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ome honey by copying skills RAW novel - Chapter (19)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18화(19/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018화
준혁은 요리조리 피하며 틈이 나면 반격하고, 시기적절하게 어그로기를 사용하면서 어그로가 다른 곳으로 튀지 않게 확실히 관리했다.
‘흐음, 이 정도면 원거리 두 명이 추가됐다고 해서 어그로가 튈 일은 없겠군.’
원거리 딜러 두 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트루데커에게 가해지는 데미지가 더 커졌다.
하지만 팔찌의 능력 덕에 어그로기의 효율성이 대폭 상승했기에, 고작 원딜 두 명이 추가된 것으로 어그로를 뺏길 일은 없었다.
반면 원딜 두 명의 합류로 트루데커의 실드를 깎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그렇게 3시간가량이 좀 더 흐른 후, 결국 사냥은 무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쿠어어어어······.
트루데커의 육중한 몸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쿠웅!
현재 시각 오후 4시 47분.
무려 8시간에 육박하는 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사냥을 한 것이다.
딜러들은 포스가 바닥난 지 오래였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매우 지쳐 있었다.
푸스스스스.
바닥에 쓰러진 트루데커의 몸체가 빛으로 산화하더니, 그 자리에 부산물들과 더불어 녹색 각성석이 드랍됐다.
다만 아쉬운 거라면 결정체와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는 거다.
“오! 각성석! 각성석이다! 하하하!”
보조 능력자로 각성할 수 있는 녹색 각성석의 가격은 대략 1억.
거기다 부산물도 있었고, 맨티스를 잡고 나온 결정체와 스킬카드도 있었기에 오늘 사냥은 대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철민이 각성석을 손에 들고는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상진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다들 지치기도 했고, 또 포스도 바닥난 상태이니 오늘 사냥은 여기서 접도록 하자.”
그러고는 승남 파티의 생존자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쪽. 맨티스에서 나온 부산물과 드랍템들 우리가 가져가는데 이의 없겠지?”
상진의 말에 그들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 하, 하지만······.”
“아니, 저희도 같이 사냥했는데 어째서······.”
그들이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상진의 표정이 슬며시 일그러졌다.
“지금 상황파악이 안 되나 보네? 사냥에 실패한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사냥감을 다른 파티가 사냥 중인 곳으로 몰고 와? 너희 때문에 우리 파티까지 전멸할 뻔한 걸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맨티스가 난입했을 당시 상진은 죽음을 직감했었다.
그야말로 몰려오는 절망감에 눈앞이 깜깜했었다.
비록 마지막 순간까지 발악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맨티스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속으로는 아! 내가 오늘 여기서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었다.
만약 준혁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트루데커의 어그로를 재빨리 끌어가지 못했더라면, 십중팔구 전멸했을 터였다.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금 열이 뻗치는 상진이었다.
“하지만······ 저희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트랩퍼가 자기 독단으로 벌인 일입니다. 우리도 억울하다고요.”
저쪽 파티의 원딜이 변명이랍시고 말을 하자, 상진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으르렁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트랩퍼 독단이었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 한데 그사이 너희들은 뭘 했지? 다른 파티까지 전멸로 몰아갈 수 있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말릴 생각은 하지 않은 거냐? 아니면 다른 파티야 어떻게 되든 너희는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냐?”
상진의 말에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
“······.”
당시 트랩퍼가 맨티스를 끌고 상진의 파티가 있는 곳으로 도주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들은 그를 말릴 생각을 못 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하지 않았다.
상진의 파티가 전멸할 것을 직감했으면서도, 모른 척 내버려 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남았음에 안도했었다.
“이곳이 아무리 무법지대라고 해도 암묵적인 룰이라는 게 있다. 너희는 그 룰을 무시한 거야. 내가 만약 이 사실을 포스 라이프에 올린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 너희가 이곳에서 다시 사냥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너희를 받아줄 파티가 있을까? 설사 길드에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길드 차원에서 제재가 들어가겠지.”
이 일대에서 사냥하는 헌터들. 그중에서도 파티의 리더를 담당하는 탱커들의 경우에는 서로 간에 커뮤니티를 공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냥을 하면서 파티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사냥 중 문제가 발생했을 시, 최소한 다른 파티에 피해를 줄 행동은 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룰은 비단 파티장인 탱커뿐만 아니라, 초급자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모든 헌터들이 숙지하고 있었다.
한데 그 룰을 어긴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과연 그런 자들을 다른 파티에서 받아줄까? 만약 누군가가 그들을 받아준다면, 그 파티의 리더인 탱커는 십중팔구 커뮤니티에서 제명될 것이다.
넘쳐나는 게 딜러와 맵퍼인데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겠는가.
물론, 힐러 같은 귀족은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오늘 사건을 포스 라이프에 올리겠다는 상진의 협박에, 그들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그, 그냥 저희가 포기하겠습니다.”
“네! 당연히 저희가 포기해야죠. 그렇고 말고요. 하하,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도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워낙 경황이 없어서······.”
원딜과 맵퍼는 그 즉시 태도를 바꾸며 부산물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이런 일로 포스 라이프에 이름이 오르내린다면, 앞으로의 헌터 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아, 전 애초부터 부산물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사냥에 실패한 순간 맨티스는 더 이상 저희의 사냥감이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팀 트랩퍼의 행동을 막지 못한 것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당시에는 너무 겁이 났거든요.”
원딜이나 맵퍼야 그렇다 치더라도, 힐러라면 뭔가 태클이 들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부산물들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들이 모두 포기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상진이 인상을 풀며 말했다.
“좋아. 이번 일은 그냥 없던 일로 치도록 하지. 그러니 그쪽도 없었던 일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있었던 일은 잊어. 아! 그리고 죽은 사람들 시신을 수습하고 싶은데 당연히 도와주겠지?”
비록 일로 만난 관계라고는 하지만, 같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면서 나름 친하게 지낸 승남이었다.
최소한 시신 정도는 자기 손으로 수습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아, 예. 당연히 그래야죠.”
“저희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한동안 함께했던 파티원이었다.
그런 파티원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같은 파티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다.
다들 그러겠다고 하자, 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대충이나마 여기 일을 좀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먼저들 가서 수습 좀 하고 있어 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하하, 천천히 오십쇼.”
먼저 가서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으라는 상진의 말에, 그들이 황급히 대답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자, 상진이 천천히 준혁에게로 다가갔다.
“어이, 최준혁이. 너 정체가 뭐냐? 진짜 어제 각성한 거 맞아? 이제 막 각성한 생초보가 어떻게 그런 탱킹을 할 수 있는 거냐?”
상진의 물음에 준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진에게, 준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게요. 저도 저 자신한테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급박한 상황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하하하.”
너스레를 떠는 준혁을 보며, 상진이 슬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지금 그걸 믿으라고 한 말은 아니겠지?”
그에 준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믿기 힘드시죠?”
“너라면 믿겠냐?”
사실 준혁이 상진 입장이라고 해도 쉬이 믿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제 막 각성을 한 초짜 탱커가, 2차 각성을 앞둔 베테랑 탱커보다 더 뛰어난 탱킹 실력을 보여줬다.
한데 그게 고작 초자연적인 현상 때문이라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하아, 이거 좀 버벅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나? 뭐 어차피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겠어. 배 째라고 해야지.’
“하하, 믿기 힘든 거 아는데 달리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네요. 그냥 하니까 되더라고요.”
준혁의 말에 상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허······ 그냥 하니까 된다?”
하니까 되었다는데 거기서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네. 하니까 되데요.”
“쯧, 그래 너 잘났다. 그냥 하니까 그런 게 되는 탱커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 너 짱 먹어라.”
상진의 표정을 보니 굳이 더 따지고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이걸로 철민이에 대한 문제는 일단 해결된 셈인가?’
어제와 오늘 이틀간, 준혁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었다.
상진의 탱커 스킬뿐 아니라 힐러에 딜러, 맵퍼, 트랩퍼의 스킬까지 카피했고, 주목적이었던 철민의 목숨도 구해냈다.
그래서인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첫 실전이어서인지 좀 지치는 감이 있네요. 하하,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준혁은 슬며시 화제를 바꾸며 지금의 상황을 얼버무리려 했다.
그리고 상진은 그런 낌새를 느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래? 그럼 어서 가서 쉬어야지. 그나저나 고맙다. 오늘 너 아니었으면 나나 다른 애들이나 죽은 목숨이었을 거야.”
준혁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 상진이, 다시금 파티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에게도 한 가지 해둘 말이 있다. 알다시피 준혁이는 아직 각성자 등록이 완료되지 않아 헌팅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만약 오늘 일이 알려지면 준혁이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할 수가 있어. 그러니 오늘 일은 다들 함구하도록 한다. 알겠냐?”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각성자 등록도 완료되지 않은 각성자가 사냥에 참여한 것이 알려지면 이래저래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준혁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파티 전체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상진은 파티원들에게 이 점을 인지시키고 입단속을 시켰다.
상진의 말에 파티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에이, 걱정도 팔자셔. 저희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것도 모를까 봐서요?”
“하하,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이들 역시 쓸데없는 말을 꺼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다들 인정하며 수긍했다.
“그리고 오늘 준혁이 덕에 다들 목숨을 구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 그래서 이번 전리품 분배에 준혁이도 포함 시키려고 한다. 당연히 탱커 자격으로 말이야. 이의 있는 사람?”
탱커는 힐러와 더불어 가장 높은 분배 비율을 지니고 있었다.
즉, 준혁이 탱커 자격으로 분배를 받는다면, 비율상 다른 사람들은 낮은 비율의 분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야 당연하죠. 준혁이 덕에 죽었다 살았는데 불만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맞아요. 그리고 불만 있는 사람은 나한테 말해요. 앞으로 힐 안 줄 거니까.”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 한발 걸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깟 돈 몇 푼이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나는 승남이 형님 시신을 좀 수습해야 할 것 같으니, 여기 대충 정리하고 먼저들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네, 그럴게요.”
그렇게 말한 상진이 씁쓸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자, 나머지 파티원들이 서둘러 철수할 준비를 했다.
“자자! 철수 준비들 합시다!”
그렇게 상진의 파티는 다사다난했던 사냥을 마치고 철수하기 시작했다.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19화
전자책 출간일 | 2023.04.14
지은이 | 김현준
펴낸이 | 김영훈
펴낸곳 | 포텐
주소 | [04156]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311, 재화스퀘어 1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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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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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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