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돈인가 소신인가 (3)
“C&K에서 이적 제의받았다고? 용석이가? 에이……”
호탕한 웃음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장희재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무슨 헛소리를 듣고 온 거야, 당신. 용석이가 왜 이적해, 멀쩡한 회사 두고.”
“당신도 알잖아, C&K에 이현식 팀장 있는 거. 이현식이 용석이 사수였고, 원래도 애를 아꼈으니까 회사로 빼내 가려고 할 수 있지.”
“한태주가 우리 회사에 있는 한, 차용석이 C&K로 이적할 일은 죽어도 없어.”
“한태주?”
익숙한 이름에 심요연이 귀를 쫑긋거렸다.
“그러고 보니 한태주가 자기 회사에 어떻게 왔대? 대표 실체를 알면 절대로 이 회사에 오지 않았을 텐데.”
“어허, 오랜만에 만나서 웬 악담질이야.”
장희재가 벌떡 일어났다.
오랜만에 만난 아내는 전투력이 한껏 올라 있었다.
“당신, 걔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기만 해.”
“그럼요. 제가 감히 드림액터스 매출 1위 배우님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요.”
심요연이 두 손을 들며 덧붙였다.
“당신이야말로 나한테 쓸데없이 간섭하지 마, 내가 어떤 작품을 하든.”
“그래? 나는 당신 입지 생각해서 캐스팅 도와주려고 했더니만. 당신이 따까리 전전하면 남편인 내 꼴도 우스워질 거 아냐.”
“아니, 내 배역은 내가 도전해서 쟁취할 거야.”
심요연의 심지 곧은 눈이 장희재의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나, 용석이 팀에 들어가서 활동할 거야.”
“황 팀장하고 같이 활동하지, 왜 하필이면 용석이?”
“왜, 내가 용석이 팀에 들어가서 그쪽에 힘 실어줄까 봐 두려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내가 용석이를 무슨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 지금 차용석을 견제하는 거, 맞잖아.”
심요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장희재를 응시했다.
“예전에 당신이 백시영 데리고 C&K 나왔을 때를 생각해봐. 그때랑 지금 용석이 기세가 비슷하다고.”
그 말에 장희재가 흠칫했다.
“당신도 슬슬 준비해야 할걸? 용석이가 어떤 식으로 당신 뒤통수를 칠지, 기대되지 않아?”
심요연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던 장희재.
그의 행보를 차용석이 그대로 밟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 *
“이야, 여기가 청주역이구나.”
“우리 MT 왔을 때 청주역 잠깐 들르지 않았었어? 그때도 이렇게 사람들이 없었나?”
“그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촬영 때문에 사람들을 통제한 것 같네.”
박인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촬영지로 온 태주.
오늘은 여기서 영화 ‘탈출’의 여러 장면을 찍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좀비들을 뚫고 아들 유성을 구하는 장면.
“태주 형!”
대본을 읽고 또 읽는 태주에게 도준이가 활기찬 목소리로 다가왔다.
“도준아, 우리 아들내미!”
그에게 뛰어오는 도준을 태주가 번쩍 안아 들자, 도준이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형, 나 이제 아기 아니에요.”
“형한테는 아기 맞는데? 형 자식이잖아, 우리 도준이가.”
그 말에 도준은 부끄러운 듯 태주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태주는 그런 도준이가 귀여워서 씩 웃었다.
도준이를 데리고 대본을 맞춰 보던 도중.
멋지게 양복을 빼입은 이선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태주야, 오랜만이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도준이도 안녕. 아이고, 도준이 머리숱 많아서 좋겠다. 아주 풍성하네.”
이선우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헝클어 도준이의 머리가 엉망이 되자, 도준이는 냉큼 스타일리스트에게 뛰어가 버렸다.
“선배님도 참. 짓궂으시네요.”
“원래는 네 머리도 쓰다듬고 싶은데 참은 거다, 짜샤.”
짓궂은 미소를 짓던 이선우가 무언가 생각난 듯 핸드폰을 들었다.
“그런데 너 기사 뜬 거 봤냐? 네 이름이 많이 언급돼서 무슨 일 났나 했어.”
“제 이름이요?”
태주는 이선우의 곁에 서서 핸드폰 화면을 응시했다.
기사를 확인한 태주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네 이름을 판 어그로성 기사들이네, 이거. 장 대표는 자기 배우 이름 팔아서 다른 배우 홍보하고 싶은가.]기분이 좋지 않은 태주였지만 이중협이 대신 화를 내주는 덕에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차분하게 기사에 나온 여자 사진을 확인해 보니, 제법 예쁜 외모였다.
얇은 쌍꺼풀과 청순한 외모가 돋보이는.
[왠지 윤수안 과 같은데? 청순 글래머네, 얘도.]‘무슨 소리예요. 윤수안 씨하고 무슨 비교를 한다고.’
자신도 모르게 성을 낸 태주가 이선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태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너희 회사, 중국인 배우까지 영입하는 거냐? 그쪽으로 시장을 넓히려나 보지?”
“그런 것 같아요. 이번에 대표님께서 중국 시장에 눈독 들인 것 같거든요.”
“그럼 그 소문이 맞나 보네. 이번에 300억 들여서 만든다는 그 드라마, 중국으로 동시 방영한다고 하던데. 청룡검신이었나?”
“아마 맞을 거예요.”
“그럼 너, 그 드라마 할 거냐?”
이선우가 보여준 또 다른 기사.
베일릭스 전세계 5위, 한국 1위, 상반기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드라마 ‘낭만 고양이’로 톱배우로 거듭난 배우 한태주가 내년 상반기, 사극 드라마 ‘청룡검신’으로 돌아온다.
한태주의 소속사 드림액터스가 헤븐 엔터테인먼트와 공동제작 중인 ‘청룡검신’은 판타지-퇴마 드라마로, 300억이란 거액을 투자해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영화 ‘그림자 무사’, ‘광대’에서 익히 폭넓은 사극 연기를 선보였던 적 있는 한태주는 제작사 측의 캐스팅 1순위로, 현재 드라마를 적극 검토 중이라 전했다.
-아웃패치, 조삼식 기자-
어이가 없던 태주가 말했다.
“전 이 드라마를 적극 검토한 적 없어요. 회사 측에서 제멋대로 기사를 낸 것 같은데, 이것 참….”
“너무 흥분하지 마. 원래 회사 측에서 배우 모르게 이런 기사 내는 게 한두 번이냐?”
이선우가 그의 어깨에 믿음직한 손을 얹었다.
“네 매니저가 뒷수습 잘하고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연기에나 신경 써.”
그가 양 감독에게 할 말이 있다며 떠난 후.
홀로 남은 태주에게 이중협이 거들었다.
[그래, 선우 말이 맞아. 용석이가 괜히 네 매니저로 있는 게 아니야.]‘용석이 형이 대표님과 대립 노선을 타는 게 아닌가, 걱정돼서 그렇죠.’
태주가 복잡한 시선을 내보였다.
‘안 그래도 요즘 대표님하고 저하고 의견이 달라서. 용석이 형이 중간에서 제일 고생하는데.’
[너, 용석이가 널 얼마나 생각하고 위하는지 모르는구나?]‘네?’
[야, 저기 감독님이 부른다. 너 얼른 뛰어가!]이중협의 말처럼 저쪽에서 양군보 감독이 부르는 게 보였다.
태주가 대본을 들고 뛰어가자, 뒤에 남은 이중협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용석이 이 녀석, 태주를 걱정시키고 말이야. 우리 태주는 연기만 해도 부족한데, 회사 일에 휘말리게 하는 건 아니겠지?]* * *
네 명의 남자가 모여있는 식사 자리.
차용석은 핸드폰을 들어 방금 박인우가 찍어서 보내준 태주의 연기 영상을 틀어 보였다.
화면 가득히 괴성을 지르는 좀비들과 그들을 뚫고 절박하게 뛰어가는 태주가 가득 잡혔다.
“요즘에 태주가 찍고 있는 영화 ‘탈출’입니다.”
“양 감독이 좀비 영화 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좀 걱정했는데. 웬걸, 잘하는데요? 나도 펀딩 한다고 했을 때 좀 투자할걸.”
“이야, 한태주 연기 잘하네요.”
입을 쩍 벌린 채 화면을 응시하는 이 남자.
차용석과 모황국 감독, 제작자 이덕량과 더불어 베일릭스의 한국 담당자였다.
모황국 감독의 드라마 ‘데스 게임’ 제작을 논하려 모인 자리.
다들 한태주의 연기에 시선을 뺏겨 버린 오래였다.
“자, 이만 끄겠습니다. 더 공개하면 저 양군보 감독한테 고소당할지도 몰라요. 하하.”
“한태주 씨 연기는 언제 봐도 정말 탐나네요.”
아쉬운 눈초리의 모황국이 차용석을 힐끗거렸다.
“우리 드라마에서도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태주 씨 의사는 어때요? ‘데스 게임’ 시놉시스 본 소감은?”
베일릭스 측 담당자의 말에 차용석이 어깨를 으쓱했다.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태주가 이런 서바이벌 류 게임이나 만화를 좋아한대요. 특히 아무것도 없는 소시민이 톱을 향해 달려가는 그런 구조를 좋아한답니다.”
“그럼, 우리 드라마 주인공에 딱이네요!”
모황국이 허벅지를 탁, 치며 말을 이었다.
“한태주 씨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돼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주변 캐릭터들을 개성 있는 연기자들로 포진해 놓으면 이런 완벽한 연기 앙상블이 어디 있겠어요.”
“현재 캐스팅된 배역이 있습니까? 아직 기사로는 못 봤는데요.”
“탈북자 소녀 역할에 아주 매력적인 신인 연기자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용석 씨도 아시다시피 심요연 씨가 홍장미 역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고요.”
“합의가 잘 되면 좋겠네요.”
차용석의 환희와 다르게 베일릭스 담당자는 고민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런데 심요연 씨, 워낙에 연기를 오래 쉬었잖아요. 괜찮을까요?”
“안 그래도 저희가 오디션을 봤습니다. 영상 보시겠어요?”
모황국은 핸드폰으로 심요연의 연기 영상을 보여주었다.
의심이 가득했던 베일릭스 담당자의 표정이 점점 환해지는 그때.
“역시 명불허전 심요연! 사람들을 사로잡는 연기력은 여전하지 않나요? 도발적이고 되바라진 홍장미 역에 심요연 씨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이 있겠습니까?”
옆에서 제작자 이덕량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영화 팬들이 기뻐서 뒤로 넘어갈 뉴스네요. 심요연의 복귀라니, 광기 어린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저도 설레네요.”
“그럼 이제 한태주 씨만 남았는데…….”
베일릭스 측 담당자, 박숭원이 차용석 쪽으로 몸을 길게 뺐다.
“용석 씨, 한태주 씨 의사도 분명한데, 우리 시원시원하게 합시다. 전 한태주 씨가 데스 게임의 주연으로 연기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태주가 원하는 쪽으로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뜻이 완강하시네요.”
차용석이 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에 태주를 주연으로 넣고 싶어 하시거든요.”
“차 팀장, 우리 돌려 말하지 맙시다. 솔직히 돈 때문이죠?”
“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베일릭스가 미국이나 중국 배우들에게 투자하는 출연료에 비해 한국 작품에 들이는 출연료가 적기는 하잖아요”
“흠, 그럼 이렇게 하죠.”
박숭원이 손뼉을 쳐 이목을 모은 후 말을 이었다.
“그쪽에서 제시한 돈이 얼마든, 우리는 그보다 더 줄 수 있어요.”
“‘청룡검신’ 측에서는 회당 2억을 제시하더군요.”
차용석의 말에 모황국과 이덕량이 침울한 표정을 했다.
하지만 베일릭스의 담당자, 박숭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회당 3억. 이 정도면 장 대표도 뭐라고 못 하겠죠?”
그 말에 차용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찍 소리도 못 하죠.”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