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your ankle back and win Ballon d'Or RAW novel - Chapter (202)
발목 되찾고 발롱도르-202화 (완결)(202/202)
202화 에필로그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목적지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과 같고, 언제든 풍파에 휩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내가 방금 지어낸 개소리인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삶이란 언제든지 재앙이 닥쳐 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내가 왜 이런 개소리를 연이어 하느냐면… 그렇다.
앞으로 탄탄대로일 줄만 알았던 내 축구 인생에 정말 뜬금없이, 진짜 난데없이 재앙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UEFA 최초의 쿼드러플을 달성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오피셜) 제리 반 디르크,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이적료 8,900만 유로로 첼시와 전격 합의]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하는 걸까.
제리 반 디르크는 첼시에서 쿼드러플을 딱 달성하더니 레알 마드리드로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흰색 유니폼을 입어 보고 싶어서.
제리 반 디르크가 17세의 어린 나이에 네덜란드 프로 리그를 씹어 먹으며 세계 명문 클럽의 러브 콜을 우후죽순 받던 당시, 단지 파란색 유니폼을 입어 보고 싶다고 첼시를 선택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갑자기 왜 흰색 유니폼을 입고 싶어졌는지는 나조차도 의문이다.
그냥 EPL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뤘으니 스페인으로 가겠다는 걸 빙 돌려 말한 건지. 아니면 진짜 뜬금없이 흰색 유니폼이 입고 싶어진 건지.
정 흰색 유니폼이 입고 싶은 거라면 ‘K리그의 울산현대’로 가라! 라고 권유해 줬지만 거절당했다.
이런 걸보면 흰색 유니폼은 핑계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 싶다.
[첼시의 7번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7번으로, 흰색 유니폼을 입은 제리 반 디르크]그래도 제리 반 디르크의 이적은 첼시에 큰 도움이 됐다.
무려 8,900만 유로-한화 약 1,300억-의 이적료.
제리의 나이가 27세인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큰 이적료다.
아마 이 이적료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공석이 된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를 메우겠지.
그리고 29-30 시즌을 코앞에 둔 이 중요한 시점에서.
첼시의 보드진들은 정말 개같은 판단을 하고 말았다.
“훗! 파트너!”
루카스를 샀다.
무려 1,300억으로.
[Here we go! 루카스, 맨유를 떠나 그토록 원하던 첼시행을 성사시키다]EPL 와서 보여 준 거라고는 경기 도중에 팀원들이랑 쌈박질하는 것뿐이었던 루카스를.
[이적료 7,600만 파운드! 제리 반 디르크의 첼시 7번 계보를 잇는 루카스!]무려 1,300억이나 주고.
[바르셀로나 듀오가 뭉친다! 다시 보게 된 민&루카스 공격 듀오!] [영입 리스트에 없다더니 갑자기 왜……? ‘민의 적합한 파트너로는 루카스만 한 선수가 없다.’ 민을 위한 첼시 구단주의 호탕한 한 방!]세상이 나를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심지어 영입 이유도 말이 안 된다.
나와 호흡을 맞추기 적합한 선수가 루카스란다. 호흡을 맞추긴 개뿔.
그 자식의 호흡을 손수 멎게 하고 싶은 심정뿐인데.
[29-30 EPL 개막전) 첼시 vs 아스날]뭐… 별수 있나.
내 미운 정은 이 자식한테 몰빵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왕 같은 팀 된 거 이번 시즌도 어떻게 잘해 봐야지.
그래도 실력적으로는 꽤 나쁘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해트트릭을 작렬한 루카스, ‘첼시의 황금기는 이제부터 내가 주도한다.’] [스카이스포츠, ‘직접 득점뿐만 아니라 동료를 받쳐 줄 수도 있는 만능형 선수.’ 아스날과의 개막전에서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민에게 평점 9.5점(POTM) 부여]맨유에 있는 동안 죽어라 슈팅 연습만 했는지, 골 결정력이 준수해진 루카스는 적어도 내 발목을 잡는 트롤 짓은 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꽤 괜찮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필 제리 반 디르크의 대체자로 들어와서 억울하게 욕먹는 일이 몇 번 있긴 했지만, 바르셀로나 개망나니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선녀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나, 루카스, 자말 모리스.
뭔가 어색하면서도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 첼시의 새로운 트리오 조합은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득점 수를 가파르게 높여 갔고.
[첼시,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 [29-30시즌 빅이어의 주인공은 첼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백투백 우승!]결국 29-30시즌에도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다만 쿼드러플은 아니다.
애석하게도 트레블도 아니다.
카라바오컵은 진작에 내다 버렸고, FA컵은 8강에서 탈락했거든.
뭐… 데뷔 시즌에는 트레블, 그 다음 시즌에는 쿼드러플을 달성한 내 커리어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결과물이지만.
원래 이게 정상이다.
그래서 29-30시즌이 아쉽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다.
이게 비록 지난 28-29시즌의 성과긴 하다만…….
[발롱도르 최종 3인 후보- 민, 제리 반 디르크, 자말 모리스] [민! 2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나는 2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받았거든.
이 또한 모두가 예상한 결과다.
쿼드러플 달성했는데 이걸 누가 강탈해 가겠어?
일각에서는 제리 반 디르크의 수상 가능성도 염두에 뒀지만, 당시의 나는 20-20 달성+EPL 최다 득점 기록 경신을 했을 때라.
이렇게 29-30시즌이 마무리되고, 이제는 그다음 연차인 30-31시즌.
나는 여전히 루카스와 같은 첼시 소속이고, 모두가 염려하던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UCL 8강) 첼시 vs 바르셀로나] [통합스코어 5 대 3! 바르셀로나를 꺾고 4강으로 향하는 첼시!]첼시는 바르셀로나를 꺾었고.
[정밀 검사 결과 루카스의 오른쪽 발목 골절돼… 시즌 아웃 확정] [루카스에게 살인 태클을 날린 로메로, UEFA로부터 5경기 출장 금지 추가 징계 받는다]로메로는 루카스의 발목을 꺾었다.
바르셀로나의 뒤통수를 후려 까며 맨유로 떠난 루카스에 대한 복수를, 기어이 해낸 것이다.
아아… 이래서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가.
어쨌든.
[첼시! 두 번째 트레블 달성!] [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의 챔피언이 되다!]루카스의 부상과 별개로 첼시는 사상 두 번째 트레블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루카스가 이탈했기에 가능했던 트레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도 모를 일이긴 하다.
[2028, 2029에 이어 2030까지! 민! 3회 연속 발롱도르 수상!] [매해 새로운 기록을 갈아 치우는 민! 과연 메시의 4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 기록까지 갈아 치울 수 있을까?]뭐가 됐든 나는 3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그리고 이맘때쯤, 길고 길었던 국제재판의 결과가 나오며 AC 밀란과 FIGC-이탈리아 축구 협회-에 대한 피파와 UEFA의 징계가 확정되었다.
[UEFA, AC 밀란에 8년간 모든 주관 대회 참여 불가 및 친선경기 참여 불가 징계 확정] [사실상 8년간 세리에 A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뛸 수 없게 된 AC 밀란] [이탈리아 역시 징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UEFA 및 FIFA 시드 점수 초기화+5년간 모든 주관 대회 참여 불가]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빠지게 된 이탈리아, 주변 국들은 싱글벙글]이 사항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다.
징계 수위가 너무 세다는 여론도 있었고, 반대로 너무 약하다는 여론도 있었다.
원래 사람 생각이야 각기 다른 거니까.
어쨌든.
[오피셜) 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 [이적료 1억 8,000만 유로(한화 2,700억)!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하며 뮌헨의 유니폼을 입은 민]루카스가 부상으로 골골거리는 사이, 나는 첼시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단지 루카스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녀석과 3년을 같이 보내며 꽤 끈끈한 사이가 되며 좀 아쉬울 지경.
하지만 EPL에서 이룰 건 다 이뤘다.
리그 우승을 3년 연속 했는데… 이 정도면 말 다 했지.
더군다나 뮌헨의 스트라이커 마리오 데메르바이와 함께 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과연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자말 모리스한테는 미안하지만-와 같이 뛰는 느낌은 어떨까……?
어떴냐고?
[31-32시즌 빅이어의 주인은 바이에른 뮌헨!]개쩔더라.
[민과 마리오의 합작골로 세 번째 트레블을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마리오 데메르바이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분데스리가 자체가 너무도 편했다.
애초에 리그 경쟁력 자체도 라리가나, EPL에 비해서 떨어지는데 경기 수마저 적다 보니… 이런 개꿀이 없었다. 체력적으로 딱히 후달리지도 않는다.
그동안 왜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는지 몸소 깨달았다.
[스페인, 영국, 독일… 유럽 3대 리그에서 모조리 트레블을 달성한 민]덕분에 나는 라리가, EPL, 분데스리가에서 트레블을 달성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커리어를 23살에 완성했고.
[2028, 2029, 2030 그리고 2031! 민, 4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하다!] [이제는 축구계의 전설 리오넬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민]4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UCL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 4:3 바이에른 뮌헨] [민의 해트트릭에도 끝내 패배를 피하지 못한 바이에른 뮌헨]비록 다음 시즌인 32-33시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살짝 삐끗하며 2년 연속 트레블을 달성하진 못했음에도.
[2028, 2029, 2030, 2031 그리고 2032! 무려 5년 연속! 발롱도르의 주인이 된 민!] [축구계의 살아 있는 레전드! 그의 이름 민-우-현!]나는 5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받았다.
이때부터는 조금씩 초연해지기 시작했다.
트로피를 전시해 둘 장식장은 돈으로 늘릴 수 있는데, 사람 마음은 그게 잘 안 되더라고.
그리고 이맘때쯤.
마냥 슬퍼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소식이 전해졌다.
페데르가 죽었다고 한다.
[사인은 마약 과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그것도 마약을 하다가.
한때는 녀석의 부고만 기다리던 때도 있었는데, 막상 그걸 접하게 되니 기분이 오묘했다.
한 생명의 죽음이란 그런 것 같다.
죽도록 원망했던 이라도 그의 죽음 앞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한편으로는 기분이 살짝 묘하기도 했다.
괜히 1회 차의 나와 2회 차의 페데르가 겹쳐보이기까지 한다.
오른쪽 종아리뼈 골절 부상.
그리고 팀에서의 방출.
나와 페데르는 모두 같은 시련을 맞닥뜨렸지만,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발악하듯 살아가며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반면.
페데르는 마약에 찌들어 피폐한 삶을 영위하다가 젊은 나이에 객사했으니까.
이런 걸 보면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삶을 뒤흔드는 시련의 강도가 아닌, 그 시련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라는 개똥 철학이 문득 떠오르는 하루였다.
어쨌든.
나는 독일에서의 2년간의 선수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바르셀로나로 복귀했다.
이제 축구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성과도 확실히 거뒀겠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놓치고 있던 것들을 이제야나마 챙겨 보려고 한다.
우선 스페인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이 절세 미인부터.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선수님을 담당하게 된 물리치료사 유민지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유민지.
인생 1회 차 시절.
4급 절단 장애인이었던 내 곁을 지켜 주고 평생을 약속해 준 사람.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이번 생에도 그녀와 함께 평생을 약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싼 돈 주고 물리치료사로 고용한 거고.
이걸로 재력은 충분히 과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민지를 꼬셔야 할 때다.
“저기… 유민지 물리치료사님.”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여자한테 작업해 보는 건 이번이 태어나서 처음이다.
축구 말고는 딱히 잘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이미 인터넷을 뒤지며 고심 끝에 괜찮은 멘트 하나를 준비했으니.
“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착하다는 소문이 많아서 기대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별로 ‘안 착’하신 것 같네요.”
“…예?”
“내 마음에… ‘안착’.”
조심스레 생각해 둔 플러팅 멘트를 던지자.
“푸흡!”
유민지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지금? 플러팅… 뭐 그런 거 하신 거예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빌어먹을.
그 싸구려 플러팅 멘트 모음집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그거 100%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새끼 내 손에 걸리기만 해 봐라.
면상에다가 무회전 슈팅을-
“뭐… 얼토당토않아서 오히려 조금 귀엽네.”
옅게 코웃음을 친 유민지가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제 어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음에 들었길래 그쪽 마음에 안착하셨는데요?”
그러고는 당돌하게 물으며 설핏 미소를 머금는다.
어라……? 이게 이런 식으로 먹힐 줄은 몰랐는데.
흐음. 어쩌면 말이다.
내 축구 인생에 이어, 연애 파트도 대성공을 이룩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