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ome honey by copying skills RAW novel - Chapter (3)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2화(3/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002화
괴수들로 인해 폐허가 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네다섯 정도 되는 장정들이 주인 없는 아파트에서 가지고 나온 크고 작은 가전제품들을 서둘러 각자의 트럭에 싣고 있었다.
“젠장! 이제 여기도 끝물이네. 형님. 그나저나 이제 어쩔 거요? 이 근방 쓸 만한 포인트들은 죄다 다른 팀들이 찜해 놓은 상황이라 마땅히 작업할 만한 곳도 없잖아요. 여기도 끽해야 2주면 끝날 거 같은데.”
사내들의 말에 기철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들 아나. 뭐 여차하면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든가.”
“허! 더 안쪽으로요? 이거야 원. 이제 하이에나 짓도 그만 둘 때가 됐나 보네. 지금도 충분히 목숨 걸고 하고 있는데,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명 하이에나라 불리는 이들은, 주인 없는 집에 버려진 가전제품들이나 그 외에 돈 될 만 한 것들을 쓸어 담은 후, 안전지대로 가져다 파는 자들이다.
안전지대란 방벽이 설치된 주요도시들을 일컫는 것이고, 이를 제외한 지역들은 언제 어디서 괴수가 출몰할지 모를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까운 안전지대로 향했고, 그 결과 많은 지역들이 버려진 도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는데, 바로 생필품과 농산물이 원활하게 수급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물가는 뛸 수밖에 없고,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곤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몇몇 겁 없는 자들이 위험지역으로 들어가 버려진 아파트나 주택에서 쓸 만 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 팔게 된 것이 일명 하이에나라 불리는 이들의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작금에 와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하이에나가 되어 위험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이 짓 그만두면 달리 할 일은 있고?”
“그래도 안쪽은…… 너무 위험하잖수.”
그나마 이 일대는 꽤 많은 헌터들이 활동하고 있었기에, 괴수들의 위협으로부터 다소 안전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다 강한 괴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냥하는 헌터들의 실력은 이곳보다 뛰어날지 몰라도 그 수는 현저히 적었다.
헌터들이 괴수들을 사냥하는 틈에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것이 하이에나들.
당연히 사냥하는 헌터들의 수가 적은 곳은 가급적 가려 하지 않았다.
“나도 알아. 그냥 답답해서 해 본 말이야. 하아,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 지는구만. 실없는 소리들 그만 하고 슬슬 돌아갈 준비나 하자고.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젠장. 그럽시다. 기분도 꿀꿀한데 돌아가면 술이나 한잔하든가 해야지. 에잉.”
기철의 말에, 사내들이 하나 둘 자신들의 트럭으로 향했다.
한데 그런 와중에도 준혁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기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준혁이 너는 왜 그러고 있냐? 안 갈 거냐?”
“형님 먼저 가세요. 전 한 타임 더 뛰고 갈게요.”
한 타임 더 뛰고 가겠다는 준혁의 말에, 기철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 한 타임을 더 뛰어? 얌마! 벌써 날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 안 보여?”
준혁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기철이었지만 내심은 달랐다.
‘이런 젠장! 오늘은 내가 남아서 작업하려 했는데…… 미치겠군.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러지?’
기철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준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볍게 몇 군데만 더 돌 거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고 먼저 들어들 가세요.”
“허! 이놈 보게. 이놈아! 지금 시간이면 헌터들도 슬슬 사냥 접고 철수 할 시간이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같은 하이에나들은 헌터들이 사냥하는 틈에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게 철칙이다. 여기서 더 미적거리다가 근처 헌터들 죄다 철수하고 나면 정말 난감해 질 수도 있어. 그러지 말고 어서 철수 해.”
사냥 중인 헌터들이 모두 철수하기 전에 안전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은 하이에나들의 철칙이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이렇듯 위험지역에 나와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헌터들이 주변에서 괴수를 사냥하기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기 때문.
한데 헌터들이 모두 철수하고 나면 어찌 되겠는가?
언제 어디서 어떤 괴수를 만날지 모를 일이다.
물론 속내는 준혁과 다른 멤버들을 먼저 보내가 홀로 남아 작업을 할 심산이었지만 말이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이쯤 하고 같이 돌아가자는 기철의 말에, 슬그머니 트럭의 짐칸을 본 준혁이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 저 이번 달 월세도 아직 못 냈어요. 저거 가지고는 월세는 고사하고 이번 주 생활비도 안 나와요.”
가뜩이나 양도 얼마 되지 않는데, 그나마도 죄다 푼돈벌이밖에 안 되는 것들이었다.
지금 트럭에 실린 것만으로는 고작해야 며칠 생활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월세도 내지 못했다는 말에, 기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비록 예상보다 일찍 거덜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근 한 달간 꿀 좀 빨았잖아. 한데 월세도 못 내다니?”
“하아, 이번에 은철이가 초등학교 입학했잖아요. 은정이도 3학년 올라갔고요. 옷도 좀 사 입히고, 학용품도 사주고 했죠. 거기다 밀린 월세 내고, 식료품 좀 샀더니 돈이 쑥 나가더라고요.”
대충 상황을 파악한 기철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철이가 벌써 초등학교 들어갔어? 허! 세월 참 빠르네.”
“그러게요. 시간 참 빨리도 지나가더라고요.”
“그나저나 너도 참 대단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애들인데, 동생들이랍시고 그리 지극정성이니 말이야.”
기철의 말에 순간 준혁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형님!”
그에 기철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급히 손사래를 쳤다.
“어? 아! 하하. 미안. 미안. 내가 실수했다. 하여튼 동생들 얘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한다니까.”
“아무튼 저는 한 타임 더 뛰고 들어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먼저 들어가세요.”
어쩌겠는가. 상황이 그렇다는데 억지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끄응,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내일은 작업이 없는 날이니 내일 일찌감치 나와서 작업해야겠군.’
갑작스레 남겠다는 준혁으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었기에 기철은 쿨하게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하아, 그럼 먼저 들어갈 테니까 조심하고. 너무 늦지 마라.”
“네. 들어가세요.”
말을 마친 기철이 트럭을 몰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자, 나머지 트럭들이 그 뒤를 따랐다.
부우우우웅!
“…….”
먼저 떠나는 사람들을 향해 푸근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던 준혁은, 그렇게 모두 떠나고 홀로 남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날이 어두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준혁은 여전히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드디어 오늘이로군.”
아파트의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준혁의 표정에는 묘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준혁이 회귀하고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
그건 바로 기철이 얻게 될 능력을 자신이 대신 얻는 것이었다.
원래 오늘 이 자리에는 준혁이 아닌 기철이 있어야 했으며, 카피 마스터라는 능력 역시 기철이 얻어야 했다.
하지만 카피 마스터라는 능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준혁으로 인해, 결국 이 자리에는 기철이 아닌 준혁이 서 있었다.
‘카피 능력이라…… 기대가 되는군. 형님. 이 능력이 제 생각만큼 대단한 능력이라면 나중에 거하게 한턱내겠습니다.’
카피 마스터.
다른 각성자의 스킬을 카피해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활용하기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능력이건만, 기철은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각성자 등록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이 카피 능력이라는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신체접촉만으로 상대의 스킬을 카피해 올 수 있는 능력.
과연 누가 있어 자신이 힘들게 성장시킨 스킬을,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복사해 가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카피 능력이 알려진 이후, 기철은 각성자들 사이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 어떤 각성자도 그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으며, 당연히 어떤 파티에도 속하지 못했다.
사냥을 나가지 못하니 성장하지 못했고, 그렇게 기철은 도태되었다.
그리고 결국 어느 한적한 폐건물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아마도 자신의 스킬을 카피 당할 것을 우려한 누군가의 소행이리라.
그렇게 준혁이 잠시 옛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쿠오오오오!
괴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준혁의 귓가를 때렸다.
“호오, 드디어 시작인가?”
갑작스레 들려온 괴수의 포효에, 준혁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시간상으로는 분명 괴수가 나올 타이밍이 아니었다.
대부분 헌터들 철수하고 2시간이 지난 후에야 새로운 괴수들이 그 자리를 메우기 때문이다.
한데 이제 1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괴수의 포효가 들려왔으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창밖을 바라보던 준혁의 시선에 어느 한 지점으로 이동하는 괴수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쿠오오오오!
크르르르르!
거대한 괴수가 무려 열댓 마리나 몰려 있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하위종들이 아닌, 한 마리 한 마리가 출몰하기만 하면 재앙이라고 불리는 상위종들이라는 점이다.
‘C급 이상의 상위종들이 열댓 마리라…… 확실히 기철이 형님 말 대로네. 그럼 근처에 A급도 있다는 얘기로군.’
전면전이 끝나고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이후, 괴수들은 좀처럼 몰려다니지 않았다.
애초에 몰려다니지 않는 습성이다 보니, 기껏해야 어쩌다 이동 경로가 겹칠 때 말고는 세 마리 이상 몰려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몰려 있는 괴수들은 흔히 볼 수 있는 하위종도 아니고 각각의 개체가 재앙이라 불리는 C급 이상의 상위종들.
한데 그런 상위종들이 한 마리도 아니고 열댓 마리나 몰려 있었다.
단언컨대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단 하나. 바로 각 영역의 지배자라 불리는 A급 괴수의 출몰 말고는 없었다.
상위종만 열댓 마리에 영역의 지배자까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건만, 준혁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했다.
그렇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때, 창문 너머로 또 다른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우우우우우우웅!
괴수들이 몰려 있는 곳 바로 앞에 하얀 빛무리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빛무리들이 타원형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음? 저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혁은 저 타원형의 빛 무리가 무엇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저게 바로 돌발 게이트로군. 그럼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건데…… 분명 저 안에서 사람이 나온다고 했지?”
바로 두 달에 한 번씩 생성된다는 게이트와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돌발 게이트에서 웬 사람이 튀어나왔다.
게이트에서 나온 사람이 두 팔을 높이 쳐들며 기쁨에 함성을 지르려 했다.
“으하하! 드디어 돌아왔…… 응?”
하지만 그는 그 기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없었다.
그가 기쁨의 함성을 지르는 순간, 그 앞에 몰려 있던 괴수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쿠오오오오오!”
“크오아아아아아!”
쿵! 쿵! 쾅!
거대한 괴수들의 무지막지한 공격이 게이트에서 나온 사내를 향해 무차별로 쏟아져 내렸다.
쾅! 쿠쿵! 콰직!
아파트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공격이 한동안 이어졌고, 그 어떤 대단한 헌터라도 그 안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3화
전자책 출간일 | 2023.04.14
지은이 | 김현준
펴낸이 | 김영훈
펴낸곳 | 포텐
주소 | [04156]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311, 재화스퀘어 12층
전화 | 1800-7792
팩스 | 02-6320-8585
ISBN |
979-11-369-3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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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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