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some honey by copying skills RAW novel - Chapter (63)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62화(63/242)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062화
생각을 정리한 준혁이 서둘러 은철을 불렀다.
“은철아! 형이 먹을 거 사 왔다! 얼른 와서 먹어!”
일단 그 아이와 떼어놓으려고 은철이를 불렀다.
상대도 가족이 놀러 온 것 같았으니, 부르면 알아서 헤어질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한데 준혁의 생각과는 달리 은철이 새로 사귄 아이와 함께 달려왔다.
“형! 맛있는 거 많이 사 왔어?”
“어? 어. 너 좋아하는 걸로 사 왔지.”
“히히, 아! 맞다! 여기는 상우! 상우야. 우리 형이야. 인사해.”
은철의 말에 옆의 아이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상우라고 해요.”
준혁에게 인사한 상우의 시선이, 이내 그 옆에 있는 은정에게로 향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준혁은 내심 짜증이 올라왔다.
‘어쭈, 이 어린놈의 자슥이 누굴 보고 얼굴을 붉혀?’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 그래. 상우구나. 가족들이랑 함께 놀러 왔니?”
준혁의 물음에 상우가 자기 가족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대답했다.
“네, 아버지랑 동생이랑 같이 놀러 왔어요.”
그에 준혁 역시 그들에게로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준혁의 테이블과 다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아이의 일행.
얼핏 보기에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왠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은철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버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준혁이 미소를 유지한 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그쪽 아버지 역시 살며시 고개를 숙여주었다.
그렇게 서로 무언의 인사를 주고받은 후, 준혁이 다시금 상우를 보며 말했다.
“한데 아버지와 동생이 기다리는 것 아니니?”
인자한 미소를 유지한 채 부드러운 투로 말했지만, 그 말에는 그만 네 가족에게로 가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우라는 아이 역시 눈치가 빠른 것인지 준혁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것 같았다.
“네? 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상우는 준혁의 말을 알아듣고는 천천히 몸을 돌리려 했다.
한데 눈치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은철이,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와! 내가 좋아하는 거 진짜 많이 사 왔네? 상우야! 같이 먹자! 이거 진짜 맛있거든? 원래는 나 혼자 먹어야 하는데 특별히 너도 같이 먹게 해줄게!”
막 몸을 돌리려던 상우는, 은철의 말에 당혹스러워하며 준혁을 바라봤다.
“어? 그게······.”
그에 준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그래, 어차피 넉넉하게 사 왔으니 같이 먹어.”
어쩌겠는가. 아무리 상대와 엮이고 싶지 않다지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억지로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동생들이 없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지만, 동생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준혁에게 다시금 인사를 하고는 은철의 옆에 나란히 앉아 과자를 먹기 시작하는 상우.
먹으면서도 힐끗힐끗 은정을 훔쳐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다소 멀찍이 떨어져 있던 상우의 아버지와 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준혁 일행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응? 저자가 왜 갑자기 이쪽으로 오지? 쯧, 괜히 귀찮아질 것 같은데.’
한참을 다가오던 그는 준혁 일행의 테이블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평범한 입장객으로 위장한 경호원들의 위치 역시 빠르게 전환되었는데, 그 움직임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
한편 자리를 잡은 사내가 준혁을 향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병훈이라고 합니다. 이거 제 아들이 폐를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상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준혁은 비로소 그가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병훈? 설마 신성 그룹의 그 이병훈? 어쩐지 낯이 익다 싶더니 그래서였군.’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기업인 신성 그룹.
이병훈은 신성 그룹 회장인 이정진의 장남이자 후계자였다.
빌런으로서 도주 생활을 하던 준혁조차 이름 석 자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로 상당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쯧, 하필 엮여도······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하는 게 상책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은 했지만, 괜히 아는 척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
깊이 알면 다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냥 서로 모르는 관계로 가볍게 인사나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나저나 당신 아들뿐 아니라 당신도 민폐거든? 그러니 적당히 하고 가줬으면 좋겠네.’
내심으로 상대가 빨리 다른 곳으로 가줬으면 하는 준혁이었지만, 그런 내심과는 다르게 준혁의 얼굴에는 한가득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하하, 별말씀을요. 이런 곳에 오면 이렇게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아이가 참 귀엽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도 전혀 티 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준혁이었다.
빌런으로 활동하며 오랜 세월 본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름의 가면을 쓰고 생활했던 준혁이기에 가능한 스킬(?)이었다.
“그런가요? 아! 상희야? 너도 인사해야지?”
“아, 안녕하세요오······.”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수줍은 듯이 아버지 품에 얼굴을 묻는 여자아이.
이유야 어찌 되었든 상대가 인사를 했는데 이쪽도 가만히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준혁이 은정과 은철에게 인사를 시켰다.
“은정아, 은철아, 너희도 아저씨께 인사드려야지?”
그러자 은정과 은철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병훈을 향해 배꼽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최은정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은철이에요! 헤헤.”
원래 아이들의 성은 김 씨였다. 김은정, 김은철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준혁이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자신과 같은 최 씨로 바꿔 버렸다.
그것이 좀 더 아이들과 자신의 유대를 끈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 그래. 은정이와 은철이구나. 하하, 혹시 자제분들이신가요?”
“네? 아닙니다. 동생들입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은정이와 은철이를 준혁의 자식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 어쩐지 매우 젊어 보이셔서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남매 사이셨군요.”
사실 남매 사이라고 해도 준혁과 동생들 간의 나이 차이가 꽤 있었기에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따지고 들어갈 정도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 않은가.
“요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좀 소홀한 것 같아서 짬을 내봤습니다. 그래도 동생들이 좋아하니 저도 좋네요.”
준혁의 말에 이병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와 비슷하시네요. 저도 일 핑계로 아이들에게 소홀했는데, 이리도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이렇게 할 걸 그랬습니다. 하하.”
대기업 후계자 정도 되면 오죽 바쁘겠는가.
어쨌든 준혁이 보기에 이병훈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자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와 인연을 이어나갈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잠시간 이런저런 의미 없는 얘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고, 슬슬 일어날 때라고 생각했는지 이병훈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너무 오래 폐를 끼친 것 같네요. 상우야. 그만 일어나야지?”
이병훈의 말에, 상우가 쭈뼛하는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어······ 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아버지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반면 은철은 그런 이병훈에게 떼를 쓰듯 말했다.
“아저씨! 상우랑 더 놀면 안 돼요? 더 놀고 싶은데······ 히잉.”
아무래도 또래 친구와 노는 것이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이들과 빨리 헤어지기를 원했던 준혁이, 은철을 저지했지만 말이다.
“은철아. 그럼 안 되지. 저분도 가족들과 오랜만에 놀러 나오셨을 텐데,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앗으면 되겠어?”
“어? 하지만······.”
“우리도 대충 먹고 놀이기구 타러 가야지. 그러니까 웃는 얼굴로 보내주자.”
결국 은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상우에게 말했다.
“상우야! 우리 다음에 또 만나서 놀자. 알았지?”
“어, 그래. 다음에 또 보자.”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꽤 친해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서로 다음을 기약하자, 준혁이 이병훈을 향해 가볍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에 이병훈도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하하, 네. 그쪽 분도 동생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그렇게 이병훈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고, 준혁은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 * *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목표 대상을 감시하고 있던 블랙은, 그가 준혁과 합류하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이, 블랙. 목표 대상이 최준혁과 만났는데? 이거 괜찮은 거야?
이어셋을 통해 누군가가 말을 전해왔다.
블랙 역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필 요주의 경계 대상과 합류하다니. 공교롭군.”
“그러게. 이 넓은 놀이공원에서 하필 저자와 만날 게 뭐지?”
상당한 규모의 놀이공원이었고, 매점만 해도 곳곳에 여러 개가 있었다.
한데 하필 같은 시간에 같은 매점 앞에서 만날 게 뭐란 말인가.
“어쩌죠?”
옐로우의 물음에 블랙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우연히 만난 것 같으니 조만간 헤어질 거다. 일단은 기다린다.”
준혁이라는 변수를 앞에 두고 무작정 계획을 감행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준혁 한 명뿐이라면 쪽수로 밀어붙이기라도 할 텐데, 저쪽의 경호 인력에도 A등급 전사를 포함해 각성자가 배치되어 있었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 둘이 헤어질 때까지 일단은 대기하기로 했다.
“젠장, 저 자식은 왜 하필 오늘 여기를 와서 일을 더럽게 만드는 거야?”
투덜대는 그린이었지만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블랙은 이어셋을 통해 다른 구역에 은신하고 있는 이들에게 연락했다.
“화이트, 퍼플, 저들이 다시 멀어질 때까지 일단은 상황을 두고 본다.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알았다.
-라져.
흩어져 있는 다른 팀원들에게 일단 대기하라고 말한 블랙은 다시금 목표 대상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드디어 준혁과 이병훈이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짧은 만남을 마쳤다.
이병훈이 아이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그제야 블랙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움직인다. 우리도 슬슬 움직이자. 다시 말하지만, 목표 대상이 최준혁과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질 때까지 절대 경거망동하지 마라.”
블랙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팀원들에게 당부했다.
-걱정하지 마라.
-오케이.
그렇게 이들은 이병훈의 이동속도에 맞춰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스킬 복사로 꿀 빱니다 63화
전자책 출간일 | 2023.04.14
지은이 | 김현준
펴낸이 | 김영훈
펴낸곳 | 포텐
주소 | [04156]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311, 재화스퀘어 12층
전화 | 1800-7792
팩스 | 02-6320-8585
ISBN |
979-11-369-3694-3
정가 |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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