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51
제 목: [연재] 독문무공(51)
“현재 우리가 해야될 일이 무엇인가? 사마가 우리의 청혼을 거부한 마당에 사황성을 무혈로 얻기는 어렵지 않은가?”
천마의 말은 나직하지만 살기가 베어 있었다.
먼저 비공식적으로 슬쩍 영소혜와 율사청의 혼사를 타진하였는데 사마는 영소혜 본인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통보를 하여 거절을 하였다.
이는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뭐가 생각해보겠다, 시간을 달라라는 식의 대꾸가 와야 율사청이 방문을 하여 공략을 하던 할 텐데 그런 여지를 주지 않은 것이다.
율사청이 폐관에 들자 흐지부지하게 되었지만 외부의 변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 볼 수만은 없었다.
“하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사마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이 아니지 않은가?”
지마는 천마가 말하는 바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
“물론이네. 하나 정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네. 지금 사황성의 원로원에는 열두명이 사황성의 원로들이 있네. 그들 중에 절반 이상이 사마에게 반기를 들 마음이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고 그들을 회유할 수만 있다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닐세.”
천마의 말은 사황성을 상대로 방법을 모색하자는 말이었다. 결국 내부 반란을 유도하여 사황성을 흡수하자는 소리였다.
“결국 패왕과 수왕을 이용하자는 말인가?”
“물론일세. 첩보에 따르면 패왕이 최근에 무공을 대성하였다는 것일세. 그러면 결국 길이 있지 않겠는가?”
그들이 공동문주이지만 천마는 대외적인 일을 처리하였고 지마는 내부의 일을 처리하였다.
그렇기에 정보조직이나 외부 감찰조직은 천마가 관장하였다.
결국 사황성에 대한 어떤 일이 이미 시작되었고 그 것에 대하여 지마에게 양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말을 꺼낸 것이다.
“만일 일이 실패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이번에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이 있소. 바로 영소혜가 남경상림으로 출행을 하는 것이오.”
그러나 이일과 그일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 남경상림의 행사에 본좌가 다녀올까 하네. 가는 김에 가서 붙잡아 올까 하네. 물론 그 사이 패왕과 수왕은 내부에서 사마를 제압할 것이네. 화왕은 영소혜를 따라갈 것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네.”
천마의 말에 대체적인 윤곽을 그릴 수가 있었다. 지마는 자신이 도와야 할 일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국 내부 병력을 움직여달라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천지밀전대를 사황성에 파견해달라는 것이오?”
“그렇소. 고희연이 끝난 날 밤에 기습적으로 처리할 생각이오. 물론 영소혜도 그날 밤에 제압할 예정이오.”
그렇게 천마가 말을 하였다. 이미 깊숙이 일이 진행된 것이다.
천지밀전대(天地密戰隊)는 고작 삼십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지만 천지문의 최정예였다. 더구나 정규전이 아니라 비정규전에 능한 부대였다.
천지문의 밀전 훈련과정을 이수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전투단이었다.
“하나 사황성에는 여러 개의 비밀 조직이 있지 않소?”
“물론이오. 하나 영소혜가 움직이기에 그 중에 밀영루는 전부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소. 또한 사마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지존호위대도 일부는 영소혜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소. 또한 원로들의 연금을 책임지고 있는 수호삼단의 단주가 이미 우리와 연결이 되어 있기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천마의 말은 이미 일이 다 정리되었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만일 이일이 알려진다면 검마각에서 혹시라도 개입하지 않을 것 같소?”
“검마각은 이일에 우리가 개입한 줄은 알아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오. 그들에게는 따로 일이 끝나면 통보를 할 예정이오. 문제는 혹시라도 있을 사마의 탈출이지만 그 것도 영소혜를 우리가 제압하여 데리고 있는 마당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닐 것이오.”
영소혜의 일은 천마가 간다면 문제없이 해결이 되겠지만 사마는 탈출을 막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수가 있었다.
“나는 그날 그러면 천지밀전대를 이끌고 사황성에 가겠소. 혹시라도 사황이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심각해질 수가 있소. 사황은 심계가 깊기에 탈출한다면 일이 틀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 천지문도 위험해질 수가 있소.”
“각 문파에서 사절을 보내는 것에 대하여 통보가 있느냐?”
유주광은 유한열이 들어오자 자신의 고희연 준비를 물었다. 자신의 고희연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일은 고희연 중간에 있을 유한열에게 남경상림의 임주직을 넘기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예, 사황성에서는 소성주가 온다고 하였고 천지문에서는 천마가 직접 온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천하문은 아직 통보가 없으며 각 문파는 장로급들이 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사천상림에서는 어떻느냐?”
“그 쪽에서는 특별한 통보가 없습니다. 허나 사천상림은 관례대로 행수를 맡고있는 당가가주가 직접 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결국 천하문에서 통보가 늦는 것은 문주나 소문주가 발을 빼기 곤란한 상황이라 그렇겠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쪽의 세작의 보고에 전대 문주인 지일광이 움직일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또한 그와 더불어 전대 부문주와 청운대(靑雲隊)가 같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청운대는 청운각에 모인 천하문의 후기지수들에게 대둔산의 산적을 토벌한 후에 붙여진 명칭이었다.
그말에 유주광의 얼굴은 다소 못마땅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고희연에 무력시위라도 한다는 것이냐?”
“그런 면도 있지만 후기지수들에게 강호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 오는 것 같습니다.”
“하면 참룡검객도 오느냐?”
“그는 검황어르신과 소림에 갔다가 무림맹으로 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간이 있기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곳으로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주광은 그 보고에 내심 못마땅하였다. 사절단의 인원이 삼사십명이라고 하여도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보통 문파의 중요 인물이 움직이면 그 정도의 호위는 따라붙었다. 하지만 천하문이 파견하는 인원은 그 면면이 너무 강하였다. 전대 문주와 부문주에 문파의 후기지수 이십여명이 오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였다. 내내 최근에 강남으로의 진출조짐이 보여 상당히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그들의 조치는 무력시위로 밖에는 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들이 오는 주목적이 축하보다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온다고 생각하기에 내심 불쾌한 것이다.
“알았다. 일단은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여라.”
“네, 그러할 것이오니 염려 마십시오.”
“저기 보이는 곳이 우리 장원이고 저쪽이 바로 송장주의 장원이며, 저쪽이 초장주의 장원일세.”
조금 높아 보이는 언덕에서 웅전휘는 세 군데 장원을 가리켜 보였다. 세 장원은 인접해 있었고 양쪽에서 웅가장과 초가장이 송가장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세 장원은 상당한 규모였다.
결국 그런 형국이다 보니 송가장주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단 오늘은 우리집으로 가자.”
웅전휘는 세사람 중에서 용소명과 제일 친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여 같이 가자고 하였다.
용소명도 웅전휘가 제일 편한 편이기에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세. 내일쯤 내가 사람을 보낼 것이니 그 때 보세.”
그들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각기 길을 찾아 내려갔다.
용소명은 웅전휘의 뒤를 따라 같이 내려갔다.
“자네 생각에 우리가 천하문에 접근하는 것이 당연한 길이라고 생각하는가?”
생각보다 세 장원이 크기에 용소명은 다소 생각을 다시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길 뿐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호북성에서 하남성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요지인 이곳은 천하문에서 상당히 중시할 것 같습니다. 저쪽 산너머가 바로 한수이겠군요.”
“그렇네. 그러나 우리와는 큰 관련이 없네.”
“저 산은 국유림입니까?”
“아닐세. 절반은 웅가장의 것이고, 절반은 초가장의 것일세.”
“저 산 위에 녹림산채하나가 들어선다면 참으로 수로와 육로를 봉쇄하는 절묘한 위치 같습니다.”
용소명의 말에 웅전휘는 생전 처음 듣는 말에 어이가 없었자. 그러나 보자 마자 그런 말을 하는 용소명의 비범함에 다시 놀라고 있었다.
“참으로 좋은 곳입니다. 저라면 저쪽으로 길을 내서 강변에 포구를 하나 만들겠습니다.”
그 말은 웅전휘도 한번쯤 생각을 하였지만 포기한 일이었다. 그 곳에 포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을 통과하는 길을 내야 하고 그 일이 설사 가능하다고 하여도 이용을 하지 않으면 헛고생이었다.
“제가 듣기에 영수포구도 이 근방의 모든 짐들이 옮겨 간다고 들었습니다. 영수포구는 무려 오십여리나 떨어져 있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 일이 가능하겠는가? 포구라는 것이 그리 쉽게 형성되지가 않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저는 저 산을 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곳으로 길만 내서 포구만 만든다면 천하문도 세 장주님들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저 산에 길을 내려면 인부만도 삼백여명이 꼬박 한달은 해야 하네. 그 돈이 만만치 않네. 무려 만 오천냥일세. 우리 같은 사람들이 동원이 가능한 돈이 아닐세.”
“물론 그렇습니다만 농사철이 아닌 겨울철에 한다면 인건비도 절약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 길에 있는 나무를 일부 판다면 돈이 아껴질 것이 아닙니까? 물론 목재 대부분은 포구에 부두를 만드는데 사용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장원에 있는 사람들도 이삼십인은 되고 세 장원을 합한다면 그 것도 큰 인원이 될 것 아닙니까?”
“하나 이일은 관아에 허가도 맡아야 되고 배를 운행하는 선단들과도 협조가 되어야 하는 일이라 쉽지가 않아.”
“제 생각에는 이일이 천하문에 접근하는 것보다 우선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일을 추진하면 오히려 천하문에서 먼저 접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용소명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로 보였다.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처음에 천하문에 투신할 생각을 하였지만 이제는 조금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은근히 송장주도 같이 일하자는 투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면 훨씬 나은 상황에서 천하문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특히 오대 속가에 관하여 듣게 되자 천하문에 든다면 최소한 그 오대속가에 필적하는 세력을 이끌고 들어가야 제대로 힘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자신의 의도대로 호북성의 여러 장원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그들을 하나로 묶어 제육의 세력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이 일에 천하문도 낀다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그들로서는 영수포구에 대부분의 기능을 집중해 놓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 곳에 아마 상당히 고위 책임자를 파견하여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곳에 포구가 하나 생긴다면 강남에서 오는 물산이 이곳을 통하여 호북성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도 있고 호북성 곳곳의 물건이 강남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천하문이 거의 독점하는 판로가 구멍이 나 버리게 됩니다. 그들로서는 그런 일을 가만히 지켜보겠습니까?”
웅전휘는 용소명이 그런 것을 말하자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였다.
“잘 생각해보아야 겠네. 자 가세.”
이렇게 상귀(商鬼) 용소명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맹주님, 일황어르신이 오고 있습니다.”
“음, 나가보아야 하겠군.”
청명도인은 그저 보고에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청명도인은 이미 무당의 장로인 운산도인에게 이미 자세한 것을 들었기에 그렇게 말하였다.
“소림의 일에 대하여 대총사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청명도인은 이미 소림이 봉문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 것을 들었기에 물었다. 운산도인이 말한 것과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무에서 진 것 때문에 포기한 것 외에 별다른 것이 없는 것 아니옵니까?”
제갈중명은 슬쩍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 것을 기초로 생각을 정리하려는 청명도인의 의중을 알기에 가장 평범하게 답을 하였다.
“말 그대로 비무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오? 오대문파의 비무가 이제 고작 일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결국 오대문파가 비무를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오?”
청명도인은 결국 속내를 보이고 말았다. 운산도인이 들어와서 어떻게든지 이번 비무를 막아야 한다고 하도 말하기에 청명도인도 결국 막아야 한다고 생각을 굳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맹주인 자신으로서도 나서서 막을 방법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결국은 제갈중명에게 그 방법이 없냐고 묻는 것이었다.
“사실 무림맹에서 비무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대세가나 다른 문파에서는 비무를 한다고 무림맹 명의로 공포를 하였으니 그 일에 관하여 취소를 한다면 무림맹이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제갈 중명은 슬쩍 자신의 생각대신에 사대세가가 그런다고 말하며 한 발짝 물러난 듯이 말하며 비무를 무림맹이 나서서 막는 일은 부당하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청명도인은 제갈중명의 말을 듣자 사대세가의 속내가 보이자 심히 괘씸하였지만 표현은 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지금 입지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고 그 일을 한 것이 속없는 오대문파였다. 군웅회의 일을 빌미로 그들을 상당히 압박한 것이다. 그 것이 이제는 역으로 오대문파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어버렸다.
사대세가가 하는 일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오대문파가 한일을 생각하면 그 일은 당연하였다.
만일 무림맹에서 천하문과 오대문파를 중재하려고 하면 사대세가가 지금과 같은 논리로 반대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무림맹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은근히 자신들의 패배의 설욕을 오대문파에서 대신해 달라는 말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그 말은 실현가능성이 없지만 오대문파를 물러서지 못하게 하는 족쇄였다.
제갈중명의 말은 무림맹이 나서서 중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표시였다.
“총사의 말은 나서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구려. 하나 나는 무당 출신이니 결국은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요.”
“물론입니다만 나서 보았자 해결방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서서 중재에 실패한다면 더더욱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청명도인은 일을 이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길이 없소?”
“그렇습니다. 길이 없습니다. 오대문파에서 비무를 포기한다고 발표를 하고 천하문에게 통보를 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 후에 발생할 문제를 수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갈중명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천하문에 굴복선언을 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이미 중재를 하는데 일조할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림이 물러난 마당이기에 더욱 길이 없었다.
그들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하는 상황은 천하문에서 비무를 포기합시다라고 외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 일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거꾸로 된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장안에 도착한 승천검황 일행은 무림맹의 총단으로 갔다. 그들이 총단에 도착하자 맹주가 나와 있었다.
“이런 늙은이를 다 마중나오다니 고맙습니다. 등격리사막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칠십년을 훌쩍 지난 것 같소이다.”
청명도인은 의도적인지 아닌지 승천검황이 그 일을 꺼내자 가슴이 뜨끔하였다.
그 일에 대하여는 내내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는데 그 일을 언급하자 할 말이 없었다.
그 말에 제갈중명과 인자기는 청명도인의 얼굴을 살폈다. 청명도인의 표정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보였고 안면 근육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추측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일은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니라 원한으로 비화될 수가 있는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면 단순히 무림맹의 세력 판도가 바뀌는 일이 아니라 오대문파가 초토화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승천검황의 심기를 자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피바람이 불 수도 있다. 소림을 침묵시킨 것은 그 일에 걸리적 거릴 방해물을 제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갈중명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승천검황을 보았다.
자신이 오대문파를 부추긴 일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이어 무림맹의 요인들이 승천검황과 이기에게 인사를 하였다.
지성룡과 황영지도 인사를 하자 모두가 지성룡에게 상당한 관심을 표하였다. 사대세가나 구파일방 중에 오대문파를 제외한 세력의 인물들이 많이 나왔지만 오대문파의 인물들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 일도 제갈중명으로서는 내내 불안하였다. 지금의 상황에서 오대문파가 이들을 적대시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일을 천하문과의 일로 단순히 보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승천검황과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아마 오대문파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일을 까마득히 모르는 것 같았다.
‘승천검황이 천하문을 편드는 것은 이들의 권한을 박탈한 후에 일을 추진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석년의 그 일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오대문파가 물러나면 밝혀질 수가 있다. 그 일에 대하여 그 때에는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승천검황의 의도를 알자 심히 걱정이 되어 내심으로는 불안하였다.
자신이 제갈세가를 키우고 무림맹의 총사로서 권한을 키우는 일은 이일에 비한다면 사소한 욕심이었다. 이일은 거의 혈겁에 가까운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등격리에 오대문파에서 늦게 도착한 사실이 언급되는 순간 무림맹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일에 관여를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뻔히 알면서 무림맹을 유지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결국 자신도 그런 죄악을 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부산하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불안하였다.
일황과 이기가 맹주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제갈중명도 같이 배석을 하였다.
“소림에 들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청명도장이 자리에 앉자 인사말로 물었다. 그러나 그 말속에는 소림을 침묵시킨 의도가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이 들어 있었다.
“소림에는 전날 못다한 승부가 있어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하였습니다. 강호에 대한 생각도 일부 달라 비무를 하는 김에 해결을 하였습니다.”
승천검황의 말에 제갈중명은 비수가 들어 있는 것을 느꼈다. 맹주인 청명도인은 그 말에 움찔하였다. 짧은 말이지만 생각할수록 그 말속에는 수도 없는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무서운 일이다. 석년의 그 일이 다시 피바람이 몰려오게 하는 도화선이 되는 구나. 결국 그일도 이제 해결을 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청명도인은 말 뜻을 생각하자 아득해졌다. 지금 승천검황이 찾아온 것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속죄를 하라는 최후 통첩이었고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은 그 당사자의 책임이라는 통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일의 당사자 여섯 중에서 세명이 죽고 세명이 남은 마당에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임지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무적철검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내심 불안하였다. 승천검황의 말은 소림과의 일을 말하는 것인데 청명도인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데 그말을 듣고 있는 무림맹의 총사인 제갈중명은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듯이 한 발짝 떨어진 상태에서 추이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말은 그들 사이에 심각한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이 어른께 맹주가 뭔가 잘못을 하였다는 것인가? 등격리 사막의 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무적철검은 그 순간 왜 승천검황이 혈투를 하였는가 생각을 하여 보았다. 결국 그 혈투를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는데 이들 때문에 그렇게 하였다는 의미가 되었다.
‘하면 이들이 배신을 하였단 말인가?’
무적철검은 눈앞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이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그제서야 이 나이에 이렇게 적극적인 승천검황의 내심이 짐작되었다. 내내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이 설명되는 것이었다.
‘아, 소림과의 묵은 승부도 이제 처리를 하였으니 이제는 당신들 차례라는 말이다.’
무적철검은 승천검황의 말에 청명도인이 놀란 이유를 짐작하였다. 무상도는 의아하면서도 분위기상 표현은 못하고 답답해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