부르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문을 열고 들어 왔다.
“찾아계시옵니까?”
“그렇다. 내일 입조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내일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만일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너는 만사를 제쳐두고 이 서찰을 가지고 자목정이라는 곳으로 피신을 하여라.”
지청운의 말에 지하성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 조당에서 천하군웅대회에 관한 일을 황상께 알리고 조정의 중신들을 파견하여 참관을 하기로 하였다. 오늘 왕진제독과 이대장군부의 노장군이 나와 그리 협의를 하였다. 그러나 황상폐하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일이 최악으로 변한다면 내가 구금될 수도 있다. 그리되면 자칫 천하문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황군의 침습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 상황은 피해야 하기에 너에게 이 서찰을 남기는 것이다.”
지하성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온데 천하문 지부가 아닌 자목정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이옵니까?”
“천하문 지부는 너무나 알려져 있고 나를 구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바로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자목정으로 피신하여 곧바로 이 서신을 천하문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지청운은 지성룡에게 긴급한 일이 생기면 천하문지부가 아닌 자목정을 이용하여 서신을 보내기로 약조를 하였기에 그리 조치를 하였다.
“그러나 내일 일이 없다면 굳이 그리 할 필요는 없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왕제독 천하군웅대회를 강호무림인들이 한다는 것이오?”
황제는 보고를 받자 왕진에게 다시 되물었다.
“그러하옵니다.”
“하면 무림맹에서 주관하는 것이오?”
황제가 아는 상식은 무림맹이 강호무림의 일을 총괄한다고 알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정식으로 주관한다고 하기보다는 후기지수들이 모여 발의를 한 것이라 하옵니다. 무림맹의 무림정의대주와 천하문의 소문주, 영웅성의 이인자인 대총사, 위지세가의 소가주가 주축이 되어 차세대 무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들의 회합을 가지는 것이라 하옵니다.”
왕진은 일단 지성룡에 관하여는 언급을 피하였다.
“내가 듣기에는 요사이 천하신존이라는 자가 강호무림에서 패자로 부상을 한다는데 이일과 그와는 어떤 관계이오?”
황제도 이미 상황을 들었기에 재차 궁금함을 물었다.
“물론 그자도 이일에 참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일의 주동이 된 인물들은 그자와 상당히 친분이 있는 자들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자가 주최한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황제는 왕진의 말에 이미 상황을 파악한 듯 하였다.
“내가 듣기에 조정에서 이일로 여러 가지 논의가 있다고 들었소. 왕제독과 이대장군, 지도독이 이렇게 온 것은 그 일에 대하여 상당한 교감을 이루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방안도 생각해 두었을 것이니 그 것을 말해보시오.”
황제의 말에 그들은 황제가 아는 것이 적지 않음을 알고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무림의 일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크게 간섭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일만을 문제삼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에서 대표를 파견하여 그들에게 조정에서 주시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가 되옵니다.”
“음, 그리하면 천하군웅대회를 조정에서 참관하러 간다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국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시는 이대장군과 동창의 제독태감 유희를 보내어 그들의 동태를 주시함이 좋을 듯하옵니다.”
왕진의 말에 황제를 비롯한 중신들의 표정에 놀람이 떠올랐다.
조정의 야대실력자가 이런 일에 합의를 하였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전에 천하신존이라는 자가 지도독의 지친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관계인가?”
황제는 결정을 하기전에 지청운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소신의 장형(長兄)이 전대 천하문주이고 현재는 그 장형의 아들이 문주로 있사옵니다. 천하신존은 그 문주의 셋째 아들이옵니다.”
지청운은 이해하기 싶도록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그 것은 천하문에서의 지청운의 위치와 지성룡의 위치를 모두 알 수 있는 설명이었다.
“음, 상당히 가까운 관계라 할 수가 있겠구려. 짐은 일부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하여는 그리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게 되는 것 또한 경계를 함이 마땅한 것이다. 이 일은 이노대장군과 유태감이 다녀와서 고변할 때까지 논의를 중지하기로 하겠다. 또한 당분간 지도독은 당분간 도독부를 떠나지 말 것이며 군령을 내리기 전에 왕제독을 통하여 짐에게 승인을 득한 연후에 모든 군무를 처리하도록 할 것을 명하노라.”
황제의 조치에 모두들 안도하는 빛과 긴장하는 빛이 동시에 교차를 하였다.
조치는 상당히 유화적이긴 하나 황제의 심중에 의구심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녀와서 조금만 이상하다고 보고를 한다면 무력을 동원하여 조치를 하겠다는 의중을 보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청운에게 내린 명령은 군권을 거의 박탈하는 조치나 다름이 없었다.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지청운을 제압하겠다는 말이었다.
“폐하의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지청운은 그렇게 복명을 함으로서 조치에 대하여 불만이 없음을 표시하였다. 지청운이 복명을 하자 다른 대신들이 뒤따라 황제의 조치에 대하여 복명을 하였다.
“음, 조정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다니.”
지유성은 지연룡에게 서찰을 건네었다. 그 서찰은 방금전에 황영지가 건네주고 간 것이었다.
지연룡은 서찰을 받아 보더니 얼굴빛이 달라졌다.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숙부의 처지가 거의 연금에 가까운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것은 황제와 조정에서 얼마나 이일을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지유성이 말한대로 조정에서 일이 잘못되면 문제는 심각하게 변하게 되는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래도 조정에서 참관을 하는 자를 보내기로 하였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일이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만일 이후에 역도로 몰아버린다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유성은 조정과 전쟁을 하는 사태를 생각하자 그 결과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일단 경계를 최대한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만일 조정에서 그런 조치를 내린다면 결국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지연룡은 대항을 말하였다. 감히 조정과 대항을 하려고 하는 마음을 먹는 자체가 역모에 준하는 것이었지만 지연룡은 쉽게 말을 하였다.
“조심하여야 한다. 추호라도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지는 말아라. 조정에서도 우리를 쉽게 역모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자칫 우리의 반격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그런 이야기가 강호에 퍼져나간다면 강호대계에 차질을 줄 수가 있다. 사실 이 것이 두려운 것이다.”
지유성의 말에 지연룡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조정에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가 강호인들이 우리를 꺼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을 조정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황제나 다른 대신들도 그런 결정을 함부로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잘 모르기에 황궁을 최대한 주시를 해야 한다. 혹시라도 천지문이나 만상문처럼 제일 먼저 성룡이를 제거할 수도 있으니 먼저 이러한 사정을 알려야 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일 것 같고 조정에서 참관한다는 것이 공표가 되면 수하들에게 이일을 알려 주의를 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자.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니 일단은 최대한 주의를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문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하여는 이야기를 해두고 집안 어른들에게도 알려 대비를 하도록 해야 하겠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도 이문제에 대하여는 충분한 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난감합니다.”
“일단 주의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구나. 아니다고 떠들거나 조정에 말하는 것은 오히려 의심만을 키우는 것이 될 것이니 모른 척 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리 알고 모두의 입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말씀은 다소 그들에게 과한 일이었습니다.”
청해선사는 회합이 끝나고 물러나서 무정선사에게 말을 하였다.
천수선사가 손님들과 이야기를 더하기에 둘만이 물러난 것이다.
무정선사도 자신이 더 있으면 그들 간에 이야기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들도 알아야 합니다. 천하문의 천하를 마고 싶은 것은 그들의 마음이나 현실마저 부정하는 것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현재 그들이 반대를 한다고 하여도 대세는 돌이킬 수가 없고 그들이 참여를 하지 않게된다면 오히려 천하문의 세상이 더 빨리오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무정의 말에 청해선사는 갑자기 무정선사가 상황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것은 다소 이상하기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하게하여 같이 간다면 어떨가 하는 것입니다. 등을 돌리고 반대를 하고 그러다가 쇠락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같이 공존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그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반대를 하고 참여를 하지 않고 편가르기를 한다면 그 것이 더 천하신존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대문파나 우리나 지금 상황에서 세상을 어떻게 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립을 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무정선사의 말에 청해선사는 가만히 듣기만 하였다.
“고립이 되면 결국 편가르기가 되고 그렇게 되면 서로 대립이 이루어 집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확연히 승패가 구분이 된다면 더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아예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 것은 더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하여 천하문이 욕심을 접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모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립을 원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상의 일에 나선다면 그들이 막을 명분이 없을 것입니다. 천하신존을 인정하는데 그들이 문제를 삼기에는 명분이 없을 것이 아니오?”
무정선사의 말에 청해선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불자가 세상의 일에 너무 많이 관여를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저 천하신존 시주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주면서 나중에 그른 길로 간다면 그 길을 바르게 인도할 마음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도를 닦건 도가에서 말하는 도를 닦건 모두가 세상을 평안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무릇 만화는 욕심에서 비롯될 것이니 그 욕심을 자제하고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데 힘서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천하신존 시주가 온다면 같이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바에 대하여 논하고자 합니다.”
무정선사의 말에 청해선사는 무정이 며칠간의 번뇌에서 벗어나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대문파에 대하여 그렇게 한 것이 그렇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선사께서 참으로 답답한 듯 하면서도 그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으셨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 불자 본연의 위치를 찾으셨다고 봅니다. 저도 선사처럼 세상에서 한발 물러나 불자의 자세를 견지하고자 하였습니다.”
무정선사의 말은 스스로의 다짐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실로 불자가 세속의 이권에 너무 연연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아예 담을 쌓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몰두하는 것도 불자의 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저 순리대로 번뇌가 오면 번뇌를 이기면 될 것을 피하거나 욕심을 좆아 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지성룡은 소림사가 있는 등봉현에 당도한 것은 팔파일방과 당가의 회합이 있기 하루전이었다. 당일 날 가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하루 전에 소림사로 올랐다.
처음과는 달리 그들에게 천하군웅대회에 대한 참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팔파일방의 인물들을 굳이 만날 생각도 없었다. 만난다고 하여도 우선은 무정선사에게 자신의 일에 나서서 일을 마무리 지어준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이번 일에 나서준 것에 대하여 감사의 말을 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굳이 그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림에 올랐을 때는 이미 오시가 훨씬 지나 신시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우선적으로 무정을 만나기를 청하였다. 청수선사를 먼저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 것에 굳이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정선사를 만나기를 청하였다.
“다시 이렇게 찾아온 것은 제 일로 대사님께 번거로움을 끼쳐드리고 변변히 인사도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오게 되었습니다.”
“그 일은 더이상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천하신존시주가 어찌 그일로 나에게 미안해 할 필요가 있는 것이오. 다 인연이 있고 지난 날의 업이 있기에 그러한 것을.”
무정선사의 표정을 본 지성룡은 흠칫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날의 무정선사의 기도와는 다른 허허로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것은 무정선사가 다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말하는 것도 예전의 세속적인 것에서 뭔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대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소생이 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홍진에 젖어 미몽에 휩싸여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허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천하 창생을 위하는 것의 으뜸은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입니다. 천하신존 시주나 나나 그런 것을 위해 나아간다면 그 것이 처한 자리는 달라도 종내는 한가지인 것을..”
“참으로 대사님의 말씀에 제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소생도 최근에 세상에서 부질없는 것이 욕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두면 될 것을 그저 무엇을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선재로다. 소승이 최근에야 번뇌를 조금 벗어났는데 오히려 시주가 도에 이른 것 같습니다. 천하창생의 복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하오시면 천하군웅대회도 그러한 일이실 것이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가 없소이다.”
무정선사는 은연중에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가진 의구심을 밖으로 내보였다.
“소생이 그 일을 추진하는 것은 천하제패를 하기보다는 향후 천하를 이끌어 가는 후기지수들과 이후의 천하를 이끌어갈 방도에 대하여 논하고 무도를 논하고자 함입니다. 또한 작은 욕심이 있다면 본문에 진정한 독문무공을 만들 기반을 다지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성룡이 독문무공이라고 말하자 무정선사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지성룡이 말하는 독문무공의 의미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독문무공을 하나 남기는 것은 무학의 대종사도 어려운 일이거늘 실로 시주의 바람이 순조로이 이루어 지기를 기원드리오이다. 나무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그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이오. 독문무공이 나무라면 그 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무정선사는 지성룡이 드디어 무학의 궁극에 다달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 것을 지성룡의 말에서 느낄 수가 있었고 느낌으로 다시 알 수가 있었다.
“소생이 생각하기에 그 뿌리는 천하를 위하는 마음이요 민초들을 평화롭고 살기좋게 만드는 협의심이 아닐까 하오이다. 그 것이 모두의 마음에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그 것은 한낱 범부의 칼 솜씨가 아닐까 하오이다.”
“실로 선재이로다. 드디어 천하문에 진정한 독문무공의 탄생이 멀지 않았음을 알겠소이다. 천하문의 그 독문무공이 천하를 향하여 빛을 뿌리기를 바라오이다.”
무정선사는 지성룡이 사대문파에서 생각하는 인물의 범주를 벗어난 것을 알았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을 초월하여 보다 더 큰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데 그들은 작은 것에 연연하여 부질없는 것을 논의하고 있었다.
“참으로 시주의 말을 들으니 세상에 홍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하문이 진정한 독문무공을 세우는 그날이 기대가 됩니다.”
“이제야 그 실마리를 잡은 것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진정한 무도의 경지에 들은 것을 어찌 경하해 마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입니까? 소승도 그 언저리에서 선사들이 말하는 것을 그저 귀동냥으로 들었을 뿐입니다. 도란 말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으니 그 도를 소승이 어찌 혜량하리오. 아미타불.”
무정선사의 말은 진실로 축하해주는 진정이 들어 있었다.
“그저 아직도 가르침이 짧아 그런 것만을 느낄 뿐이오이다. 무공을 닦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천하의 의를 구현하는 재목을 하나라도 기른다면 그 것이 바로 독문무공을 이루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신을 본문에서 기르도록 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성룡의 말은 궁극적인 지성룡의 목적을 말하고 있었다.
“시주의 그런 바람이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기원드리겠소이다. 소승이 이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실로 그간의 번뇌를 모두 날려버리는 귀중한 가르침이었소이다. 그렇기에 소승도 이번에 시주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위해 악양에 가기로 하였소이다.”
무정선사는 지성룡이 진심으로 천하제패에 대하여 초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감사하오이다. 그 전에 제가 이번에 큰일에 나서준 팔파일방의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하오니 그 분들을 뵐 수 있도록 인도를 부탁드립니다.”
지성룡은 자신이 무정선사와의 대화에서 마음 한구석에 들어 있던 미련을 떨칠 수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모든 것을 억지로 이루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을 바라보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하십시다. 속례는 속례이니 그들에게 감사를 전할 것은 전해야 마땅한 것이니 자 가십시다.”
무정은 그렇게 말하고 활기찬 걸음으로 앞장을 섰다.
지성룡도 그런 무정을 보자 실로 자유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또한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에서처럼 서로 마음이 맞는 친구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무정이 이끌고 간 것은 한 승방이었고 그 곳에서는 팔파일방과 사천당가가 모여 상견례를 하고 있었다.
지성룡이 들어와서 무정선사와 만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기에 그들은 지성룡의 출현에 그리 놀라지도 않았고 오히려 언제 오나 내심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지성룡은 그들 앞에 서서 저 번 만천대전에서 각파가 힘 써준 것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였다.
그들은 지성룡이 그렇게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안자 지성룡이 다음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성룡은 천하군웅대회에 대하여는 말이 없었다.
결국 지성룡이 말이 없자 어색해진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청수선사가 나섰다.
“이번에 천하군웅대회를 연다고 하였는데 시주가 아시는 바를 설명해 주십시오.”
명목상 이번 일의 주동자는 지성룡이 아니기에 청수선사는 조심스럽게 지성룡에게 물었다.
“소생이 생각하는 천하군웅대회는 향후의 천하를 이끌어갈 후기지수들이 서로 모여 교분을 나누면서 천하의 나아갈 바를 논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뜻이 맞는 청년무사들이 모이는 것이기에 무림맹의 일도 아니고 저랑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입니다.”
지성룡이 말을 하자 그들의 표정은 다소 화가 난 표정이 되고 말았다. 지성룡이 하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그들이 참여를 하건 안하건 강행하며 그 것이 크게 개의치 않는 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대범한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시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말이었다.
“소생은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이 모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 것은 모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을 하였다. 자칫 자신의 말이 참여하기 싫으면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아 약간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지성룡의 말 속에 들어 있는 어감을 모를리 없는 그들이었다.
지성룡이 이렇게 고자세를 취하자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지성룡이 천하군웅대회에 대하여 폄하를 해버렸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폄하를 하는 의도를 모르겠기에 그들은 의도가 잘 파악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저 뜻이 맞는 후기지수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아무리 말 한다 해도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이다.
지성룡이 아무리 아니라고 하여도 이번 군웅대회가 지성룡의 천하제패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그들로서는 지성룡이 이렇게 정의하는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저 단순한 친목이상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인데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일입니다. 단순한 친목모임이기에는 그 참여하는 면면이 너무나도 거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시주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미 천하인들은 시주가 천하제일인이 되는 자리로 보일 수밖에 없소이다.”
아미의 복룡대사가 마침내 천하제일인이라는 말을 언급하고 말았다. 차마 천하독패라는 말은 못하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복룡대사의 언급은 장내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성룡은 이런 언급이 나오자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에 논쟁을 피하고자 하였건만 오히려 먼저 그들이 이런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이다.
“음, 천하제일인이라? 그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무공이야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극의에 이르면 되는 것인데 그 자리에 사람이 모인다고 하여 갑자기 깨달음이 오는 것도 아닐 것인데 그 자리를 갖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이오? 또한 천하문에서 많은 사람이 비무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본문에서 그 동안 새로운 독문무공을 수련하였소이다. 그 것은 선보이고 천하의 기인이사들에게 평가를 받아 보려는 것이니 이 또한 문제가 아닐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의 표정은 일 순간에 굳어지고 말았다. 자신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무공은 노력하면 강해진다. 그 것을 무슨 이유로 막을 수 있느냐? 천하문이 독문무공을 이번에 만천하에 인증받고자 한다. 그 것이 너희들이 본문을 무시했던 이유인데 이번에 자신 있으면 와서 평가해보아라 그런 뜻이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이 당당하게 힘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자 그들의 얼굴에 노기가 피어오른 것이다. 지성룡이 그들을 무시하는 언동을 서슴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소리를 듣고 참석을 하지 않는다면 걸어온 싸움을 피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시주는 천하제일인이라 자부를 하시는 것이오?’
아미의 복룡대사는 자신의 말로 지성룡이 그들을 무시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고 생각하자 재차 지성룡에게 억지스러운 질문을 하였다.
지성룡은 아미의 복룡대사의 어조에 들어있는 적의를 느꼈다. 그렇기에 그 안에 들어 있는 함정을 간과하지 않았다.
“소생에게 그런 질문을 하시는 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지성룡은 오히려 더 공세적으로 밀어붙였다. 지성룡이 피하면서 역공을 하자 복룡대사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천하제일인이건 아니건 문제는 아니오. 하나 천하문에서 독문무공을 인증받는 이유는 무엇이오? 그 이유가 심히 궁금합니다.”
태청도장은 아미의 복룡대사가 말사움에서 지자 대화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독문무공의 인증에 대하여 논하였다. 지성룡은 태청도장이 나서는 의도를 알기에 신중하게 생각을 하였다.
“독문무공을 인증받는다는 것이 아니오이다. 무슨 인증이라는 것이오이까? 그저 본문에서 원하는 것은 그 무공을 평가받고자 한다는 것이오이다.”
지성룡이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그 표정에 그들은 지성룡이 말하는 의도를 알자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인증이라는 말 자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인증을 받겠다는 것임에도 인증이라는 말을 거부하는 것은 천하문의 무공이 그들의 무공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조에서 그렇게 할망정 또한 그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태청도장의 얼굴도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들의 표정을 보고 지성룡은 쐐기를 박아 버리는 말을 하였다.
“소생은 아직 무학에 대한 가르침이 얕아 감히 무학을 논하지는 못하지만 독문무공에 대하여는 한 말씀 드릴까 합니다. 독문무공이란 그 문파에서 가진 무공을 뜻하는 것이지만 그 요체는 무공을 닦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정에서 소를 잡는 백정도 그 칼질에 대한 독특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 다르다는 것은 무엇에서 기인을 하느냐? 소생의 생각에는 그 목적에 있다고 봅니다. 죽어가는 소의 고통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줄여주느냐 아니면 육질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기 위함이냐? 이런 목적으로 그 방법이 다른 것이라 봅니다. 그 본질적인 목적이 없이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진정한 다름이 아닌 것이라 생각을 하오이다. 무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와 협을 구현하고 악을 구축하기위한 방법으로 그 무학이 존재하며 문파 고유로 그 무공을 발전시킨다면 그 것은 독문무공이라 생각을 하오이다.”
잠시 말을 멈추고 지성룡은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협기가 사라지고 그 기술만이 남는다면 그 것이 독문무공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기에 독문무공을 누가 인증한다는 것은 하등의 의미가 없는 것이라 생각을 하오이다.”
지성룡의 말에 모두의 얼굴은 경악이 어렸다. 그 것은 바로 그들이 입문하여 선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런 가장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그 말이 지성룡에게서 나오자 그들은 경악을 한 것이다.
지금 지성룡이 말을 하는 것은 독문무공을 창안하였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인 말이었다. 은연중에 자신의 경지가 이런 것을 이해하는 경지가 되었다는 것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성룡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그저 들었기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것을 깨우쳤기에 하는 말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자신들의 선대 무학종사들만이 넘본 그런 경지를 지성룡이 도달한 것이다. 그 것을 그들은 느끼기에 심각한 표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선재로다. 아미타불”
무정은 그렇게 한마디 말을 하여 그들의 말을 막아버렸다. 지성룡이 말하는 것은 무학의 요체였다.
“의와 협을 구현하고 악을 구축한다. 무학을 닦는 목적이자 불도를 닦는 목적이 아니겠소이까? 참으로 시주가 그런 경지에 다다른 것을 경하하오이다. 이는 천하의 홍복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오이다.”
무정선사의 말은 장내의 모든 이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고 있었다. 자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을 떠나 무정선사는 지성룡을 인정하고 만 것이었다.
지성룡에게 유일한 적수로 평가되는 무정선사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세를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었다.
지성룡은 그들의 표정에서 자신이 그들의 폐부 깊은 곳을 자극한 것을 알았다. 그들이 말로 표하지 않는 자부심을 산산이 부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이 우월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성룡이 말을 해버림으로서 더 이상 자신들이 우월한 것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인 허탈감은 그들의 자신감을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고 더 이상 할말이 없게 마들어 버린 것이다.
지성룡은 소림사에서 나온 이후에 천하문에서 당도한 서찰을 보았다. 거기에는 조정의 움직임이 적혀있었다.
‘이런 것은 당연한 움직임이다.’
지성룡은 이런 움직임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오히려 이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더 위험한 일이다.’
지성룡은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정에서 강호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내가 천하제패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아는자들이라면 더욱 염려를 할 수밖에 없다. 무림제패이후에 할 일이란 황권을 넘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패기만만한 자라면 황권을 넘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지성룡은 내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자신에 대하여 끊임없는 의구심을 조정에서 보낼 것은 당연하였다.
‘시간을 두고 그런 의구심을 해소하여야 할 텐데 걱정이로다. 더구나 숙조부님이 이일로 어떤 화를 당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나서서 해명을 한들 믿어줄 것도 아니고 속수무책이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로다.’
황실의 움직임은 결국 구파일방에 알려질 것이고 그들은 이 것을 기회로 반격을 할 것이 틀림이 없었다. 이런 것은 그들에게는 기회일 것이 뻔하였다.
‘모든 것이 욕심일 수가 있다. 그저 순리에 맡겨 흐러가는대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지성룡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하여도 그저 지켜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아니라고 하여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데 정말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뭔가 가능성이 있기에 그러한 것이다. 아무런 가능성이 없다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인가? 그러나 다행히 아직 조정이나 관부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만일 관부가 동요를 한다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인가? 그렇기에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겠지.’
지성룡은 가볍게 생각을 하고 가능성을 일축하였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지금 정도에서 더 바랄 것은 없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일을 마치고 나서 다시 조용히 지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지성룡은 자신에 대한 조정의 경계심을 알게 되자 더욱 순리에 맡긴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이렇게 제가 세분을 뵙고자 한 것은 천하문의 일이나 다른 것이 아니라 세분과 개인적인 친교를 나누고자 함이오.”
지성룡은 당가 삼인을 보자 생각해둔대로 말을 하였다. 당한영과는 일차로 서로 비무를 해보았던 적이 있기에 당한영은 지성룡을 보고 껄끄러운 기색을 보였다.
“천하신존을 이렇게 만나니 참으로 영광이 아닐 수가 없소이다. 만나기를 원한다기에 이렇게 불원천리를 달려왔소이다. 오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당문성은 자신들을 보자고 한 것이 천하정세를 논하자는 것으로 알았는데 갑자기 친교라고 하자 다소 어이가 없었다. 멍한 기분에서 지성룡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보니 이 말속에 들어있는 의미가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조금 경솔한 판단을 할 뻔 하였다는 것을 알자 다시 생각을 바구면서 최대한 지성룡에게 호의적인 대답을 하였다.
“당가의 소가주님을 뵈니 영광입니다. 독을 다룸에 있어 천하일절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니오이다. 독은 만독불침의 경지에 이른 천하신존이 더 조예가 깊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저는 조족지혈일 것입니다.”
둘은 서로 한마디씩 상대에 대한 찬사를 보내어 서로 호의를 표하였다.
“자, 이렇게 있기보다는 안으로 드십시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러십시다.”
그들이 만나는 곳은 천하문의 지단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고 지성룡은 그들을 안으로 이글었다. 그들의 만남은 천하의 비밀이 아니기에 굳이 은밀히 만나기보다는 공개적으로 만난 것이었다. 곧 위지강천도 볼일을 보고 합류하였다.
“내가 이렇게 뵙고자 한 것은 저에게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하여 세분과 진정한 친교를 갖고자 함입니다.”
지성룡이 다시 개인적인 친교를 강조하자 당문성의 뇌리에는 강한 의구심이 뭉클 피어올랐다. 공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 사람들의 만남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가 있지만 그 관계라고 생각하는 만남에서 친교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다른 듯이 있었다.
공적인 관게에서 다시 친교를 나누는 것을 말함은 흔히 세간에서 말하는 야합이나 결탁을 의미하는 그런 관계를 청하는 것이었다. 흔히 음모를 같이하자는 청이었다.
“세분이 생각하기에 천하문웅대회를 어덯게 생각하시오?”
“심히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천하제패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소이다.”
당문성은 지성룡에게 솔직하게 말을 하였다. 지성룡과 굳이 서로 밀고 당기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형의 생각이시오?”
“그렇소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이를 든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경향이 있소이다.”
지성룡은 당문성이 그렇게 솔직하게 말을 하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은 당가의 다른 두명이나 위지강천도 의외였다. 당문성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잘 보셨습니다. 그런 의도로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소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천하군웅대회는 그런 것이 아니오이다. 천하를 짊어지고 나갈 후기지수들이 한자리에 만나 친교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근본적인 생각이외다. 천하제패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천하를 제패한다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이고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를 못합니다.”
지성룡이 그렇게 말하자 위지강천마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사이에 지성룡이 다른 소리를 하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이 생각하는 천하군웅대회는 분명 천하제패를 선언하기위한 요식행위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단언하듯이 말하는 것은 지성룡으로서는 실로 의외의 행동이었다. 천하제패를 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것도 가장 천하제패의 걸림돌이 될 당가의 차기 주인들 앞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하제패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번 본문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독문무공에 대하여 평가를 천하무림인들앞에서 받아보고 싶은 욕망은 가지고 있소이다. 감히 새파랗게 어린 사람이 독문무공을 논하는 것은 무학의 선배들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감히 생각은 하고 있소이다.”
지성룡의 선언에 당문성이나 다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말그대로 천하제패보다 더한 것을 지성룡이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은 지성룡이 노리는 것이 천하제패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독문무공의 인증을 받는 것은 천하문이 가진 한계를 완전히 벗어 던지겠다는 의지였다. 어찌 보면 천하제패는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고 독문무공을 획득하는 것이 천하제패라고 할 수도 있었다.
단지 의도하는 것이 강호독패를 의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적인 선언이었다.
“실로 그 숙원이 달성되기를 기원해 마지 않습니다. 이번 군웅대회가 기대가 됩니다.”
당문성은 그리 답하였다. 당가삼인이나 위지강천으로서는 지성룡이 천하독패를 포기한 것에 안도를 하면서도 또한 독문무공이라는 것을 표하자 걱정이 되었다.
천하문의 독문무공이 어떠한 것인지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천하제패라는 것에 가려져 있지만 독문무공은 천하문의 또 다른 숙원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 숙원을 천하제패보다 앞에 내세우는 것은 이후 강호무림에 대한 천하문의 행보를 짐작케하는 것이었다.
“그 것은 본문의 작은 바람이자 저의 바람이니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그보다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것은 이번 군웅대회에서 무엇을 논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외다.”
지성룡은 민감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막기위해 자신이 말한 독문무공의 의미를 낮추면서 다른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글쎄 말 그대로 그저 친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겠소이까? 그간 만천대전에서 청년들이 모이기는 하였으니 그 자리는 친교의 자리가 아니었기에 자유롭지 못하였소이다.”
당한영이 그렇게 말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지성룡의 의도를 비웃는 듯한 의도가 들어있는 것을 지성룡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니 그런 것 같소이다.”
그렇게 지성룡이 말을 하였지만 당한영의 말이 던지는 여운은 입맛이 썼다. 그렇다고 스스로 한 말을 뒤집을 수가 없기에 마지못해 동조를 하였다.
지성룡이 이런 반응을 보이자 당한영은 아차 싶었으나 이미 어쩔 수가 없기에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자리에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주제가 정해지고 이야기가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같이 치뤄질 비무에 관심이 가게 되면 대부분은 비무의 결과에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위지강천은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하는 것을 알자 말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일반 무사들이야 비무에서 누가 우승하는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한데 천하신존은 비무에 안나간다고 들었습니다.”
당한권은 당한영과 지성룡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렇게 말하였다.
“당연한 것이지요. 사실 위지형 같은 경우 후기지수의 선두를 다투는데 오년전에 이미 결과가 났습니다. 그런 마당에 천하신존께서 나간다면 누가 나오겟습니까?”
당문성이 그렇게 말하였다. 그 말은 위지강천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는 것이었지만 그 것은 반론할 여지가 없는 일이라 위지강천은 당문성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하, 당형이 나를 후기지수의 선두라고 말해주니 고맙소이다. 그렇지요. 천하신존이 나온다면 누가 나와 같이 실력을 겨루겠습니까? 한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나 나는 한번 이번에 나가서 우승을 다투어 보고 싶소이다. 그런 연후에 기회가 된다면 천하신존과 다시 자웅울 겨루어 볼 생각입니다.”
위지강천이 자신의 참석을 공식화하였다.
“아, 위지형이 나간다면 결국 우리들도 나서야 하겠지요. 십년전의 패배를 다시 설욕해야 하겠소이다.”
당문성도 출전을 선언하였다.
천하제삼인을 향한 도전을 선언한 것이었다. 또한 지성룡이 원하는 것이 그들이 나와 천하문의 후기지수들과 승부를 내는 것이라는 것을 위지강천의 말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일단 승부는 군웅대회에서 내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모두 거나하게 한잔 취해봅시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여 그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자 한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멀리서 왔더니 목이 출출합니다.”
당문성이 호응을 하였다. 만나기 전에야 서로 흉중의 복잡한 계산을 하지만 만나자 그런 것을 잊고 금방 친해질 수가 있었다.
당한영으로서는 다행히 자신으로 인한 분위기의 냉각이 해소되었지만 얼굴에 그늘을 쉽게 지우지 못하였다.
말을 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는 당한영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지성룡과 무정선사가 나가자 모두의 얼굴에 드러나 의구심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지성룡이 천하제패를 선언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천하문이 천하제패가 아닌 독문무공을 인증받고자 한다는 것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을 표하는 것이나 더 우려가 됩니다.”
태청도장은 지성룡이 천하제패를 포기하였다고 생각이 들지않아 그렇게 운을 떼었다.
“천하제패의 걸림돌이 되는 독문무공을 확실하게 먼저 인증받아 천하에 그 무력을 과시한다는 것이오이다. 이는 서둘러 일을 추진하기보다 신중하게 완벽한 천하제패를 이루겠다는 의도입니다.”
지성룡이 나가자 한동안의 침묵을지키며 생각한 것을 말하였다.
태청도장이 말한 것은 모두가 그렇게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천수선사나 청해선사는 그들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소승의 생각에는 그런 의도보다는 그저 천하제패에 연연하지를 않는다고 파악이 되었소이다. 독문무공의 인증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한다는 것으로 보이오이다. 그 것을 그리 걱정한다면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청해선사의 말에 그들은 못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천하문은 이미 천하제일세가 되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천하를 더 석권한들 실익이 없소이다. 반발만 커지고 견제만 커지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지금의 상태에서 제 세력과 공존을 도모하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청수선사는 그들이 한심하여 청해선사의 말을 동조하면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기에 소림은 무정사숙과 청해선사를 필두로하여 오십여명의 청년승을 보내어 군웅대회에 참여를 할 것이외다.”
그들이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자 청수선사는 참여를 선언하였다.
무정이 지성룡과의 대립보다는 공존을 선호하는 이상 더 이상 대립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성룡의 경지가 이미 독문무공을 창안하는 대종사의 경지에 이른 것을 확인한 이상 대립은 아무 실익이 없는 것이었다. 이미 독문무공이 인증의 단계가 아닌 실제의 단게로 들어선 이상 더 이상 반대는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저 현실로 인식하면서 공존과 경쟁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니 우리 무당도 오십여명의 후기지수를 참여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선언을 하고 나자 더 이상의 말이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말았다.
“그가 스스로 천하독패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림에서 천하문이나 그와 관련된 세력이 다른 세력과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가 있는 조짐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가 천하제패를 생각한다면 이런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속에서 그를 의심하여 자극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는 아닐 것이오.”
청수선사는 방향이 정해진 마당에 더 이상의 분란을 피하고자 정리하듯이 말을 하였다.
이런 자리를 길게 가지는 것은 자칫 새로운 불화를 만들 소지가 있는 것이다. 뭔가 미진하지만 미진한 것을 파고들어서 좋은 결과가 없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