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33
제 목: [연재] 독문무공(33)
천하삼단이 전장 정리를 마치자 오원주는 그들에게 이곳에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가지 기다리라고 하고 후기지수들에게 다가 갔다.
“일어나거라. 짐을 챙기도록 하여라. 이제 토벌이 끝났으니 복귀하도록 하자.”
지일광의 호령에 그들은 일어나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아직도 멍한 상태지만 오히려 맑은 정신일 때보다도 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오원주가 발걸음을 돌리자 그들도 말 없이 그들을 따랐다.
“정말 긴 밤이었다.”
지성룡에게 지연룡이 말을 건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래도 의지가 되는 것은 혈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요.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생각치 못한 일이 일어난 밤입니다. 아마도 지난 밤은 우리가 평생 사는 동안 잊지 못하겠죠.”
“그럴 것 같다.”
둘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 되다가 바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 것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기에 말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원주가 이끄는 대로 산자락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급한 일도 없건만 오원주는 달리는 속도를 빠르게 하였다.
오원주에 맞추어 달리다 보니 그들은 숨은 가빠오지만 마음 한구석에 들어 있던 응어리가 거친 숨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한시진여를 계속하여 달렸고 산자락을 벗어나 소담강가에 도달하였다.
그들이 도착하자 이미 한척의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배에 올랐고 곧이어 출발하였다.
모두 몸에 담이 홍건하였다. 그 홍건한 땀에는 간밤에 묻어 있던 핏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배안은 비릿한 땀냄새와 혈향이 진동하고 있었다. 그 냄새는 역하였지만 아무도 내색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지난밤 이보다 더한 혈향에 젖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달리고 나서인지 모두들 정신은 맑아 보였다. 그리고 표정도 멍한 기색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어 그들의 마음도 시원하게 풀어져 가고 있었다.
“어서오너라.”
그들이 청명원의 쪽문에 도착하자 문주와 부문주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은 안수전 앞에서 있던 오태상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거처로 갔다.
그들은 씻고 한시진 후에 만나기로 하였기에 각자 처소로 흩어 졌다.
지성룡도 자신의 처소로 가서 담과 피에 절은 옷을 벗어던지고 맑은 물에 몸을 담그었다. 그러나, 몇 번을 씻어도 몸에서 피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저 먼지와 피를 씻어낸 듯하자 방으로 들어가서 운기조식에 임하였다. 그로서는 그간 있었던 것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 쉽게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억지로 진정을 하고 기운이 흘러가는대로 맡겼다. 그러면서 생각은 어제밤의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 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며칠간 제대로 운기조식다운 운기조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기운이 상당히 제 멋대로 흘러다니기 시작하였고 갑자기 한번도 해보지 않은 길로 흘러가고 있엇다. 그러나 지성룡은 자신의 생각에 몰두 하기에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지독한 악취에 코를 쥐고 도망갈 냄새가 방안에 퍼지고 있었다.
지성룡의 몸은 그런 악취가 나고 있었고 몸에 걸치고 있던 흰색 장삼에 몸에서 솟아나온 땀으로 인하여 노란 얼룩이 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미쳐 날뛰던 기억에 머물러서 한참동안 생각을 더 진행시키지 못하다가 다시 그 기억을 진행시켰다. 자신도 모르게 오장이상 검강이나 장력을 발출하였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기억을 더듬어 기운을 집중하였고 그 순간 그의 몸에 있던 기운이 증폭되기 시작하였다. 그가 기운을 끌어 올리자 네가지의 서로다른 기운이 갑자기 한 경로로 집중되어 모여들었기 때문에 그도 움찔하였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에도 그는 잠시 움찔한 것 외에는 그가 다시 마음을 풀자 기운이 흩어 졌다. 머리는 어떻게 하였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하였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다급한 마음에 최대한 공력을 일으키자 네가지의 기운이 한군데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자신이 평상시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다. 그 힘은 아직도 몸으로 재현할 자신은 없지만 똑 같은 상황이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성룡은 반시진 정도 운기조식을 하다가 일어났다. 온몸이 개운하였다. 그러나 장삼을 보다가 장삼에 얼룩이 많은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씻을 수 밖에 없었다.
청운각으로 가자 모두는 이미 모여 있었다. 전의 지치고 피곤한 모습은 모두 없어지고 활기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원주도 몸을 씻었기에 다시 나타날 때는 깨끗한 차림이었다.
“그 동안 수고하였다. 오늘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삼일 후 아침 이 자리에 다시 모이도록 하여라.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집에 가도 된다.”
그렇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 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사라져 갔다. 오직 남은 사람은 지씨 삼형제 뿐이었다.
그들도 천천히 일어 났다.
“집에 갈 생각이냐?”
“녜, 집에 들려야죠? 뭐 할 일이 있으세요. 모처럼 우리 조카들 얼굴이나 볼까요?”
지성룡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건넸다.
“그렇게 해야지. 애 본지도 너무 오래 되었다. 이제 너도 장가 갈 나이가 되었구나. 어른들에게 말해 장가 보내 주라고 해야겠다.”
지성룡은 지연룡이 갑자기 장가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장가 간다는 말에 얼굴 빨개지기는? 아마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너는 처녀들이 줄을 설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난 당분간 장가갈 생각이 없어. 지금은 무공 수련도 정신이 없는데 어찌 장가갈 정신이 있겠어.”
“그렇게 해라. 뭐 장가 가보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지연룡과 지성룡, 지장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들 삼형제가 걸어가자 모두들 쳐다 보았다. 그들 삼형제는 모두 풍채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오다가 안수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성룡이 갑자기 승천검황을 보지 못했다고 안부인사나 올리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가가자 안수전의 동편 앞 뜰에서 승천검황이 산보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검황할아버지.”
지성룡이 인사를 건네자 승천검황은 지성룡을 보다가 닮은 두 사람을 보자 지성룡에게 누구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제 두형들입니다.”
지성룡이 말을 하자 지연룡과 지장룡이 인사를 하였다.
“지연룡이라 하옵니다.”
“지장룡이라 하옵니다.”
둘이 예를 표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례를 표했다.
“출정에서 돌아 왔나보구나. 그래 모처럼 왔으니 차나 한잔하자.”
그들은 안으로 들어 갔다.
“그래 전투에 참여해본 소감이 어떻더냐?”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해야 만이 살아남고 강해야 만이 무자비한 적들의 칼날아래서 제 지친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승천검황은 미소를 지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강호에서는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 아니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이다. 그 진리를 깨닫는 자만이 강해질 수가 있다. 선한자가 강하지 못하면 악한자로부터 선(善)을 지킬 수가 없다. 하니 강해져라.”
“녜, 그러하겠사옵니다.”
“참, 자네들도 같이 갔다 왔는가?”
“녜, 그러하옵니다.”
두형제가 동시에 답하였다.
“자네들에게 내 선물 하나씩 주지. 이 것들은 내가 한때 형제처럼 지냈던 사람들의 무공일세, 마침 이것들을 전해줄 사람을 찾던 중이었네.”
그러면서 새로 만들어진 두권의 책을 탁자 위에서 집어 들었다.
그들은 엉겁결에 하나씩 받아 들었다.
“자네는 손가락이 섬세한 것이 검에 조예가 깊을 것 같아 유성천검이란 명호를 가진 분의 무학을 주었네.”
승천검황의 설명에 지연룡의 얼굴에 격동의 빛이 피어 올랐다. 유성천검은 무림맹의 호법으로 혁혁한 무명을 날리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적진에 고립되어 승천검황이 구출하였을 때는 이미 부상이 심각하였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격전 중에 입은 내상이 도져 한달만에 타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무위는 적수가 없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물론 승천검황과는 한번도 싸워 보지는 않았고 태상호법과 호법이라는 직위처럼 무위에 차이는 있었지만 그 둘을 비교하지는 않았다.
무림맹의 호법은 많게는 일곱에서 적을 때는 두세명이 있었다. 그들은 일정한 문파에 적을 두지 않은 고수들로 승천검황이 태상호법이 되면서 영입한 인물들이었다.
“자네는 팔이 강하고 억세 보이네, 또한 손가락이 뭉툭하니 검보다는 도가 낫을 것 같아 무적도왕이라 칭하던 사람의 절기를 전해 주었네. 이 두 분들은 모두 무림맹에서 한때 무적을 자랑하였으나 모두 산화하고 말았네. 나한테는 십여년 이상 선배 되는 분들로서 형님으로 따랐던 어른들이네. 모두 자신의 절기를 전해줄 제자가 없이 돌아가셨으니 그 절기가 유실되는 것이 내심 안타까웠던 참이었네.”
승천검황의 말에 그들은 숙연해지고 자신들에게 기연이 온 것에 감사하였다.
“물론 나이가 있으니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을 한다면 대성할 수 있을 것이네.”
그들은 고마움에 고개를 몇번이나 조아렸다.
“한데 너의 신색을 보니 조금 이상하구나. 이번에는 네가지 기운이 흐릿해 졌구나.”
“녜, 그렇습니다. 이제 혼란이 오고 예전에 또렷하던 네 가지 무공이 이상하게 혼란이 와서 아예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승천검황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피어올랐다.
“정말이냐? 잊어 버린다는 것이냐?”
“녜, 머리는 기억하는데 몸은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잊어버려 혼동이 옵니다. 또한 내공심법도 마찬가지 입니다.”
“허, 기사(奇事)로다. 실로 대단한 일이다. 무공에 입문한지 오년이 조금 지났고 그 무공에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나 아무런 걱정할 일은 아니다. 너에게 전해준 구결들을 나도 몸으로는 잊어버렸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승천심공과 승천등룡검법을 잊어버렸다고 하자 어이가 없었다. 하나 자신도 잊어 버렸기에 이해는 되었다. 하면 잊어먹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는 말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나도 구결은 기억하나 이미 그 검형이나 운기법은 몸으로 잊어버린 것이다. 물론 억지로 전개한다면 전개는 가능하겠지만 몸은 잊은지 오래이다. 다 잊었느냐?”
“아닙니다. 아직은 다 잊지는 않은 듯 합니다. 지금 전개하는 것의 원형이 무엇이다는 것은 의식하는 것으로 보아 다 잊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선재로다. 하나 내공은 아직도 합일이 못된 것 같구나.”
“녜, 그러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니 걱정하지는 말아라. 이제야 진정한 독문무공이 만들어 지는 것 같구나. 너의 진정한 독문무공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싶구나. 하고 너희들은 먼저 나가 기다리거라. 성룡이에게 할 말이 있으니.”
승천검황의 말에 지연룡과 지장룡은 일어나 품속에 책을 갈무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너에게 본문의 절기가 간 이상 어찌되었건 본문의 모든 것을 전해주어야 할 것 같구나. 향후 네 맘에 드는 사람에게 절기를 전하여 주어라. 그리고, 이왕에 본문의 절기를 전수받은 이상 본문에 대한 역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자는 대대로 전해지는 것이니 문주에게 나중에 전해주어라. 또한 이 검은 본문의 지보이니 잘 간수하여라. 승천등룡검법이 팔성에 이르면 현철로 된 검이 있어야 시전이 가능하다. 물론 다시 십이성 대성한다면 풀잎으로도 전개가 가능하지만 그런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도 이 검을 놓게 된 것은 오십에 이르러서 이니 필요할 것이다.”
검집을 포함하여 고작 한자반 밖에 되지 않는 단검을 품에서 꺼내놓았다.
그말에 지성룡은 거절하지 못하고 검을 받았다.
“이 책자에 너의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다. 너의 뜻대로 하여라. 그리고 혹시 나중에 강호 행도를 하다보면 무상문 사람을 만날지 모르겠다. 이일도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 말해주는 것이니 그들을 만나면 결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여라.”
그러면서 승천무제와 무상천존에 얽힌 비사를 말해 주었다.
“아마도 그분이 사부님과 마지막 비부가 끝난 후에 무림에서 사라지셨다. 하나 강호에서 비무에서 진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수치이니 어디에선가 후인을 기르고 있을 것이다. 우연히 듣기에 육기라고 일컬어지는 무적철검과 무상도가 무상검법과 무상도법을 완성한다고 하더구나. 결국 그분의 절기는 나누어 진 것 같다. 무적철검이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그가 무상천존의 절기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혹여 그들과 부딪친다면 아마도 석년의 일로 부딪칠 수도 있으니 항상 유념하여라.”
승천검황은 지성룡에게 절기는 전하였지만 문파에 관한 것은 전하지 못하였기에 이일도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지성룡이 다행히 가문에서 지차(枝次)이기에 절기를 전하는데 제약이 없다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지성룡이 그것들을 품에 갈무리하자 승천검황은 그 동안 마음에 맺혀있던 문파에 대한 부담감이 훌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님, 이제 대둔산채에 있는 병력을 천하삼단만 남기고 철수 시키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하자. 물론 본가에서 단주로 있는 일단을 남도록 하여라.”
지유성도 복귀하였다.
“일단 그곳에 부문주들과 협의하여 천하사관과 오관을 옮기기로 하였다. 또한 청명원에서 수련하고 있는 청운각의 후기지수들도 보내기로 하였다. 또한 나이가 오십이 되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 신공을 익힐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이일은 이단 천하상단의 축관당(築館堂)에서 맡아 하기로 하였다. 또한 청명원에 거하는 어르신들의 휴양소도 같이 만들기로 하였다. 이일은 너와 차기 부문주들에게 맡기기로 하였으니 축관당주를 불러 세부 계획을 세우도록 하여라.”
“녜,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옵고 남경상림에서 고희연에 대한 초청장이 당도하였습니다.”
“음, 예상했던 일이지만 너나 나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문제로다. 일단 그 일은 시간이 있으니 어르신들과 같이 협의를 하여 누가 가야 될 지는 정해 보자꾸나.”
“천하문에서 예상대로 토벌을 후기지수들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들었소이까?”
천기각주가 보고를 하자 이미 예상하였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 곳이 워낙 철저히 봉쇄되었기에 간자들이 접근하지 못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돌아온 후기지수들은 어떠한 부상도 없었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이군. 한수칠흉이 만만치 않은 인물인데 오원주가 나섰는가?”
“오원주는 나서지 않았다고 참여한 후기지수가 말하였다고 합니다. 대부분 돌아온 후기지수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들과 삼일의 휴가를 보낸다고 합니다. 그들 중에 일부가 집에 돌아와서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것이 소문이 되어 돌고 있기에 그 것을 종합하였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후기지수들로만 싸우게 하여 승리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후기지수들이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참룡검객의 활약은 어떠한가?”
제갈중명의 관심은 지성룡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관심 밖일 수 있었다.
“그가 보인 무위는 대단하였다고 합니다. 일부의 말에 의하면 한수칠흉의 둘이 그에 의해 격살 되었고 나머지는 절벽에 머리를 부딪쳐 자살하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이제 살인과 실전의 관문을 넘었기에 한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군웅회와 비무에서 보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대문파에 경각심을 줄 정도인데 이제 그보다 한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오른다면 오대문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맞는 말이오. 이제 천하문과 연락할 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하지 않겠소?”
“그것을 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천하문의 대소사는 현재 문주보다는 소문주인 지유성에게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향후에 문주가 될 것을 감안한다면 그와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기회에 한번 가서 안면을 익히고 우리들의 의사를 밝힐까 합니다.”
“좋은 방안이오. 하나 이일은 오대문파에는 모르게 해주시오. 그들이 안다면 향후에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철저한 기밀을 유지토록 하겠습니다.”
무적철검은 일단 가고자 하는 곳을 무림맹이 있는 장안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은 바쁘지 않았기에 천천히 걸었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무한이었다.
무한은 장강의 문물이 모이는 교통의 중심지이고 상업의 중심지이기에 사람이 많았다.
“이보게 오늘 무슨 날인가?”
무적철검은 유난히 사람이 객잔에 붐비자 점소이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오늘 천하문에서 한수칠흉이라는 도적을 잡아서 그 시신을 제형안찰사에게 인도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그들이 효수되는 것을 보기위해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그 것이 무슨 큰 일이 되는가?”
“그들은 사황성의 중진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효수된다고 하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은퇴하였지만 사황성의 인물인 만큼 그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입니다.”
“그렇겠네. 하지만 그 일만 가지고는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물론 입니다. 내일이 또한 지부대인의 생일이다 보니 곳곳에서 생일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것입니다.”
점소이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고맙네. 지부대인의 잔치는 아무나 갈 수 있는가?”
“초청장이 있어야 갈 수 있지만 초청장이 없는 사람은 문밖에 천막을 치고 떡을 준다고 합니다.”
“알았네.”
황영지는 이런 점소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도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것도 기억해 두었다.
한데 그때 객잔이 시끄러워 지기 시작하였다.
“일어나라”
갑자기 큰소리가 들려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무기를 지참한 서너명의 건장한 무사들이 한 인물을 에워싸고 있었다.
“거룡방이다.”
누군가 나직이 말했고 그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그 주변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일어나 서너장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되자 그들을 중심으로 텅 빈 공간이 생겼다.
“무슨 일이오? 나에게 볼일이 있느냐?”
지목을 받은 사람은 건장한 체구에 검은색 경장을 걸친 인물로 머리는 위로 상투를 틀어 묶어 차림새에 비하여 말쑥하였다.
그는 그들의 위세에 주눅이 되지 않았는지 태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손만은 허리에 있는 검에 닿아 있어 자세히 보면 언제라도 출검이 가능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너는 한시진전에 무한에 성문을 통과한 이후에 우리 거룡방의 제자들을 팼다. 맞느냐?”
“아, 그 건달들 말이냐?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거리에서 추근대기에 패주었는데 그놈들이 거룡방 떨거지들이었느냐? 그렇지 않아도 그놈들에게 그런 짓을 시킨 놈들을 손볼 참이었는데 잘되었다.”
청년은 말을 마치자 마자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육척이 훨씬 더 되어 보이는 키에 상대를 압도하는 체구에 질렸는지 시비를 걸던 거룡방의 제자들이 움찔하여 뒤로 물러났다.
“네놈은 이곳 무한의 법도를 모르는 구나. 이곳 무한에서는 우리 거룡방이 법도이다. 가뜩이나 천하문 놈들로 인하여 심기가 마땅찮은 마당에 잘 되었다.”
그렇게 말한 후에 거룡방의 제자들은 검을 뽑아들었다.
삼장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서 무적철검 일행은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거룡방은 어떤 문파인가요?”
황영지는 궁금하여 전음으로 물었다.
“이곳 무한을 지배하는 암흑가의 세력이다. 하나 저 청년은 상대를 잘못 만난 것 같다. 지금의 저들 네명은 상대가 되겠지만 저들이 깨지면 더 강자들이 나설텐데 그때는 안될 것이다. 저쪽 문입구에 두명도 같은 패거리인데 그들은 지금 저들을 보내어 실력을 떠보려는 것 같다.”
무적철검의 대답에 황영지는 입구를 보았다. 역시 두명의 무사가 서 있었다.
그 때 네명이 검을 빼들고 달려들고 있었고 청년도 검을 들고 맞서고 있었다.
“저 청년이 사용하는 검법은 바로 무당의 검법인 청명검법이다. 무당의 속가제자인듯하구나.”
“하면 저 청년은 어찌 됩니까?”
“글쎄다. 저들을 보아라. 저 청년이 사용하는 검법을 보고 얼굴이 상당히 곤혹스럽게 변하였다.”
말 그대로 문 앞의 두 인물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들로서도 무당의 속가제자를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아무리 안하무인 이지만 그들도 강호의 일원인 이상 무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금 저 청년은 아무 잘못이 없다. 시비를 먼저 건 것은 거룡방이기에 저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곤혹스러운 것이다. 만일 저 청년이 다친다면 거룡방은 무당이 이번 일에 개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로서는 저들 둘이 목숨을 내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영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 같이 싸우다가 다쳤는데도 그렇습니까?”
“물론 다른 문파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지만 무림맹의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다. 털끝 하나라도 다친다면 무당은 이일을 기회로 거룡방을 압박할 것이고 그들은 무당의 노여움을 풀기위해 어쩔수 없이 무당에 저들 둘을 보내야 한다. 그렇기에 저들은 지금개입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였다. 이미 네명의 청년들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검을 놓치고 피하기 급급한 실정이었다.
“그만”
문앞에 서있던 자 중에 하나가 소리를 쳤고 그러자 네 명의 청년은 뒤로 물러섰다.
“죄송하게 되었소이다. 수하들이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소생은 거룡방의 장패라 하오이다.”
청년은 거룡방의 사람을 꼬나 보았다.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거룡방은 지나가는 행인의 돈을 갈취하고 이렇게 객잔에서 시비를 거는 것이 업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청년이 비고자 나섰던 거룡방의 인물의 얼굴이 찌푸려 졌다. 그러나 발작은 하지 못하고 화를 참는 것 같았다.
“형장 노여움을 푸시오. 이렇게 소생이 사과하지 않소이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목소리에는 노여움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허허, 이것 참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것이외다. 더구나 한수칠흉이 강도짓을 하다가 효수되는 마당에 이렇게 같은 무리들이 날뛰니 참.”
그렇게 말하자 무리중에 있던 세 사람이 청년 곁으로 나섰다. 그들의 신색도 아까의 청년 못지 않아 보였다.
무적철검도 그들은 주의하지 않았기에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일입니까?”
“저들은 도찰원 어사들 같구나.”
그 말에 황영지는 나타난 인물들을 살펴 보았다.
“조정에는 구파일방의 제자들이 상당히 몸담고 있다. 아마 저들은 한수칠흉의 일로 이곳에 온 것 같은데 거룡방이 걸려들은 것 같구나.”
무적철검의 말에 황영지는 자세히 나타난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아까의 거룡방 인물의 얼굴에도 놀람의 빛이 어렸다. 말하는 어투에서 심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단 저들을 제압하여 죄를 추궁하지요.”
그 말에 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관부나 무림맹의 같았기 때문이다.
나타난 인물들은 처음의 청년보다 아랫사람으로 보였다.
“당신들은 누구시오?”
거룡방의 인물은 상당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상당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조정에서도 항상 사황성을 주시하고 있었고 이번 한수칠흉의 죄상에서 사황성이 관련되지 않았는지 조사 중이었다. 그런데 재수없이 그런 어사들을 건들은 것이었다.
그러나 어사들이라고 하여도 거룡방의 두 무사가 만만치 않았기에 성급하게 다가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흑도의 무리들은 궁지에 물리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때 일이 발생하였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포졸들이 들이닥쳤다.
포졸들은 서로 대치하고 있자 멀찍이 떨어져 있기만 할 뿐 뛰어들지는 못하였다. 그때 사령의 복장을 하고 있는 자가 나섰다.
“모두 포청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니 무기를 내려놓으시오.”
그러자 어사로 보이는 자들이 검을 거두어 검집에 꽂았다.
“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순순히 응하나요?”
황영지는 이상하여 물었다.
“함정이다. 저들은 지금 포청까지도 노리는 것이다.”
그제서야 순순히 저들이 물러나는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강호에서는 경험이 칠이다. 저들을 보아라. 저 포졸들과 거룡방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저들이 이곳 무한에서 큰 문제없이 거룡방이 활보하는 것이다. 아마도 저 어사들의 신색을 보건데 이곳 포청도 쑥대밭이 될 것 같구나.”
그말처럼 그들이 검을 꽂자 호사들이 부리나케 달려들어 그들의 양손을 포박하였다. 반면에 거룡방의 여섯은 오히려 묶지 않고 같이 가고 있었다.
“저 결과만 보면 바로 거룡방이 이긴 것이다. 거룡방은 지금까지 저렇게 이겨 왔다. 하나 강호 경험이 있는 자라면 이 경우에 저렇게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황영지는 세상이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것을 알았다. 결국 힘보다는 경험이 중요하였다. 한 순간의 도발에 거룡방과 포청이 걸려들고 있는 것이다.
모두는 포졸들이 끌고 가자 언제 일이 있었냐는 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가보자. 일은 지금부터이다.”
무적철검 일행은 포졸을 따라갔다.
포졸들이 이미 그들을 포위하여 가고 있있다. 한데 포졸들 근처에 무기를 소지한 십여명의 청년들이 나타나 둘러싸고 있었다. 십여명의 포졸들은 그 청년들이 나타나자 놀라는 기색도 없었다.
무적철검은 일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였다. 이런 일은 황영지에게 상당한 교훈을 줄 좋은 일이기에 자세히 보여주기로 하였다.
그들이 포청으로 들어가자 무적철검 일행은 포청의 뒤로 돌아가 담장위로 올라가 뜰에 있는 나무사이로 숨었다.
포청 뜰에는 판관으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나으리 영소루 객잔에서 난동을 피우던 자들을 잡아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판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대들은 무당의 속가제자같은데 어찌하여 객잔에서 난동을 피운단 말인가?”
그렇게 말하고는 거룡방의 여섯사람도 옆에 세웠다.
“저들을 알아 보겠느냐?”
그 때 포졸들 사이에 네명의 청년들이 나왔는데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들을 보자 거룡방과 맞섰던 인물이 놀라지도 않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더니 말을 시작하였다.
“저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통행세를 받던 흉악한 놈들이오. 그래도 불쌍하여 놓아준 것인데 이렇게 붙잡혀 왔으니 아예 처벌하시지요.”
그말에 판관은 벌떡 일어서더니 탁자를 쳤다.
“무슨말이냐? 네놈은 무고한 성민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어찌 뉘우치는 기색이 없느냐? 더구나 그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본관을 우롱하다니? 저들을 투옥시키도록 하라. 왠만하면 인명에 피해가 없고 타지인 같아 자술서를 받고 훈방할 생각을 하였지만 뉘우칠 생각이 없으니 방법이 없도다.”
그렇게 말하고 판관은 그들을 보았다. 그때 그들을 잡아온 사령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말하였다.
사령이 한참동안 뭐라 말하자 그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서기에게 다가가 뭐라고 사령이 중얼거리자 글 한장을 쓰기 시작하고 그 글을 판관에게 들고 가서 보여주자 판관이 뭐라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입니까?”
황영지는 그들이 하는 일이 이해가 안가 무적철검에게 물었다.
“저들은 지금 거래를 하는 것이다. 거룡방도 저들이 무당파이기에 지금 명분을 만들고 놓아주려는 것이다. 하나 저들은 점점 수렁에 빠지는 것 같구나. 저들이 지금 자술서를 받아 두려고 하는 것이다. 저 자술서가 있으면 무당이 이일로 나중에 트집을 잡아도 대항을 할 수가 있기에 자술서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판관으로서도 이일이 그런 것인 줄을 알지만 이미 매수되었기에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이일을 하는 것이다. 향후 관부를 상대할 때는 오늘의 일을 항상 마음속에 유념하고 대하거라.”
사령이 문제를 일으킨 청년에게 아까 쓴 글을 보여주었다. 서명을 하라는 것 같았다.
“이 곳에 이름만 쓰고 손도장을 직으면 그대들은 방면될 것이지만 만일 그렇지 않는 다면 그대들은 정식으로 그 벌을 받을 것이오.”
그 때 묶여 있던 네 청년이 포승줄을 끊어 버렸다.
“도찰사령은 명을 받으라.”
포승을 끊자마자 검을 빼들고 고함을 질렀고 포청안으로 검은색 경장의 인물들이 난입하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경악을 하고 있었고 거룡방의 인물들은 도망가려 하였지만 그들은 네명의 청년들에게 발목이 잡혀 도망가지 못하고 있었다. 도찰사령은 이미 판관마저 포박하고 있었다.
포청은 지부의 소관으로 지부대인 아래 판관이 수장이 되어 있었다.
“어떻느냐?”
“대단합니다. 저런 음모가 난무하는 곳이 강호이옵니까?”
“그렇다. 관부건 어디건 항상 음모가 난무한다. 행여 강호에 행도를 한다면 항상 주의를 하여야 한다.”
황영지에게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라는 의미에서 무적철검이 일부러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이일은 저 판관과 저 자리에 있는 자들이 적당히 처벌되는 것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하오면 거룡방이 일망타진 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 도찰어사라고 하지만 저들도 지부대인이나 안찰사를 건들 수는 없다. 그저 어느 정도 선에서 타결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저렇게 도찰어사들이 설치면 지부대인이나 안찰사의 입지는 커지게 된다. 오늘 밤이면 저들은 감옥에 있고 안찰사와 지부대인이 도찰어사들을 불러 술을 같이 먹고 저들은 내일아침 풀려날 것이다.”
황영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적철검이 그렇다고 하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 곳이 강호이다.”
꿈에 부풀어 있던 황영지에게 추악한 세상의 이면을 보여준 것은 무적철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