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새로 짜는 판 (8)
말도 안 되는 제목에 태주가 입을 쩍 벌렸다.
5분 정도 되는 영상을 보니 내용은 이러했다.
강남 술집에서 만난 절친 백시영, 남도경, 조기태는 만나서 술뿐만 아니라 대마도 같이했는데.
집에 가려던 중 백시영이 한태주를 불렀고, 그도 술자리에 합류했다고.
그리고 아침까지 이어진 술자리.
술에 취한 채 셋은 백시영이 운전하는 차에 올랐고 그대로 변압기를 들이받았다고.
더욱이 이 영상을 어뷰징한 기사들이 속속들이 연예란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메인을 차지한 기사는 조삼식의 기사.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가!”
태주의 반발에 차용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아니지?”
“당연히 아니죠! 저는 어제 강현이하고 한강 둔치 러닝하고 있었다고요. 밤 8시부터 자정까지 뛰고 그대로 집에서 뻗었으니까 저희 집 CCTV 확인해 보시면 될 겁니다.”
“당장 공식적으로 반박문부터 내야겠네. 홍 기자한테 연락 때려야겠다. 그리고 이 렉카하고 조삼식이 깡그리 묶어서 다 고소미 먹여야지.”
차용석이 빠르게 사라지자 태주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제 백시영 술자리에 안 가길 잘했다.]이중협이 그의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솔직히 거기 갔다가 너까지 뭔 일 당했을지 어떻게 아냐.]‘득연 씨 덕분이죠.’
태주가 옆에 있던 신득연을 바라보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라우드 펀딩 때문에 솔직히 가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잡아주셔서요.’
말을 하던 태주가 불현듯 걱정이 빌려와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크라우드 펀딩!”
거짓 기사와 렉카들의 선동에 투자자들이 흔들리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화면을 본 태주는 믿기지 않는 결과에 눈을 비볐다.
“이게 도대체…!”
* * *
“이제 크라우드 펀딩 어떡하냐. 여기서 폭삭 주저앉게 생겼네.”
아웃패치의 조삼식이 이를 쑤시며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부터 한 건 해서 기분이 좋은 그였다.
친하게 지내는 렉카 유튜버의 제보로 백시영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았고.
경찰 측에서 동승자를 밝히지 않는다는 말에 거기다 한태주를 잘 끼워 맞추었다.
근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한태주가 아니라는 근거는 또한 없으니까.
무엇보다 그가 한태주를 겨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여튼 간에 한태주는 마음에 안 들어. 우리 조카 녀석 엿 먹인 거 하며, 혼자서 성인군자처럼 고고한 척하는 게.”
천천히 사무실로 들어오던 그는 예상치 못한 혼잡스러움과 마주했다.
쏟아지는 전화와 업무에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아침부터 왜 이렇게 바빠?”
조그마한 여자가 바쁘게 그에게 다가왔다.
“선배, 국장님이 오시라는데요.”
“왜?”
“일단 가 보세요. 저도 잘 몰라요.”
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 앉아 바쁘게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조삼식이 국장실에 가자, 그에게 종이 한 뭉치가 날아왔다.
“너 어떻게 된 거냐? 드림액터스에서 고소장 날아왔잖아!”
“네? 무슨 말씀이세요?”
“백시영 음주운전 건에 왜 한태주를 끼워 넣고 지랄이야! 네가 렉카야? 연예 유튜버야? 사실도 아닌 걸 적시했다가 고소 먹게 생겼다고!”
조삼식이 얼이 빠진 얼굴로 핸드폰 뉴스를 확인했다.
스타뉴스에서 낸 뉴스가 상단을 점령하고 있다.
“지금 회사 전체가 먹통이야. 한태주 팬들이 항의 전화를 하도 해서. 네가 어제 한태주가 백시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한태주는 임강현하고 한강에서 러닝하고 있었다며 사인받고 사진 찍었던 사람들이 인터넷에 인증하고 난리 났어.”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조삼식은 애써 머리를 굴렸다.
“아씨,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도 한태주가 참여하는 신작 영화 크라우드 펀딩이 박살 나서 우리 쪽 지지하는 여론도 있겠…….”
“그거?”
국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에게 핸드폰을 밀었다.
“네가 말하는 그 크라우드 펀딩, 지금 모금액이 5억 넘었어!”
“네? 그럴 리가….”
재빨리 화면을 확인해 보니 영화 ‘탈출’의 펀딩은 목표액 100%는 진작에 달성, 지금은 200%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 * *
몇 시간 후.
제작사 현필름에 이현식 팀장과 함께 방문한 이선우.
맞은편의 양군보 감독과 신예지 대표, 그리고 YH 캐피털의 한 대표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희 작품을….”
“하겠습니다, 이 작품.”
이선우가 시원한 표정으로 그들을 마주했다.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는 없을 귀중한 기회 같아서요. 좋은 작품이고, 좋은 배우가 주연이잖아요. 한 번쯤은 태주와 정면으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거든요.”
옆에서 이현식이 빠르게 덧붙였다.
“그래서 저희도 크라우드 펀딩에 좀 보탤까 합니다.”
그 말에 한 대표가 재빨리 계산에 들어갔다.
오늘 한태주의 기사가 뜬 후, 분노한 팬들 덕분에 크라우드 펀딩은 진작에 달성했다.
이미 10억 가까이 모금된 상황.
하지만 톱배우 이선우의 펀딩만큼 효과적인 홍보도 없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흥행에 확신이 있어서요.”
이선우가 씩 웃으며 덧붙였다.
“한 10억 정도 투자하려고 하는데, 괜찮죠?”
* * *
그날 오후.
몇 개의 뉴스가 연예란 최상단에 올랐다.
퇴근이 가까워진 시각, 사람들은 몸이 피곤했지만, 눈만은 초롱초롱했다.
인터넷 기사를 읽는 사람,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를 들락날락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패션잡지 회사 ‘노블’의 디렉터, 한유경도 그들 중 하나였다.
특히나 그녀는 태주가 신작 영화를 들어간다는 소식에 마음을 졸인 바 있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연기라지만, 그래도 최대한 잘 되는 작품에 참여했으면 하는 게 그녀의 개인적인 바람이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반응이 없으면 힘이 빠지는 게 현실이니까.
태주가 차기작으로 양군보 감독의 영화를 골랐을 때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을 때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백시영의 음주운전 동승자로 태주가 지목됐을 때는 걱정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다행히 곧 그 오명은 벗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마음을 졸인 것에 대한 보상인지 곧이어 좋은 소식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태주가 주연으로 맡은 영화에 크라우드 펀딩이 20억이 넘었다는 소식.
태주의 상대역인 악역에 톱스타 이선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
그 기사들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놀라거나 기뻐했지만, 한유경은 그저 두 손을 모았다.
“다행이다, 진짜….”
하나뿐인 조카가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해보겠다는데, 아무런 장애물 없이 성공적으로 작품을 완성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녀가 뭘 해줄 수 있다면 해주고 싶었다.
패션 잡지회사 디렉터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무언가를.
그러다 그녀의 눈이 책상 구석의 한 사진으로 향했다.
하도 많이 봐서 찢어지기 직전의 허름한 사진.
어린 시절의 그녀와 오빠, 그리고 그들의 뒤에 거리를 두고 선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굳은 인상의 남자를 한동안 바라보던 순간.
한유경의 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렸다.
“이쪽 업계에 있으면서 그런 기사 막아주지도 않고 말이야…….”
“유경 씨!”
편집장이 흥분된 얼굴로 그녀의 자리에 불쑥 찾아왔다.
한유경은 개인사로 혼란스럽던 시야를 재빨리 정리했다.
“한태주가 이번에 이선우랑 같이 영화 찍는다면서? 진짜 대단하다, 그 나이에 이선우랑 대등하게 연기한다는 뜻이잖아.”
“그렇죠?”
그 말에 한유경의 얼굴에 자랑스러운 미소가 활짝 펴졌다.
“태주 씨가 이번 영화에 기대를 많이 거는 거 같더라고요. 노력도 많이 하고 있고요.”
“좋은 영화인 거 같아. 한태주 씨가 보니까 선구안이 굉장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좀 생각해 봤는데.”
편집장이 뜸을 들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올해 하반기에 해외 촬영 예정한 거 있잖아. 그거 한태주 씨한테 줘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스위스로 가기로 한 그 촬영이요?”
“그래.”
그녀가 씩 웃었다.
“한태주가 그림이 되잖아. 이참에 영화 홍보도 하고.”
* * *
“태주야, 이거 봐봐라.”
회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태주는 차용석이 건네는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수많은 네티즌이 와글거리는 팬카페의 이름은 ‘금쪽이들’.
태주가 일전에 지은 팬들의 애칭 ‘금쪽이’를 따와 지은 이름이었다.
“이번에 너희 팬들이 너 백시영 음주운전 동승자 아니라는 거 증명 많이 해주셨어. 감사 인사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당연히 그래야죠. 제가 먼저 신경 써야 했는데 요즘 정신이 없었네요. 형이 관리해주고 있는 SNS에도 올려야겠어요.”
태주는 재빨리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정성스러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게 고마웠다.
렉카가 주장하던 백시영의 음주운전 방조가 아니라며 수많은 증거를 인터넷에 인증한 것.
그를 응원한다며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금은 목표액을 한참 달성하고도 남았다는 것.
정성스레 쓰다 보니 또다시 한 페이지를 훌쩍 넘겨버렸다.
“아, 너무 길게 썼다.”
“괜찮아, 어차피 팬들은 많이 쓰는 걸 더 좋아해.”
태주가 업로드하자 순식간에 많은 팬이 조회 수를 올렸다.
하나둘 댓글도 달렸다.
-저희는 항상 배우님 편이에요. 이번에 새로 들어가시는 영화도 파이팅입니다!
-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운동도 하시면서 건강 챙기세요. 임강현 씨하고 같이 한강 다니시는 모습 좋았어요.
-배우님 늘 힘내세요!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받으니 가슴이 따뜻하게 몽글거린다.
자신이 좋아해서 하는 연기인데,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쁠 따름이다.
“아주 좋아 죽는구만. 나보다 팬들이 더 좋다 이거지?”
“형이 조금 더 좋아요.”
태주가 씩 웃었다.
“형은 제 친형이나 다름없는걸요.”
“흠흠. 고모부도 좋을 것 같은데…….”
작은 목소리를 내뱉은 차용석이 태주의 눈치를 살폈다.
웃음을 터뜨리려는 듯 오묘한 표정의 태주가 말했다.
“그건 고모하고 상의하셔야죠. 일단 고모의 마음부터 뺏고, 제 마음을 뺏어 보세요.”
“나 참, 도도한 매력은 유경 씨나 너나 비슷하다니까.”
차용석이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 나는 네가 성공할 때까지 결혼할 생각 없어.”
“그럼 결혼은 한참 미루셔야 할 텐데요. 저는 해외 3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받는 게 목표거든요.”
“그래도 언젠가는 결혼할 수 있겠네. 너는 충분한 자질이 있으니까.”
농담과 유쾌한 분위기가 섞인 대화를 이어가던 차용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8월에 너 해외 스케줄 잡혔어. 로카르노 영화제에 영화 ‘광대’가 경쟁 부문으로 초청받았거든.”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