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47
42. 독문무공(하)
천하 군웅대회가 끝나자 모두는 다시 자기의 자리를 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대회를 주관하였던 자들에게는 모든 것을 정리
하여야 하는 문제를 남겨두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군웅대회 비무대회의 결말은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 것은 모두를 하루나 이틀을 더 악양에서 머물게 하였다.
어부지리 같은 화산 도옥도장의 우승은 모든 사람의 뇌리에 개운
치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꼭 한 가지를 하지 않은 것처럼 돌아서기 아쉽게 하였다.
그런 것 때문에 무림군웅대회는 끝났는데도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훌쩍 악양에서 모두 떠나지 못하고 아쉬움 때문에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은 바로 구파일방의 새로운 회동체인 십정회의 탄생과 해
체된 군웅회의 재결성이라는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어찌 보면 이번 군웅대회의 결과로 인하여 생겨난 것인지도 몰랐
다.
언뜻 보면 지성룡에게 대립되는 원하지 않았던 조직이 생겨난 것
이다. 그 것은 겉으로 보기에 지성룡이 천하제패를 하려고 하다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낭패를 당한 것으로 보여지는 일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쑥덕거리고 있었다.
“구파일방의 수뇌들이 소승에게 십정회를 결성하였으면 하는 뜻
을 피력하였소이다.”
무정선사는 비무대회가 끝난 날 밤에 전격적으로 지성룡을 방문
하였다.
무정선사는 지성룡이 천하제패를 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에 그렇
게 대항하는 느낌을 주는 세력을 만드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구파일방의 위축이 가져올 문제를 생각하면 그저 좌시할
수만은 없었다. 지성룡에 대항할 뜻은 없지만 위축은 바람직하
지 않은 것이다.
청해선사의 간곡한 부탁은 십정회를 결성하는 것에 대하여 긍정
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무림맹에서 입지가 완전히 상실해 버린 구파일방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뭔가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문제는 삼일 전부터 암중에 대두가 된 일이었고 무정선사는
결국 그 일에 찬동을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움직임 자체가 무림맹을 무력화 시킬 소
지가 있는 일이기에 무림맹의 양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천하 무림과 상권을 주도하고 있는 천하문의 입장에서 보면
반대의 행동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가 조성될 수도 있었
다. 결국 그 일을 해결하기위해 실질적으로 무림맹과 천하문을
움직이는 지성룡을 방문하여 양해를 구하기로 한 것이다.
지성룡은 무정선사의 말에 가만히 무정선사를 응시하였다.
다른 사람에게서 약간의 언질은 받았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통
보를 해올 것은 예상하지 못한 지성룡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움직임을 가로막을 이유가 없다고 결심한 지
성룡이었다.
오히려 이런 일에 무정선사가 참여한다는 것을 다행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무정선사가 있는 상황에서 지성룡에게 대립을 하는 방향으로 움
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파일방은 오래 전부터 한 식구처럼 같이 지내오지 않았습니
까? 그런 상황에서 십정회라는 이름으로 모인다고 하여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런 일이 있다면 좋은 일이 아
닙니까? 제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축하한다는 뜻을 전해
주십시오.”
지성룡은 용인하기로 한 이상 굳이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
아 그렇게 답하였다. 엄밀히 지성룡이 허락을 한다는 말을 할 사
안이 아닌 그들의 문제였다. 단지 그 것이 기분에 거슬린다면 지
성룡과 천하문을 비롯한 그와 연관있는 세력이 말없이 응분의 조
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실 무정선사가 이렇게 온 것은 그 것이 두렵기에 지성룡의 의
중을 확인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힘이 있기에 양해를 구하러 온 것이다.
만일 다른 사람이 와서 이런 말을 한다면 그 것은 똑 같은 반응을
보여도 대외적인 말과 행동이 다를 수가 있는 일이고 믿을 수 없는
것이기에 구파일방은 무정선사를 방패막이로 보낸 것이다. 그 것
을 모두는 알고 있는 것이다.
지성룡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무정선사는 한동안 생각을 하였다.
‘참으로 천하신존은 치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구나. 특별히 달
라질 것이 없다는 말로서 일침을 가하는 구나.’
무정선사도 그간 상당히 세속의 말에 대하여 익숙하여 졌기에 지
성룡의 말을 그저 생각없이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달라질 것이
없다는 말로서 달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단서를 달고 있다
고 파악을 한 것이다.
“그저 최근에 너무 위축이 되었기에 활기를 넣고자 함입니다. 그
런 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일 것이오.”
무정선사의 대응에 지성룡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산사에서 수도
를 하던 승려가 어느새 세속의 일에 능숙한 수완가가 된 것이다. 그
것을 느끼자 많이 변하였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그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요 어찌 되었건 듣지 않았다면 모르되
들었으니 소생이 도와야 할 것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소생이 힘닿는 것이라면 기꺼이 해드리겠습니다.”
지성룡은 무정선사의 우려 섞인 반응을 모른척하면서 호의로 재
차 답변을 하였다.
“시주의 그런 뜻을 모두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정선사의 능수능란한 처신을 보면서 지성룡은 내심으로 미소
를 지었다.
“십정회를 출범시키기로 하였다면 우리도 군웅회를 다시 모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모처럼 기존의 군웅회는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자리를 가지고 있
었다.
그 중에 핵심은 따로 별도의 자리를 다른 방에서 가지고 있었다.
사마웅휘는 구파일방이 십정회를 결성하기로 하여 무정선사가
지성룡을 만나러 갔다는 보고를 듣자 그 소식을 전하면서 군웅회
재기를 말하였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위지강천은 당가의 세 사람을 보면서 의향을 물었다.
“그렇게 하세. 그러나 군웅회에 이번에 천하문의 사람들을 참여
시키는 것이 어떤가?’
당문성은 그렇게 위지강천에게 역으로 제안을 하였다.
“좋지 않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있을 수가 있네. 천하문과 관련
있는 사람을 모두 제외시키는 것은 옳지 않으나 천하문 오대가문의
인물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네.”
위지강천은 그렇게 의견을 피력하였다.
위지강천은 부상을 당하여 누워있는 지연룡을 병 문안하러 갔었
고 거기서 이미 기본적인 내용이 결정되었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지연룡은 내상을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그 자리에는 지장룡과
용소명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네 사람의 회동이 이루어 지게 되었다.
자연히 군웅대회의 결과에 대하여 정리하는 대화를 하게 되었고
구파일방이 십정회를 형성한다는 것에 대한 것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결정된 것이 십정회의 성립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용소명은 위지강천에게 군웅회의 재결성을 조
심스럽게 타진하였다.
위지강천은 군웅회에 그들 세 사람도 참여를 요청하였지만 세 사
람들은 한결같이 조정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볼 때 그들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대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외부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
을 대신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사실이 있기에 위지강천은 그들이 천하문도 영입하자는 의
견을 내자 그런 말이 도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위지강천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사
마웅휘가 위지강천에게 동조를 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조정에서 사람까지 온 상황에서
그들의 입장은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니..”
당문성도 그렇게 찬성을 하였다.
“그러면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도록 하
세. 결국 천하문을 가운데 두고 군웅회와 십정회가 대치하는 삼
정지세를 형성하는 것인가?”
사마웅휘는 위지강천에게 일어서려다 말고 재차 물었다.
모두는 일어나려다가 사마웅휘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겉보기에는 그러하나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네. 단지 서로가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는 길이 될 것이네. 천하문으로서는 차라리
이런 형세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네.”
위지강천은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군웅회를 결성하여 천하문과 대립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하문을 대하는 그들의 입
장을 정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정하지 않고서 군웅회의 재결합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
한 것이었다.
“일단 이미 전에 이야기한 것도 있으니 그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추진하세.”
위지강천은 자신의 처지가 애매하기에 그런 식으로 말을 정리하
였다.
“음, 그러면 십정회 이야기를 먼저 흘리고 자연스럽게 유도를 하
세.”
사마웅휘는 그렇게 말하여 천하문에 대항한다는 것을 희석시키
자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일단 십정회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만들
어서 천하문에게 대항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를 줄이자는 의견이었다.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천하문을 견제하고 싶은 생각이 간
절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것을 말할 상황이 아니기에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었다.
용소명은 무정선사가 떠나자 지성룡의 처소에 들어 왔다.
“결국 십정회와 군웅회라는 세력이 형성되어 천하가 겉보기에 삼
정지세로 흘러갈 것입니다.”
용소명은 자리에 앉으면 지성룡에게 상황을 말하였다.
“이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네. 그들과 공존을 모색해 보
는 것이 좋을 것이네.”
지성룡은 용소명에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말을 하였
다.
“결국 천하를 쥐기 일보직전에서 다시 되돌려 버리게 되었습니
다. 그 것이 순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습
니다.”
용소명은 솔직하게 말하였다.
그 일에 한 축을 담당하여 가장 많이 동분서주한 사람이 용소명
이었다.
지성룡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한족에 놓여진 술병에서
술을 한잔 가득 따랐다.
그리고 다시 한잔을 따랐다. 가득 따라서 용소명의 앞에 내밀었
다.
“요즘 범사에 하나하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곤 하네. 이 잔에 찬
술이 바로 내가 가진 천하일세. 나는 이 술잔이지. 결국 내 그릇의
크기는 지금이 전부일세.”
지성룡은 용소명에게 그렇게 말하고 술잔을 들에 술을 마셨다.
“한데 말이야 이 술을 이렇게 마시고 나면 다시 잔을 채울 수가
있네. 세상일도 채우면 비워야 하네. 그저 욕심대로 채워놓는다고
능사는 아닐세. 지금은 비워야 할 때인 것이지. 천하 군웅대회는
이 채워진 잔을 비우는 자리일세. 나는 돌아가서 빈잔을 다시 가
득 채울 것일세.”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자네도 이번에 많이 비우고 가게. 그래야 가서 채울 것이 있을
것이네. 이제 자네 나이도 스물 다섯이 되어가네. 그 나이에 자네
만큼 하는 사람도 드물지. 결국 자네도 뭔가 비워야 할 것이 있다
는 것일세. 그렇다면 자네도 지금 모조리 비우고 다시 채우게.”
용소명은 지성룡의 말에 조용히 묵상에 잠기고 있었다.
“자네는 참으로 특이한 친구일세. 오히려 나보다 더 나은 면이 많
이 있는 사람이지. 스스로 비우고 더 발전을 하게. 내가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것뿐이네.”
용소명은 지성룡의 말에 말없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 것은 다시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을 형님에게 듣게 되니 느낌이 새삼스럽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지성룡이 지금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자네의 눈빛을 보니 내가 벌써 천하의 주인이 된 것처럼 자만하
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군.”
지성룡은 용소명에게 직접 물었다. 용소명은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기에 말이 없었다.
“누구보다도 구파일방이나 군웅회의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네. 마
음은 욕심을 버리려고 하지만 버리지 못하고 있네. 당장 돌아간
다면 천하군단을 개편하여 재차 무공을 새롭게 전수하고 천하문의
핵심들을 더 연무에 열중하도록 하라고 할 것이네. 아직 내가 없
는 천하문은 천하를 지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천하군웅대회에
서 절실히 깨달았네.”
지성룡의 말에 용소명은 자신의 걱정이 기우임을 알았다. 말은
비운다고 하였지만 다시 더큰 천하제패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
였다.
“나는 솔직하게 형님이 우승하기를 원하였네. 그러나 그 것은 아
직 역부족이었네.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것이 증명이
된 것일세. 구파일방을 비롯한 천하무림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
는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였네. 이번 비무에 나온 그들이 구파일
방의 전부는 아닐세. 그들 뒤에는 이 시간에도 심산유곡에 묻혀 밤
낮을 잊고 무학을 수련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네. 그런 상황
에서 표면에 나서 있는 몇몇 인물도 완벽히 제압하지 못하는 상
황에서 천하제패는 그저 허상일 것이네.”
지성룡은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면서 말하였다.
“지금의 상태에서 천하를 제패한다고 하여도 의미가 없네. 그렇
게 되면 나만 힘이 들어지고 결국 내가 없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이네. 그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용소명은 말없이 빈잔에 술을 채웠다.
“돌아가서 다시 준비를 할 것이네. 자네도 그렇게 하게.”
지성룡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하고 있었다. 허한 듯한 기도가
어느새 다시 굳건한 기세로 변화되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만족하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용소명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잔을 비웠다.
“훗날 자네의 후손들과 천하문의 후손이 천하의 주인 자리를 놓
고 겨루는 시대가 올 것도 같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면서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세. 천하는 누구도 주인이 될 수는
없네. 한때 주인 같지만 세월이 흘러가면 자신은 세상을 한때 살
다가는 손님인 것이지.”
지성룡은 자신의 허탈한 소회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용소명에게
펴보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준비했던 천하제패를 접어야
하는 아귀운 마음을 무의식중에 토로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일단 영웅성으로 같이 갈 것이니 그리 알고 준비를 해주게.
영웅성에 가서 성주를 데리고 개봉에 갈 것이네. 당분간, 아니 어
쩌면 긴 시간동안 자네가 영웅성을 지켜야 할 것이네.”
“알겠습니다. 걱정 하지 마십시오.”
용소명은 지성룡이 생각하는 것을 짐작하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이단현은 십정회와 군웅회라는 조직이 하룻밤사이에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 어이가 없어 유회를 물끄러미 보았다.
유회는 이삼일간 진통을 겪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복을 하였다.
그런 유회는 평상심을 회복한 듯 보였다.
“일단 황상폐하께 모든 것을 고하여야 할 것이니 자세히 알아보
게.”
이단현이 말하는 자세한 것은 이일에 대한 지성룡의 개입여부였
다.
그때 초윤이 이단현을 보았다.
“자네가 아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게.”
이단현은 초윤에게 물었다.
“상황은 이러합니다. 어제 비무가 끝난 이후에 구파일방이 회동
을 하였고 구파일방의 부흥을 위하여 십정맹을 만들어 협력을 도
모하고 각종 비무나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무공을 높이는 방안
을 당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회주로 소림의 무정선사
가 만장일치로 추대가 되었습니다.”
초윤의 보고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내용이지만 뭔가 꺼림찍하
였다.
“한데 구파일방의 회동이 있기 전에 무정선사가 천하신존을 방문
하여 한동안 독대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초윤의 말에 이단현과 유회는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말
이 의미하는 바를 반추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단현은 유회에게 물었다.
“별 내용이 있겠습니까? 십정맹을 만들겠으니 그렇게 알고 양해
를 하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입니다.”
유회의 말에 이단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십정맹의 태동은 구파일방의 반격의 시작인데 천하신존이
양해를 할리가 없습니다.”
초윤이 유회의 의견에 반대를 하였다.
“공존을 선택한 것이니 걱정이 없네.”
이단현은 그렇게 초윤의 말을 일축하였다. 대립하더라도 서로 공
존을 해야한다면 그런 일은 가능하다는 것을 이단현은 알기 때문
이었다.
‘군웅회도 십정회가 결성되어 천하문과 십정회의 양대구도로 가
는 것을 막으려는 각 세가의 산물이겠군. 또한 천하문으로서도
십정회만이 존재하는 것은 직접적인 대립관계가 되어 부담스러울
것이기에 부추겼을 것이다.’
이단현은 노회한 정치가답게 그렇게 분석을 하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였어도 말없이 한동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하신존의 천하제패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반대가 될
두개의 세력의 결집이라?
이단현의 모호한 화두에 유회는 닫았던 입을 열었다.
“두 세력이 생기는 것은 천하신존의 용인 하에 이루어진 것이 분
명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천하신존은 천하제패를 표면상으로나마
포기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유회의 주장은 평상시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기에 이단현이나 초
윤은 유회를 보았다.
평상시의 유회라면 자신들의 의혹을 회피하기위해 간교한 분산
지계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옳았다. 그와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기에 두 사람의 얼굴에는 의혹의 빛이 어렸다. 그러나 그 것
은 순식간에 얼굴에서 사라져갔다.
“그들의 움직임까지 보고를 한다면 훨씬 더 우려하는 마음도 사
라질 것일세.”
이단현은 유회가 그렇게 말하였기에 그 내용까지 보고하기로 마
음을 굳혔다.
군웅대회가 끝난지 삼개월이 지났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군웅대회도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
렸다.
위지강천은 군웅대회가 끝나자 천하군단의 부군단주의 직책을
그만두고 위지세가로 돌아갔다. 언젠가는 돌아갈 것이 예상되는
일이었기에 그를 보내주었다.
지성룡의 생활은 돌아온 이후에 많이 바뀌었다. 천하군단의 일은
새로 부군단주로 승진한 양만리가 주로 관장하게 되었다.
지성룡은 돌아와서 말없이 천하관에 들어 앉았다.
그런 연후에 천하군단에 매월 백명의 무사를 새로이 들여 보내라
는 지시를 하였다.
그런 후에 천하관의 관도를 가르치는 총교두가 되어 매일을 보내
고 있었다.
“무학을 수련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지성룡은 열두살 정도의 생도들에게 물었다. 그의 앞에는 삼십여
명의 천하문 생도가 모여 있었다.
“네가 답을 하여라.”
한 아이에게 질문을 하였다. 지성룡은 애들의 기본을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무학을 배우는 것은 의와 협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의와 협이란 무엇인가?”
“의란 옳은 것을 말하며 협이라 어려운 사람을 측은히 여기고 돌
보고자 하며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것입니다.”
지성룡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학을 수련하는 본질적인
이유였다.
“그러하다. 칼은 그저 칼인데 그 칼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중요
하다. 그 칼을 잘쓰면 바로 세상을 구하는 검이 될 것이고 만일
자신의 욕심을 챙기고 나쁜 일에 쓴다면 그 것은 위험한 흉기가 될
것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여 아이들에게 무공의 사용에 대하여 주의
할 것을 말하여 주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지성룡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지금
도 대부분 그러하였다.
그러나 매번 그런 것을 말하자 이제는 당연히 그러하나 보다 생
각하게 되었다.
그 것은 지성룡이 느낀 생각이 있기에 그렇게 중점적으로 그 부
분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지성룡은 무학의 수련에서 나중에 가면 상승의 무공을 익히는 것
은 깨달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깨달음은 바로 순한 본성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릴적에 순한 본성을 올바르게 잡아주어야 나중에 대
성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천하제일세가 된 천하문의 문도들이 무력의 사용을 절제하
지 못한다면 이후에 천하문의 천하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고 말
것이었다.
그저 인간적인 유대감과 규제로 통제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것은 어릴적부터 무학에 대한 통찰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성룡은 아이들에게 한참동안 정신을 일깨우는 교육을 하고 자
신이 터득한 외공을 전수하기 시작하였다.
“너희들의 신체는 무학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부실하면 제대
로 안에 담을 수가 없다.”
지성룡은 아이들에게 외공을 단련시키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와서 외공을 닦는 시간을
만들었다. 지금가지 외공은 처음 무학에 입문할 때 권장지공을
익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것을 지성룡이 하루에 한시진씩
전생도들에게 익히도록 의무화를 시켜버린 것이다.
외공은 순수한 인간의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기에 결국 모든 생도
들이 힘들어 하였다. 그렇기에 가장 힘든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힘이 들지만 차츰 나이가 많은 생도들은 그
것이 얼마나 귀중한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작 한달이
지났지만 열다섯살 이상 먹은 생도들은 외공을 익히는 것이 무학
수련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었다.
변변한 외공이 없던 천하문에서 이런 외공을 익히는 것은 중요한
것이었다.
외공은 서책으로 일러주기가 어려운 면이 많았다. 그렇기에 하나
하나 시범을 보이고 직접 하게 만들어 지도를 해주어야 하였다.
그런 과정을 다 겪은 이후에 서적으로 남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지성룡이 시키는 것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지성룡의 명성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믿음을 준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지성룡은 천하제일인이었고 그렇기에 지성룡
이 가르쳐주는 것만 다 한다면 천하제일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
었다. 그 것은 은연중에 다른 교관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들은 그렇게 믿고 열성적으로 임하는 것이었다.
‘이제 외공의 절반을 전수하였다. 외공은 아직 책으로 정리를 하
지 못하였다. 이렇게 가르쳐주다 보니 보다 명확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전수가 끝난후에 책으로 정리를
하여야 하겠다.’
지성룡은 아이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언뜻 그런 생각을 하였
다.
영소혜도 같이 와 있기에 지성룡은 매일 일정한 시각이 되면 집
으로 돌아왔다.
영소혜는 아이를 데리고 지성룡을 따라왔다. 영웅성의 대소사는
아예 용소명에게 맡겨버렸다.
식사를 마치고 황영지와 영소혜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갈
휘미가 차반을 들고 들어왔다.
제갈휘미는 모두에게 찻잔을 돌리고 주전자를 들어 찻물을 따랐
다.
그런 다음 자리에 앉았다.
“이제 상공이 온지 한 달이 되었고 이제 제갈동생의 문제도 해결
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황영지는 말을 꺼내었다.
“알겠소.”
“일을 번거롭게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으니 본가의 법도
대로 약식으로 처리를 하도록 하지요.”
황영지의 말에 지성룡은 가만히 있었다.
“삼일 후에 모든 것은 처리를 할 것이니 그리 아시고 그날 시간을
비워두세요. 모든 준비는 제가 준비를 하겠습니다.”
황영지의 말은 결정을 하였으니 따르라는 명령에 가까운 말이었
다.
지성룡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여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하였다.
제갈휘미는 무림맹주인 제갈중명의 딸이니 정식혼례를 치루어야
하나 그 것이 천하인들의 이목을 끄는 일이라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합방한 두 사람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황영지는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일단 혼례를 치루고 맹주님 내외분은 한번 모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황영지의 말은 제갈중명을 무시하는 것이나 그렇다고 오랫동안
두는 것도 옳지 않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말이 다소나마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고 무
례한 일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거처는 내가 생각하였는데 나랑 같이 지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영소혜는 그렇게 말하였다. 영소혜는 아예 개봉 인근에서 사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문산 아래에 장원하나를 새로 축조
하고 있었다.
황영지와 영소혜는 그런 이야기를 서로 합의하였고 제갈휘미를
그곳에 두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하였으니 앞으로 그렇게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
도록 하기 바란다.”
황영지의 말은 어떤 반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독문무공 – 독문무공(하)(2)-완결
“음, 이번에 사직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오?”
지청운은 천하군웅대회가 벌어진지 세 달이 지난 후에 사직을 결
심하고 일단 이단현에게 겨심을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아무리 내가 떳떳하나 현재의 상황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일이 생겼을 때에 그만 두었어야 하는 것이 옳으나 그
때에 물러나기에는 오히려 더 일을 키우기에 자중하였습니다.”
지청운의 말에 이단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주름진 노안은 깊
게 생각하는 것이 역력하였다.
“그렇게 하겠다니 말리기는 어려운 것 같소이다. 일단 내가 왕제
독을 만나 의사를 타진한 연후에 날을 잡아 같이 입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오.”
이단현은 지청운이 떠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알기에 만류하지 못
하였다. 오래 있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을 초래
하는 일이었다. 지금 떠나지 못하면 나중에는 생명마저 위급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지청운에게 쏠린 의혹의 눈길은 지금의 상황에서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그마한 트집을 잡히기만 하여도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이다.
결국 목숨마저도 부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이
다. 지금이 물러나기에 가장 적당한 시점이었다.
잡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였고 결국 나중에 이단현에게도 부담스
러운 선택을 하게 만들 수가 있는 일이었다.
정치라는 것이 피도 문물도 없이 매정한 것이다. 나올 때와 물러
갈 때가 정확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적거리는 것은 패가
망신을 하기 쉬웠다.
그 것은 본인도 불행한 일이지만 주변까지도 불행하게 만들어 버
리는 것이다.
“이렇게 물러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그동안 많은 호의
를 보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지청운은 이단현에게 그간의 일을 사례하였다.
“물러나서 개봉으로 갈 것이오?”
이단현은 궁금하여 물었다.
“개봉으로 내려는 갈 것이나 어디에 거처를 정할지는 아직 결정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 개봉 부중보다는 인근의 마을로 가서 조
용히 지낼까 합니다.”
지청운이 이후의 행보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답
을 하였다.
“한동안은 진짜로 낙향하였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오.
자칫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낙향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일이오.”
이단현은 그렇게 말하였다. 자칫 물러가다가 발목을 붙잡혀 화를
부르는 수가 있었다.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었다.
이단현은 그렇게 지청운에게 확실한 처신을 당부하였다.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물러날 이유가 없
는 것입니다. 조용히 여생을 마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을 것
입니다.”
지청운의 말에 이단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성룡은 천하관에 있었다.
“무슨 일인가?”
조금은 빠르게 걸어 들어온 제갈휘미의 방문에 지성룡은 그렇게
물었다.
“황도에서 오군도독께서 물러나 낙향을 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지성룡은 제갈휘미가 급히 보고하러온 내용을 접하자 이미 알았
던 내용이라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 외는 없는가?”
지성룡의 반응에 제갈휘미는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이미 알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소식이 당도하였기에 왔습니다.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한데 오늘 보니 만주에서 동향이 올라왔더군. 그 일을 예의 주시
하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또한 아랫사람들에게 숙조부님의 일에 대하여는 함구를 하라고
주의를 하게. 자칫 이상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주의를 해주게.”
지성룡이 말하는 자들은 집안에 머무르는 자들이었다. 다른 자들
이야 무슨 이야기가 돌건 문제가 없으나 집안에 있는 자들이 한
소리는 지성룡이 말한 것으로 오해를 줄 수가 있는 것이었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갈휘미는 이미 모든 것이 다 상의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데 십정회의 소식 중에 다른 것은 없는가?”
지성룡은 언뜻 들은 바가 있어 물었다. 지성룡을 비롯한 천하문
은 십정회와 군웅회의 동향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십정회의 수뇌부가 십정회 결성을 공표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하
였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것을 알지는 못하고 있습
니다.”
“그 일을 좀더 알아보도록 하게. 그런 일이야 문제가 없는 것이지
만 다른 것이 있을 수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이네.”
지성룡은 한마디를 던졌다.
제갈휘미는 지급으로 보고를 하려다가 이미 알고 있는 일이라 맥
이 빠져서 물러갔다.
“숙부님이 물러나는 것이 공표가 되었다. 숙부님이 오신다면 한
동안은 은인자중을 하여야 하는데 이후의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하
느냐?”
지유성은 지연룡과 지성룡에게 이후의 일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물러난 이후가 되면 오히려 조정의 여론이 천하문에 불리하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일은 이미 예정이 되어있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물러난다고
하여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연룡은 걱정스러운 지유성에게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
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지성룡이 말이 없자 그렇게 물었다.
“당분간 조정을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일이라는 것이 기대한대
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이상하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지성룡은 다소 부정적이 어투로 말을 하였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지유성은 지성룡이 우려를 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이 조금 더 굳어
지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보아야 역모로 몰리는 것입니다. 그런 것
까지도 감안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성룡은 기파를 사용하여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며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진짜로 역모를 하자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고 대비를 하는 것 자체가 역모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역모를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
실을 알기에 조정의 중신들도 함부로 그런 일을 벌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황제나 조정의 중신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
르기에 항상 주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자는 것이냐?”
지유성은 막상 대비를 하여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여 물었
다.
“그 것은 결국 힘을 유지하고 키우는 것입니다. 세력을 키우는 것
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고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고 모든 것을 한발
앞서서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지성룡의 말은 실로 무서운 진실을 담고 있기에 약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성룡은 천하제패를 포기하기로 하였고 그 것은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면 그렇
게 한다는 것은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네 말은 결국 천하제패를 하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유성은 지성룡의 말속에 들어있는 지극히 독선적이고 패도적
인 의미를 알아채고 그렇게 되물었다.
“천하제패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독문무공을 보다 완벽하게 전수
하고 익히면서 내실을 다지는 것입니다. 그 외에 어찌 다른 것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성룡의 이중적인 말에 지유성은 할말이 없었다. 천하독패를 하
겠다는 생각을 결코 버린 것이 아니었다. 독문무공이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지성룡이 창안한 독문무공이 모든 천하의 무공을 이기
고 유아독존하는 것이 독문무공의 완성이라는 의미였고 결국은
독문무공의 완성은 말만 다르지 천하제패나 다름이 없었다.
지성룡이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천하제패였다. 지금 완전한 천하
제패가 불가능하기에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완전하다면 하겠
다는 속내를 비추고 있었다.
둘은 지성룡의 말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자 말을 잃고 한
동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이 지금 천하제패를 포기한 것은 그저 유보이지 모기는 아
닌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감이 생기면 그말을 다시 뒤집어
버릴 소지가 있는 말이었다.
단지 피를 흘리는 사태가 예견되기에 그저 조용히 한발 물러서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음, 실로 힘으로 황궁과 군대마저도 무시할 수준이 되도록 만들
생각이냐?”
지유성은 지성룡의 야망이 결코 사라지지 않은 것을 알고 재차
물었다. 지유성의 대꾸는 이후의 그들의 행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기에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었다.
“육년 전에 저는 금언금족령을 받고 천서를 읽는 금제를 당하였
습니다. 그때 제가 생각한 것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
였고 지난 오년간 기다리면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년간 다시 세상에 나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
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성취가 한계였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간
다면 결국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지성룡의 그말 한마디는 지유성이나 지연룡에게 분명한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기에 물러서는 것이라는 명백한 의사표시였다.
그 때가 되면 다시 나서겠다는 결의가 다분히 들어 있는 무서운
말이었다.
독문무공의 완성에 매진하겠다는 것은 그 때를 준비하겠다는 말
이었다. 결국 천하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완전한 자신감을 가질
순간을 준비하는 것이다.
“독문무공의 완전한 전수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것이 만족스러운 정도에 이르러야 모든 것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독문무공의 전수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때입니다.”
지성룡의 말에 그들은 마음 한구석에 다시 희망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지성룡이 공존을 선택하자 그들은 다소 실망을 하였다. 그러나
지성룡의 선택이 최선이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단지
유보한 것이지 포기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 일순간 희망이
생기는 것이었다.
“알았다. 독문무공의 완성이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몰랐도다.”
지유성은 그렇게 말하여 찬동을 하고 말았다.
“저는 독문무공의 완성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앞
으로도 두 분께서 천하문의 내실을 보다 더 튼튼하게 다져 주시
기를 부탁드립니다.”
지성룡의 말은 지금까지의 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말이었다.
실로 무서운 말이었다. 천하제패를 하겠다는 것은 완전무결한 천
하제패였다. 단지 지금 포기를 하는 것은 보다 완전하게 하기위한
일보후퇴일 뿐이다.
“결국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천하인들 중에 아직도 의구
심을 가지고 경계를 할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에
무너질 수가 있는 것이다. 잘 생각한 것이다.”
지연룡은 몇 달 동안의 아쉬움이 사라지자 후련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어둠이 사위에 내렸고 세 여자가 마주앉아 있었다.
황영지와 영소혜와 제갈휘미였다.
“황도에서 들려온 소식은 다소 불안합니다.”
제갈휘미는 황영지가 차나 한잔 하자는 말에 차를 준비하여 들어
와서 차를 마시자 한마디 하였다.
“불안할 것이 없는 일이니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황영지는 그렇게 말하였다.
“하나 그분이 물러나면 조정의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안좋은 일로 비화될 소지가 있습니다.”
제갈휘미는 자신의 걱정을 말하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지만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여도 문제는 아니다.”
황영지의 말에 제갈휘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입니까?”
영소혜는 황영지에게 그렇게 물었다.
“상공은 포기를 모르는 분일세. 그런 분이 포기하였다고 믿는가?”
황영지의 말에 영소헤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자 고
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제갈휘미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
이 되었다. 한참동안 말없이 생각을 하다가 제갈휘미의 표정에
약간 뭔가를 안 것 같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설마 그일을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까?”
“자네 같으면 한번 마음먹은 것을 쉽게 바꾸겠는가? 젊은 날을 다
바쳐 준비한 것일세.”
황영지는 제갈휘미에게 직설적인 대답 대신에 그렇게 답하였다.
“때가 아니기에 그저 물러난 것일세. 그 속을 모르기에 넓어보이
나 엄청나게 옹졸한 사람이지.”
황영지의 말에 영소혜는 그저 빙긋 웃었고 제갈휘미도 따라서 웃
었다.
“또한 탐욕스럽지. 한번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였다면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 않고 취하고 마는 사람일세. 그러나 겁이 많아 항상
계산부터 하는 사람이지. 그렇기에 계산하여 뒷탈이 있다고 생각하
면 자라처럼 목을 쏙 들이밀고 웅크려 버리는 사람일세.”
황영지의 표현이 너무나 재미가 있어 두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본심을 꽁꽁 숨기고 독문무공의 완성이라는 명분으로 무
사들을 조련하고 있네. 그분이 말하는 독문무공은 그저 독문무공이
아니네. 천하의 모든 무공을 다 이겨야 독문무공일세. 결국 천
하무적의 무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세. 상공 아래 있는 사람은 오
직 상공에게만 지고 나머지 모두에게 이겨야 하는 것일세. 그렇
게 되어야 독문무공이 완성되는 것일세.”
황영지의 말은 두 사람에게 그 일을 암중에서 협조하라는 것이었
다. 또한 알아도 결코 아는 체를 하지 말고 함구하라는 것이었다.
“육년 전에는 승천검황어르신에게 제지를 당하여 포기를 하였지
만 그 것은 포기가 아니라 유보였네. 이번에도 천하의 여론을 스
스로 읽고 자신을 알아 포기를 하였지만 그 것은 포기가 아니라
유보인 것이네. 한동안 웅크리고 준비를 하여 다시 할 것이네. 그 때
에도 여의치 않다면 다시 물러설 것이나 그 때 쯤이면 막아서는
방해물은 없을 것이네.”
황영지의 말은 영소혜와 제갈휘미에게 지성룡의 앞날을 알려주
는 것이었다.
“나는 상공을 따를 것이니 자네들도 따라야 할 것이네. 이 일에
대하여 반대를 한다면 결코 식구가 아닌 것이네.”
황영지의 마지막말은 살기마저 흐르고 있었다.
(大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