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95
제 목: [연재] 독문무공(97)
27. 역할 분리
역시 집이 좋은 것 같다.
황영지는 대문을 들어서며 마음이 포근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며 비워두었던 집을 쓸어보았다. 자신과 동행한 십여명의 식솔들이 부산하게 짐을 내리고 있었다. 다른 식솔들도 나와서 짐을 받고 있었다.
황영지는 그런 부산함을 뒤로 하고 작은 아이는 안고 큰아이는 시녀에게 안게하여 안채로 가고 있었다. 뒤를 제갈휘미가 따르고 있었다.
“동생의 방은 저쪽이 좋겠다.”
황영지는 안채 한쪽에 비워있는 방을 제갈휘미에게 주기로 하고 제갈휘미의 짐을 그쪽으로 가져다 놓게 하였다.
“가서 용총관을 들게하세요.”
황영지는 안채 마루로 올라서며 용소명을 불렀다.
“미매도 잠시 같이 있지.”
제갈휘미가 자신에게 주어진 방으로 가려고 하자 안채로 같이 불려 들였다.
제갈휘미는 돌아서려다 황영지의 부름에 다시 돌아섰다.
황영지의 안채로 들어선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거처가 상당히 간소하자 오히려 놀라고 말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몇가지 가구뿐이었고 상당히 삭막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방의 주인이 여자인 것을 나타내는 것은 분홍색으로 쳐진 침상의 휘장 뿐이었다.
황영지는 시녀에게 아이를 건네었고 시녀는 아이를 데리고 옆방으로 갔다.
황영지가 방 가운데 있는 탁자옆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제갈휘미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용소명이 밖에서 기척을 하자 황영지는 들어오라고 하였다.
“일단 돌아왔으니 용총관은 밀린 일을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구룡상단의 구성에 대하여 한번 대략적인 계획을 만들어서 가지고 와요.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미뤄둘 수만은 없어요. 그리고 저녁 때는 아버님을 찾아뵈올 것이니 시간을 한번 맞추어 보아요.”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으십니까?”
“그리고, 송장주님인가요? 그분을 뵙고 싶으니 같이 오셨으면 합니다. 지금 바로요.”
용소명은 황영지가 서둘기 시작하는 것을 알았다. 황영지는 느긋한 성격이나 가끔씩 급하게 서두는 경우가 있었다. 뭔가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때이다.
용소명은 황영지가 서두는 이유를 조금은 알기에 고소가 나왔다.
그러나 내색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동생은 구룡상단의 서기를 좀 맡아 주었으면 좋겠어.”
황영지는 용소명이 나가자 제갈휘미에게 서기의 일을 부탁하였다.
상단의 서기란 중요 서류들을 작성하고 보관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일종의 단주의 책사의 역할을 하는 자리였다.
몇 명의 행수도 있지만 서기만은 보통 한 사람이 맡고 있었다. 물론 상단이 커지면 서기 밑에 부서기들이 있지만 서기로서 존재하는 인물은 하나였다.
“제가 그런 일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야. 용총관이 지금까지 서기의 일도 같이 하여 왔지만 이제 행수의 일을 해야 할 것이니 항상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야. 서기의 일을 인수받도록 해요.”
“예, 그러면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용총관은 상공의 의동생이니 항상 윗사람이란 생각하고 무례하게 대하지 않도록 부탁드려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영지는 용소명을 다소 가볍게 여길까 경계하여 말을 하였다.
“상공이 없을 때 구룡상단의 일을 마무리 지어 버릴 것이야.”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말에 다소 어이가 없어 황영지를 쳐다보았다.
“물론 계시든 안계시든 문제는 없지만 안계실 때 내맘에 들도록 바꾸어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야. 지금은 인총관이 떠났기에 모든 것이 어수선할 것이고 그럴 때 확실히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효과적일 수가 있지.”
황영지의 말에 제갈휘미는 황영지의 내심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잘 이해가 안되어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좋게 생각하여 없는 동안에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면 없는 동안 황영지의 구미에 맞도록 처리하여 간섭할 여지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었다.
제갈휘미는 내내 지성룡이 뭔가 긴한 일로 당분간 자리를 비워야 된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 황영지가 서두는 것은 바로 지성룡이 오기 전에 일을 해치워 버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렇다고 여기에 잘잘못을 따질 처지가 아니기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황영지의 심리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기에 제갈휘미는 그 의도를 전부 파악하지는 못하였지만 결코 좋은 뜻으로 일을 서둘지만은 않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버님, 다녀왔습니다.”
“원로에 고생이 많았구나. 애들은 건강하냐?”
“예, 염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황영지를 본 지유성은 내심으로 싸늘하게 이성적으로 대하는 양이 맘에 들지 않았다.
황영지는 항상 처신이 올바르지만 그리 정이 가지 않았다. 뭔가 항상 거리감이 느껴지고 어렵게 느껴졌다.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우선 드는 황영지였다.
“그래, 성룡이에 대하여는 들었다. 한데 네가 영웅성의 일을 결정하였다고 들었다. 그 일에 대하여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제가 서너달 후에 길일을 잡아 그 쪽에 통보할 생각입니다.”
황영지의 말에 지유성은 다시 한번 며느리의 만만치 않은 기색을 느꼈다. 그런 일은 모른척 집안 어른들에게 미루는 것이 일반적인 여자들인데 끝까지 제 역할을 하려고 하는 면이 다소 얄미웠다. 신랑이 시앗보는 일에 나서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 지지 않고 그 일을 부득불 자신이 주관하는 것이었다.
“음,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 구룡상단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을 개편한다고?”
“예, 그리 하라고 상공의 명을 받았습니다.”
황영지가 개편을 서둔다는 것을 방금 들었기에 지유성은 황영지의 말이 곱게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은근히 지성룡을 핑계대어 혹여 있을지 모를 비난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인데 수고하는 구나. 그런데 혹시 애비의 계획에 대하여 들은 것이 있느냐?”
“소녀는 추후의 계획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황영지의 차분하고 조리있는 말이 오히려 지유성의 비위를 긁어 놓고 있었다. 황영지를 만나면 항상 가식적인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 것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지금 애비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네가 안에서 빈틈없이 도와주기를 바란다.”
“예,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부탁하마.”
황영지의 말은 한마디의 빈틈이 없었고 지유성을 더 이상 할말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지청현은 청명원에서 사태상과 사원주가 만난 일을 보고 받고 내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들이 만난 것을 뭐라고 할 것이 없었지만 만난 내용이야 뻔한 것이었다.
지씨를 경계하여 뭔가 대책을 세웠을 것이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그 것을 뭐라 하기전에 지씨의 독주가 보이지 않게 이루어 지는 현실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지청현은 긴세월 동안 같이한 동고동락이 이제 와서 금이 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이런 그의 마음에 스며드는 세월에 대한 무상함이 다시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지씨가 독부를 한 것은 승천검황이 무림맹주가 된 이후였다.
영웅성의 협조로 강남진출으 하면서 상권은 급속도로 확대가 되었고 지성룡이 만든 기업도 성공을 거두어 지씨의 힘을 키우는 데 일조를 하였다.
이런 모든 것이 다른 사대가문에게 경계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경계를 하지 않는다면 그 것은 머리가 있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지청현은 그들의 우려를 알기에 그들이 모인 사실이 기분 나쁜 것이기 보다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현실이 싫은 것이다.
지금의 상태가 굳어진다면 최소 몇십년은 지시의 독주가 예상되고 있었다.
지성룡, 지여뇽, 지장룡은 문무에 걸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고 그들에 필적할만한 능력으 갖춘 사람은 당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었다. 문제는 천하칠걸들인데 그들은 크게 문제가 아니어 보였다.
‘내일은 다른 사태상을 만나 보아야 하겠다. 이 문제는 천하문의 다른 문제보다도 심각한 일이다.’
지청현은 오대가문간에 이루어질 반목이 더 두려웠다. 천하문이 번창한 것에는 바로 그들 오대가문들 사이에 이루어진 단결이 그 밑바탕이 된 것이다.
그 것이 무너진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지시이기 전에 천하문을 먼저 생각하여야 했다.
“다들 무고했소?’
지청현은 청명원에 사태상과 오원주, 그리고 새로 청명원에 들어온 부원주들을 불러모았다.
부원주란 지용운을 비롯한 네명의 전임 부원주였다.
지청현이 인사를 건네자 서로간에 안부를 주고 받았다.
“내가 이자리에 다들 모이시라고 전갈을 한 것은 안부를 묻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천하문이 나아갈 바를 정하기 위함이오.”
지청현의 말에 그들은 할말은 있으나 선뜻 누구도 나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세월은 우리가 서로 협력하여 위기를 해소하고 천하문의 번영을 이룬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느 천하문이 이룬 성과를 지켜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오.”
지청현이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가지 뭐든 지청현이 나서서 하였고 지금도 나서기에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하나 최근에 무림맹에 본문이 참여를 하면서 지원주가 대총사를 지내고 장룡이가 무림척살대의 대주를 맡고 문주가 소문주시절에 강남 진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으며 성룡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본문최고의 고수로서 암중에서 본문의 안위에 기여를 하는 등 지가가 많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지청현이 그 말을 하자 모두들 지청현이 그 말을 꺼내는 의도를 잘 몰라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또한 차대 무림맹주도 성룡이가 천거한 제갈중명을 추천하여 맹주로 선임하였고 성룡이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자기를 대총사로 지명케 하여 성룡이에게 본문의 지지를 보낸 것도 사실이오.”
지청현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그런 소리를 대놓고 하는 이유를 몰라 조금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지가들이 모든 것을 최근에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본문에서 지가에 대하여 약간의 우위만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균형이 무너진 것이오.”
지청현이 그렇게 먼저 말을 해버리자 불만이 있던 자들의 얼굴에 다시 한줄기 의혹이 생겼고 지일광이나 지용운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 문제를 방관한다면 오래지 않아 천하문은 내분이 생길 것이오. 내분이라기 보다는 알력이 생길 것이오.”
지청현의 말은 현실을 직시한 말이었다.
“먼저 본문에 위험한 인물이 하나 있소. 그 사실을 먼저 말해야 할 것이오.”
지청현의 말에 지일광과 지용운의 얼굴은 곤혹스러운 빛이 돌았다.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 이제 그 비밀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오. 고손자인 지성룡이오. 그 아이가 바로 천하제패를 노리고 있소.”
지청현이 그렇게 말하자 다들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 어떤 사람은 놀라고 어떤 사람은 곤혹스러운 빛을 보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아이의 생각이 본문의 앞날과 직결되기 때문이오.”
그렇게 지청현이 말을 마치자 종수사의 눈길이 지청현을 향하였다.
“지태상은 그 아이의 야망에 찬성을 하시오?”
“그렇소이다.”
지청현은 생각지도 않고 답하였다.
지청현이 그런 이상 지가는 지성룡의 천하제패에 동참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그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소. 과연 그 아이가 천하제패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겠소?”
종수사가 물었다.
“모르오이다. 그 아이가 말하는 천하제패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하였소이다. 그 문제는 그 아이에게 들어야 할 것이오.”
지청현의 말에 그들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 때 양광령이 나섰다.
“천하제패는 말 그대로 천하제패인데 무엇인지 논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 말은 지청현이나 종수사의 대화를 가로막는 내용이었지만 어찌 보면 쓸데없는 논쟁을 하지 말자는 말이었다.
“오히려 천하제패에 누가 어떤 방법으로 동참하고 그 후에 동참한 자들이 그 일로 인한 결과를 공평하게 나누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장사꾼들답게 이(利)를 직설적으로 표시하였다.
“그렇네. 천하제패는 아무리 미화하여도 힘으로 천하를 지배하는 것이네. 결국 천하문을 비롯하여 그 아이의 뜻을 따르는 세력으로 천하를 압도하는 것일세.”
지청현이 그렇게 선언적으로 정리를 하였다.
“맞는 말이오. 그렇게 본다면 천하제패를 본문이 나선다는 것은 천하를 압도할 고수가 있어야 하고 그 고수를 밑받침할 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오. 결국 그 길로 나간다는 것은 본문이 천하 제일 세력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오.”
종수사가 다시 부연 설명을 하였다.
“하나 문제는 무림맹을 무력화 시키고 무림맹을 허수아비 조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오. 마치 오대문파에서 그렇듯이 말이오.”
지일광이 한마디 거들었다. 무림맹의 대총사로 오년간 지낸 경험에서 무림맹이 그리 만만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무림맹까지 장악을 해야 가능한 일이지. 그런 면에서 무림맹은 지금 우리에게 우호적인 조직이니 다행이오.”
양조휘가 그렇게 말하였다.
“문제는 우리가 천하제패를 하려고 나가는 순간 천하는 적이라는 것이오. 우리에게 복종하느냐 아니면 우리에게 합심하느냐는 것이니 말이오.”
단목영이 한마디를 보태어 다시 들뜨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본문이 천하제패를 하려면 사대세가에서 전폭적인 협조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 것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말입니다.”
지청현은 그 말을 위해 여태까지 장황하게 말하였다.
“물론 본문에서 그 일에 나서는 것은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오. 지금의 상황에서 천하제일문이 되지 않는다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오대문파, 천지문, 기타세가들 모두가 본문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을 압도할 힘을 얻어야 합니다.”
지청현의 말에 모두는 바짝 정신을 차리는 상태가 되었다. 좌중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위엄은 천하문 내에서 누구도 당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나섬에 있어 지가라는 것은 천하문에서 일부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형제이지 지가라는 것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좀더 넓게 협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지가 천하를 이룩하겠다는 생각은 없소이다.”
지청현이 그렇게 나서자 모두들 말이 없었다.
“성룡이는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 모처로 가서 일을 하고 그 일이 끝나는 대로 올 것이오. 그때 본문의 숙원인 독문무공의 완성과 전수를 시작할 것이오. 그 일은 천하제일문이 되는 출발점이고 그 일을 하는 자는 바로 성룡이가 될 것이오.”
지청현이 선언하자 누구도 그 위엄에 압도되어 말이 없었다.
그런 위엄이 천하문을 지탱하는 바탕이었고 지금까지 분란이 없는 밑바탕이었다. 이렇게 선언하면 누구도 반대를 못하고 진행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이었다.
날이 어둑해지자 지성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양진충의 저택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조금 날이 어둡기에 다니는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 때 양사청과 양진충 부자가 퇴청해 오는지 시끄러워 지고 있었다.
지성룡은 그들이 헤어지지 않고 양사청의 거처로 보이는 곳으로 가자 뒤따라 가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같이 가는 이유는 뭔가 의논할 것이 있기 때문이고 그 내용은 들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왕제독을 만났습니다.”
“들었다. 그래 뭐라고 하더냐?”
“함부로 손대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역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미 입조를 명하는 칙서가 내려간 이상 더 이상 손을 대어 일을 방해하는 것은 불충이 될 수가 있다. 문제는 비무인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 점이 문제입니다. 비무에서 죽이지 않고 이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죽이지 않더라도 십초안에 이기려면 검을 날려버리거나 사지중에 하나를 잘라내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혈도를 제압한다는 것은 십초안에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양진충의 말에 양사청은 미간을 찡그렸다.
“결국 일을 성사시키려면 그자에게 살수에 준하는 공격을 해야 할 것이구나.”
“그러합니다. 문제는 그자를 그렇게 만들게 되면 그 일로 천하문의 주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지청운의 조예를 알기에 저의 존재에 의구심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아니 벌써 조사를 시작하여 접근해 오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성룡은 양진충이 그렇게 말하자 양진충이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꼈다.
“다행히 그들은 소자가 군부의 인물이기에 소자를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 그자가 그런 부상을 입는다면 그자의 상처에서 본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진충의 말에 지성룡은 이미 알고 있다고 내심으로 그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참으로 곤란한 일입니다. 그자에게 어떤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살폈으나 크게 문제도 없습니다. 자신의 가문의 재산이 넉넉해서 그런지 사소한 부정도 연루된 것이 없습니다. 있다고 하여도 그저 수하 제장들에게 받은 몇가지 싸구려 선물이니 그 것을 트집잡는다면 누워서 침뱉기에 불과합니다. 방법이 있다면 천하문과의 관련성인데 자칫 그것을 꺼내는 것은 지금에 있어서는 시기상조입니다.”
양진충의 말에 지성룡은 그들의 대응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에 안심을 하였다.
“일단 들어오게 한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대장군부와 전면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점이 문제다. 이대장군부는 군부에 뿌리가 워낙깊다. 우리 진영에 있는 제장들도 이대장군부와는 보이지 않는 연관이 있는 자들이 많다. 그들의 눈치가지 보아야 하니 그점도 문제이다.”
지성룡은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자리를 벗어나 이대장군부라고 하는 곳에 들어갔다.
자칫 친구라고 하는 곳이 더 위험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철썩같이 믿었던 만상문이 보이지 않는 배신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런 그들로 인하여 태을자를 결국 놓쳤다고 할 수가 있었다.
결국 이대장군부에서 어떤 음모가 있다면 실로 문제가 심각할 수가 있었다. 그들이 음모를 꾸민다면 그 것은 차도살인지계일 수가 있었다.
자신들에게 껄끄러운 존재를 천하문과 충돌하게 만들어 제거하는 수를 쓸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대장군부는 사시말이지만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불빛은 오히려 다니는데 편리한 정도이지 방해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성룡은 가장 높은 사람이 머물만한 전각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 곳에는 철통 같은 경계 속에 다섯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운데 육십이 넘었는지 하얀 백발의 노장군이 싸늘한 냉기를 뿌리며 앉아 있고 그 앞에 네명이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오늘 입조하여 천거를 하고 입조하라는 칙서를 내리게 하였다. 향후의 일을 어찌 생각하느냐?”
앞에 앉은 네명은 바로 이단현의 네 아들들이었다.
자홍, 성량, 자균, 자청이라 이름이 붙여진 네 아들은 이대장군부의 후기지수로서 이미 정오품 참장에서 정삼품 상장군에 이르고 있었다.
“알다시피 문제는 지청운 장군이 들어온 이후가 아닐까 합니다. 예상과 달리 냉우헌이 거절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더 잘되었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하나 문제는 그 자가 생각보다는 강직한 인물이기에 우리의 뜻대로 따라 주느냐는 것입니다.”
이자균이 말을 하였다. 지성룡은 그들이 이단현의 네 아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기에 듣는데 문제는 없었다.
“물론 누구건 그 자리에 앉을 만한 감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얼마나 강직하고 능력이 있어 왕제독과 양영반을 견제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자칫 그런 느낌을 주는 날에는 모든 것이 망가질 수가 있다.”
이단현의 말에 이자균은 찔끔한 기분이 들어 하던 말을 멈추었다.
“문제는 과연 저들으 견제할 능력이 있느냐 이다. 야전에만 있던 자가 이런 조정에 들어와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이다. 또한 겉으로 포기할 것이지만 언제건 그들은 꼬투리를 잡아 제거하려고 할텐데 과연 그 공격을 막아내느냐이다. 그 점에 대하여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앞으로 더 싸움이 어려워 질 것이다. 말년에 북방에서 싸우기 보다는 어렵다는 권력다툼을 해야하니 내꼴도 우스운 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