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28
제 목: [연재] 독문무공(28)
11. 대둔산 전투
사황성에서 한수칠흉이 한때 사황성의 문도이지만 이미 그들이 떠났기에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니 배상을 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나온 것은 배가 침몰한지 사일만이었다.
안찰사의 포고령이 떨어지는 데는 오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런 것이 마무리 되자 전령이 오원주에게 공격해도 좋다는 전서를 들고 왔다.
그들은 이틀 전에 도착하여 인근의 지형을 숙지하면서 공격 방법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대둔산채는 도합 여섯 군데 초소를 두고 이십명씩 주둔시키고 있었다. 아마도 천하문의 공격을 아는 듯이 좁은 길을 지키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공격을 하건 간에 세군데의 초소를 돌파해야 본채를 공격할 수가 있게 되어 있었다.
“문주가 보내었느냐?”
지일광은 전서를 읽었다.
오원주는 글을 돌려 읽고는 삼매진화를 일으켜 불태웠다.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고 전하여라.”
전령은 지일광의 말에 읍을 하여 예를 표하고 떠나갔다. 전령이 떠나자 바위를 등지고 모여있는 일행에게 오원주가 다가왔다.
“일단 공격을 위한 제반 조치가 완료 되었다. 일단 목표는 저 초소이다. 만일 우리가 저 초소를 돌파한다면 그 안쪽에 있는 공터를 발판으로 하여 다음 초소를 공격한다. 저 초소는 서너 사람이 지나기도 어려운 바위 사이를 지나야 하기에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일단 저곳에 가서는 사전에 정한대로 일조가 일각을 공격하고 다음은 이조가 일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계속하여 공격을 한다. 성룡이는 일단 나와 같이 움직이도록 하자.”
그들은 초소에서 오백여장 정도 떨어져 있있기에 초소에서는 그들의 동태를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오십여장 앞에 다다른 연후에야 초소에서는 그들을 발견하고 화살을 날려왔다.
또한 그들을 발견하였다는 신호인지 나팔소리인지 호각소리인지 짧게 세번 울려퍼졌다.
그들은 화살이 날아오자 삼십여장 앞까지 전체가 화살을 쳐내며 진격하였고 그곳에 다다르자 일조와 지성룡이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호신강막을 전개하여 바위틈을 향하여 달려갔다. 이미 몇번의 화살이 날아왔지만 호신강막에 막히고 검으로 쳐내자 그들 전부는 무사히 바위틈의 인물들에게 다가갈 수가 있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지성룡이었다. 지성룡은 최대한 그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하였고 지연룡과 지장룡도 도달하였다.
그들 삼형제가 공격을 하자 안에서 지키던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바위 밖으로 나가서 앞에서 가로막고 있었다.
함부로 뛰어 들지 못하기에 지성룡은 몇번 상대를 하다가 최대한 공력을 끌어올려 이장 앞에 있는 적을 가늠하였다.
그들은 공력이나 기술에서 안되자 밖에서 십여명이 입구를 둘러싸고 진형을 잦추어 압박만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증원군이 도착하고 있었다. 오십여명에 이르고 있었다.
일단 하나라도 처단하여야 했다. 그는 자신의 정면에 있는 적도를 겨냥하여 선인지로를 시전하였다. 최대한 공력을 끌어 올렸기에 그의 검에서 파란 검기가 나오다가 수평에 가가워 지면서 팟하고 푸른 기운이 사라졌다. 그는 검강을 시전한 것이다. 검강은 사정거리가 검끝에서 삼장은 되기에 그가 그런 수를 쓰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적도는 피하려고 하였지만 고작 피한 것은 머리뿐이었기에 그대로 목 아래로 검강에 의해 갈라지고 말았다. 그는 소리도 못지르고 그대로 두동강이가 되어 널부러 졌다. 그러나, 그렇게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 얼굴에 경악이 어렸지만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기선은 제압한 듯 모두는 공포에 어린 얼굴이었다.
“쳐라. 방심하지 말고 몰아부쳐라.”
뒤에서 초소장인 듯한 인물이 고함을 치고 빈자리로 들어와서 쇄도하자 나머지들도 쇄도하였다.
문을 사이에 두고 그들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검기나 검강을 이용하여 공격하였지만 그들도 대비를 하였기에 크게 소용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십일에 걸치는 대둔산채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천하문이 공격에 들어갔습니까?”
무당에서도 이일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장로인 운령, 운문도장을 중심으로 네명의 일대제자와 일곱명의 이대제자를 대륭장으로 파견하였다. 그들이 부랴부랴 왔을 때는 이미 대둔산은 천하문에 의해 철통같이 포위되었고 대둔산채에 대한 척살령도 떨어지고 난 뒤였다. 거기에 사황성이 그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답변도 이미 소문이 되어 돌았다.
“녜, 이미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은 봉쇄되었기에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안에서는 공격이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둔산채에 저도 이십년전에 가 보았지만 점령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기에 하루 아침에 그들을 섬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륭장주 만강준이 운령도장의 질문에 답하였다.
“하나 천하문은 최절정 고수들이 부지기수 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점령을 할 것입니다. 한수칠흉의 무위도 최절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로서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운령자는 그렇게 말하고 대륭장 안으로 들어갔다.
무당으로서는 이번 일에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괜히 이번 일에 개입하였다가 일만 골치 아프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천하문이 도적을 토벌하는 것에 막을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 몰라라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이렇게 사태의 추이를 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대둔산이 봉쇄되었기에 함부로 갈 수는 없었다.
운령도장과 운문도장은 대륭장주의 집무실로 같이 들어갔다.
시녀가 차를 가져오는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미 그들로서는 현재에 상황에 대하여 뭐라 말할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혹여 저들로 인해 문제가 될만한 것이 발생한 것은 없었습니까?”
운령도장은 혹시 천하문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을 들었거나 그들이 어떠한 피해를 끼쳤는 지 몰라 말을 꺼내어 물어 보았다.
“그들이 천여명이 넘게 들어와 있지만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이점만 보아도 얼마나 통제가 잘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들로 인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나 이일로 인하여 본산에서는 그들이 혹시 대둔산을 점령하고 나가지 않을 경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추후에도 발생하지 않는 수가 없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닙니까?”
대륭장주는 가만히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들이 있건 없건 대륭장으로서야 아무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있다면 산적이 없어 좋다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들이 다니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그것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들이 비어있는 산에 들어와 있다고 하여 문제가 있겟습니까? 그들이 산에 있어서 무슨 득이 될 것이 있습니까? 산적들처럼 노략질도 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들이 있으면 산적도 없으니 우리로서야 아무 손해가 나지 않는 일이 아닙니까?”
만강준의 말에 운령도장은 말을 하려다가 그저 가만히 있었다. 천하문을 봉쇄하는 일에 대하여 말을 하는 것이 무슨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문도장은 그렇지 않은 듯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장주, 지금까지 본파를 비롯한 무림의 제 문파는 천하문이 하남성에서는 어떤 일을 하건 상관하지 않았지만 하남성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천하문이 나와서 진출을 하겠다고 하면 막을 명분이 없소이다. 이렇게 되면 하남성 밖으로 못하게 만든 지금까지의 관례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삼십년 가까이 도둑이 점령하여 쓰던 곳을 도둑들이 살지 못하게 지킨다면 물러가게 할 명분이 없소이다. 이 문제는 대륭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무림의 문제인 것입니다.”
대륭장주는 운문도장의 말을 듣자 천하문의 봉쇄가 깨어지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러나, 사실 지금도 그들은 천하문에 거래의 칠할 이상을 의지하고 있기에 그들이 와있다고 하여도 크게 문제는 아니었다. 만일 지금 그 문제로 일이 복잡하게 되어 거래가 끊긴다면 당장 곤란한 것은 대륭장이었다. 그런 점은 운성현도 마찬가지이고 인근의 중요 가문들도 그러했다. 무당의 속가이지만 엄밀히 그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은 천하문이었다.
어찌보면 대륭장의 밥그릇을 깨라는 요구였다. 아무 이익도 없는 일을 하여 모든 거래가 끊기면 답답한 것은 대륭장이지 무당파가 아니었다. 그들이 산에 주둔하면 이익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는 없었다.
“그들이 물러가지 않으면 그대로 두면 그만이 아닙니까? 그들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민감하게 반응을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럴 바에는 아예 무림맹에서 그들을 예전에 산적들을 몰아내었으면 그런 걱정도 없지 않습니까? 삼십년전부터 선친이 본산 뿐만이 아니라 무림맹에 그들을 토벌하여야 한다고 수도 없이 간청하였던 것으로 압니다. 그 때에 그들을 토벌하였다면 이런 문제도 없지 않소이까?”
대륭장주의 말에 운령도장과 운문도장은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할말이 없었다. 무당이 그러하였다면 화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로서는 천하문에 인접한 이곳에 도적이 들끓는 것에 토벌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내심으로는 이곳의 도적이 더 강성하여 천하문에 더 큰 피해를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처음에 천하문의 배가 침몰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먼저 잘되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그들이기에 토벌하기가 어려운 대둔산에 수많은 고수를 보내어 토벌하지 않은 것이었다. 거기에 대륭장이나 백가장도 그들을 토벌할 힘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밖으로 나온다면 못 막을 것도 아니기에 그저 방관한 것이었다.
이런 사정이 있기에 그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일에 대한 악역을 대륭장이 맡아주기를 바라면서 말을 꺼내었지만 동조하지 않자 머쓱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당으로서도 이곳이 이미 상권에서 천하문에 실질적으로 잠식당한 것을 알기에 대책을 세우려고 노력을 하였지만 상인의 일을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었고 이제는 막을 길이 없었다.
당장 이것을 막으려고 하면 속가들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천하문도 거래가 끊어지게 되면 손해를 보겠지만 천하문이 입는 피해의 정도는 이곳의 속가에 비하면 미미할 것이고 속가들이 어려워 지면 결국 그 피해로 인하여 속가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천하문과 다시 거래를 틀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를 막으려는 본산과 속가의 싸움이 되어 버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산과 속가의 싸움은 무조건 본산이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난감한 것은 그들이었다. 이들은 대륭장이 천하문과 앞장서서 이일로 분쟁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온 것이다. 그런데, 말을 꺼내자 말자 거의 무시하는 듯이 말을 하자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이런 반응이라면 그런 일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물건너간 일이었다.
산 넘어 백가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화산파에서 지금은 장로에서도 물러난 해연도장도 전대 백가장주와 동문사형제라는 이유로 장로인 명징도장과 일대제자 다섯을 데리고 왔다.
그들이 아무리 발걸음을 재촉하였지만 도착한 것은 이미 척살령이 떨어지고 난 다음이었다. 천하삼단과 천하표국의 인물들이 대둔산을 철통같이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되는 일인지 장주는 아시오?”
명징도장은 백가장의 장주 백선길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자 물었다.
“이미 봉쇄가 되었기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오. 우리로서도 그들을 도울 형편도 아니고 우리가 낄 일도 아니기에 아예 누구도 그곳에 가지 못하게 하였소이다. 다행히 창성현으로 넘어가는 길을 기준으로 그 쪽은 봉쇄대상이 아니기에 창성현으로 가는 길은 열려 있으니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에 명징도장은 기가 막혀 무슨 말을 하여야 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을 남의 일 말하듯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이오? 이 일은 백가장의 일이 아닙니까?”
운성현의 주인은 백가장이 아니냐는 말이었고 천하문이 마음대로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소리였다. 결국 이 말은 천하문의 일을 조금이라도 방해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였다.
“백가장이 운성현의 주인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그들이 도적을 잡겠다고 하고 있고 이미 관에서는 척살령이 떨어졌습니다. 우리가 산적을 잡아 줄 것도 아니면서 그들을 막는다는 것은 도적과 한통속이 아니고서야 할 수 있습니까?”
백가장주는 명징도장이 말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대꾸하였다. 지난 삼십년간 몇번이나 화산에 대둔산의 무리들을 토벌하여야 한다고 말할 때는 들은 체도 않고서 이제와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처사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일찌감치 그들을 토벌했다면 애당초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백가장으로서 명분만 화산의 속가이지 그들은 없어도 살지만 천하문과의 거래가 끊어진다면 그날로 그들은 커다란 손실을 입어야 했다. 만일 천하문이 토벌을 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내놓으라고 하여도 꼼짝없이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그러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었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 소리를 하려면 대둔산의 도적을 토벌할 힘을 끌고 와서 그런 소리를 해야 했다.
명징도장은 백가장주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해연도장은 백가장주의 말에 먼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일에 관하여는 아무런 간섭을 할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다른일 같으면 대놓고 부탁이라도 하겠지만 그럴 염치도 없었다.
“하나 지금까지 천하문은 하남성 밖에서 대놓고 어떠한 행사를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런 관례가 깨진다면 전 무림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은 장주도 알고 있지 않소이까?”
백선길은 할말이 없자 무림대의를 외치는 명징과 화산의 소행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말도 되지 않는 구실로 칠십여년간 천하문을 트집잡아 온 것이 무림대의를 외치는 그들의 소행이었다. 그런 그들이 무림대의를 외치는 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웃을 일이었다.
“허나 천하문의 도적을 잡아주지도 못하는 마당에 무림의 혼란을 이야기 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한수칠흉의 일로 천하문의 무고한 사람이 마흔 여섯명이나 죽었습니다. 그들의 원한을 갚아주지도 못하면서 그런 소리를 한다면 우리 백가장은 도적과 한통속이 될 것이고 천하의 그런 비난을 감당할 능력이 본장은 없소이다.”
백선길의 말에 명징과 해연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말은 더 이상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능력이 없어서 못하니 그런 능력이 있다면 화산파에서 해보라는 비아냥이기 때문이었다.
명징도장은 아무런 말도 못하게 되자 괜한 발걸음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화산과 백가장의 관계는 그저 형식상에 불과한 관계였고 지금에는 특별한 구속력이 없었다.
화산에서는 그런 일을 할만한 힘이나 명분이 없었다.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해도 막을 명분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일을 백가장이 하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화산이 해도 문제가 될 일을 백가장이 해서 어려움을 뒤집어 쓸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화산이 없어서는 살지만 천하문과 거래가 끊어져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죽을 짓을 하라고 한다고 할 바보는 없는 것이다.
화산으로서도 백가장과 천하문이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남성과 인접한 모든 성의 군현이 그런 형편이었다. 결국 그곳의 주인이랄 수 있는 각 문파의 속가들이 앞으로는 본산의 눈치를 보면서 당장에 이익을 위해 뒤로는 천하문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막으려고도 해 보았지만 손해보는 것은 속가들 뿐이었다. 그 일을 태을자가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오히려 본산과 속가들간의 관계만 이상해지고 말아 결국에는 묵인하고 말았다. 그들이 몇 년 사이에 다시 와보니 이제는 천하문의 속가인양 오히려 자신들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니 그들도 어이가 없었다.
관문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공략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들의 공략은 관문 앞에서 이루어지는 인해전술로 인하여 뚫을 만하면 강한 반격에 밀려 되돌아 나와야 했다.
‘오조가 공격하는 지금까지 적도들은 서너명의 사망자와 십여명의 중상자, 십여명의 경상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해서는 일차 관문도 쉽게 통과할 지가 미지수이다. 결국은 난전을 벌여야 한다. 일단 관문을 무리해서라도 돌파한 연후에 계속하여 공터로 사람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넓은 공간에서 저들을 공격하여야 하겠다. 일단은 저들과의 대전으로 모두들 어느 정도 감각을 회복하였을 것이다. 일단 일관을 돌파하면서 저들 오십명 이상은 처리를 하여야 한다. 삼관을 돌파해야 한다면 그간 절반정도는 격살하여야 최후에 수월히 싸울 수가 있다.’
지성룡은 일각 정도 싸우고 이조와 교대를 하였다.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한 싸움이고 처음이기에 크게 무리는 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 뛰어들 수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전투는 전면전이 되어버릴 수가 있고 비슷한 관문을 두개나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무리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문의 오조의 공략은 오원주 중에서 단목장손이 지휘하고 있었다.
아직도 관문을 사이에 두고서 공격과 수비가 교환되고 있었다.
천하문에서 급하게 몰아부치면 적도들은 뒤로 물러서다가 갑자기 이십여명이 밀고 와서 관문입구로 나서는 천하문도를 집중공격하였고 그렇게 되면 결국 다시 관문 사이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공방은 일견 지루하였지만 뒤로 물러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음 공략에 대한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었다. 숨을 돌리면서 뒷조가 싸우는 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자 몇 가지 방법들이 도출되고 있었다. 이미 한번 싸워 보았기에 그들은 상대의 전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다.
상대는 일류무사가 절반정도에 절정고수가 절반이었고 한둘은 최절정고수에 근접해 있었다. 그들의 이런 실력이라면 평지에서 싸웠다면 이정도 시간이라면 벌써 승패가 갈렸을 시간이었다.
하나 오원주들은 이런 관문전투를 제일 먼저하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최절정고수이지만 이들은 처음 실전에 나섰다. 그런 그들이 전면전에 나섰을 경우에는 상당히 위험한 경우가 많을 수 있었다. 공방이 계속되는 순간 자칫 사면이 적의 공격에 노출되는 수가 있고 배후에서 암습이라도 받는다면 위험해 질 수가 있었다. 더구나, 실전경험이 전무한 이들은 당황할 수도 있어 치명적인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반면 관문전투는 일단 배후에 대한 위험은 상당히 적고 그렇기에 여유롭게 적들과 대적이 가능하고 적들과 대적을 통하여 감각이나 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가 있고 적들도 분석할 수가 있었다.
한데 그 순간 관문쪽에서 고함소리가 퍼졌다.
단목장손의 목소리였다.
“모두 물러나라”
그말과 함께 오조의 인원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여 모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다 일부는 물러나는 오조를 향해 달려갔다.
“암기다.”
그들은 사정이 다급해지자 암기를 사용한 것 같았다.
“무슨일이오?”
단목장손이 창백한 얼굴로 물러났다.
“다행히 암기는 모두 떨쳤지만 다급한 김에 공력을 무리하여 끌어 올린 것이 조금 내상을 부른 것 같소. 다른 아이들은 모두 무사하시오?”
“다행히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오늘 공방은 이것으로 하고 뒤로 물러납시다.”
지일광은 관문에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퇴각 신호를 보내었다. 그들은 일단 단목장손을 부축하여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