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39
제 목: [연재] 독문무공(39)
14.강호초행
두 사람의 비무는 여덟명만이 참관하는 가운데 다음날 오전에 열렸다.
그만큼 비무는 비밀에 부쳐진 가운데 진행이 되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은 하였지만 두 사람의 비무는 격렬하였다. 좌도우검을 들고 임한 황영지의 거센 공격에 내내 지성룡은 반격을 제대로 못하고 방어만을 하였다.
그러나 간간이 지성룡의 좌장(左掌)에 의해 공격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기에 위기는 별로 없었다.
“오늘 비무는 굳이 본문의 무공을 고집하지 말고 네가 쓸 수 있는 기술을 다 발휘해 보거라.”
승천검황은 비무전에 그렇게 일렀기에 다양한 무공을 적절히 사용하여 방어 위주로 나갔다. 어찌 보면 일방적으로 지성룡이 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황영지는 지성룡의 방어에 막혀 아무 성과도 없자 더욱 초조해 졌다. 마치 지성룡의 방어하는 초식이 자신의 공격을 아는 듯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곁에서 보는 여덟사람은 모두 무공의 대가이기에 지성룡의 방어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승천검황도 이미 지성룡과의 대화를 통하여 어느 정도 들었기에 예상을 하였지만 저런 정도로 발전 했다고는 생각치 않았기에 놀라고 있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그 검초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인간의 운공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동작이기에 놀라고 있었다. 검이라는 것은 일정한 흐름이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무시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무적철검과 무상도의 놀람은 극에 이르고 있었다. 자신들이 자랑하는 무공이 너무나 어이없이 막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방어만 하면서 평수를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무적철검은 결국 무상도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영지가 이제 형을 갖추었다면 저 아이는 형을 버리는 단계에 이르렀소. 이쯤에서 멈추게 함이 좋을 것 같은데…”
무상도는 비무를 보다가 무적철검의 전음을 받자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라 멈추게 할까 생각하였지만 이제 백초 남짓 겨루었기에 좀더 두고 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아직은 아니오. 저 아이가 패배를 납득하지 않고 있소. 좀더 두어야 스스로 미치지 못함을 깨닫게 될 것이오.”
무적철검은 무상도의 전음에 좀더 두고 보기로 하고 멈추게 하려던 것을 보류하였다.
황영지는 자신의 공격이 번번히 막히자 자신의 기술을 모조리 발휘하고 있었다. 사실 좌도 우검의 무상절기는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격의 연계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던 것이 공격을 할수록 익숙해지고 있었다. 물론 막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 노수의 노련함에서는 엄청난 진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청운각의 후기지수보다도 못한 느낌이었는데 오십여초가 지나자 그들의 능력을 능가하더니 이제는 지성룡이 최선을 다해야 막을 만큼 진보를 하고 있었다. 간간이 좌장을 사용하여 공격의 흐름을 끊어주어야 했다. 차츰 황영지의 공격이 능수능란하게 변화되자 지성룡도 차츰비무에 몰두하여 갔다. 황영지도 지성룡이 비무에 몰두하는 것을 알았고 지성룡이 공격을 하지 않자 마음놓고 공격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황영지는 백여초가 넘으면서는 승패에 관심을 두지 않고 배운 바를 최대한 펼쳐보기로 마음을 먹고 마음을 편하게 하였다.
지성룡은 백여초가 넘자 황영지의 도검에서 도강과 검강이 나오자 경악을 하였다. 그렇기에 자신도 검강을 일으켜 방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사람은 공격하고 한 사람은 막는 비무가 이어졌다.
간간이 지성룡이 격공무성장을 발출하여 흐름을 끊기에 황영지는 공격을 마음대로는 하지 못하였다.
무적철검이나 무상도의 입장에서도 황영지가 한층 성장하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과의 대련에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 있었다. 황영지의 공격은 이제 형(形)의 공격으로는 최고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 양손의 합격은 치밀하기가 톱니바퀴처럼 맞아가고 있었다. 그런 공격을 지성룡은 마치 알고있는 것처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막아가고 있었다. 그러했다. 이미 반복되는 공격에 황영지의 모든 것은 지성룡에게 기억되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공격으로는 지성룡에게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백여초가 넘으면서 사용하던 좌장을 이백여초가 넘으면서는 다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황영지는 아무리 공격하여도 털끝하나 건들지 못하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하였고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황영지의 공격은 점점 거칠어지고 이제는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 일변도롤 변하여 갔다. 그런 공격은 실로 동귀어진을 하자는 식의 공격이라 방어가 어려웠다. 지성룡도 아찔한 순간을 서너번이나 맞은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기에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막아내었다. 황영지는 그렇게 공격을 하면서 차츰 이성를 찾아가고 있었고 그 동안 막혀있던 뭔가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은 틀에 박힌 법칙을 벗어난 가운데서의 자유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성룡은 황영지가 무지막지한 공격일변도에서 아까와 다른 변칙적인 공격으로 전환하자 더 막기가 까다로워지는 것을 알았다. 실로 장엄한 도검의 연수합격이었다. 마치 두 사람과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장엄한 두 사람의 연수합격 같은 느낌에 최대한 공력을 끌어올리면서 대응해 나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방어만 하였는데 공격을 하기는 싫었다. 그의 이런 생각은 황영지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황영지는 막 자신의 벽을 한꺼풀 벗어가고 있었다. 그런 것을 지성룡도 느끼기에 더더욱 공격을 하여 그 흐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장내의 모두는 그것을 알기에 지성룡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방어에 집중하자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런 배려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영지는 자신과는 다른 느낌에 공격을 하였다. 그러나 그런 공격에도 지성룡이 방어에만 몰두하자 현실을 직시하였다. 이제는 자신이 할 것은 다하였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더 이상 싸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공격을 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의 공격이 무의미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공격을 하는 것은 깨끗한 패배의 선언보다 더한 수치이기 때문이었다.
“졌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검과 도를 거두었다.
“잘했다.”
무적철검은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녀가 지긴 하였지만 이 비무로 제자는 자신의 한계를 넘는 실마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녀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지성룡은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흐르자 이겼다는 기쁨보다는 가슴이 아파 왔다.
그때 그녀가 눈물을 닦고 지성룡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뺨을 때리고 말았다. 엉겁결에 당한 일이라 막거나 피할 시간도 없었다.
“나쁜 사람. 그렇게 사람을 모욕하다니.”
그 말에 지성룡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었다.
“어쨌든 어제 부탁한 말은 지켜준 것 고마워요.”
그 말에 지성룡은 그녀가 자신이 한번도 공격하지 않은 것에 수치감을 느낀 것을 알았고 공격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켜보던 노인들도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은 어찌 되었건 비밀이 되었다.
“수고하였네.”
무적철검은 다가와서 지성룡에게 치하를 하였다. 바보 같은 것인지 인내심이 많은 것인지 지성룡은 황영지의 상대를 끝까지 해주었고 스스로 패배를 시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한이 없는 승부였다.
황영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다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탈진하고 만 것이다.
그녀가 쓰러지자 황급히 무적철검은 다가갔다. 그리고 손목을 잡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저 탈진한 것이니 걱정 안해도 되겠습니다. 잠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푹 쉬면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지성룡도 걱정이 되던 것이 사라졌고 자신도 피로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실로 방어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만큼 그도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그도 이렇게 최선을 다해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승천검황이 지성룡에게 다가왔다.
“뺨 맞을 짓을 했다. 그런 만용은 할 필요가 없는 짓이다.”
승천검황은 차갑게 내뱉었다.
“물론입니다. 하나 방어만으로 가능하였기에 방어를 하였습니다. 물론 그녀가 강하였다면 공격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저는 그사이 검법하나와 도법하나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승천검황은 어이가 없었고 막 황영지를 안고 가던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 지성룡을 돌아보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다 기억하는가?”
무적철검은 궁금하여 물었다. 실로 자신들이 평생에 걸쳐 얻은 정화가 황영지의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공격을 다 막아내고 그 것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形)을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그 속에 담긴 마음을 읽었을 뿐입니다.”
그 말에 무적철검은 화들짝 놀랐고 무상도는 들고 있던 도마저 놓치고 말았다. 쨍그랑 하는 소리의 여운이 남아 그 놀람의 강도를 상징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아직도 해독하지 못한 무상천존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십년전 이래로 그 말의 뜻을 풀지못해 고심하였고 그 말의 뜻을 황영지에게 깨우치기를 바랬던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그 것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정말이냐?”
믿지 못해 물었다. 그 말은 자신들이 얻지 못한 것을 얻었냐는 것이었다.
“물론입니다. 아마 황소저도 그것을 깨우쳤을 것입니다.”
그 말에 승천검황은 고개를 끄덕였고 무적철검과 무상도는 다시 떠나갔다. 오태상들은 이 수수께끼에 대하여 어렴풋이 이해하기에 말없이 승천검황을 따라 움직였고 지성룡도 자신의 처소로 갔다.
처소로 돌아온 지성룡은 자리에 앉았다. 온몸이 노곤하고 욱씬거렸다.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그저 몸의 곳곳에 기운을 일으키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움직이면서도 운기가 가능하였지만 그때는 전신혈도와 경락을 종합적으로 풀어줄 수가 없었다.
탈진할 정도로 기력을 사용하였기에 초반에 흐르는 기운은 예전의 반도되지 않았지만 차츰 그 강도가 거세졌다. 하나 점점 네 가지 기운의 경계가 사라졌는지 그 기운들은 마치 물속에 담긴 네 가닥 줄처럼 가늘어진 느낌이고 나머지 기운들은 거대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느낌은 최근에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흘러가던 기운들은 마치 하나의 기운처럼 강해지고 있었다. 그간 운기라는 것을 하다 보면 이런 움직임은 어떤 심법의 움직임이라고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딱 이런 무공이다 할 특징적인 흐름이 없는 흐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얼마전 승천무황과의 대화 이전까지는 이런 변화에 대하여 잘못되지는 않나 하는 두려움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사라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운기조식을 하면 악취가 심하던 것이 점점 그런 악취가 사라진 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줄어들던 악취가 다시 심하게 나고 있었다. 그만큼 몸안에 노폐물이 많이 형성된 것을 알았다. 아니 그만큼 노폐물들이 많이 배출된 것이다. 그의 세맥 깊숙이 잠복해 있던 노폐물이 기운의 격발로 인하여 자극받아 땀구멍으로 배출된 것이다.
그는 운기하던 정신을 오늘의 비무에서 있었던 일로 옮겼다. 그는 황영지가 펼쳤던 무공과 자신의 대응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었다. 마치 바둑을 두고 복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그렇게 몰두해 갔다. 그가 기억을 못해도 몸은 기억하기에 그 기억이 하나하나 떠올랐고 황영지의 무공이 하나하나 틀이 잡혀갔다. 더구나 최근에 무적도왕의 도법을 보았기에 황영지가 사용한 도의 움직임도 하나하나 이해되었다. 그는 그렇게 삼백초에 이르는 대결을 몇번이고 반추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세시진을 있었고 그가 눈을 떴을 때는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저녁을 챙겨먹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비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한참을 명상을 하다 벌떡 일어났다.
지성룡은 불현듯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하여 안수전 한쪽에 있는 병기고로 다가 갔다. 그곳에는 검과 도가 몇 자루 있었고 지성룡은 그 중에 오늘 황영지가 사용한 무기와 가장 비슷한 것을 골랐다. 안수전 앞에 있는 연무장 한 가운데로 나갔다.
그는 양손에 도와 검을 들고 춤을 추듯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가 생각나는 대로 움직여 갔다. 마치 도검무를 추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그의 춤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는 듯하면 끊어지는 것을 반복하면 계속되고 있었다.
그의 그런 움직임을 보는 눈은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고 그 움직임을 보면서 희열에 젖어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영감대로 움직이고 나자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개운해지고 갑자기 배가 다시 고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안수전 한쪽에서 누군가 살펴보는 것을 느끼고 그 쪽을 보았다. 황영지였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황영지는 지성룡이 보자 놀라다가 앞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그 무공을 펼칠 수 있죠?”
황영지가 받은 충격은 오늘 비무에서 받은 것보다 더 컸다.
황영지가 본 것은 내내 그 동안 자신이 고심하면서도 펼치지 못한 것이었고 비무 중에 잠깐 시전하였던 그것이었다. 그 것을 이남자는 비무 중에 잠깐 보고서 시전하는 것이었다.
황영지는 탈진하여 쓰러진 이후에 안수전 자신의 처소에서 여태까지 자다가 일어나 간단한 운기조식만을 마치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가 지성룡이 뜰에서 연무하는 것을 보고 몰래 살펴본 것이다.
그녀가 지성룡이 펼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묻는 말도 떨리고 있었다.
“제가 펼친 것은 그저 모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 본 것을 여흥삼아 펼쳐본 것이니 괘념치 마십시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그 말이 전부가 아님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언뜻 드러난 검과 도에 어린 기운은 흉내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간단하면서도 자유스러운 움직임도 그러했다. 물론 형식은 그녀의 무공과는 다르지만 원형으로 본다면 같은 것이었다. 그런 정도는 파악할 무공 조예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하는 말은 자신을 배려한 것이었다. 지성룡이 시전한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완벽한 도검합일의 경지에 한발 더 다가선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말해 주세요?”
지성룡은 그녀의 눈에 들어 있는 간절함을 보았다. 그 것은 무도에 대한 구도였다.
“나는 소저의 무공에 담긴 뜻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 것은 조화이더군요. 물론 도법은 무상도법을, 검법은 무상검법의 최고 경지를 추구하지만 그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두 가지의 완벽한 조화입니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단점을 보완하는 조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황영지는 지성룡이 들고 있는 검과 도를 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그것을 받더니 연무장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자신이 비무 중에 얻은 것을 다시 재연해 보려고 하였다. 그녀는 지성룡의 연무도 보았기에 초식을 무시하였다. 그러면서 도검쌍무로 몰입해 들어갔다.
그녀의 도검은 유장하게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학처럼 우아하였고 맹호처럼 날렵하기도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자 그녀가 한단계 성숙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황영지는 처음에는 다소 초식의 형(形)을 잊고 몰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몸이 시키는 대로 도와 검을 놀리다 보니 차츰 자유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형도 틀도 없는 도와 검의 자유로운 놀림은 그녀의 마음까지 자유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 무한한 자유로움에 빠져서 그녀는 검도쌍무에 빠져 들었다. 그 무한한 자유는 지켜보는 지성룡의 마음까지 자유롭게 만들고 있었다.
무려 이각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는 그렇게 즐기듯이 검도쌍무를 추고 멈추었다.
“정말 천녀의 춤이었소. 진정한 무상천녀의 자태였소이다.”
황영지가 다가오자 지성룡은 그렇게 말하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고마워요.”
그러다가 그녀는 지금까지 잊고 있던 시장기가 밀려와서 뱃속에서 밥을 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당혹스러운 표정에서 그녀가 비무가 끝나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을 알았다. 지성룡도 배가 고파옴을 느꼈다.
“한데 뭐 좀 먹었소?”
“아뇨. 이제 갑자기 배가 고파오네요.”
“자, 어디 가서 먹을 것을 찾아봅시다. 뭐가 먹고 싶소?”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짖궂은 생각이 다시 들었다.
“제가 먹고 싶다면 뭐든 먹게 해주시겠어요?”
“내 힘닿는 데까지 힘써보리다.”
“좋아요. 따끈한 소면에 만두가 먹고싶어요.”
이미 유시도 지나 술시로 접어들고 있는 시간이었다.
“좋소이다. 그럼 들어가서 옷 갈아 입고 나와요. 내 특별히 오늘은 개봉부중에 나가 대접해 드리리다.”
지성룡도 오늘 같은 날은 한번쯤 일상에서 벗어나도 되겠다는 생각에 외출을 하기로 하고 방으로 가서 옷을 입고 지일광의 처소로 갔다.
황영지와 개봉에 나간다고 하자 그렇게 하라고 허락이 떨어졌다.
황영지도 자신의 처소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무적철검에게 지성룡이 개봉에 데리고 나가준다고 하니 따라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그렇게 하라고 아무 말도 없이 허락을 하였다.
무적철검과 무상도의 마음은 착잡하였다.
그들로서는 기대한 황영지가 맥없이 지자 허탈하였다. 시종일관 공격을 하였지만 상대의 공격한번 끌어내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더구나 새로운 경지에 도약하였지만 그 것도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그 모든 사실은 그들에게 승천문을 꺾기 위해 매진한 세월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서로 아무런 말이 없이 마주보면서 아쉬움을 자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탈진한 황영지가 일어나 간단한 운기조식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색해 모른 척 하였다. 그때 지성룡이 밖으로 나가 도와 검을 들고 연무를 하자 몰래 살폈고 자신의 제자가 보고 있기에 나서지 않았다. 그들은 예전에 무상천존의 연무를 떠올리게 하는 지성룡의 움직임을 보았다. 그 때의 그들의 느낌은 착잡함이었다. 그들은 황영지가 보고 있기에 몰래 보고 있었고 곧 승천검황도 밖에 나와서 보는 것을 알고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였다. 곧 황영지와 지성룡의 대화와 황영지의 연무까지도 보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황영지가 하는 것은 기쁨이었다. 지성룡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었지만 벽을 하나 넘고 있었다. 그 것은 그들에게는 기쁨이었다. 자신들이 뚫지 못한 한계를 극복해나가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지성룡과 황영지가 개봉에 나간다는 것까지 들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황영지가 떠나가자 무적철검이 입을 열었다.
“결국 영지는 저렇게 짝을 지어주어야 하겠구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어조에는 쓸쓸함이 진하게 베어 있었다.
“그래야지. 성정이 순수하고 무공이 출중하며 이만한 가문이라면 영지에게 과분한 혼처요. 더구나 승천검황어르신이 영지를 잘 본듯하니 그분이 나서주신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네. 다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네.”
그들은 무공에 매진하다 보니 가정을 이루지 못하였고 오직 친인이라고는 황영지 뿐인데 이제 짝을 지어준다고 생각하자 또 다른 슬픔이 밀려오고 있었다.
비무에 진 것에 대한 느낌이 분함과 허무함이라면 황영지를 떠나 보낸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않은가?”
오히려 평상시 말이 없던 무상도가 무적철검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렇네. 이제 떠나 보내야지. 그것이 순리인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영지만 행복하다면 된 것이지. 갑자기 처음 데려올 때가 생각나는군.”
무적철검은 자신의 전인을 구하러 천하 곳곳을 다녔다. 천재라는 소문이 난 기재들을 수없이 보고 다녔지만 원하는 재질은 아니었다. 그러다 들른 남경 빈민촌의 고아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황영지를 처음 보았다. 고작 다섯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였지만 놀면서도 항상 신중하면서 또래들을 챙겨주는 아이였다.
이런 고아원이라는 것이 인신매매집단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 연민은 더하였다. 고아원은 갓난아이를 데려다가 열살 가까이 키운 다음 사내아이는 종복으로 계집아이는 대갓집에 시녀로 보내거나 기루에 팔아 돈을 벌었다. 관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없기에 모른척 하였다.
그러다가 차츰 자세히 보면서 운동신경이 남다르고 총명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높은 나무에 오르는 대담함과 떨어지면서도 고양이처럼 본능적으로 움츠려 타격을 줄이는 것을 보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심 사내아이가 아니기에 전인으로 꺼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고 결국 무상도에게 오라는 소식을 전하고 그 아이 곁에서 지켜보았다. 무상도와 두 세달의 숙의 끝에 계집아이이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하고 은자 오십냥을 들여 애를 넘겨 받아 데리고 왔던 것이다.
그 후에 어린 황영지의 수발은 처음 데려오자고 한 무적철검의 몫이었다. 더구나 평상시 말이 없던 무상도는 아이를 다루는 것에는 아예 소질이 없어 전적으로 무적철검이 애 엄마의 역할을 하면서 황영지에게 필요한 교육을 시켜 주었다.
그렇기에 무적철검이 느끼는 감정은 부정과 모정이 결합된 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무상도는 알기에 잘 못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위로를 하고 있었다.
“정말 지난 십오년은 행복한 시간이었네. 우리는 말년에 그 아이와 보낸 시간을 준 하늘에 감사하면 되는 것이네.”
무상도의 말에 무적철검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