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ome honey by copying skills RAW novel - Chapter (141)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140화(141/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140화
일본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
니시모토는 자리에 앉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그때 괴수의 포효가 니시모토의 귓가를 강타했다.
“쿠오오오오오오!”
“으힉!”
괴수의 포효에는 피어 효과가 있었기에, 멀찍이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해도 일반인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바짝 몸을 움츠린 니시모토가, 이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빌어먹을! 저놈의 포효는 언제 그치는 거야!”
끊임없이 들려오는 포효에 니시모토는 노이로제까지 걸릴 지경이었다.
“차라리 그때 천억을 주고라도 그놈을 데려왔어야 했나.”
자존심도 상하고, 또 돈도 아까웠기에, 당시에는 준혁이 내민 의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돈 천억이 아까워서 나라를 말아먹은 꼴이 되지 않았는가.
그렇게 니시모토가 지난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 때.
“뭐 하시는 겁니까!”
“마, 막아!”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에 니시모토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뭔데 이렇게 시끄…….”
니시모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쾅!
협회장실 문이 박살 나며, 피떡이 된 누군가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쿠당! 털썩!
“컥! 쿨럭!”
그는 니시모토도 익히 알고 있는 자로, 협회의 간부였다.
“헛! 이게 무슨…….”
니시모토가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사사키가 길드 연합 소속 헌터들을 이끌고 천천히 협회장실로 걸어들어왔다.
“니시모토 협회장.”
그 모습을 본 니시모토가 발끈하며 말했다.
“사, 사사키? 허! 괴수들과 한창 싸우고 있어야 할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요!”
발끈하며 호통치는 니시모토를 향해, 사사키가 느릿한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터벅, 터벅.
그러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 있는 거요.”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짓는 니시모토.
“뭐?”
“지금 저 밖에서는 수많은 헌터들이 괴수를 막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있는데, 명색이 각성자 협회 협회장이라는 당신은 왜 여기 이러고 있느냐는 거요.”
니시모토는 사사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여기 있느냐니?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야 난 일반인이니 당연히 여기 있어야…….”
순간 사사키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쾅!
콰직!
그에 화들짝 놀란 니시모토가 그만 뒤로 나자빠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헉!”
쿠당!
그런 니시모토를 향해 사사키가 호통치듯 언성을 높였다.
“일반인이든 아니든!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일본 각성자들을 대표하는 협회장이라는 자가! 목숨 걸고 싸우는 헌터들을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왜 이런 곳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어!”
사사키의 호통에 니시모토는 뭐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
“노무라!”
누군가를 부르며 오른손을 내밀자, 뒤에 있던 노무라라는 길드 연합 간부가, 검 한 자루를 들어서는 그의 손에 올려줬다.
척!
노무라에게서 검을 받은 사사키가, 그 검을 니시모토 앞에 던졌다.
철그렁!
갑작스러운 상황에 검과 사사키를 번갈아 보던 니시모토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무슨 의미요?”
“무슨 의미긴. 협회장이면 협회장답게 그거 들고 나가서 괴수하고 싸우라는 말이지.”
검을 들고 괴수들과 싸우라니?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에 불과한 자신이 무슨 수로 괴수와 싸운단 말인가.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니면! 협회장 자리를 내게 넘기든가.”
그제야 니시모토는 사사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게 목적이었나? 협회장 자리?”
“긴말 필요 없고 양단간에 결정이나 해. 나가서 싸울 건지 아니면 협회장 자리를 넘겨줄 건지.”
“…….”
잠시간 말이 없던 니시모토가, 이내 사사키를 노려보며 물었다.
“만약…… 둘 다 싫다면?”
나가 싸우지도, 협회장 자리를 포기하지도 않으면 어찌 하겠느냐는 물음에, 사사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싫어?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손에 죽는 거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그 모습에 니시모토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이, 이익! 날 죽이면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정부?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지게 생겼는데 정부는 무슨 정부? 정부 눈치나 볼 거였으면 애초에 일을 벌이지도 않았어.”
보아하니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았기에, 니시모토는 뭔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나, 나를 죽이면 협회 자금에는 손도 못 댈 거요! 절차에 따라 넘겨받지 않으면 계좌에 접속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사사키가 무턱대고 죽이지 않고, 가능하면 그에게서 넘겨받으려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협회 자금에 손을 대려면 협회장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사키가 협회장 인증 권한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니시모토가 절차에 따라 권한을 넘겨주는 것밖에 없었다.
“상관없어. 이대로라면 도쿄 에어리어는 버텨봐야 하루 이틀. 어차피 다 죽을 건데 그 돈 싸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니잖아? 그냥 너 죽이고 나가서 괴수하고 싸우다 죽지 뭐.”
사사키의 말마따나 이대로라면 어차피 일본은 가망이 없었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협회 자금이고 나발이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어떻게 할 거지? 나가서 싸울 건가? 아니면 내게 협회장 자리를 넘겨줄 건가? 그것도 아니면 여기서 내 손에 죽을 건가?”
단호한 사사키의 얼굴을 보며, 니시모토는 더 이상의 협박이나 협상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
“시간 없어. 어서 결정해.”
결국 니시모토는 항복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목숨은 소중하니까.
“하아, 알겠네. 협회장 자리를…… 넘기지.”
그렇게 협회장 자리는 결국 사사키에게 넘어갔다.
이후 니시모토는 빠르게 정식 절차를 밟으며 사사키에게 협회장 자리를 양도했고, 절차에 따라 협회장 자리를 넘겨받은 사사키는 그 길로 곧장 도쿄 텔레포트 게이트 센터로 향했다.
* * *
저녁 9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미국에 다녀오느라 밀린 업무가 좀 있어서 늦게까지 업무를 본 준혁은, 슬슬 집에 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럼 슬슬 가볼까?”
불을 끄고 막 단장실을 나서려는 순간,
띠리리리리~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음? 아니, 이 양반이 또?”
상대는 낮에도 통화한 바 있는 협회장 강성철이었다.
“네, 협회장님. 또 무슨 일입니까?”
전화를 받자, 핸드폰 너머에서 협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 지금 어딘가?
“저요? 아직 사무실입니다. 이제 슬슬 들어가려고요.”
-오! 그런가? 그럼 잠시 협회에 좀 들를 수 있겠나?
이 시간에 협회에 들르라니? 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협회에요? 무슨 일 있습니까?”
다급하게 들리는 목소리도 그렇고, 어디서 또 돌발 게이트라도 출몰했나 싶어서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그게…… 일본에서 길드 연합의, 아! 아니지. 이제는 일본 각성자 협회 협회장이로군. 아무튼 사사키 료타가 방문했네.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네? 사사키 료타? 그 길드 연합의 수장 말입니까? 한데 일본 각성자 협회 협회장은 니시무라인가 니시모토인가 하는 그자 아니었습니까?”
-좀 복잡한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야. 어쨌든 절차대로 협회장 자리를 넘겨받았고, 넘겨받는 즉시 자네를 만나기 위해 급히 한국에 입국했다더군. 어떻게. 만나보겠나?
어차피 일본에서 왔다면 용건은 하나.
굳이 만나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협회장이 바뀌었다니 한번 만나나 보자고 생각했다.
“네, 알겠습니다. 뭐,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예상은 갑니다만 일단 만나는 보지요. 협회로 가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기다리도록 하지.
통화가 끝나자 준혁이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또 무슨 삽소리를 하려고. 쯧.”
이전 협회장인 니시모토에게 워낙 안 좋은 인상을 받아서인지, 일본 협회장이라는 말에 슬며시 짜증이 이는 준혁이었다.
* * *
잠시 후, 협회에 도착한 준혁이 곧바로 협회장실로 향했다.
“하하! 어서 오게!”
협회장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반갑습니다. 일본 각성자 협회 협회장이자, 사쿠라 길드의 길드장인 사사키 료타라고 합니다.”
협회장 자리를 꿰찬 이상 길드 연합의 수장이란 타이틀은 의미가 없어졌기에, 자기소개에서 길드 연합이란 말을 빼버린 사사키였다.
“아, 네. 반갑습니다. JH머셔너리의 최준혁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협회장이 자리를 권했다.
“자자, 일단 앉아서들 얘기하지.”
그렇게 자리를 잡자, 꽤나 급했는지 사사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실은 최준혁 단장님께, 아니, JH머셔너리에 정식으로 의뢰를 넣고 싶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무슨 의뢰인지는 들어보지 않아도 알겠기에, 준혁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의뢰요. 한데 제가 굳이 그 의뢰를 받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사사키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이전 협회장이었던 니시모토가 최준혁 단장님께 큰 결례를 범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단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사사키의 얼굴에서 간절함이 보였기에, 준혁은 일단 얘기라도 제대로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사과는 받겠습니다.”
사과를 받았다는 건, 뭔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 판단한 사사키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그자는 각성자가 아닌 일개 정치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각성자들의 생리를 잘 모르지요. 그가 하는 거라고는 그저 정부의 입맛에 맞게 각성자들을 휘두르는 것. 각성자를 각성자의 시각이 아닌 정치인의 시각에서 보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겁니다.”
강성철을 통해 니시모토가 준혁을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 얘기 들은 것 같았다.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자의 행동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마치 자기가 말하면 내가 따라야 한다는 듯한 그런 느낌? 아무튼 기분이 좀 더러웠습니다.”
“아마도 뼛속까지 우익인 극우 정치인이어서 그럴 겁니다.”
극우 정치인이라고 하자, 그제야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아! 극우.”
극우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한국인들을 아래로 놓고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니시모토가 갑 중의 갑인 준혁을 그렇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우익 사상에 물들어서 한국과 한국인들을 아래로 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재차 고개를 숙이는 사사키를 보며 준혁이 다시금 말했다.
“이미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하니 더 이상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JH머셔너리에 정식으로 의뢰하고 싶습니다. 도쿄 에어리어의 웨이브를 막는 데 도움을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도쿄는, 아니 일본은 무너지고 말 겁니다.”
도움을 달라는 사사키의 말에, 준혁이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흐음…….”
그에 다소 조급함을 느낀 사사키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원하는 조건은 다 맞춰드리겠습니다.”
조건을 다 맞춰주겠다고 하자, 준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전 조건에는 힘들 것 같네요. 그때는 웨이브가 터지기 전이었고, 지금은 웨이브가 터진 후니까요.”
웨이브가 터지기 전이라면, 사냥터를 빠르게 정리하며 괴수의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막말로 초보존과 중급존의 경우에는 철민과 창수, 지영만 투입해도 정리가 가능한 수준.
준혁과 발키리들은 상급존과 레드존 위주로 정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상대해야 할 최고 등급은 C급.
하지만 지금은 웨이브가 터졌고, 어마어마한 수의 괴수 군단을 상대해야 했다.
게다가 상대해야 할 최고 등급은 A급.
당연히 조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해합니다. 원하시는 조건이 있습니까?”
원하는 조건을 말해보라고 하자, 준혁이 생각해 둔 바를 얘기했다.
“기존에 두 배는 주셔야겠습니다. 의뢰비 2천억 즉시 선입금. 용병단에서 사냥한 괴수 부산물의 온전한 소유권. 마지막으로 아직 A급 괴수를 상대할 정도는 되지 않으니 A급 괴수가 전면에 나서면 토벌을 중단하고 물러설 겁니다.”
준혁은 이전에 제시했던 조건의 두 배를 불렀다.
그리고 A등급 괴수가 전면에 나서면 토벌을 중단하겠다는 조건도 같이 달았다. 비록 거신 강림에 B급 결정체를 등록해 놨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A급을 상대하는 건 아직 요원해 보였기 때문이다.
준혁이 조건을 제시하자, 사사키가 그 어떤 토도 달지 않고 곧바로 콜을 했다.
“계좌 주시면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나라가 지도에서 사라지게 생겼는데 그깟 2천억이 대수겠는가.
“상황이 급박한 건 알겠지만 어차피 오늘은 너무 늦었고, 또 준비해야 할 것도 있으니, 내일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계약서는 내일 아침 직원을 통해 메일이나 팩스로 보내드리라 하겠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대재앙 이후 결정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여전히 팩스를 고집하는 신기한 나라였다.
아니, 오히려 결정체를 이용한 신개념 팩스를 만들어내는 기괴함까지 보이고 있었다.
“계약서 받는 대로 바로 사인하고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내일 뵙도록 하죠.”
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사키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철칙이 돈값은 확실하게 하자는 겁니다. 자세한 상황은 직접 가서 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의뢰비로 받은 돈값만큼은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명색이 용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용병은 한번 받아들인 의뢰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는 법.
웨이브를 막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소한 받은 돈에 상응하는 활약은 펼치리라 확신했다.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141화
전자책 출간일 | 2023.04.14
지은이 | 김현준
펴낸이 | 김영훈
펴낸곳 | 포텐
주소 | [04156]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311, 재화스퀘어 12층
전화 | 1800-7792
팩스 | 02-6320-8585
ISBN |
979-11-369-3694-3
정가 | 100원
ⓒ 김현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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