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진심으로 통하는 길 (6)
* * *
오후 6시.
퇴근길의 직장인들이 다들 핸드폰을 붙잡는 이때.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돌아다니는 동영상과 사진에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몰렸다.
“한태주 오빠 춤 진짜 잘 춘다.”
“오늘 폴라리스 신곡 쇼케이스 사회 봤는데, 거기서 기자들이 시켜서 춘 거래.”
“즉석으로 춘 것치고는 너무 잘하는데?”
“원래 한태주 춤 잘 췄어. 낭만 고양이에서도 장난 아니었잖아. 완전 아이돌 재질이야.”
“원래 배우들은 좀 체면 차리고 점잔부리는 거 있잖아. 그런데 그런 거 하나도 없어. 어쩜 이렇게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추냐.”
“한태주는 늘 진심이라는 게 보여서 찐 감동이다.”
한편, 드림액터스 3팀에서도 속속들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태주의 기사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야, 한태주하고 폴라리스가 만나니까 아주 파급력이 우주까지 뚫고 날아가는구나.”
차용석의 말에 옆에 있던 직원이 끼어들었다.
“이건 폴라리스에게 한태주라는 아주 강력한 무기를 장착해 준 셈이라고요.”
“아까 인우한테 받은 파일, 편집하고 있지? 우리 쪽 SNS에서도 얼른 올려야지.”
한쪽에서 바쁘게 타자 치던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올렸어요.”
차용석은 서둘러 올린 영상을 보았다.
1분 전 영상이었는데도 벌써 1천 회 이상의 재생수였다.
“이야, 진짜 편집 잘했다. 쇼케이스 조명이 너무 강했는데, 화면 밝기 좀 낮추니까 진짜 무대하는 것 같아.”
편집 기술로는 둘째가라면 뺨을 치는 직원의 영상 파급력은 엄청났다.
꼭 태주가 톱아이돌처럼 나온 영상에서, 그는 폴라리스 멤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때, 저쪽에서 직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거 인터넷 고장 난 거 아니겠지?”
“뭔 소리야, 인터넷이 고장 나다니?”
“새로고침 할 때마다 조회수가 5천 회씩 증가하는 것 같아서요.”
“지금 조회 수가 얼만데?”
10분이 지난 지금.
차용석의 질문에 직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태주 씨 교차편집 영상 조회 수가…… 10만 회예요!”
SNS상 관심어가 온통 #한태주직캠 #한태주춤선 #폴라리스신곡 으로 도배된 지금.
태주의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이 그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대변했다.
-한태주 완전 아이돌 재질임. 어떻게 저렇게 간지나게 춤출 수 있음?
-폴라리스에 제7의 멤버로 합류해도 진짜 괜찮을 듯.
-항상 진심을 다해서 더 좋음. 폴라리스의 신곡이 자기 거인 것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 좀 보라고.
* * *
쇼케이스가 성황리에 끝난 뒤.
태주는 폴라리스 멤버들과 대기실에서 한참을 더 머물렀다.
이번 신곡에 맞춰 틱톡 영상을 찍자는 그들의 부탁 때문이었다.
춤도 알겠다, 태주는 손쉽게 그들과 어울려 영상을 찍었다.
영상을 찍던 폴라리스 매니저가 태주를 힐끔거리며 감탄했다.
“이야, 태주 씨 진짜 폴라리스 제7의 멤버 해도 될 정도인데요?”
“강웅이랑 태주 씨, 지호 형 이렇게 셋이 완전 비주얼 장난 아니야.”
다른 멤버들의 말에 태주가 씩 웃었다.
“그럼 저야 감사하죠. 그런데 지금 음원 성적은 어때요?”
“차트 진입 5위!”
잔뜩 신이 난 하강웅이 뒤에서 태주의 등을 껴안았다.
“여태껏 이렇게 빨리 10위권 안에 진입한 적 없었는데! 태주 형 덕분이에요!”
“알았어, 그런데 좀 떨어져서 말해라….”
“태주 형, 우리 멤버로 들어와요, 그냥!”
“강웅아, 얼른 태주 씨 포박해. 우리 숙소로 데려가서 멤버 만들자.”
하강웅에 다른 멤버들까지 다들 태주에게 엉겨 붙는 가운데.
태주는 박인우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조수석에서 한숨 돌리자 박인우가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오늘 진짜 수고 많았어. 아이돌 쇼케이스 사회라고 해서 일찍 끝날 줄 알았는데 말야.”
“그러니까.”
“네 그룹도 아닌데 너무 열심히 해준 거 아니야? 너 춤출 때 팔다리 부러지는 줄 알았어,너무 격하게 잘 춰서.”
태주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폴라리스 멤버들은 특별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지.”
그때, 그의 핸드폰을 울리는 전화.
윤지호였다.
혹시 빠뜨린 게 있나 싶어 태주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형, 무슨 일이야?”
-저기 태주야, 혹시…….
망설이는 듯한 윤지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오늘 나랑 술 마실래?
* * *
밴 한 대가 아파트 앞에 멈추고.
태주는 박인우에게서 빌린 캡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박인우는 태주에게 가방을 챙겨주며 말했다.
“이따가 데리러 올게. 11시쯤 괜찮지?”
“형도 같이 마실래?”
태주의 제안에 박인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윤지호가 너랑 둘이서만 할 얘기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왜 끼냐. 나는 회사에 있을 테니까 뭔 일 있으면 전화해. 그리고….”
그가 잠시 망설였다.
하강웅도 아닌 윤지호가 왜 태주를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더욱이 폴라리스 멤버 모두가 아닌 그와 단둘이서 마시는 술이라니.
온몸을 관통하는 의심에 박인우가 조심스레 태주에게 몸을 기울였다.
“혹시라도 윤지호가 너……”
“응?”
“…아니다. 너무 인사불성만 되지 않게 즐겁게 마시다 와.”
“뭐야, 싱겁네. 그럼, 다녀올게. 이따 봐.”
태주가 가볍게 차에서 내려 아파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일전에도 노래 지도 때문에 와 본 윤지호의 집.
태주는 익숙한 듯 그곳의 벨을 눌렀다.
딩동.
벨이 울리기가 무섭게 콩콩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태주 오빠다!”
[아이고 깜짝이야!]태주보다 이중협이 깜짝 놀란 이때.
밤색 베레모를 쓴 단발의 여자가 태주를 보고 씨익 웃었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페이스에 태주가 자연스레 맞춰 주는 순간.
“안녕하세요, 지민 씨.”
“지민아, 먼저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뒤에서 허겁지겁 따라오던 윤지호가 통통한 여자를 뒤로 잡아끌었다.
난감한 표정의 윤지호를 본 태주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안녕, 지호 형.”
“미안하다, 태주야. 지민이가 지금 너 만난다고 흥분해서….”
“괜찮아.”
태주가 이렇게 태연할 수 있는 이유.
윤지호는 전화 후 그에게 짧은 문자를 남겼었다.
사실은 오랜만에 여동생이 집에 놀러 와있는데, 팬으로서 태주를 매우 보고 싶어 한다고.
동그란 거실 테이블에 태주는 윤씨 남매와 모여 앉았다.
맥주 한 캔씩을 들며 그가 씩 웃었다.
“제가 선창할게요. 폴라리스의 신곡 ‘유토피아’ 대박을 위하여!”
옆에서 지민이 덩달아 따라했다.
“위하여!”
술자리는 제법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태주는 윤지호의 여동생인 윤지민과 자연스레 어울렸다.
지민은 태주의 팬이라며 연신 수줍어했는데, 태주는 그 모습에서 왠지 태희가 보이는 것 같아 귀여웠다.
그러나 지민을 케어하는 윤지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걱정이 끊이지를 않았다.
“으음…. 아직 자면 안 되는데, 태주 오빠 더 봐야 하는데에….”
술에 약한 지민이 먼저 곯아떨어졌다.
태주는 윤지호와 힘을 합쳐 그녀를 침실로 옮긴 후, 둘만의 술자리를 다시 시작했다.
“하…. 뭔가 이상하네.”
“뭐가요?”
“우리 지민이, 남들한테 보여준 건 네가 처음이거든.”
윤지호가 충혈된 눈을 들어 태주와 마주쳤다.
“멤버들한테도, 회사에도 보여준 적 없어.”
태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나도 형이 외동인 줄 알았어. 프로필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고.”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 다운증후군 여동생 알려져서 좋을 것 하나 없다고. 그렇다고 그대로 따른 나도 병신이지. 하나뿐인 여동생인데 오빠가 쪽팔려 하면 어떡하라고….”
“그래도 그동안 여동생한테 잘해준 것 같은데?”
윤지호가 씁쓸한 듯 술을 마셨다.
“지민이 보살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잘해줘야지. 우리 엄마는 편찮으셔서 본인 몸 돌보기도 힘드시고, 아빠는 알코올 중독으로 시설을 전전하다 결국 돌아가셨거든. 친척 집 전전하면서 살다 보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더라. 그래서 지민이를 지키기 위해 빨리 성공해야 했어.”
“형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
술을 마시며 태주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사실 나 그동안 형이 여자친구 있는 줄 착각했어. 저번에 ‘하루세끼’ 촬영했을 때, 새벽에 다정하게 통화하던 사람이 여자친구인 줄 알았더니, 지민 씨였구만.”
“지민이가 시설에 가 있으니까 내가 불안해서 종종 전화해.”
“지민 씨가 이렇게 집에도 자주 와?”
“한 달에 한 번.”
윤지호가 답답한 듯 맥주를 벌컥 마셨다.
“사실 그것도 한 달에 두 번은 올 수 있는데, 회사에서 혹시 언론에 들킬까 봐 자제한 횟수야.”
“지민 씨 데리고 놀러 가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되겠네.”
“…맞아. 그런데 지민이가 네 팬이라고 해서 내가 네게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미안해하지 마, 형. 덕분에 형이랑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아.”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다시 침묵이 흐르는데.
윤지호가 태주에게 넌지시 진심을 비췄다.
“아무튼 고마워, 태주야. 우리 지민이한테 오늘 하루, 정말 행복한 날이 됐을 거야.”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야 고맙지.”
“진짜야. 내가 주지 못한 행복을 네가 줘서 정말… 고맙다.”
그 말에 태주가 피식 웃었다.
“친구끼리 뭘 고마워해.”
“……친구?”
“한 살 차이 형 동생 사이. 그럼 친구 아니었나?”
“한 살이라도 엄연히 형이거든?”
그 말에 그들은 누가 뭐랄 것 없이 큭큭대며 웃었다.
20대의 청년다운, 청량한 웃음이었다.
* * *
다음날.
영화 제작사 ‘현필름’은 아침부터 신예지 대표의 활기찬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회의하던 도중 우연히 화두에 오른 한태주의 직캠 영상.
“한태주 씨 인기 대단하다! 폴라리스 쇼케이스에서 찍힌 직캠이 인기 동영상 10위에 랭크됐는데? 김 부장, 이거 봤어?”
테이블 한쪽에서 김 부장의 적극적인 대답이 들렸다.
“저는 어제 막 올라왔을 때 벌써 봤죠. 진짜 대박이에요, 한태주 씨가 워낙에 춤을 잘 추기도 하지만, 이 표정 연기가 대박이거든요.”
“원래 태주 씨가 춤추는 거, 사전에 합의된 거 아니었다며.”
“현장에서 우성림 기자가 즉흥으로 부탁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태주 씨가 빼지 않고 춘 거고요.”
“그렇게 레전드 영상이 탄생했군. 바야흐로 한태주의 세상이야.”
핸드폰 화면을 밑으로 내린 신예지의 눈에는 5천 개가 넘는 댓글들이 보였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등 수 개의 언어들로 작성된 댓글들.
-이 남자, 그림자 무사에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춤도 잘 추는 줄 몰랐어.
-‘낭만 고양이’를 안 봐서 그러는구나. 거기서 한태주 진짜 춤 잘 췄어.
-저 홀릴 듯한 표정도 정말 매력적이야.
-우리 한태주 배우님은 본업천재일 뿐만 아니라 춤도, 노래도 잘한답니다! 다들 배우님의 매력에 빠지신 걸 축하합니다!
신예지가 벌떡 고개를 들어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태주 씨가 피워 올린 이 인기, 우리도 탑승해야 하지 않겠어? 영화 티저 영상 얼른 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 지난주에 본 티저 최종본, 그대로 올리면 안 되는 거야?”
“양군보 감독님께서 마지막으로 손 보시는 중이라고, 내일까지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그때 신예지의 핸드폰에 띠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씩 미소를 지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티저 완성본을 보내왔네. 큰 화면으로 같이 보자고.”
그녀의 말 한마디로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한태주의 얼굴에 이어 영화, ‘탈출’의 로고가 띄워진 티저.
기차 내 좀비 난투극이 쉴새 없이 펼쳐지는 장면에 사람들의 시선은 떨어질 줄 몰랐다.
호쾌한 액션을 정신없이 보던 그들.
방의 불이 켜지자 그제야 건조한 눈을 깜빡거렸다.
“아, 티저를 진짜 잘 뽑았네요.”
“액기스만 골라서 넣느라 감독님이 고생하셨겠어.”
신예지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셨대요. 태주 씨 액션씬도 더 넣고 싶고, 도준이하고 나누는 절절한 감정 씬도 더 넣고 싶고….”
“그래도 티저는 무거운 것보다는 간결한 게 나아. 본편에서 묵직하게 한 방 날려주려면.”
만족스러운 표정의 신예지에게 옆에 있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대표님, 모브픽쳐스 쪽에서 비밀스럽게 제의 온 게 있는데요. 저희 쪽에서 개봉 일자를 미루는 게 어떻겠냐고 하네요.겹치는 것보다는 따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그럼 ‘조선패션왕’도 내년 설 연휴가 아니라 5월 개봉을 목표로 확정한 거야?”
“후반부 작업 때문에 개봉이 미뤄질 것 같습니다.”
“거참, 어디서 조선패션왕이 우리한테 개봉 일자를 미루라 마라야. 그럼 우리가 무서워할 줄 알았나?”
콧방귀를 뀐 신예지가 자신 있게 말했다.
“누가 누구한테 지시야, 다 덤비라고 해. 그만큼 자신 있으니까.”
그 말에 직원들이 저마다 자신감 있는 고개를 끄덕이는 그때.
“우리 티저, 2일 후에 터뜨리는 걸로 하자.”
“하지만 그때는 조선패션왕 티저가 올라오는 날입니다.”
“어차피 붙을 거면, 초장에 분위기를 휘어잡는 게 나아.”
신예지는 자신감 가득한 눈을 반짝였다.
“전초전에서 승기를 잡아야 관객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거든.”
그 말에 직원들은 한 치의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감히 자신했다.
여태껏 ‘현필름’에서 제작했던 영화 중, 이번 영화가 제일 재밌을 거라고.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