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수확의 묘미 (1)
1시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행사는 결국 30분이 더 늘어났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점점 늘어나 처음에는 한 소쿠리이던 이들이 종반으로 가자 한 트럭이 되었다.
결국, 태주가 마이크를 들고 직접 행사의 끝을 알렸다.
“함께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다음 주에 베일릭스에서 공개될 저희 드라마 ‘데스 게임’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끝났다.
예상보다 더욱 흥행한 상황.
베일릭스 측 관계자는 입꼬리가 찢어질 듯 웃어대며 태주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오늘 행사는 정말 대성공이었습니다. 한태주 씨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흥행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드리죠.”
어느새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태주가 씩 웃었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박인우와 함께 차로 향하던 태주는 여러 방송사와 연예지의 러브콜을 마주했다.
“저희와 인터뷰 좀 하실 수 있을까요?”
“오늘 행사는 어떤 취지로 하시게 되신 겁니까?”
“이번 드라마에 대한 태주 씨의 기대감은 어느 정도인가요?”
태주는 박인우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들의 마이크를 받아든 태주가 간단히 인터뷰에 응했다.
“베일릭스에서 이번 드라마를 제법 기대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월드 랭킹 10위 안에 들기를 바란다는 뜻을 관계자분께서 비치셨기도 했고요.”
스타뉴스의 우성림은 그에게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가 월드랭킹에 가장 높이 든 순위는, 한태주 씨가 출연하셨던 ‘낭만 고양이’로, 당시 9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럼 이번 드라마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글쎄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신중한 태도의 태주에게 기자들이 아우성치려던 그때.
“그렇지만 재밌는 건 많은 분이 알아보시기 마련이잖아요?”
“월드 랭킹 10위 안에 들 것 같다는 뜻인가요?”
태주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작품에 자신 있으니까요.”
* * *
얼마 후.
회의를 거듭하던 스튜디오 S의 사무실에서 감탄이 울려 퍼졌다.
“이야, 한태주가 혜화동에 떴었네.”
“그래요?”
“거기서 지금 ‘데스 게임’ 프로모션 행사하고 있는데, 한태주가 관중들하고 같이 드라마 속 게임을 체험했대.”
연예계 기사를 읽던 마범수는 놀란 눈을 깜빡거렸다.
“확실히 한태주가 애티튜드가 좋아. 뭐든 늘 진심으로 임해서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SNS에서도 난리 났네요. 지금 한태주가 인기 검색어 1위예요.”
컴퓨터를 뒤적거리던 직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체험단과 몸으로 어울려 준 한태주 씨를 보니 드라마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고 스타뉴스에서 그러네요.”
“오늘 연예지 말고도 방송 3사에서도 다 취재 갔었나 봐. 저녁에 이거 특종으로 나오겠다.”
한껏 상기된 표정의 마범수가 무언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튕겼다.
“이번에 데스 게임 대박 나면, 우리 드라마도 대박 나지 않을까? 데스 게임으로 한태주한테 쏠린 관심이 우리한테 그대로 넘어오는 선순환인 거지.”
“진짜로 그러면 좋겠네요.”
직원들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이제 곧 한태주가 촬영한 베일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데스 게임’이 세상에 공개된다.
그가 드림액터스의 야심작 ‘청룡검신’을 거절한 후 선택한 데스 게임 장르의 드라마.
베일릭스 본사에서도 관심을 표할 정도로 기대가 상당하다고 들었었다.
“대표님, 섣부른 기대는 금물입니다.”
마범수 대표가 장밋빛 기대를 그리고 있는데, 그의 오른팔인 서 부장이 끼어들었다.
“예전에 이선우 기억 안 나세요? ‘질주’로 성공한 다음에 이어서 한 드라마는 쫄딱 망했었잖아요. 애초에 한 작품의 흥행이라는 게 스타 한 명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한태주가 예사 스타는 아니지. 한태주는 이름 하나로 사람들을 티비 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제는.”
그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긴 하죠. 한태주는 다르죠.”
“한태주는 한태주니까.”
“그렇지, 한태주는 한태주지.”
‘한태주’라는 이름 석 자에 방 안의 공기가 확 바뀐 순간.
마범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태주, 윤수안을 주연으로 잡기를 잘했어. 이 드라마, 분명 올해의 최고의 기대작이자 히트작이 될 거니까.”
* * *
며칠 후.
설 연휴 때 해외 스케줄이 있던 태주는 오늘, 가족과 함께 미리 납골당으로 향했다.
“아이고, 여기까지는 팬들이 안 와서 다행이네.”
고모가 피곤하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조금 전 집에서 나올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몇몇 팬들에게 태주가 사인해주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태희를 안아서 내려주던 태주가 입을 비죽거렸다.
“용석이 형 때문에 들킨 거라고. 형한테 시선이 간 게 결국 나한테까지 온 거지.”
“뭐야, 결국 내 탓이야?”
“그렇잖아요, 형. 지금 걸치고 있는 그런 금목걸이나 2대 8 포마드는 형밖에 안 하는 패션이라고요.”
모든 이의 시선이 함께 온 차용석에게 향한 상황.
한유경은 일전에 차용석이 예비 신랑으로 이 자리를 함께하고 싶어 했다며 대견할 때는 언제고.
그의 패션을 보는 지금은 눈살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내가 그런 깡패 같은 패션 진짜 싫다고 했는데. 꼭 자기 고집대로 옷 입죠, 내 말 안 듣고.”
“유경 씨. 그게 아니라, 연예계는 기선 제압이 중요한 세계라서 이렇게 입고 다니면 늘 이기는 기분이…….”
“태희야, 가자.”
고모가 태희의 손을 잡고 납골당으로 향한 그때.
뒤에 남은 차용석은 태주에게 구원의 눈길을 반짝였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고모는 그런 느끼한 패션보다 깔끔한 패션 좋아한다고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하지만 나는 몸이 좋으니까 이런 면으로 어필하려고…….”
“몸 좋은 건 사우나에서나 어필해요, 형. 우리 고모 이상형은 솔직히 아니에요.”
그리고 홱 돌아선 태주는 뒤에서 시무룩하게 따라오는 차용석의 모습에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중협이 불쌍하다는 듯 차용석을 힐끔거리며 태주에게 말했다.
[미래의 고모부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왜 용석이 기를 죽이고 그래.]‘가족이 될 사람이니까, 고모하고 잘 지내라고 이야기해주는 거예요. 원래라면 아빠가 해야 할 일인데, 지금 없으니까….’
태주는 옆에 있는 아빠를 힐끔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저라도 해야죠, 고모의 보호자 역할로….’
그 말에 아빠는 입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을 나중으로 미룬다는 것처럼.
* * *
태주는 엄마, 아빠의 사진 앞에 서서 여느 때처럼 그저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 잘 지켜줘서 감사하다며 마음을 전하고 올해의 포부를 밝혔다.
옆에 실제로 아빠가 있어서 좀 쑥스러웠지만 말이다.
태주의 뒤에서는 고모가 차용석에게 신나서 말하고 있었다.
“우리 오빠랑 새언니가 용석 씨를 봤으니, 그래도 마음이 놓이네요.”
“그래요? 좋은 말씀 해주셨겠죠?”
“글쎄요, 그건 모르겠어요.”
잔뜩 기대하는 차용석에게 장난스럽게 응수하는 고모.
그때, 뒤돌아선 태주는 홀연 듯 드는 외로움에 우뚝 서버렸다.
용석이 형, 고모, 그리고 그들 사이의 태희.
그 모습이 너무나도 완벽해서 자신이 낄 자리가 없는 것 같았기에.
그들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다만,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당황스러울 뿐.
[태주야, 괜찮아. 아빠가 옆에 있잖아.]포근히 그를 감싸오는 아빠의 말에 태주는 고개를 돌렸다.
‘아빠가 있다고요? 영원히 있을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 해도 되는 거예요?’
사실은 이렇게라도 아빠를 봐서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반대의 말이 나와 버렸다.
그동안 부모님을 보고 싶었던 마음을 꾹꾹 참았던 게 설움이 된 걸까.
아니면, 자신의 연기를 인정해 주지 않는 아빠에 대한 서러움이 폭발한 걸까.
‘애초에 아빠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빠에 대한 기대도 없었을 테고. 이런 실망감도 느끼지 않았을 텐데.’
혼란스러운 기분의 태주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왜 아빠는 이제야 나타난 거예요?’
[어…, 어?]투정과 설움으로 가득한 태주가 진심을 내뱉었다.
‘아예 나타나지를 말지. 왜 내 주변에 맴돌아서 애써 메꿔놨던 마음에 구멍이 뚫리게 하냐고요.’
갑작스레 튀어나온 말에 공기가 얼어붙은 순간.
본심이 아닌 말을 내뱉은 태주도, 그런 그를 이해하는 아빠도 둘 다 침묵을 지켰다.
[태주야, 아빠는 다 이해해. 그러니까….]먼저 용기를 낸 건 아빠였다.
홱.
하지만 이미 어색해진 태주는 아빠를 피해버렸다.
추악한 마음을 아빠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부모님 없이도 고모와 태희랑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구멍을 메꾼 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래간만에 나타난 아빠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버렸다.
속상한 태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결국 멈춰 섰다.
주차장에 다다라 다들 차에 타려는 그때.
“다들 먼저 가세요. 저는 급히 가볼 데가 있어서, 놀이공원에는 동행 못 할 것 같아요.”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태주의 마음이 굳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가족들이 알 리가 없다.
태희는 태주를 껴안았고, 고모는 당황한 듯 태주를 만류했다.
“태주야, 같이 저녁은 먹고 가지 그래.”
“아니요, 저 약속 있어요.”
“약속? 약속 없다고……”
“있어요.”
단호한 태주의 말에 차용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주의 스케줄이라면 자면서도 줄줄 외울 정도였기에, 그가 모르는 약속이 있을 리 없었다.
아니면, 혹시 연애?
그래서 이렇게 숨기는 걸까?
차용석은 황급히 머리를 굴렸다.
“그럼 인우 붙여줄게.”
“괜찮아요. 나중에 집에서 봬요.”
[태주야, 같이 가!]‘형도 여기에 있어요. 아빠랑 같이.’
고모의 차를 탄 태주가 쌩, 하니 사라진 그때.
엄마의 손을 잡은 태희가 동그란 눈망울을 깜빡였다.
“오빠 왜 갑자기 가요?”
“모르겠다, 엄마도….”
하지만 한유경은 마음속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건 뒤에 남은 한재경도 마찬가지였다.
이마를 짚은 그에게 이중협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가왔다.
[태주 저 녀석, 갑자기 왜 저러는 겁니까? 당신한테 화내는 것 같던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다 내 잘못인 거죠. 괜히 애 앞에 나타나서는…….] [안 그래도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이중협이 그를 향해 의문이 담긴 눈동자를 마주했다.
[당신한테는 아무런 악의도, 집착도, 한도 느껴지지 않아요. 도대체 당신이 구천을 떠도는 진짜 이유가 뭡니까?] [세상에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고요.]입술을 깨물던 한재경이 중얼거렸다.
[저는 그저 태주가 잘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 두 눈으로, 똑똑히…….]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