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ome honey by copying skills RAW novel - Chapter (100)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99화(100/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099화
한겨울 냉기보다도 더 차갑게 얼어붙은 준혁의 사무실.
준혁이 냉랭한 표정으로 김하진에게 말했다.
“피차 바쁜 사람들이니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불쑥 찾아온 용건이나 말씀하시죠.”
그런 준혁을 보며 김하진이 여전히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분이 많이 상하셨나 봅니다?”
“상하고 말고 할 게 있겠습니까. 그저 예의가 없는 상대에게 똑같이 응대하는 것뿐인데요.”
상대가 김하진만 아니었다면, 설사 이렇게 예의 없이 들이닥쳤어도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면서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김하진이 아닌가.
주제도 안 되는 것이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얼쩡 댄다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냈고, 그로 인해 준혁의 인상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트린 바로 그 김하진 말이다.
당연히 그를 향해 좋은 말이 나갈 리 없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준혁을, 김하진이 말없이 바라봤다.
“······.”
그리고 준혁 역시 능글맞은 미소를 지우고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하진을 바라봤다.
“······.”
그렇게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김하진이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정적을 깼다.
“이거 아무래도 제가 큰 결례를 범한 것 같군요.”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준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의 무례. 사과드리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김하진의 모습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준혁의 얼굴에 살짝 균열이 갔다.
‘호? 세상이 다 자기 것인 것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던 천하의 개망나니 김하진이 고개를 숙여?’
회귀 전의 김하진을 생각하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김하진의 사과에, 준혁이 빠르게 표정을 수습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 앉으시죠.”
상대가 먼저 숙이고 나오는데 어쩌겠는가.
아무리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놈이라고 해도, 당장 미래 그룹과 치고받고 싸울 게 아니라면 지금은 자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준혁이 헌터로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대한민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무턱대고 칼춤을 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준혁이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김하진이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그런 김하진을 보며, 준혁이 재차 물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실까요? 절 찾은 용건이 뭡니까?”
아까와 같이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는 말을 하는 준혁이었지만, 분위기 자체는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준혁이 김하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거나, 적대감이 완화되었다는 건 아니다. 그저 가시 돋친 말로 일관하며 지지부진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적당히 어울려주고자 한 것이다.
준혁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판단한 김하진이,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시죠. 저희 쪽의 황 과장이 몇 차례 최준혁 단장님을 찾아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건을 계속 높여가며 계약을 추진했는데 모두 거절하셨다고요. 혹시 거절하시는 연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김하진이 찾아온 이유를 익히 짐작하고 있었기에, 준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예전에는 제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랬고, 지금은 굳이 어딘가에 소속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호오? 그럼 꼭 하셔야 할 일은 다 하신 겁니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몇 가지는 처리했죠.”
준혁이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건, 첫째가 막대한 양의 금괴를 손에 넣는 것이고, 둘째가 바로 박강호의 가족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개 있지만, 아직 일을 진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판단하고는 잠시 미뤄두고 있었다.
“그 몇 가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미래에 오셔서 처리하실 수는 없는 겁니까? 미래와 함께하신다면 하시는 일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미래 길드로 오라는 김하진의 말에, 준혁이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군요. 용병단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고, 자금 사정도 탄탄합니다. 잘 돌아가고 있는 용병단을 버리고 굳이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갈 필요성이 있을까요?”
이미 예상했던 대답이었기에, 김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JH용병단의 현재 입지는 가히 국내 3대 길드와도 견줄 만큼 커졌으니까요. 당연히 그만큼 의뢰도 꾸준히 들어올 테니 자금 걱정도 할 필요 없겠지요. 한데 그거 아십니까?”
잠시 말을 끊은 김하진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돈은 단순히 화폐의 기능만 하지만, 누군가의 돈은 권력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미래의 돈은 권력을 움직이는 돈입니다. 최준혁 단장님의 강력한 힘과 미래 그룹의 권력을 움직이는 돈이 합쳐진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황치성이 계약 조건을 변경하며 준혁을 설득하려 했다면, 김하진은 미래라는 거대 그룹과 연계시켜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 준혁을 설득하려 했다.
“흐음······.”
준혁이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하진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높은 곳에 올라서서 보다 많은 것을 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더 나아가 단장님의 한마디가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단장님과 미래 그룹이 힘을 합친다면 이는 불가능한 망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는 겁니다.”
뭔가 달콤하면서도 사람의 야심을 부추기는 말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준혁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그렇군요.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그만큼 거대한 야망이 없네요. 저는 그냥 여기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용병단을 꾸려 나가겠습니다.”
준혁은 정중한 어투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막말로 미래 그룹과 힘을 합치지 않아도 김하진이 말한 것들은 얼마든지 이룰 수 있었다.
이미 준혁의 영향력은 3대 길드의 길드장마저도 한 수 접어줘야 할 정도로 거대해졌으며, 소소하다고 말한 용병단 역시 준혁과 사라, 제니의 존재만으로 국내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원탑 길드가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미래 길드로 들어갈 이유도 없거니와, 각성자도 아닌 일개 일반인에 불과한 김하진 밑에서 일할 이유도 없었다.
준혁이 거절하자, 김하진의 표정에 슬며시 금이 갔다.
“원하신다면 용병단원 전원을 저희 길드로 모시겠습니다. 당연히 조건도 최상으로 맞춰드리고요. 잡다한 업무를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건 제가 하면 되니까요. 원하신다면 최준혁 단장님은 그냥 부길드장으로 이름만 올려놓으시고 용병업을 계속하셔도 됩니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 역시 저희가 일절 터치하지 않겠습니다.”
김하진은 마지막 조건을 제시했다.
용병단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잡다한 일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용병단원들 역시 미래 길드에서 최상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주겠으며 원한다면 용병단원으로 계속 활동해도 상관하지 않겠다.
그저 미래 길드의 부길드장으로 최준혁이라는 이름만 올려준다면 그 막대한 혜택을 모두 제공하겠다고 말이다.
물론 준혁의 반응은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그 어떤 제안을 해도 제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원하는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해도 거절할 판인데, 그 대상이 김하진이라면 말해 뭐하겠는가.
준혁이 재차 거절하자, 김하진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최준혁 단장님의 심기가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군요. 좋습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고 다른 날 정식으로 약속을 잡고 다시 찾아뵙지요.”
김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준혁 역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시 찾아온다고 해서 제 생각이 변할 것 같지는 않군요. 괜한 헛고생 하지 말고 다른 적임자를 찾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글쎄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다음에 다시 찾아뵐 때는 단장님께서도 조금은 생각이 변하셨을지. 아무튼 오늘은 결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김하진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 * *
준혁을 만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김하진이, 순간적으로 인상을 와락 구기며 책상을 내려쳤다.
쾅!
“싸가지 없는 새끼! 감히 날 무시해? 천하의 이 김하진이 고개까지 숙였는데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오냐. 언제까지 그 뻣뻣한 모가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보자.”
준혁 앞에서는 나름 정중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지만, 그 본성이 어딜 가겠는가. 길길이 날뛰며 씩씩거리던 김하진이, 이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핸드폰 너머에서 누군가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사님.
“내가 말했던 그거. 실행하세요.”
뭔가를 실행하라고 하자, 핸드폰 너머에서 난감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 그걸 정말 실행하라고요? 이, 이사님. 상대는 최준혁입니다. 자칫하면 저희 모두 골로 간다 이 말입니다. 아무리 이사님이라도 이건 저희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상대는 계획을 강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통화 상대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김하진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그냥 하라면 하세요! 뒷일은 내가 책임집니다! 내가 누군지 모릅니까? 나 미래의 김하진이에요!”
-압니다. 알지만······ 하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되면 정말 이사님께서 책임지셔야 합니다.
김하진의 호통에 결국 상대가 알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어쩌겠는가. 상대는 대 미래 그룹의 후계자 중 한 명인데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그렇고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핸드폰 너머의 상대가 고민이라도 하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가 이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대가 어설픈 일반인이 아닌 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정체가 드러나면 이사님까지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한 달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고요.
최소 한 달은 필요하다는 말에, 김하진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한 달이나요? 더 당길 수는 없습니까?”
-그것도 최소로 잡은 기간입니다. 목표물의 동선부터 가장 취약한 시간이 언제인지까지 체크를 해야 하니까요.
전문가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김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렇게 하세요. 단, 확실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아셨습니까?”
-네, 아까도 말했듯이 저희도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시 이사님께서 처리해 주시겠다는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쯧, 걱정하지 마시라니까 그러네. 그럼 그렇게 알고 끊겠습니다.”
상대의 대답을 채 듣지도 않고, 김하진이 핸드폰을 끊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 놓으며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쯧, 까라면 깔 것이지 뭐가 이렇게 말이 많아? 하여튼 근본 없는 새끼들은 하나같이 싸가지가 없어요. 싸가지가.”
인상을 구긴 채 혼잣말을 내뱉은 김하진은, 이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어느덧 5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기에,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장성철은 슬슬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아, C급 괴수가 한 번만 더 출몰하면 아주 서류 더미에 압사하겠군. 차라리 협회장 은퇴하고 그냥 평범하게 사냥이나 하면서 지낼까.”
장성철은 3차 각성 딜러로 나름 A등급의 각성자였다.
협회장 신분이기에 따로 가입된 길드는 없었지만, 친분이 있는 각 길드의 도움을 받아 협회장과 헌터 일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차 각성 이후로는 사냥 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사냥에 매달린다고 해도 등급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협회 일이 많아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버거워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같이 일이 많을 때는, 협회장이고 뭐가 다 때려치우고 그냥 괴수 사냥이나 하면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졌다.
“쯧, 퇴근하고 가는 길에 포차에서 소주나 한잔해야겠군. 하아.”
한숨을 내쉬며 슬슬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벌컥!
누군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혀, 협회장님!”
다급한 표정의 그 모습에, 장성철의 표정이 빠르게 굳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부탁인데 제발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해줘라. 그 다급한 표정 어서 지우라고!”
가뜩이나 많은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또 뭔가 사고가 터진 것 같았기에, 협회장의 표정은 거의 울기 직전으로 변해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은 자신의 할 말만 할 뿐이었다.
“미국 피닉스 길드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피닉스 길드의 길드장 벤자민 프레스톤이 직접 한국에 방문한답니다!”
순간 장성철은 뭔가 강한 둔기로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뭐? 피닉스의 벤자민 프레스톤? 그 S등급 벤자민 프레스톤 말하는 거야? 아니 그자가 갑자기 한국은 왜?”
대체 무슨 이유로 방문하냐는 협회장의 독촉에, 직원이 황급히 대답했다.
“주요 방문 목적은 JH머셔너리의 최준혁 단장을 만나기 위해서랍니다! 이미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일정으로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이며, 한국에는 하루 전인 화요일에 도착한답니다. 그리고 체류 일정은 총 일주일이라고 합니다.”
S등급의 한국 방문. 이는 분명 환영할 만한 사건이었다.
S등급 헌터가 아시아 최초로 방문하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회장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기도 했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난리야! S등급이 한국에 방문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왜 하필 지금이냐고! 가뜩이나 정신없이 바빠 죽겠는데!”
그랬다.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임에도 이를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도 C급 괴수 출몰 사건과 준혁에 관한 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요?”
어찌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협회장이 와락 인상을 구겼다.
“어쩌긴 뭘 어째! 그 대단하신 S등급께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시겠다는데 당연히 만반의 준비를 해야지! 그럼 뭐!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오라고 해? 어? 머리가 있으면 생각이란 걸 해야지 뭘 멍한 얼굴로 어쩌냐고 물어봐!”
평소 같았으면 미소 띤 얼굴로 조용하게 업무 지시를 내렸을 테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쌓일 만큼 쌓인 상태여서 그런지 절로 험한 말이 튀어 나갔다.
“죄, 죄송합니다. S등급 방문은 처음이다 보니······.”
“쯧, 누군 처음 아니냐? 잔말 말고 오늘 협회 직원 전원 야근이야! 아니, 철야야 철야! 집에 갈 생각 하지 말라고 해! 젠장!”
순간 직원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사라졌다.
“처, 철야요?”
“그럼 한가하게 퇴근하려고? 당장 나흘밖에 남지 않았잖아! 철야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야!”
“주말······ 까지요? 저 주말에 장모님 생신이라 처가댁 가기로 했는데······.”
“누군 주말에 약속 없는 줄 알아? 사정 얘기하고 와이프만 보내! 그리고 당장 10위권 길드에 공문 보내고! 그래도 S등급이 방문한다는데 대한민국 주축 길드의 길드장들이 얼굴 정도는 비춰야지! 일정 최대한 조율해서 가급적 모두 참석할 수 있게 해!”
철야에 이어 주말까지 반납해야 한다는 말에, 직원은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얼굴이 되었다.
“······.”
“뭘 멍하니 서 있어? 어서 안 움직여!”
“헉! 네! 한데 국내 10위권 길드에만 연락을 넣으면······ 최준혁 단장은 어떻게 합니까?”
준혁의 JH머셔너리는 엄밀히 말해 길드 랭킹에서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였다.
준혁의 능력을 떠나서 인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워낙 소규모 길드이다 보니 그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혁의 존재만으로 능히 국내 최고의 길드라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장난하냐? 벤자민 프레스톤의 방문 목적이 최준혁 단장을 만나는 거라며. 한데 당사자를 안 부르면 뭘 어쩌려고! 됐고! 최준혁 단장에게는 내가 직접 연락할 테니, 그냥 빨리 가서 다른 길드들에 공문이나 보내! 어서!”
결국 직원은 울상을 하며 협회장실을 나갔고, 홀로 남은 협회장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하아, 젠장. 포차 가서 소주나 한잔하려고 했더니만······ 일이 왜 이렇게 꼬이냐.”
진짜 간절하게 소주 한잔이 당기던 하루였다.
그렇기에 퇴근하고 포차에 가서 일 걱정 훌훌 털어버리고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 했건만, 그 모든 계획이 싸그리 박살 나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더 간절하게 소주가 생각나는 협회장이었다.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100화
전자책 출간일 | 2023.04.14
지은이 | 김현준
펴낸이 | 김영훈
펴낸곳 | 포텐
주소 | [04156]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311, 재화스퀘어 1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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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69-3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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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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