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폭풍전야 (6)
윤지호가 여동생하고 찍은 사진이 왜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거지?
태주는 좀 더 신중하게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윤지호는 캡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맸고 동생 또한 얼굴을 교묘하게 핸드폰으로 가려서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차용석에게 태주는 고개를 저었다.
“저 아니에요.”
그제야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내 말 맞지? 요즘 태주 씨 촬영한다, 연습한다 바쁜데 이럴 리가 없다고 했잖아.”
“그럼 이거 누구예요?”
“아니, 그보다 인터넷 커뮤니티 최초 유포자부터 경찰에 때려 넣자고.”
잔뜩 성이 난 차용석이 목소리를 높였다.
“괜히 이 인간 때문에 우리 태주만 성가시고 말이야. 이 인간이 게시글 올릴 때 이 사진 속 인물이 태주인 것처럼 서술했다며.”
“이 사진도 사실 조작일 수 있어요. 요즘에 사진 조작해서 커뮤니티에 뿌리는 악플러들도 많잖아요.”
“그럼 경찰에 신고부터 합시다.”
점점 사태가 커지자 태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사진이 윤지호와 여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는 그로서는, 최대한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었다.
아마 윤지호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그가 그동안 여동생을 숨겼다는 건. 분명 조용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서가 분명하니까.
그때, 이중협이 그를 강하게 설득했다.
[솔직하게 말해야 용석이도 대책을 세우지. 이건 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 아니야.]마음을 정한 태주는 차용석에게 말했다.
“형, 아직 경찰에 연락하지 말아요. 이 사건, 우리 선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왜? 무슨 뾰족한 대책이라도 있어?”
대답을 기대하는 여러 시선이 태주에게 꽂히던 순간.
“여기 있는 사람, 지호 형이에요. 옆에 있는 사람은 형 여동생이고요. 형이 여동생 저한테 소개해 준 적 있어서 알아요.”
태주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왈칵 커졌다.
다들 모니터 속 사진을 더욱 뚫어지게 바라보는 가운데, 차용석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윤지호가 외동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 그런데 동생이 외국에 나가 있다는 것 같았는데?”
“최근 지호 형 집에 잠깐 놀러 온 모양이더라고요. 그런데…… 좀 아픈 분이에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다운증후군이요.”
차용석만 알아듣게 조용조용 말한 태주의 말.
차용석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원스타 엔터 쪽이 조용한 거구만. 윤지호에게 아픈 여동생이 있다는 걸 밝히면 기레기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테니까. 그게 귀찮아서.”
“그래도 이번 사태,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요.”
직원들의 말에 차용석이 단호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쪽에서 정정 기사 낼 거야. 이렇게 비밀 데이트한다는 식으로 기사 나오는 거, 정말 불쾌하고 기분 더러워. 네가 요즘에 얼마나 작품 준비를 열심히 하는지 안다면, 이깟 헛소리들은 지껄일 수 없을 테니까.”
“알겠어요. 대신, 지호 형한테는 제가 먼저 연락해 볼게요.”
“오늘 오후 6시까지. 그 이후에도 원스타 측에서 연락 없으면, 우리 측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거야.”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바로 연락해 볼게요.”
태주가 통화를 위해 나가자, 차용석은 냉정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돌변해 직원들을 마주했다.
“진숙 씨. 원스타 엔터에 연락해 봐.”
“안 그래도 지금 연락하고 있는데 안 받아요, 팀장님.”
“그럼 이렇게 메시지 남겨 놔.”
차용석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지호 씨가 먼저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서 밝히겠다고.”
“하지만 태주 씨가 먼저 연락해 보겠다고….”
“걔는 너무 마음이 물러. 지금 이미지에 타격 입은 게 누군데 남 걱정이야.”
결심을 단단히 한 차용석이 직원들에게 일렀다.
“연예계는 전쟁터라는 거, 다들 알고 있지? 선제공격이 우선이야. 우리는 태주를 지키는 게 최우선이고.”
“알겠습니다.”
차용석의 말에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 *
텅 빈 회의실에서 태주가 윤지호에게 연락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윤지호가 사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 태주야. 나 때문에 괜히 너만 곤란하게 됐네.
“당황스럽긴 했는데, 형만큼 놀랐겠어요.”
태주가 윤지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사진이 어떻게 유출된 거야? 형 계정이 털린 거야?”
-그게…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지.”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던 윤지호가 머뭇거렸다.
-지민이가 저번에 복지사분의 도움으로 SNS를 개설했다고 하더라고. 비밀 계정이라기에 그럼, 잘 관리해 보라고 했는데…. 그게 털렸나 봐.
“일반인의 계정이 해커한테 털렸다고? 지민 씨가 유명인도 아닌데 무슨….”
-아무래도 누가 눈치챈 것 같아. 지민이가 내 동생이라는 거.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태주에게 말했다.
-아무튼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너한테 피해 가지 않게.”
* * *
얼마 후.
연예 기사란의 조회수 1위를 차지한 기사가 있었으니.
지금 연예계에서 제일 핫한 사진을 두고 한태주 측에서 내놓은 입장이다.
현재 연예계의 뜨거운 감자인 만큼 댓글 반응도 무척이나 뜨거웠다.
-한태주랑 윤지호 친한 건 다들 알잖아. 예전에 윤지호가 솔로 앨범 냈을 때부터 집에 자주 드나드는 관계였다는데.
-그런데 한태주랑 같이 사진 찍은 저 여자는 뭐죠? 진짜 사귀는 여자 아니에요?
-저거 한태주 아니라니까요. 얼굴이 한태주가 아닌데 자꾸 왜 한태주래.
-이 사진 맨 처음에 세이렌판에 올린 사람 뉘앙스로는 한태주 같았는데….
-아무튼 저 여자, 윤지호랑도 아는 사이 같은데, 저렇게 집에 같이 모이는 것 보면.
-설마 윤지호가 둘 연결해준 연결고리?
“한태주 가치 내려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이제 한태주도 내 앞에 고개 숙일 날이 머지않았어.”
킬킬거리며 승리의 미소를 짓던 장희재는 얼른 조삼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장희재 대표님 아니십니까.
“조 기자가 타이밍을 잘 잡았네요. 이번에 한태주가 이미지 타격을 제대로 입었습니다.”
-그렇죠? 제가 말했잖습니까. 미끼는 한 템포 빠르게 뿌려야 끗발이 서는 거라고.
의기양양한 조삼식이 말을 이었다.
-역시 한태주가 반응이 좋군요. 윤지호는 이제 고인물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한태주는 열애설 난 게 설채빈 말고는 없어서 그런지, 이런 모습에 다들 흥분해서 달려드네요. 더구나 자기 집도 아니고 윤지호 집에서 연애하는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상상력이 자극되는 씬입니까.
장희재가 씩 웃으며 말했다.
“조 기자가 이번에 사건을 잘 꾸며 줬어요, 고마워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삼식이 낄낄거리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이건 제 생각인데, 한태주가 그 여자를 두고 윤지호랑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네?”
조삼식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지금 한태주가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있잖아요. 그 말인즉슨, 한태주도 이 사건에 발을 잡혔다는 뜻이 아니겠어요?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죠.”
장희재가 탐욕스러운 눈을 반짝였다.
“우리한테 유리하게 일이 흘러가는군요.”
* * *
오후 4시.
원스타 엔터테인먼트는 발칵 뒤집힌 채 여러 직원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실에는 고요한 공기가 찌릿찌릿하게 흘렀다.
원스타 엔터의 대표는 데뷔 때부터 눈여겨본 윤지호와 대치하고 있다.
윤지호.
‘폴라리스’의 리더이자, 중소엔터였던 ‘원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판의 왕좌를 차지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일등 공신.
소속 연예인이 대표실에 오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공적을 치하하거나, 아니면 질책하거나.
윤지호는 맞은편에 있던 대표의 찌푸린 표정으로 미뤄볼 때 후자임을 확신했다.
“야, 너 요즘에 무슨 생활을 하는 거냐. 드림액터스 측에서 연락 오게 만들고 말이야!”
“무슨 연락이요?”
“지금 연예계에서 난리인 그 사진 속 남자가 한태주가 아니라 너라면서.”
그가 프린트한 사진을 윤지호에게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주워들은 윤지호는 씁쓸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여동생인 지민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어떻게 인터넷에 유포됐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죄송합니다.”
“곧 재계약 기간이니까 가만히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넌 뒤졌어, 임마!”
윤지호가 견딜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대표님, 이번 사태 제 선에서 밝히고….”
“뭐? 너, 하나밖에 없는 동생 병신이라고 소문내고 싶어?”
‘병신’이라는 단어에 윤지호는 울컥했다.
하지만 그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대답했다.
“대표님. 이제는 팬분들에게도 제 동생의 존재를 알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태주 씨가 저 때문에 무고한 피해를 보는 건 원치 않아요.”
“뭔 개떡 같은 소리야. 한태주에게 피해 가는 게 네 약점 밝혀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러니까 입 다물고 있으라고, 알겠어?”
대표의 말에 윤지호는 이를 꽉 물었다.
* * *
미팅이 끝난 후.
터덜터덜 걸어오던 윤지호를 복도에서 하강웅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 정말 괜찮아?”
그리고는 윤지호가 안쓰럽다는 듯 바라본다.
며칠 전, 멤버들을 불러 여동생을 공개한 그였다.
여동생 지민이의 존재에 멤버들은 거부감을 느끼기는커녕, 왜 이제야 만나게 해줬냐며 아우성쳤다.
걱정스럽다는 듯 자신을 보는 하강웅의 모습에 윤지호가 피식 웃어 보였다.
“괜찮아.”
“뭐가 괜찮아. 대표님한테 깨지는 소리, 밖에까지 다 들리던데.”
윤지호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기자를 불러서 말해야겠어.”
“단독 인터뷰를 하겠다, 이거야?”
끄덕.
윤지호는 결연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이제 더는 숨지 않을 거야. 태주한테도 피해 주기 싫고.”
* * *
그날 저녁.
박인우와 함께 팬사인회 장소로 향하는 중인 태주.
박인우는 샵에서 태주를 픽업할 때를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가 사람들은 뭐 그리 궁금한 게 많은 거야. 아니, 사진 속 남자가 네가 아니라는 데도 왜 안 믿는 거지? 정정 보도까지 했는데 말이야.”
“우리 쪽에서 사진에 대해서는 아무런 코멘트를 안 했으니까 그렇겠지.”
태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보다 팬분들이 그런 사진에 흔들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네가 제일 먼저 팬카페에 글 남겨서 다행이지. 뭐, 팬분들은 애초에 네가 열애설 난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 같았지만. 지금 그렇게 바쁜데 연애까지 하는 거면, 그건 네가 분신술 쓰는 거라고.”
“하하!”
박인우의 넉살에 분위기가 제법 좋아진 가운데.
차가 팬사인회 장소인 BS 백화점에 점점 가까이 진입했다.
그런데 눈앞에서 터지는 수많은 플래시에 태주도, 박인우도 당황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평소보다 3배는 더 몰린 느낌인데.”
“나 내릴 수 있을까? 형, 차 제대로 댈 수 있겠어?”
“좀만 있어 봐.”
[나도 밖에 나갔다 와 볼게.]박인우와 이중협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
태주가 겉옷을 챙겨입고 있을 때, 흥분한 이중협과 박인우가 동시에 안으로 들어왔다.
“태주야, 얼른 밖으로 나와봐.”
“왜?”
“윤지호가 스타뉴스에 단독으로 인터뷰한 게 올라왔는데, 거기에 네 비중이 상당하다나 봐.”
도대체 뭐가?
태주가 사뭇 긴장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자, 수많은 기자가 그에게 몰려들었다.
“이 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