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32
제 목: [연재] 독문무공(32)
12. 무상문(無上問)
산은 황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오악(五嶽) 중에 하나를 꼽는 사람도 있지만 그 절경만을 두고 본다면 황산이 으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 만큼 황산은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산림이 울창하여 그 정취가 빼어나기에 선산(仙山)이라하여 수 많은 도인들과 문인 학사들이 즐겨 찾고 그곳에 머물면서 도를 닦았다.
이곳 황산의 중앙에는 최고봉인 천도봉(天道峰)이 있고 사방으로 수많은 절봉들이 즐비하였다. 천도봉에서 북쪽으로 세개의 보우리를 지나면 이산의 두번째 봉우리인 상천봉(上天峰)이 있다. 밖에서 보면 천도봉보다도 더 높아 보이기에 상천봉이라 어느사이엔가 이름이 붙었다. 그런 상천봉 아래 서쪽 벼랑아래에 골짜기가 있었고 그 골짜기에는 조그마한 모옥이 세채가 있었다.
모옥은 십여장 정도 공터를 사이에 두고 삼정지세(三鼎之勢)의 형상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모옥앞 공터에는 세명의 사람이 있었다. 이노일소(二老一少)의 그들의 형상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 같았다.
“영지야. 우리 둘의 절기는 완전하지가 못하다. 본래 하나인 것을 너의 사조님에게 전수받을 때 나누어 받았기 때문이다.”
영지(瑛芝)라 불리어진 여자는 이십이 채 못되어 보였다.
“이미 여러 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아직도 왜 불완전한지는 이해가 되지 않사옵니다.”
소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되물었다.
“우리들도 그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의 사조 문하에서 우리는 동문으로 이십여년간 가르침을 받았고 사조어른이 타계한 후에 칠십년 이상 검과 도를 수련하여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할 만큼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이유는 우리의 무공을 동시에 익힌 너만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에 영지라는 소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두 노인은 바로 육기 중에 수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철검무적(鐵劍無適) 간유현(看維賢)과 무상도(無上刀) 종리강(宗里綱)이었다. 이들이 같은 동문 사형제라는 사실은 중원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들은 바로 동문 사형제였지만 그들 스스로 문파의 비밀을 말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검과 도이기에 누구도 같은 사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너는 지난 십오년간 우리에게 무상검과 무상도를 전수 받았다. 물론 그 뿌리가 되는 무상심공도 십오년간 익혀 왔다. 그리고 이제 너는 내공은 우리 둘에 미치지 못하지만 무공의 깨우침에서는 우리의 모든 심득을 이었기에 우리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사부에게 십년밖에 무공을 전수받지 못하여 사부의 비원을 다 알지는 못한다. 사부는 무상문의 절기를 이을 기재를 삼십년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결국 우리에게 나누어 전수한 후에 우리에게 그 임무를 넘겨주었다.”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나이가 초로의 노인으로 보이지만 세수 백살에 이르고 있었다. 그들은 무상문의 동문사형제이자 열두살에 무상문에 거두어 지기 전에는 죽마고우였다.
그들은 십여년동안 사부인 무상천존에게 거두어져 무공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그들이 전수받은 무공은 무상검과 무상도였다. 하나 그들은 그 전수받은 무공을 완전히 깨우치지를 못하였고 무상천존은 죽기 전에 유언으로 그 무공을 완성하여 둘이 공동제자를 받아 들여 전수하라는 말을 남겼고 그들은 중원에 출도하여 수많은 비무와 격전을 하면서 무상검과 무상도를 깨우치고 그들은 자신들의 무공을 전수받을 만한 기재를 찾았지만 없어 포기하려던 차에 그들은 황영지라는 여아를 남경의 고아원에서 발견하여 데리고 와서 절기를 전수 하였다.
그렇게 십오년간 그들은 성심성의로 제자를 가르쳐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사부님의 마지막 유언은 승천문을 넘으라는 것이었다. 사부와 승천검황의 사부인 승천무제와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사부는 세번의 비무에서 모두 졌다고 들었다. 나이 서른에 처음 만나 겨루어서 졌고 나이 마흔에 다시 도전하였지만 졌고 다시 나이 육십에도 도전하였지만 승천무제와 승부를 내지 못하였다고 들었다. 하나 세번째 비무는 오히려 더 차이가 난 것인데 승천무제가 정을 생각하여 이기지 않은 것이라 하였다. 이에 사조는 무상문의 절기를 익혔지만 그 극의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진 것이라 생각하여 그 절기를 극에 익힐만한 제자를 찾았지만 찾지 못하였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너는 다행히 우리가 전한 극의에 이르렀으니 조만간 새로운 깨우침이 있을 것이다.”
“하오면 본문의 사조님은 승천문의 후인과 겨루어서 그들을 이기라고 하셨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그 승천문의 후인은 바로 승천검황이다. 이미 나이 마흔에 사부인 승천무제를 능가하여 천하에 무명을 드날리고 지금은 전설의 일황이라 칭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칠십오년전 등격리 전투 이후 사라진 후에 중원에 종적이 없다. 그러나 그 분은 아직도 살아 있을 것은 뻔하고 그 후예도 있을 지 모른다.”
황영지는 이미 몇 번이나 승천검황의 무위에 대하여는 두 사부에게 들었기에 왜 그렇게 말하나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그의 거처를 알아도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하나 너는 이제 우리의 심득을 모두 전해 받았다. 그리고 그 심득을 하나로 하는 순간 찾아가서 승천문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오나 이제 저는 두분 사부님의 심득을 겨우 이었습니다. 언제 그 것을 하나로 합칠지 모르겠습니다.”
황영지의 마음에는 며칠동안의 즐거운 기분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과제로 인하여 마음이 무거워 진 것이다.
황영지는 며칠 전에 두사람의 무공을 모두 깨우치는 기염을 토하여 사부들을 기쁘게 하였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은 두사람이 불러 나왔다가 지금의 말을 들은 것이다.
지금까지 무공을 완성하였다는 기쁨도 순간이었고 예전에 스쳐 지나가듯 들은 무공합일을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 승천문의 후인을 이겨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전대 기인으로 생각하던 승천검황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모든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런 말에 황영지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너에게 이제 중원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혀 줄 생각이다. 그러나 너의 신분을 우리의 제자로 하면 배분이나 그 외의 모든 것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기에 당분간은 우리들의 손녀라고 할 것이다.”
“하오면 아직 무공도 합일하지 못하였는데 무림에 나간다는 것이옵니까?”
“무공의 합일은 아마 어려울 것이고 평생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무공의 깨우침이다. 그런 무공을 어찌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겠느냐? 하니 당분간은 세상을 배우고 천하 만물의 이치를 듣고 보고 몸으로 깨우치도록 하여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스스로 깨우칠 날이 있을 것이다. 무공에서 성급함은 도에 이르지 못하는 가장 큰 적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고사성어가 왜 있겠느냐? 내일 바로 우리와 여행을 해야할 것이니 짐을 챙기도록 하여라.”
황영지가 챙길 짐은 옷가지 몇 가지가 짐의 전부였기에 일각이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다.
밖으로 나와서 두 노인에게 다가갔다. 항상 무공 수련에 쫓기자 보니 자신이 그 두 노인 외에 아무도 만나보지 못한 것을 알자 그 동안 꿈에나 그리던 중원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졌다.
“저 중원이라는 어떤 곳이죠?”
막상 중원으로 나간다고 생각하자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간간이 무공전수중에 간단하게 단편적으로 중원 무림에 들은 것이 중원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전부였다.
“일단 너에게 중원의 역사부터 일러 줄 것이다. 잘 들어 보아라.”
철검무적 간유현이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대부분 생활에 관련된 것은 간유현이 일러 주었고 무상도는 무공에 관한 것만 말하여 주었다. 무상도는 그저 가끔씩 시전에 나가 예쁜 옷을 사오는 것으로 황영지를 기쁘게 하여 주었지 다정한 말을 해줄 줄 몰랐다.
삼황오제로부터 시작되는 중원의 역사를 일러주었다. 황영지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전에 간간이 단편적으로 들었던 것이기에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간유현의 말에 간간이 의문이 나면 질문을 하였고 그러다 보니 그들 노소의 이야기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이어졌다. 하나 말로 들어서는 그저 꿈나라 이야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나라가 중원을 지배하였고 원말에 우국지사들이 일어나 몽고족들과 싸운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흥분하여 다음 말을 재촉하기도 하였다. 특히 간유현이나 무상도가 그때 몽고족들과 싸웠다는 이야기에서는 탄성까지 질렀다.
현재 중원에는 일황, 일성, 삼도, 사마, 육기라는 고수들이 있으며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육기의 하나라는 것을 말해주자 자신의 사부들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절감하였다.
거기에 구파일방과 사대세가, 천하문, 사마련의 사황성과 천지문, 검마각에 대하여 설명해 줄 때는 눈을 빛내며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하였다.
“항상 조심하여야 할 부분은 천하문에 관련된 일이다. 무림맹과 천하문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그들이 왜 대립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이에서 신중하게 처신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천하정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끝났고 그 사이 날이 어두워 지고 잘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황영지는 중원에 대한 설레임으로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저기가 우리가 자주 들이는 오송현(吳宋縣)의 삼엽촌이라는 마을이다. 오늘은 일단 마을에서 하루 쉬면서 촌장으로부터 천하 정세에 대하여 들어 보자꾸나.”
무적철검이 앞장서서 가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마을에서 유일한 기와집을 향하여 갔다.
무적철검은 황산에 은거하면서 오십년전 촌장의 부친과 안면이 생겼고 가끔 산에서 나오는 무적철검은 당시 촌장이던 사람에게 물자에 대한 도움을 받고 중원정세를 들을 수 있었다.
촌장이 십년전에 죽자 지금의 촌장이 자연스럽게 그 일을 이어받아 가고 있었다. 가끔 무적철검이 산에서 약초를 발견하면 채집하였다가 나올 때 들고와서 건네주기에 그 약재를 오송에 내다파는 일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어르신?”
촌장의 아들이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꾸벅 절을 하면서 반겼다. 그로서는 코흘리개 때부터 보아온 두 노인이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이기에 항상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신선이라고 생각하였다. 황산 어디에선가 도를 닦는다는 말을 할아버지에게 어렴풋이 들었기에 그러하려니 하였지만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어 궁금함을 묻어두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다가 두 사람이 더 있자 그들을 보았다.
한 노인은 종종 같이 오는 노인네였다. 눈앞에 노인네도 필요한 말만 하는 노인이지만 그 노인은 더 말이 없는 노인이엇다. 그리고 뒤에 있는 여자는 스무살 정도인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런 노인들과 같이 동행한다는 사실이 이상할 젊은 여자였다.
내심으로 궁금함을 감추고 안으로 안내하였다.
“가내는 무고한가?”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르신이 오실 때가 되었다고 아버님이 기다리셨습니다.”
그 말에 무적철검은 고개만 끄덕였고 촌장의 아들은 사랑방에 있는 아버지에게 손님을 인도하였다.
“어서오십시오. 어르신?”
촌장은 이미 기별을 들었는지 사랑채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보자 마자 나이가 일흔이 넘어 백발이 성성한데도 머리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자네도 이제 늙었구려. 기력도 예전 같지가 않네.”
“송구합니다. 어르신들 앞에 이런 모습을 보이니 민망하옵니다.”
“오히려 정정한 우리가 이상한 거지. 내 자네를 생각하여 이 것을 준비하였네. 이리 오너라.”
무적철검은 보따리에서 조그마한 꾸러미 하나를 꺼내었다.
“이것을 잘 다려서 아버님에게 올리게. 물은 한 두 사발을 붓되 씻지 말고 그대로 고을 것이며 한 사발이 남으면 멈춘 후에 아침에 두 숟가락씩 드시도록 하여라.”
촌장의 아들은 꾸러미를 받아서 열어보다가 손가락 만한 뿌리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족히 이백년은 됨직한 산삼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방문을 열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인사하거라.”
황영지에게 말을 하자 황영지는 나섰다.
“내 손녀삼아 키운 아이일세.”
“소녀 황영지라 하옵니다.”
황영지도 이곳 촌장일가에 대하여는 들었기에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아, 아가씨에 관하여는 어릴 때부터 알았습니다.”
촌장은 황영지가 쓸 것들에 대하여 항상 촌장에게 부탁을 하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한번 보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나이나 그녀에 관한 것은 알 수 있었다. 황영지가 사용한 모든 것들은 촌장일가에서 준비해준 것들이었다. 이들 두 사부가 여자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라 이들의 도움은 상당히 유용하였다.
촌장은 신선 같은 두 노인의 손녀라고 하자 아무리 어려도 말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아무리 촌에 사는 노인이지만 그간 세상의 경험으로 이들 두 노인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간 어르신이 소녀가 사용한 것을 모두 준비하여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늦게나마 감사 드리옵니다.”
황영지는 두 손을 모아 잡고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아니옵니다. 제가 무슨 그런 치하를 받을 이유가 있습니까?”
“아닐세. 영지가 이만큼 크는데 자네들의 도움이 컸으니 당연한 사례일세.”
무적철검이 그렇게 말하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온데 어디를 가시옵니까?”
촌장은 그들의 행색이 여느 때와 다르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중원으로 다니면서 지아에게 세상을 보여줄까 하네. 이제 떠나면 언제 올지 모르겠네. 그렇기에 자네에게 고마움도 전하기 위해 들렀네.”
그 말에 촌장은 이제 이 두 노인이 영영 떠나가는 것을 알았다.
“그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간다고 하는가?”
무적철검의 질문에 촌장은 몇 가지를 말하여 주었다.
그 말 중에 승천검황이 나타났다는 말에 세 사람 모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표정에 촌장은 역시 예상대로 그들이 무림과 연관이 깊은 인물임을 알았다.
“현재 어디에 계시는가?”
“천하문에서 오태상들과 같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하옵고 천하문에 절세 고수가 출현하였다고 하옵니다. 말로는 승천검황의 진전을 이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별호는 군웅회의 오룡삼검을 꺾었다고 하여 참룡검객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그 말에 무적철검을 비롯한 세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이 나오자 마자 숙적이랄 수 있는 승천검황과 후인에 대한 소식을 듣자 이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설에는 백오십년전에 고수로 이름을 날렸던 천수장왕과 창령검제의 비급을 천지문에서 발견하였는데 천리무영이라는 도적이 강탈하여 천하문에 넘겼다고 합니다. 천리무영은 사황성에 의하여 잡혔는데 자결하여 비급의 행방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하나 소문에는 천하문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촌장은 자신도 귀동냥으로 들은 소문을 말하여 주었다.
“참, 이 소식을 말하지 않을 뻔 하였습니다. 오대문파에서 천하문에 비무를 내년 중추절에 하자고 하였는데 그 일로 한때 천하가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황성의 문도이던 한수칠흉이 천하문의 배를 침몰시킨 문제로 천하문이 그들의 근거지인 대둔산채를 토벌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쯤 토벌이 진행될 것인데 그 이후의 소문은 아직 듣지를 못했습니다.”
무적철검은 촌장에게 궁금한 것을 다시 질문 하였지만 알고 있는 사실은 말한 것 뿐이었다. 궁벽한 시골에서 이정도의 소식을 아는 것도 다 무적철검이 가끔씩 묻기에 신경을 써서 오송현에 가서 일부러 듣고 온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승천검황의 진전을 이었다는 참룡검객의 이름을 듣는 순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소녀가 부딪쳐야할 숙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승천검황에 대하여는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뭔가 너와는 숙명이라는 느낌이 들더구나. 하필이면 너의 강호출도를 하는 첫날에 들었으니 말이다. 하나 그와는 원한이 있는 관계가 아니라 그저 비무 상대일 뿐이니 지나친 호승지심을 갖지는 말아라.”
“녜, 그 점을 명심하겠습니다.”
무적철검은 황영지가 지나친 호승지심으로 일을 그르칠까 걱정이 되어 얼른 사고를 바로잡아 주었다. 젊은 혈기에 증오심에 가까운 원한으로 몸부림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승천검황을 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몽고족들과의 전투에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임하였다. 일종의 공명심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무리 싸워도 승천검황의 이름에 미치지 못하자 한때 절망하기도 하였다.
그런 좌절을 황영지에게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르침이었다.
“천하문에 관한 소식을 판단해 보건데 중원무림에 일어나는 일들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 칠십여년간 천하는 큰 일이 없이 평화를 유지하였다. 하나 이제 중원은 그 칠십년의 평화로 인하여 지각변동(地殼變動)에 직면한 것 같다. 결국 난세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시기에 우리 무상문은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물론 나나 도사부도 주의는 하겠지만 너도 마찬가지로 주의를 하여야 한다.”
“녜, 명심하겠습니다.”
대둔산채의 인원이 토벌되자 언제 나타났는지 천하문의 문도들이 나타나 산채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한수칠흉의 시신을 수습하여 일부는 떠나갔다. 시체들은 한군데로 모아져서 어디론가 옮겨가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을 비롯한 청운각의 후기지수들은 밝아오는 하늘아래 한쪽에서 쉬고 있었다.
“우리가 토벌을 마친 것이 맞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누군가 나직이 옆 사람에게 속삭였다. 그들은 동혈을 통과하여 나온 후에 미친 듯이 싸웠다. 산적들도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기에 결사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살기에 휩싸여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변에 산적들의 시체만이 즐비하였다. 그들로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느낌이었다. 자신들이 싸운 것이 모두 기억은 나지만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 때 느낀 감정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은 것이다.
지성룡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싸웠다. 그러나 차츰 온몸에 피가 튀기고 산적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자 마침내 흥분을 하게 되어 가진 바 모든 것을 다 발휘하여 싸우기 시작하였다.
가끔씩 천하문의 문도들이 위험에 처하는 장면이 보이면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최대한 힘을 발휘하여 문도들에게 닥친 위험을 제거하기도 하였다. 그런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도 지금까지 전개에 어려움을 느끼던 검강을 자연스럽게 펼치게 되었고 격공무성장을 보내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보내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것은 오장 밖에서 산적들을 격살하는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시전하였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고 있었다.
오원주도 이들의 상태를 살피다가 놀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자신들의 후예들이 살귀가 되어 날뛰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성을 가지고 싸우던 청년들이 차츰 흥분하여 살귀가 되어 날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놀라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산적과 그들에게 가차없이 살수를 뿌리는 후기지수들의 모습은 한 폭의 지옥도였다. 그 한 폭의 지옥도를 의도한 것은 자신들이지만 결과는 생각보다도 더 참혹하였기 때문이었다.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산적들을 추적하여 서슴지 않고 가차없는 살수를 뿌리는 것은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을 주저없이 후기지수들은 하고 있었다. 어떤 초능력이 있는지 적도들이 산채 곳곳에 피해 숨어 있어도 후기지수들은 손쉽게 찾아내어 처단하였다. 지켜보는 오원주는 너무나 섬뜩하여 그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한수오흉이 자결하자 후기지수들을 모아 쉬게 하고 천하삼단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내 정리를 지시한 것이다.
그들도 이러한 일은 처음 겪는 일이기에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한자리에 모아 쉬게 하는 것 외에는 한쪽에서 자신들도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한참의 휴식을 취하자 하나 둘 이성을 회복하는 것 같았지만 아직도 그 충격을 지우지 못하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 중에 가장 강하고 평상시에 이성적이던 지성룡이 보인 행동은 오원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렇게 가장 흥분하였던 지성룡이 받은 충격은 더 큰지 그도 조용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