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79
제 목: [연재] 독문무공(80)
무림공회를 참석하기 위한 오원주와 청운각의 후기지수들이 떠나갔다.
그전에 지성룡은 청명원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태을자와 마주쳤을 때 태을자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태을자의 발을 묶어야 한다.’
지성룡은 발을 묶기위한 방안으로 더 빠른 신법을 익히기로 하였다.
‘경공이건 여타의 무공이건 외공의 밑받침이 중요하다. 튼튼하고 유연한 발과 다리가 있어야 된다.’
지성룡은 양발에 스무근이나 나가는 각반을 하나씩 착용하였다.
평상시에는 운기를 하지 않고 근력의 힘만으로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태을자를 저번에 놓친 이유가 경신술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경신술 만으로 도망가는 적을 잡기는 다소 어렵다. 공격술도 개발을 하여야 한다. 무공을 좀더 강하게 익혀야 한다. 그래야 태을자를 보는 즉시 처단할 수가 있다.’
지성룡에게 내려진 금언금족령은 사실 이번 태을자의 일로 인하여 유야무야 변하고 말았다. 그저 지성룡 스스로 말을 하지 않고 함부로 나돌아 다니지 않은 것 분이었다. 낮이면 무공을 익히고 밤이면 책을 읽는 것으로 스스로 지키는 것이었다.
황영지도 무공에 매진하고 있었고 일단은 그들의 일부를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원한이 사그라 들었는지 다소나마 안정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열중하고 있었다.
서로간에 마주보면서 아무런 말이 없지만 최소한의 신뢰는 회복하고 있었다.
황영지의 눈빛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지성룡은 아직 말을 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대문파에서 이번 무림공회에도 참석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말입니다. 그들이 태을자에 추살령을 내리고 추적중이지만 오리무중입니다.”
제갈중명은 그렇게 말하였다.
“태을자 같은 고수는 스스로 나타나기 전에는 잡기가 어렵습니다. 천하문에서 그를 붙잡았어야 하는데 놓친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인자기는 아쉽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이번 무림공회에서 태을자에 대한 무림맹의 추살령이 발동되면 태을자가 발붙일 곳은 더욱 없어질 것이었다.
“문제는 태을자가 이제 막가는 식으로 무차별한 살상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 표적이 되는 방파는 커다란 불행에 휩싸일 것입니다.”
제갈중명은 그일이 벌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기에 한탄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천기각을 비롯한 무림맹의 모든 조직에 태을자에 대한 종적을 파악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검마각, 아니 영웅군부에 대한 것도 조사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잔당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고 있습니다. 이번 무림공회에서 그들을 공표하여 전 무림의 힘으로 그들을 말살하여 태을자에게 협력한 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합니다.”
인자기의 말은 태을자는 못잡지만 그에 대한 방수는 확실하게 처리하여 태을자를 고립시키기로 하였다.
“문제는 태을자로 인한 황궁의 반응이오. 태을자가 역모로 몰린 상황인데 황궁에서 무림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황실의 눈치도 보아야 하는 것이오. 이일에 대하여 아직 황궁에서 언급이 없지만 일이 어느 정도 수습되면 당연히 화산에 그 죄를 물을 것이오. 그때 우리가 처할 태도도 정해야 할 것이오.”
제갈중명은 황궁이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였다.
“황궁도 무림에 대한 터무니없는 요구로 무림을 적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화산파에서 이일에 대하여 적당한 선에서 징벌을 스스로 가하면 마무리 될 것입니다. 그전에 무림이 태을자를 잡도록 해야 합니다. 태을자는 이제 백주 대낮에 어디든 활보하고 다니지는 못할 것입니다. 조만간 뭔가 단서를 남길 것이고 종적이 발견될 것입니다. 한주먹이 여러주먹을 당할 수가 없을 것이고 천라지망(天羅地網)이 쳐지고 천하에서 고수들이 몰려든다면 그도 더 이상 도망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은 제갈중명도 이미 생각하는 바였지만 그 동안 불안한 것이다.
다급한 상황에 몰리면 태을자가 무리를 하고 그렇게 되면 종적이 발견될 것이었다.
“무림맹의 조직을 다시 짜야 할 것인데 기본적인 방안은 세워 두었소이까?”
제갈중명이 인자기를 만난 것이 바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제 생각에는 구파일방 중심에서 이제는 다른 쪽으로 그 중심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다면 무림맹은 지금의 힘을 유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말이오?”
“이번에 어떻게 해서라도 천하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영웅성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사황성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의아한 듯이 인자기를 보았다.
“천하문은 받아들이는 것이 이해가 되는데 사황성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오?”
“영웅성으로 개명을 하였고 조직을 정파의 세가처럼 바꾸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양지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을까 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정도라고는 할 수가 없지만 말입니다.”
“그 문제는 공론에 붙여 보고 결정을 합시다. 단, 그들이 참석을 한다면 말을 할 자리는 주도록 합시다.”
제갈중명은 그일에 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 같아 그렇게 답하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번에 무림맹내에 태을자를 추살할 조직을 만들었으면 좋겠소이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알겠소이다. 그 문제도 공론에 붙이면 좋을 듯 싶습니다. 태을자를 처리한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이오?”
인자기의 말은 상설적인 무력을 갖자는 의미로 파악되기에 재차 질문을 하였다.
“그 이후에는 총사님의 생각대로 무림맹의 상설조직으로 만들어 공적을 처리하고 무림의 안정을 해치는 자들을 징벌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무림맹 총단의 힘을 키우겠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하나 일부는 반대를 할 것입니다. 일단은 한시적인 조직으로 만들도록 합시다. 그리고 문제는 장로문파입니다. 어찌 되었건 장로회의의 권한을 대신하는 조직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제갈중명이 말을 하자 인자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제 생각은 장로회의를 삼십개 문파로 개방을 하였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당분간은 스물다섯개로 오년간 운영하였으면 합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의 얼굴은 여러가지로 변하였다.
“오대문파를 오년동안 무림맹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그 정도의 징벌은 실로 너무나 미약한 것입니다.”
“알았소이다. 그렇게 하겠소. 일단은 무림공회에 참석하는 문파들에게 사전에 우리의 뜻을 먼저 알리고 협조를 구하도록 합시다. 일단 명단을 보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며칠 후에 다시 해봅시다.”
승천검황은 천하문에서 태을자가 일을 벌였다는 것을 듣자 자신이 가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내가 갔다면 그 인간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인간을 어떻게 하여야 잡을 수가 있을까? 만상문은 이 인간에 대하여 종적을 알면서도 나에게 숨기는 것 같은데 만상문을 믿을 수는 없다. 결국 천하문에 가서 이 인간을 추격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무림공회가 벌어진다고 하니 천하문에 들렀다가 무림공회를 참석하자.’
승천검황은 장사로 가려다가 일단은 개봉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 혼자 아무리 다녀도 태을자를 잡기라는 것은 요원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태을자를 잡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추격이 벌어져야 했다.
‘무림맹의 무림공회에 참석하여 전무림을 움직여 이 인간을 잡을 길을 마련해야 한다. 그일을 위해서는 내가 무림맹주라도 할 것이다.’
승천검황의 뇌리에는 무림맹의 맹주라도 되어서 전무림을 동원하여 태을자에 대한 징벌을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 올랐다.
‘일단 개봉으로 돌아가자. 천하문에서 태을자에 대한 감시체제를 만들게 하고 무림맹에서 열리는 무림공회에 참석을 하여야 한다.’
승천검황은 개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잔당에 대한 추적에 매달리는 것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태을자가 존재한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태을자가 왔는데 다행히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지청현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승천검황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이대로 그를 쫓아서는 잡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오게 되었소.”
“방법이 있습니까?”
지청현은 승천검황이 돌아온 데는 생각이 있기에 온 것을 알았다.
“천하문의 전 조직을 이용하여 태을자의 종적이나 의심스러운 조직을 찾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이미 그런 명령을 내려두고 있습니다.”
지청현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 몇 가지 조치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자네는 나랑 같이 무림맹에 가세.”
지청현은 승천검황이 갑자기 무림맹에 가자고 하자 의아하여 보았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태을자의 파괴에 전중원이 혼란에 빠질 수가 있네. 이번 기회에 내가 전무림을 동원하여 그를 잡아 처단하고자 하네.”
그 말에 지청현은 그러기 위해서 무림공회가 열리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다가 다시 한번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생각하다가 놀라고 말았다.
“설마 어르신이 전면에 나서시지는 않으시겠지요.”
“필요하다면 나서야 할 것 같네.”
지청현은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승천검황이 태을자를 잡기 위해서 무림맹주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맹주가 되신다는 것이옵니까?”
“그렇네. 맹주가 되어서라도 전무림을 움직여 화근을 제거할 생각이네. 또한 내가 생각하는 문제도 있네.”
“알겠사옵니다. 같이 가시지요. 오셨으니 하루 쉬셨다가 내이 아침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애들은 벌써 오일 전에 출발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세.”
승천검황의 말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딴사람 같았으면 노망이 났다고 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승천검황이 직접 나선다면 반대할 자들은 없다고 보아야 했다.
지청현으로서도 승천검황이 이렇게 나서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기에 일단은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무림맹에 가신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용운은 지청현이 무림맹에 간다고 하자 몰라서 뛰어 왔다.
“검황어르신이 무림공회에 가신다고 하신다.”
그 말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다. 그러나 굳이 가야 하는 이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하오나 참석하시는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태을자의 추적에 전무림을 동원하시기로 마음을 굳히셨고 전면에 나서신다고 하였다.”
지용운은 그 말에 경악을 하였다. 그 말을 던질 경우에 벌어질 일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분이 나서신다면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그렇게 하신다니 정말 잘된 일입니다.”
지용운은 이일로 벌어질 파장을 내내 계산하면서 찬성을 하였다.
“내가 없는 동안은 다른 태상어른들과 상의를 하여라.”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를 바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가도록 쾌마와 저번에 검황어른을 동행한 무사를 선발하여 가도록 준비를 하여라.”
“네. 그러하겠습니다.”
지청현은 다른 태상들을 자리에 모았다.
그들도 이미 이야기를 들엇기에 말을 하기전에 대부분 모여 들었다.
“같이 가야 할 것 같소이다.”
지청현이 말을 하자 모두는 말이 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태을자를 잡기 위해 맹주가 되시기로 하신 것 같소이다.”
그러나 이들은 순수하게 태을자를 잠기 위한 일만으로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나이에 맹주가 된다는 것은 실로 권력을 탐한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고 노망이 났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심으로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었는데 태을자를 핑계로 나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야 승천검황이 이런 명분으로 무리맹을 장악한다면 그 핵심에 서는 것은 천하문이기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모양새가 조금 안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무리동도들의 의견입니다.”
종수사가 조용히 말을 하였다. 물론 대놓고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서 맹주가 되겠다고 나서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불만은 있기 마련이었다.
“내가 알기에 이미 무림맹은 총사인 제갈중명이라는 아이가 장악을 했네. 그리고 우리는 그아이의 요청대로 십만냥에 이르는 자금도 내어주었네. 그 아이가 이일에 대하여 결코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네.”
그들은 이미 제갈중명에게 십만냥을 주었다는 것을 알기에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물론 대놓고 반대는 없지만 나중에 오대문파처럼 배척을 당할 수도 있소이다.”
“그 점은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오. 문제는 얼마만큼 참여를 하느냐는 것이오?”
지청현의 말에 그들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의견을 내놓지 못하였다.
“내 생각에는 여기서 결정하기 보다는 추후에 결정을 하기로 합시다. 검황어른도 생각이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알았소이다. 일을 그 어른이 하신다고 하니 우리도 최대한 돕겠네.”
“문제는 그렇게 해서도 태을자를 잡지 못했을 때에 다가올 문제입니다. 물론 십년정도만 지나면 나이가 있으니……”
그렇게 양조휘가 말을 하자 그들도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들도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어른이 천하제패의 야심이 있었던가?”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 지청현과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왔다고 하였을 때 가볍게 목례만 하였다. 그리고 지청현에게 무림공회에 간다는 말을들었고 그 동안 천하문의 안위를 부탁한다는 당부를 방금 들었다. 이것저것 준비가 바쁜 지청현은 간단하게 승천검황이 전면에 나선다는 이야기 만을 들었다.
지성룡으로서는 그 생각이 그 말을 듣는 순간에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명분이 없기에 참고 있었다는 것인가? 이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승천검황이나 태을자가 살날은 고작 십년정도 그안에 무엇을 하시겠다는 것인가? 나야 아직까지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지만 저 어른이 하는대로 하다가 천하문이 나중에 오대문파처럼 전무림의 지탄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구나.’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돌아오자 나가기가 껄끄러워 처소에 틀어박혀 나가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저 어른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그 모든 책임을 본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 어른이 그동안 행적을 본다면 만상문의 도움을 받았을 것인데 왜 다시 이곳으로 왔다는 것인가? 뭔가 부족하거나 그들과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가? 만상문이라면 태을자의 종적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찾지 못한다면 누구도 현실적으로 찾을 수가 없다. 이 문제는 고조부님도 모르는 문제인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구나.’
지성룡은 이 문제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상문은 실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도움을 준다면 굳이 무림맹주를 맡을 이유는 없다. 설마 그들과 협조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이 적이 될 수도 있다.’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만상문을 믿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뭔가 만상문에 대하여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만상문은 비밀이 많아 보였다. 그들 하나하나는 대단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그렇게 은둔을 하고 지내는 것이 조사지명이라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도 야심이 있었고 태을자에 대한 정보를 감추었다는 것인가? 그렇기에 검황어르신이 그들을 믿지 못하기에 이일을 추진한다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만상문과 승천검황 사이에 일이 틀어진 것은 틀림이 없었다.
‘문제는 만상문과 검황어르신의 불화가 나와 천하문에 어떤 영향이 미치냐는 것이다. 결국 그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들더니 그 것이 결국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직 주시를 하는 수밖에 없구나. 고조부에게 만상문에 대하여 알려주고 이일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계속 주시를 해야 할 것이다. 성급하게 판단하여 경솔한 짓을 하지 말자.’
지성룡은 그렇게 생각하자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하여 적어나갔다.
“그 어른이 갑자기 무림맹을 장악한다고 나서는데 네 생각은 어떠하냐?”
지용운은 판단이 서지 않아 지유성에게 물었다.
“제 생각에는 그 동안 마음 한구석에 있던 그 어른의 야심이 이번 일을 기회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어른의 일에 우리가 얼마나 참여하여 실리를 얻느냐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지유성의 말은 실로 냉정한 소리였다. 상인이기에 항상 이를 따지는 방식이지만 지용운으로서는 그 일에 대하여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음, 우리에게 득실은 따져 보아야 하지만 이일에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여 선택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따질 것은 따져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간 우리가 당하였던 것들을 만회하여야 하며 그 어른이 천년만년 맹주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기에 물러난 이후의 일도 생각하여 처신을 결정해야 합니다.”
지유성의 말에 지용운은 공졸히 생각을 하여 보았다. 자신도 이미 일흔이 되어가기에 지유성에게 자리를 오래지 않아 물려주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지유성의 방식은 훗날을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는 하다. 결국 너무나도 나서다 보면 지금의 오대문파와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성룡이는 이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어른이 떠나고 나면 들어보아야 하겠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저도 아직까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일이 확실하다면 무림맹에 있는 제갈총사와 천기각주에게 알려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지유성은 무림맹을 현재 이끌고 있는 자들의 협조도 필수적이기에 거기에 생각이 미쳤다.
“일단 전서구를 날려 아버님에게 통보를 하고 이일을 먼저 처리하라고 당부를 드려야 하겠다.”
“그렇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들도 검황어르신이 난입하다시피 차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반감을 가질 것이니 우리라도 일단 통보를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상천군은 숙부인 이군평의 거처로 들고 있었다.
“승천검황이 개봉을 향하여 움직였다고 합니다.”
방금 만상오절에게서 온 전언에 의하면 천하문으로 가는 것 같다는 전서였다.
“음, 잔당에 대한 추적을 하지 않고 천하문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잔당의 처리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것인데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 같으냐?”
“제 생각에는 무림공회에 참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림공회라니 그 곳에 그가 참석하여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이냐?”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에 다시 반문을 하고 스스로 생각에 들었다.
“승천검황이 뭔가 우리에게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상천군은 내심으로 실수하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태을자의 종적이 비밀 총단에 있다고 하지 않고 알 수가 없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만일 그렇게 되었다면 태을자는 제거가 되었을 것이고 승천검황도 일선에서 물러나 은 거를 하였을 것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원하는 혼란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그 일은 나중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작게는 천하문을 동원하여 태을자를 추적하고 크게는 전 무림을 동원하여 추적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우리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천하문으로 귀환을 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문제는 우리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의 입지도 좁아질 것입니다.”
만상천군의 말에 이군평의 얼굴은 고심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구나. 승천검황이 있는 한 우리가 나서기는 어려워졌다고 할 수가 있다. 이일로 그가 참룡검객에게마저 우리를 경계하도록 만들어 버린다면 이후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가 승천검황을 제거해야 하고 참룡검객도 제어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다. 태을자의 종적을 최대한 파악하여라. 그리고 나서 생각을 해보자.”
“하오면 태을자와 연수라도 하실 것이옵니까?”
“물론이다. 오대문파도 승천검황에게 불만이 있다. 그들이야 명분에 밀리지만 명분이라는 것은 만들면 된다. 그리고 천지문도 지금은 조용히 있지만 승천검황 때문에 사황성을 삼키지 못하였다. 그들을 모아서 일격에 요격한다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만상천군은 이군평의 말에 두려웠지만 그저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 목: [연재] 독문무공(81, 사권끝)
급히 날아온 한마리의 전서구 때문에 오원주는 한자리에 마주앉았다.
그들은 몇 번이고 그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전면에 나서신다는 것은 필요하다면 무림맹주라도 되시겠다는 의미로 파악해야 할 것이오.”
“현재 무림맹주는 소림의 청수선사가 아니오. 만일 그 어른이 맹주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물러나겠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히 있소이다.”
“우리가 제갈중명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들은 장안에 막 도착하던 시점이었다.
지일광 일행에 승천검황과 지청현이 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들은 술정이고 있었다. 그들이 무림공회에 다시 참석하는 것은 이유가 뻔하였다.
무림맹주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무림공회에서 맹주를 다시 선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실 무림공회에서 맹주를 선출하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편법으로 장로회의를 통하여 선출한 후에 각 문파에 지지 여부를 물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지지가 절반을 넘으면 정식으로 공표를 하여왔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청수선사가 무림맹의 맹주로서 정식적인 추인절차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었다.
무림공회의 자리에서는 어떤 것이건 논의가 될 수가 있었다.
무림공회는 사실상 무림맹보다 더 위에 있다고 해야 했다. 무림맹이 무림공회의 합의사항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해야 옳았기 때문이다. 정도의 문파들이 결의를 통하여 항몽을 위해 결성한 것이 무림맹이었고 그 탄생의 주역중에 하나가 승천무제와 승천검황이었다. 혈기방장하던 승천검황이 나이 스물이 좀 넘은 나이에 무림맹에 참석하여 벌써 세수 여든이 넘은 승천무제의 대리인으로 참석하여 협명을 드날렸던 그 시절에 무림맹은 창립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공회가 지금에는 무림맹의 산하 문파의 대표자회의 개념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무림맹의 산실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공회에서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겠다고 나선다면 못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천하문의 대표단이 입성을 하였습니다.”
제갈중명은 인자기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만나보아야 하겠군, 대표는 누구이오?’
“전대 문주인 지일광이라는 분입니다.”
“알았소이다. 가봅시다.”
그들은 천하문의 대표를 일단 맞이하기 위해 움직였다.
“원로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갈중명은 자리에 앉자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었다.
그 자리에는 오원주와 지연룡이 같이 하였다.
“오히려 이렇게 어려운 난국을 정리하느라 제갈 총사가 더 힘들 것이오.”
지일광은 제갈중명의 공을 치하하였다.
서로간에 인사가 끝나고 나자 그들은 본격적이 이야기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전에 제갈총사에게 먼저 말해야 할 것이 있네. 승천검황어르신과 아버님이 무림공회에 참석하러 오시기로 되어있네.”
그 말에 제갈중명과 인자기는 놀라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왜 오신다는 것인지 아시는지요?”
예상 밖의 일이라 이 경우는 생각해 두지 않았기에 당황한 것이다.
“검황어르신이 태을자를 잡기위해 무림의 일에 전면으로 나서신다고 하셨네.”
지일광의 말에 제갈중명과 인자기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스쳐갔다.
지금의 말은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상황에서 승천검황이 나서는데 막을 만한 인물은 없었다. 있다면 소림의 오로성승 정도였다. 그러나 오로성승도 비무로 인하여 발이 묶인 상황이기에 없다고 보아야 했다.
“언제 도착하실 예정입니까?”
“삼일 후면 도착할 것이라 사료되네.”
“하오면 맹주자리를 원하시는 것이옵니까?”
“그것은 모르네. 그분의 참석이 어제 결정된 것이기에 우리들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네. 단지 그분이 전면에 나서시기 위해 온다는 것이고 태을자를 잡기위해서는 맹주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씀만은 있었다고 하네.”
그 말에 제갈중명의 얼굴은 심히 괴로운 빛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소림의 청수선사를 만나 뵙고 이일을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일광이 이 말을 먼저 한 것은 제갈중명이 들고 와서 말할 안건은 이 사실로 인하여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갈중명은 왔다가 황급히 다시 돌아갔다.
무림맹 총단은 승천검황이 무림공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무림맹주가 되어 태을자를 제거하는데 주력한다는 말이 돌자 허둥대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을 장악한 제갈중명과 인자기의 입장이 가장 곤란해지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어른이 무림맹의 맹주가 되겠다고 무림공회에서 말을 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인자기는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 대책을 제갈중명에게 물었다.
“명분이 너무나 뚜렷하다는 것일세. 태을자 어른을 막을 자는 그 어른뿐이네. 벌써 반년이 되어가지만 태을자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네. 누구도 그 어른이 맹주가 된다고 하여도 반대할 명분이 없네. 문제는 그 어른의 뒤에 천하문이 있다는 것일세.”
제갈중명이 곤란해 하는 부분은 승천검황이 맹주가 된다는 것보다 그 뒤에 있는 천하문이었다. 천하문의 성세가 무림맹에 접목되면 그 위세는 전무림을 휩쓸 것이었다.
“맞는 말입니다. 천하문은 자금이 풍부하기에 한 순간에 무림맹을 장악해 버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서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을 승천검황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 하고 있기도 하였다. 소림의 청수선사야 힘을 쓸 길이 없어 모든 것을 제갈중명에게 맡겼지만 승천검황이 맹주가 되면 당장 무림맹의 조직부터 완전히 뜯어고친다고 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처지는 일순간에 할 일없는 한량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 점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무림맹을 장악하였다고 하지만 그 것은 승천검황이 나서는 경우에는 아무런 방패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위해 무림공회를 소집하였는데 그 것이 최악의 악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림공회를 취소하거나 승천검황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은 되는대로 합시다. 나는 소림의 청수선사를 만나러 갈 것이오. 부총사는 지연룡이라는 천하문의 차대 소문주를 만나보시오.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라면 우리에게 뭔가 언질을 줄 것이오.”
제갈중명은 자신들의 처지가 한 순간에 끈 떨어진 연이 되어버린 것을 알았다.
지연룡은 인자기가 만나고 싶어하자 지장룡과 같이 서찰을 들고 온 인물을 따라갔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여 모셨습니다. 혹시 부친께서 뭐라 말씀이 없으셨습니까?”
인자기은 지유성에 대하여 언급을 하면서 구슬리듯이 물었다.
“아버님은 별달리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사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시 뵙기를 청한 것입니다.”
“소생도 이일에 대하여는 오늘 아침에야 들었기에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인부총사님이나 제갈대총사님이 그 어른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 어른이 나서시지만 사실 천하문도 무림맹의 일에는 생소합니다. 두 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지연룡은 그들이 두려워 하는 바를 알기에 먼저 선수를 쳤다. 천하문에서 무림맹에 투하할 힘은 별로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협조를 받는 것 뿐이었다.
그들의 자리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말이었다.
“하나 그 어른이 우리를 필요로 할지 그것은 모르는 일입니다.”
그 것은 승천검황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버님이나 저나 여기 있는 장룡이나 이번에 오지않은 동생이나 같은 생각입니다.”
지연룡의 말에 인자기는 지연룡을 빤히 보았다.
“그 말씀은 부친과 참룡검객께서 한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특히 동생은 부총사님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이 서찰도 오기 전에 부총사님에게 전달해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인자기는 지성룡이 개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들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서찰을 펼쳐보았다.
그 내용을 읽던 인자기의 얼굴은 상당히 밝게 변하였다.
그들이 생각하는 천하의 주인감은 승천검황이 아니라 지성룡이었다. 지성룡이 협조를 요청하고 천하문의 일을 해주기를 간청한다는 말을 써놓았기 때문이엇다.
지연룡도 일이 이렇게 되자 제갈중명과 인자기의 처지가 아무런 보장이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을 알았고 그래서 이미 쓸모도 없어졌지만 서찰을 보여준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인자기는 서찰을 다시 지연룡에게 돌려주었다.
“그 말씀 따르겠습니다. 하면 제가 물러날 상황이라면 기꺼이 물러나겠습니다. 만일 물러난다면 개봉에 잠시 자리를 잡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그 말씀은 저희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알겠습니다. 부친과 세 공자님들에게 한동안 먹여살리라고 하겠습니다.”
지성룡이 쓴 글은 다음과 같았다.
이 내용은 도와라 그러면 생각해주겠다는 건방진 말이었다.
지연룡도 이 서찰을 보여주기가 상당히 주저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라면 오히려 시의 적절한 내용일 수가 있었다.
인자기는 그 내용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성룡이 글을 보냈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 글을 앞에 있는 두 사람을 통하여 보낸 것은 두 사람이 바로 지성룡이 뭔가를 도모하고 있고 그 일에 동참한다는 의미였다.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은 결례이지만 세분 형제님들 중에 향후에 누가 천하문의 문주가 될 것입니까?”
인자기의 질문에 지연룡이나 지장룡은 그 말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자 역시 예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앞날은 모르니 장담은 못하지만 내가 될 것이오.”
지연룡이 짧게 말하였다.
“하면 참룡검객은 향후에 무엇을 할 것입니까?”
“천하경영을 할 계획이오.”
지연룡이 딱 잘라 말하였다. 그 말에 인자기는 놀라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천하경영이라는 것은 젊은이라면 한번쯤 꿈에 그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 것이 천하제패이건 아니면 무인으로서 천하의 일에 참여를 하건 모두가 천하경영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하였다.
천하제패는 함부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무인이라면 천하경영은 그래도 입에 담아 흠이 죄지 않는 말이었다.
단지 받아들이기를 천하경영이라 한다면 천하제패라고 은연중에 생각하지만 그 말로 꼬투리를 잡지는 않았다.
“이 글에서 그 뜻을 읽었습니다. 두분 공자님도 그 일에 동참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 말을 꺼내었다.
“저에게도 동참하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인자기는 이미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따르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총사는 내가 설득을 할 것입니다.”
인자기는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지었다.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청수선사를 만나 뵈었습니까?”
인자기는 다시 총사전에 들었다.
“그렇소이다. 무림공회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물러나시겠다고 말씀을 하였습니다.”
제갈중명이 가자 이미 소문으로 들었는지 물러나겠다는 말을 먼저 하였다. 원하기 보다도 무림에서 누군가 일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맡았다는 말을 부연하였다.
그러면서 제갈중명의 거취를 오히려 걱정하였다. 제갈중명에게 이제 실권을 내놓게 되어 안되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은 다 정리가 되었습니다만 우리들의 거취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있다가 말을 하였다.
“다시 본가에 내려가서 그 동안 소홀했던 가내의 일을 돌보아야 하겠지요. 부총사도 떠나게 된다면 무엇을 할 생각이오?”
인자기는 선뜻 지성룡의 밑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는 말을 하기가 곤란하여 정리를 하였다.
“우선 천하문의 지연룡을 만난 일부터 이야기를 합시다.”
인자기가 대답대신에 그 말을 하였다.
“뭐라고 합니까?”
“그들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참룡검객의 뜻을 읽었습니다.”
“무엇이오?”
제갈중명도 궁금하여 물었다. 아직 사십도 안된 제갈중명으로서는 모든 것을 접고 무림맹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우리들과 같이 향후에 천하경영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다소 기분이 상하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인자기야 원래 남 밑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한 반면 제갈중명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림맹의 총사가 무림맹주의 아래 자리이지만 꼭 밑이라고 단정하기는 애매한 자리였다.
그런데 새파란 녀석이 천하경영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도 건방진데 자신에게 수하가 되라는 식으로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실로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소리군. 그 형도 동의를 하였소이까?”
“그들도 동참을 한다고 합니다.”
제갈중명은 인자기가 이 말을 하는 의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말을 전하는 것은 그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제갈중명도 이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승천검황이 무림맹의 맹주로 있는 기간은 길어야 몇 년이었다. 결국 그 후의 일을 생각한다면 제갈중명은 지금 선택을 해야 했다. 향후의 힘의 향방은 천하문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한번 본가로 가는 길에 참룡검객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면 부총사는 개봉으로 가실 것입니까?”
“당분간 그 곳에서 밥을 얻어먹어야 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도 가끔은 가서 밥을 얻어먹겠습니다.”
제갈중명의 말은 동참한다는 뜻이었다.
무림공회에서 누구 한 사람 반대도 없이 승천검황은 맹주가 되어 버렸다.
대총사는 승천검황이 지일광을 지목하였고 그 일도 반대가 없었다. 그렇게 무림맹은 일 순간에 승천검황의 손에 넘어갔고 오백으로 이루어진 무림척살대라는 조직이 만들어 졌다.
태을자에게는 전무림에 척살령이 떨어졌고 영웅군부의 잔당에 대한 색출이 결정되었다.
그렇게 일은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무림척살대의 대주는 누가 좋을 것 같습니까?”
지일광은 엉겁결에 승천검황으로 인하여 말년에 쉬지도 못하고 무림맹의 대총사가 되어 버렸다. 다행이라면 제갈중명이 호의적으로 모든 일을 당분간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연룡이가 신중하기에 적격이지만 문에 돌아가야 할 것이고 내 생각에 장룡이가 어떨까 싶네.”
승천검황이 지장룡을 지목하였다.
“장룡이는 아직 연치가 어리기에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연룡이도 너무 어립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아니오. 이미 무적도왕의 도법을 익혀 구성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자 결국 지장룡이 무림척살대의 대주가 되어 태을자에 대한 척살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태을자의 척살을 기대하기 보다는 영웅군부의 잔당을 척살하고 태을자의 종적을 찾는 일을 기대하는 것이었다.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는 이미 의미가 없으니 화산을 제외한 네 문파에 그대를 제외한 사원주가 내대신 다녀오라고 하시오.”
지일광은 일이 이렇게 되었기에 의미가 없어지자 그렇게 하자고 주청할 생각이었다.
“알겠사옵니다.”
“또한 지태상이 돌아가는 길에 소림에 들러 오로성승을 만나 내가 안부를 전한다고 전해주시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천하는 무림공회의 일이 벌어지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숙부님, 당분간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한데 태을자의 소식은 들었느냐?”
“개봉에서 태원으로 갔는데 그 후 종적이 사라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관외로 일단 몸을 피한 것 같습니다.”
만상천군은 숙부인 이군평에게 이제 미련을 버리라고 말을 하였다.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하였구나. 그러나 승천검황도 무림맹주가 된 이상 심력을 쏟아야 하고 고작 오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전에 나도 세상을 하직할 것이지만 이번 조치로 그는 제명을 단축하고 천하의 혼란을 없앤 것이 아니라 그저 봉합하는 우를 범하였다. 승천검황이 그 자리에 앉았으니 우리도 여기 있을 수는 없는 것, 이사를 가자.”
“예, 그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제이 총단으로 옮겨가야 하겠습니다.”
“그가 아직 대놓고 주시를 하지 않는 지금이 좋을 것이다. 그는 천성이 강직하기에 우리가 옮겨가면 암습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군평은 자신의 대에서 중원 진출을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자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나서는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태을자마저 관외로 탈출하였다면 더 이상 미련은 있을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리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그가 죽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사황성과 일전은 불가능하다. 사황성도 그가 있는 이상 우리를 공격하지 못한다. 그가 죽으면 그 때가 우리가 결전의 순간이 될 것이다. 그 기간동안 힘을 길러야 한다.”
천마는 무림공회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자 지마와 율사청을 불렀다.
“네가 이제 본문을 이끌어라. 우리는 일선에서 물러나마.”
지마는 율사청에게 말을 하였다.
“본문의 문주 자리를 삼일 후에 너에게 물려줄 것이니 준비를 하여라.”
“사부님, 어찌 그렇게 할 수가 있습니까?”
“이제 네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도 이미 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 말 말고 따르도록 하여라.”
천마도 그대로 못을 박아 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