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77
제 목: [연재] 독문무공(78)
오백대 삼천의 전투는 대등하던 전투가 원로들과 청운각의 후기지수들이 참여를 하자 한쪽에서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보통 절정무사와 오십여명의 최절정 무사들로 구성된 영웅군부의 인원은 천하문의 최정예에게 무너져간 것이다. 물론 천하삼단과 표국의 표사들도 상당수가 희생이 되고 있었다. 조금 지나자 종소리를 듣고 몰려온 사십여명의 인물들이 다시 반대 쪽에서 합세하자 그들은 반대 쪽마저 무너져 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변하는 전황을 보는 태을자와 검마의 얼굴은 낭패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둘은 이런 식으로 상대를 해서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는지 갑자기 검마가 태을자와 합류하였다. 검마가 태을자와 합류하자 지성룡도 결국 검마를 따라 태을자와 오태상이 싸우는 곳에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황은 갑자기 검마가 합류하여 태을자와 연수합격을 하는 상황이 되자 오태상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태을자와 검마의 배후를 서로 둘이 보완하기에 지성룡이 있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합공이 그들에게 유리하지만 한 것도 아니었다. 지성룡의 공격을 검마가 피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맞받아야 하는 단점이 발생한 것이다. 만일 검마가 피하면 태을자의 배후가 지성룡에게 드러나기 때문에 검마는 맞받아 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의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상황이 상당히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라도 탈출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검마는 태을자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이미 전장터는 영웅군부의 열세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천하문에서는 약한 자들은 뒤로 물러나고 강한 자들만 앞으로 나서서 영웅군부의 인물을 공격하고 있었다. 의외로 천하문의 사람들이 강하여 이미 오백여명 중에 이백여명이 쓰러져 있고 그들은 사면으로 포위가 되어 있었다. 삼천이 넘는 무사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고 지금도 하나 둘씩 무사들이 검을 들고 합류하고 있었다.
결국 오백여명 전부가 몰살당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다.
“그렇게 합시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탈출하여 훗날을 기약하여야 할 것이외다. 그러나 이들의 포위도 만만치가 않은데 좋은 수가 있습니까?”
태을자는 공격을 막으면서 힘들게 전음을 보내었다.
“일단 부주님 쪽으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아예 부주님이 앞으로 치고 나가십시오. 그러면 포위가 열릴 것입니다.”
검마는 자신들의 싸움이 천하문이 있는 방향과 반대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하여 아예 태을자가 밀고 가기를 주문하였다.
“좋네. 그러면 내가 강하게 공격하여 앞에 있는 종수사와 지청현을 밀겠네.”
태을자는 그렇게 답을 하고 그대로 매화분분이라는 초식을 전개하여 일단 두 사람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다음 매화난파(梅花難破)라는 매화칠식 상의 초식을 전개하였다.
이 공격에 태을자가 전개할 수 있는 십이성의 공력을 쏟아 부었기에 일시간에 지청현과 종수사는 정면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기회로 태을자는 포위망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검마가 뛰쳐나가려고 하는 순간 지성룡은 그대로 공격을 하였고 검마는 어쩔 수 없이 뛰쳐나가지 못하고 붙잡히고 말았다. 태을자는 검마가 잡히자 밖에서 공격을 하였지만 지청현과 종수사가 동시에 맞받아 치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태을자로서는 두 사람이 앞을 가로막자 검마를 구할 수가 없었다.
검마는 지성룡의 공격을 연속적으로 받자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소양기, 단목영, 양조휘의 합공에 곳곳에 상처가 나기 시작하였다.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자 검마로서는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지성룡의 공격은 혼신을 다해야 방어가 가능한데 그 사이에 옆과 뒤에서 공격을 하니 막거나 피해도 점점 상처가 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측면에서 공격하는 소양기의 검강에 왼쪽 어깨를 부상당하게 되었다.
검마는 왼쪽 어깨가 망가지자 왼손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고 그 것은 결정적인 위기를 초래하였다. 지성룡의 공격을 막았지만 이미 파탄이 난 상태라 다른 세 사람의 검이 순식간에 그의 몸을 난자하고 말았다.
실로 사마의 일인으로 영명을 날리던 검마의 허무한 최후였다.
세개의 검에 꿰뚫리자 검마의 동체는 바르르 떨다가 목을 늘어뜨리고 말았다.
“확실히 하세.”
소양기가 말하자 그들은 검을 빼지 않고 그대로 외부로 자르듯이 움직였다.
순간 검마는 공력에 의해 분시되어 바닥에 난자되어 버렸다.
태을자는 어이없는 결과에 바로 뒤로 몸을 날려 사라져 갔다. 지성룡이 그것을 알고 검장지공으로 강기를 날렸지만 오히려 그 것은 태을자를 도와주는 결과를 불러왔다. 태을자는 잠시 도망가다가 뒤를 돌아 검으로 막더니 그 반동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백여장을 날아가고 말았다.
이런 태을자를 따라갔지만 이미 태을자는 삼백여장을 이상 달아나고 있었고 지성룡이 그 뒤를 추적하였지만 따라잡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 태을자는 최고도로 공력을 끌어올려 전개하기에 잡기란 불가능하였다.
지성룡이 돌아서자 오태상은 태을자에 대한 추적을 포기하고 전장으로 달려가서 아직 저항하고 있는 영웅군부의 인물을 주살하기 시작하였다.
오태상의 검은 용서가 없었다. 그들은 몽고족과의 항쟁에서 살검을 사용하였기에 검을 사용한다면 살검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슴없이 그들을 도륙할 수가 있었다.
오태상의 이런 모습에 천하문도들도 놀라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항쟁이 끝나고 세상에 난 인물들이기에 이런 오태상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오태상이 나서는 데는 그들에게 잔인하다면 잔인한 그들의 손속을 보여줌으로써 후손들에게 싸움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도전해 오는 적은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더구나 벌써 천하문도 삼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렇게 방치를 한다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장내를 정리하여야 했다.
지켜보던 지성룡도 장내로 뛰어 들어 같이 공격에 가담하였다. 지성룡도 거침없이 공격을 하였고 마치 야차처럼 앞장을 서서 공격을 하고 있는 황영지를 보았다.
너무나 격렬하게 공격을 하여서 그런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거친 숨소리가 들렸고 그녀를 향하여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늙은 무사과 대결에서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가까이 다가갔다.
전쟁이라는 것은 정정당당함이 필요가 없었다. 지성룡은 늙은이에게 그대로 검장지공을 날려서 격살하고 화영지의 옆에 섰다.
“지매 일단 숨을 좀 돌리시오. 태을자는 놓쳤지만 검마는 죽였소.”
황영지는 지성룡이 말을 하자 검을 약간 뒤로 물러섰다. 지성룡은 다시 황영지가 섰던 자리에서 몰아 부치기 시작하였다.
그가 안으로 헤치듯이 검을 휘두르고 달려가자 영웅군부의 인물들은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이미 천하문의 인물들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였기에 용서가 없었다.
지청현은 장내를 정리하려다가 그대로 두시로 하였다. 지금 항복을 권유한다면 그들이 투할할 것이지만 항복을 받으면 이들을 살려주어야 했다.
“항복은 받지 않을 것이니 그대로 공격하여 이들에게 천하문을 범접할 시에는 그 보복이 어떠하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나머지 사태상은 이쯤해서 멈추라고 하려다가 지청현의 전음을 받자 다시 진격을 하였다.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지금 이렇게 잔인하지만 철저하게 궤멸시키는 것은 무림에서 더 큰 불란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야 나중에 범하는 무리가 없다는 것을 백년이 넘게 산 그들의 경험으로 알 수가 있었다.
용소명은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보다가 검을 빼어들고 전장터에 나섰다. 그가 검을 들고 나서자 누구도 말리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천하문의 한 사람으로 아는 것 같았다. 용소명은 천하문의 일사분란한 대비를 보고 상황이 이미 천하문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다른 한쪽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쉽게 결판이 나자 이미 대세는 굳어지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오태상이 전장에 뛰어들자 일방적인 도살로 변하고 말았다.
용소명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것을 막으면서 황영지의 곁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때 지성룡이 다가와서 가차없이 황영지와 싸우고 있는 늙은 무사를 참살하는 것을 보자 섬뜩 하였다.
지성룡의 표정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뭐라고 황영지에게 말하고 그대로 전진을 하여 적들에게 전진해가는 지성룡의 태도는 살신과 야차였다. 사람을 베고 피가 튀어도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표정의 변화가 없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실로 이런 전장에서 저런 표정을 짓다니 무서운 인물이다. 그저 아무런 연민이나 동요가 없지 않은가? 강한 무공 뿐만이 아니라 저런 마음이 더 무섭다.’
용소명은 지성룡의 태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적중에 하나가 지성룡을 살피기 위함도 있엇으니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이 되엇다고 할 수가 있었다.
‘저런 인물은 목적하는 바를 위해서는 이보다 더한 일도 가차없이 할 것이다. 만일 적이 된다면 실로 용서가 없겠다. 한데 이정도가 되면 천하문의 수뇌부가 멈추게 하여 도살을 막아야 하는데 천하문에서는 아예 이들을 일망타진하여 본보기로 삼으려고 하는 것인가?’
용소명은 잠깐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용소명은 옆을 따라가면서 지성룡을 피하는 영웅군부의 인물들을 처리하였다.
사실 용소명이 황영지의 곁에서 있던 것은 지성룡에게 접근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혹여 황영지에게 가까이 있다 보면 황영지를 통하여 지성룡에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근처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지성룡도 용소명을 의식하는 듯이 앞으로 전진하다가 용소명을 힐끗 보았다.
용소명의 무위가 그 또래에서는 뛰어났고 그 사용하는 무공이 천하문의 여타무공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이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용소명의 복장이 표사나 표두의 복장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소문을 듣고 자원하여 천하문을 돕기 위해서 온 무명의 청년고수이기 때문이었다.
강한 내공은 아니지만 적절한 초식을 사용하여 상대의 빈틈을 찾아 공격하는 것은 실로 일절이 아닐 수가 없었다. 물론 지성룡의 피하여 허겁지겁 도망가는 적이지만 그들이 맥없이 당하는 것은 그 공격의 예리함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용소명은 지성룡이 바라보자 씨익 웃어주었다. 지성룡은 용소명의 웃음을 접하더니 다시 앞의 적들에 게 가차없는 살수를 뿌리기 시작하였고 용소명은 따라가면서 그들을 처리하였다.
태을자가 도망간지 일각여가 지나고 나자 영웅군부의 복색을 한 자 중에 서 있는 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렇게 영웅군부의 습격은 쳐들어온 자들이 일망타진되는 결과로서 종료가 되었다.
용소명은 돌아서서 전장을 벗어나려 하였다.
“잠깐 멈추시오.”
지성룡은 용소명이 돌아서자 불러 세웠다.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천하문을 돕기 위해 온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그냥 보내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더구나 무공도 그 또래에서는 보기 드물게 절륜하였다.
“소생을 불렀소이까?”
“그렇소. 우리 천하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도와주어서 고맙소이다.”
지성룡은 용소명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걸었다.
용소명은 칠척에 육박하는 지성룡에 비하여 한자정도 적었지만 다부진 몸이 결코 그 단련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불의를 보지 못하여 참여하였을 뿐이니 개의치 마십시오.”
“아니오. 어찌 이렇게 위험한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 쉬운 일이겠소. 나는 천하문의 지성룡이올시다.”
“참룡검객이라는 대명은 익히 듣고 있었습니다. 참룡검객을 뵈오니 영광이옵니다. 소생은 복건성이 고향인 용소명이라고 합니다. 천하를 유랑하던 중에 천하공적 태을자가 천하문을 범접한다고 하기에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려고 왔소이다.”
용소명의 태도에 지성룡은 강한 호감이 느껴졌다. 아까 잠깐 마주쳤을 때의 웃음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인지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오셨으니 며칠동안 머물다 가시구려.”
지성룡은 자신의 처지도 잊고 용소명을 붙잡았다.
용소명은 마지못한척 가까이 다가갔다.
“일단 다친 자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형장도 같이 갑시다.”
“아닙니다. 이제 고작 열여덟입니다. 내일 모레면 열아홉이 되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좋네. 용동생이라고 부르리다. 환자치료가 한시가 급하니 가봅시다.”
지성룡은 용소명을 데리고 천하삼단의 무사들이 환자를 모아놓은 곳으로 달려갔다.
용소명이 낯설지만 지성룡이 동행하기에 누구 한 사람 제지하지는 않았다.
천하삼단의 대부분의 간부들은 지성룡보다 손위사람이지만 지성룡은 그들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성룡이 다가가서 환자를 보아도 제지하지는 않았다.
지성룡은 숨이 경각에 달한 환자나 상처가 중한 환자를 찾아서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하였고 어느 사이엔가 용소명은 바로 옆에서 조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것은 용소명의 빈대기질이 발휘되어 자연스럽게 접근하기에 가능하였다.
용소명의 이런 일은 실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였지만 지성룡은 목숨이 경각에 달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급하기에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용소명은 눈치가 빠른지 지성룡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적당히 알아서 조수를 하기에 지성룡은 빠르게 여러 환자를 볼 수가 있었다. 그 때 급한 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태상들도 와서 지성룡의 옆에서 환자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들도 전쟁을 많이 겪었기에 응급처치는 할 줄 알았다.
그들은 지성룡의 곁에서 보지 못한 청년이 있지만 지성룡이 강호유랑 중에 안 사람이려니 하는 생각에 참견하지 않고 급한 환자들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일단 여기에서 응급처치는 부상자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기에 무엇보다도 중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도 빠르게 손을 놀리기 시작하였고 의술을 아는 자들이 나타나서 하나둘 환자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전투가 벌어진 전장은 천하삼단과 표사들이 시체를 정리하고 부상자들을 데리고 오고 있었다. 그들의 부산한 움직임 속에 전장은 바닥에 고인 피와 피비린내만 남기고 깨끗이 치워지고 있었다.
곧 이어 개봉부의 포청에서 사람이 나오고 이일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여 태을자에 대한 조정의 추살령에 한가지 죄목이 추가되었다.
승리를 하였지만 천하문은 환희보다는 슬픔에 잠겨들었다.
주변에서 가족과 같은 사람이 이백여명이나 죽고 이백여명이나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전투에서 애꿎은 생명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천하문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 자들을 격퇴하였지만 그 것은 결코 원치 않는 전투였던 것이다.
오태상은 응급처치가 끝나자 청명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또한 청운각의 후기지수들 중에 세명이나 중퇴에 빠지는 중상에 두명은 상당히 중한 창상으로 몸져누웠다.
지성룡은 이들의 상셰가 중하기에 환자들을 천하관으로 옮기고 치료하는 일을 해야 했기에 돌아가지 못하였다.
“지매, 돌아가서 쉬지 왜 나왔소.”
황영지가 환자를 보고 나오는 지성룡과 용소명에게 다가왔다.
“저도 돕고 싶네요.”
“아니오. 일단 들어가서 쉬시오. 그 것이 나를 돕는 것이오.”
“예, 고마워요. 태을자를 놓친 것이 안타까워요.”
“역부족이었소. 순간적으로 도망을 가는 자를 잡기에는 어려운 일이었소이다. 두 어르신의 원한을 갚고 싶었는데 그 중에 하나인 검마를 처치한 것으로 만족을 해야 할 것이오.”
지성룡의 말에 황영지는 다시 처연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용소명을 보자 누구냐는 듯이 지성룡을 보았다.
“용소제 인사드리게. 나의 약혼녀인 황소저일세.”
“아, 무상천녀라는 명호는 많이 들었습니다. 소제는 용소명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아직 열여덟살이니 동생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용소명은 넉살좋게 황영지에게 자신을 소개하였다.
“반가워요. 한데 언제 상공을 알게 되었습니까?”
용소명이 너무나 넉살좋게 말하였기에 전에 알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다.
“아니오. 아까 전장에서 알게 되었소. 용소제가 지나가다가 본문의 어려움을 알고 도와준 것이오.”
그 말에 황영지는 전장에서 자신의 옆에서 싸우던 무사가 용소명인 것을 알자 용소명을 다시 보았다.
혹시나 적의 첩자가 아니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생은 복건성 출신으로 천하를 유랑하면서 천하를 배우고 있습니다.”
황영지가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자 다시 좀더 자신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래요? 상공께서 동생이라 부르니 나도 동생이라고 부르겠어요.”
황영지는 아직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지성룡이 의심을 하지 않는 것 같기에 묻어두고 그렇게 말하였다.
“지매, 들어가시오. 지매가 이곳에 있으면 내가 불편하오.”
“알았어요. 들어 갈께요.”
황영지는 지성룡의 말에 뒤돌아 갔다.
“자, 가지.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으니, 같이 가서 먹세나.”
지성룡은 임시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해둔 천하관 쪽의 건물로 들어갔다.
“용소제는 어디를 다녀보았는가?”
“많이는 못다녔습니다. 항주의 사마세가의 혼례를 들렸다가 거기서 만난 노형님의 장원에서 몇 달간 머물렀습니다.”
용소명의 말에 지성룡은 사마세가라고 하자 궁금하여졌다. 군웅회가 사마세가의 혼례에 참석하러 가다가 비무를 신청하여 개망신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사마세가의 혼인은 성황리에 마쳤는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것은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성룡은 그 말에 자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로 들렸지만 그저 웃고 말았다. 그 말을 물은 것도 그 점이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알았네. 나 때문이라는 것이군. 한데 그곳에서 만난 노형님이라니 어떤 분인가?”
용소명은 가는 동안 이야기를 시작하여 밥을 먹는 동안 대략적으로 자신이 했던 것을 말하였다.
“음, 그런 일을 하였다니 대단한 일을 했구만. 그런데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용소명은 지성룡이 묻자 대답을 하기가 곤란하여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였다. 이런 질문을 하자 다소 준비가 안된 질문이라 놀란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일거리를 찾아야 하겠지요.”
용소명은 자신의 본심을 말하기가 곤란하여 얼버무렸다.
지성룡은 용소명의 태도를 보고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왕에 온김에 나랑 같이 좀 있으면 어떤가? 내 처지가 아직 개인적인 사정으로 좀 곤란하지만 말일세.”
“저야 바쁜 일이 없기에 가능은 합니다만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아닐세. 자네 같은 사람이 도와준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큰 도움이 될 것일세. 단 자네가 나를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소제가 신명을 다해 일을 하겠으니 그런 걱정은 마십시오.”
지성룡은 갑자기 변한 용소명의 태도에 다소 의아하였다. 부탁을 하여도 자기가 해야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를 하기에 이상한 것이다. 이렇게 천하문을 돕는 것도 이제 보니 뭔가 목적이 있어 보인 것이다.
지성룡은 용소명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용소명의 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 뭔가가 궁금해진 것이다.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하나 나는 아직 어리고 아무런 힘도 없네.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네.”
지성룡은 용소명을 떠보기 위해 말을 돌려서 물어 보았다.
“어찌 제가 그런 대가를 바라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힘이 없다고 하시지만 나중에는 중원의 최고의 힘을 가지실 것이온데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시옵소서.”
지성룡은 갑자기 용소명이 목소리를 낮추어 그렇게 말하자 의아하였다.
이 말속에 들어 있는 의미는 은근히 천하제패를 하라는 것이었다. 어린 용소명이 천하제패를 꺼내자 다시 한번 의심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객적은 농담은 하지를 말게.”
“소제는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용소명은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그 말에 지성룡은 자신의 생각이 벌써 천하에 알려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믿지 못해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그런 말은 그만 하세.”
“아닙니다. 바로 그 말을 하기 위해 개봉에 왔습니다. 그 일에 같이 동참하기 위해 작은 성공을 버리고 다시 개봉에 온 것입니다.”
용소명이 그렇게 말을 하자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을 알았다. 용소명이 어리다는 생각은 접어야 했다.
“좋네. 자네가 보기에 내가 그런 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용소명은 바짝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말하였다.
지성룡은 천하제패라는 말을 용소명이 꺼내자 마음 한구석에 다시 꺼졌던 야망이 불씨가 되어 피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쉽게 용소명을 믿기에는 이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좋네. 자네가 말한 것은 신중히 생각을 해보겠네.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이 없네. 그러니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이야기하여 곤란한 경우를 초래하지 말게.”
지성룡의 말은 자신이 야망을 가지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일단 소제는 형님을 위하여 신명을 다해 일을 할 것입니다.”
용소명의 태도는 지성룡을 오히려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꼭 자신이 뭔가 속는 기분이 들었다. 그 것은 용소명의 찐드기 기질이 발휘되기에 지성룡도 하자는 대로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 몸은 이상이 없느냐?”
지유성은 환자치료를 하고 있는 지성룡을 보았다. 의원이 있지만 지성룡이 있어야 내가중수법에 의한 상처의 치료가 가능하기에 지성룡은 천하관의 한쪽에 용소명과 같이 있으면서 잠시 쉬고 있었다.
“문제는 없습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뭐 환자들에게 도울 일이 없나해서 들렀다. 그런데 저 청년은 누구냐?”
지유성이 온 것은 이상한 청년이 지성룡과 같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서 온 것이다.
“용소제 이리 와보게.”
지성룡은 용소명을 불렀다.
“인사올리게. 아버님 이시네.”
“소생 용소명이라고 하옵니다. 복건성 출심이옵니다.”
지유성은 용소명의 어투에 복건성의 억양이 있기에 복건성 출신이라는 말을 믿을 수가 있었다.
“자네가 전장에서 많은 활약을 하는 것을 보았네. 거처는 정해졌는가?”
지유성이 갈 곳이 있는지 물었다.
“천하를 유랑 중이라 하기에 일단 같이 있자고 하였습니다. 당분간 저희 집에 머물게 하였으면 합니다.”
지성룡이 먼저 말을 하였다.이미 아까의 말로 인하여 용소명의 의도가 파악이 되었고 지켜보면서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로 하였기에 그렇게 부탁을 하였다.
“알았다. 그렇게 하자.”
내심으로 잘 모르는 사람을 집안에 들이는 것이 꺼림찍하였지만 보기에 순한 것 같고 태을자와는 연관이 없어 보이기에 허락을 하였다.
무공을 보건데 지성룡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수준이고 청년이 도와준 것이 고맙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슨 의도로 접근하였는지는 의심이 되기에 옆에서 지켜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제 거처를 당분간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지금 가겠느냐?”
지유성은 용소명에게 물었다.
“아니옵니다. 형님과 같이 있으면서 형님을 돕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며칠은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 같이 여기에서 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성룡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집보다 여기에서 같이 있으면서 용소명을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용소명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다.
‘저 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접근하였단 말인가?’
지성룡은 옆에서 잠을 자려고 용소명이 침상에 들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설마하니 말 그대로 천하제패를 하는데 같이 동참하자고 찾아왔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나에게 왔다면 실로 대단한 녀석이다.’
지성룡은 한순간에 자신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용소명의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전장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것이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문제는 실로 저런 녀석이 마침 필요하던 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모양이 되었지만 천하제패를 이미 마음먹은 이상 달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일도 천하를 검황어른이 제패하였으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었다.’
지성룡은 용소명으로 인하여 자신의 마음 한구석으로 몰아놓았던 생각을 들추어내자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단은 지켜보자. 사람이라는 것은 태을자를 보건데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믿음이 갈 때까지 내 마음을 보여줄 수는 없다. 일단 곁에 두고서 지켜보고 일을 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다시 천하제패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사황성에서 나의 뜻을 따르기로 사마까지 약속을 하였다. 물론 전부를 믿을 수는 없지만 사마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나에게 징벌을 내렸지만 특별한 책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고조부나 증조부는 나의 이런 생각을 어느 정도 용인한다고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크게 걸림돌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제 구체적인 방법인데 힘으로 천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천하가 저절로 나에게 한수 양보하는 상태가 되면 된다. 그 것은 힘과 덕으로 천하를 얻는 것이고 그 길만이 천하를 얻는 것이다.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과 천하제패는 일견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검황어르신이 천하제일인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천하제패를 하였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지성룡은 그렇게 조용히 생각을 하면서 뒤척이고 있었다.
용소명도 침상에 들었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제 나의 생각을 참룡검객에게 말을 하였다. 고작 스물의 나이에 사마의 일인인 검마나 삼도의 일인인 태을자에 비견되는 무위를 지닌 것은 실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거기에 전장에 임하여 그 가차없이 살 수를 쓸 수 있는 독심은 실로 경탄할 만한 것이다. 여기에 전쟁이 끝나자 마자 바로 환자를 살피러 오는 마음 씀씀이와 사려 깊음 등을 하나하나가 천하를 제패할 군주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용소명은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천하를 제패할 마음이 있냐는 것인데 내말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였지만 반응은 결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취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문제는 그 결심을 언제 하고 나를 믿어주냐는 것이로구나.’
용소명도 생각이 많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일단 이렇게 만났고 나는 진심이니 문제될 것이 없지 않은가?’
그렇게 두 사람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