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월드 스타의 길 (1)
레드카펫을 걷는 태주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었다.
수많은 시선, 플래시, 관심이 그에게 향하는 것에 전율이 돋았다.
런던에 오는 건 두 번째.
제법 익숙해졌을 것이라는 태주의 기대와 달리, 지금 그의 심장은 쿵쿵거리며 뛰쳐나갈 것 같았다.
그때는 앤디와 함께 단편영화를 촬영했을 뿐이지만, 지금은 영화제에 참석하러 온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이 적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환호하는 함성이 귀를 먹먹하게 했다.
“데스 게임에 나온 배우야!”
“여태껏 본 한국 배우 중에 제일 멋져!”
“So Gorgeous!”
여기저기서 들리는 찬사가 그에게로 향하는 이때, 태주는 옅은 미소로 그들에게 화답했다.
[왜 그렇게 굳어 있냐? 긴장했어?]이중협이 그에게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던졌다.
‘그저 연기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이런 따뜻한 관심을 받는 게 과분한 것 같아서요.’
[또 그 겸손병 도졌네, 에잉.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즐기면 된다니까. 네가 좋은 배우니까 사람들이 네게 관심을 두는 거니, 너는 응당 이런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그때, 태주를 물끄러미 보던 한재경의 눈가가 흔들렸다.
[태주야. 좀 잘난 척도 하고, 너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네?’
태주가 당황스런 얼굴을 들었다.
아빠가 이런 말을 하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한재경은 아들과 굳건한 눈동자를 마주쳤다.
[너는 너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넘치는 배우야.]그 말에 태주의 머리는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겸손의 미덕은 태주가 아역배우 시절부터 아빠가 늘 강조, 또 강조하던 거였다.
그래서 아빠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새삼 생소했다.
그리고 여태껏 아빠와 자신 사이에 가로막혔던 유리 벽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도 아빠만큼은 자신에게 늘 엄하게 대했었다.
그렇기에 아빠를 정말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애증이 있던 태주였다.
조금 놀랐는지, 머릿속이 멍해서 어쩔 줄 몰랐다.
좋기도, 묘하기도 한 이 기분은 그가 포토월에 섰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데스 게임’의 주역으로 한껏 유명세를 치른 그에게 셀 수 없는 플래시가 터졌다.
그가 영화 ‘광대’ 팀과 함께 인터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영국 언론들까지 그를 취재하기 위해 발걸음한 건 아마 ‘데스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영화 ‘광대’는 작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수상한 적 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인데요.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태주에게 온 질문에 옆에 있던 이탁원 감독이 씩 웃었다.
“‘한태주의 힘’이라고 말해.”
“네?”
“솔직히 맞잖아, 태주 씨가 여러 배우를 이끄는 앙상블이 없었다면 이 작품, 이렇게 조화롭게 나가지 못했어.”
그 말을 들은 태주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시나리오, 연출, 연기력. 이 삼박자가 다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저희 영화는 특히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좋았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한태주 씨가 주연으로 출연한 베일릭스 드라마, ‘데스 게임’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질문하던 BTC 월드 와이드 프로그램 기자가 태주와 눈을 맞추었다.
“지금 이 시각, ‘데스 게임’은 베일릭스 월드 랭킹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태주 씨의 현재 심경이 궁금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그에게 집중한 순간.
태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잘 되는 건 배우의 손을 떠나 하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태주 씨의 연기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연기에 끌린 시청자들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 연기를 좋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한, 오늘 영화제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오신 분들은 ‘광대’에서 저의 또 다른 연기를 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연스럽게 화제를 영화 ‘광대’로 돌리는 태주의 말솜씨에 리포터는 씩 웃었다.
역시 한태주는 보통 배우가 아니었다.
* * *
동 시각, 화음픽쳐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던 모황국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온 이덕량이 그런 그를 발견했다.
모황국이 보고 있던 컴퓨터 화면에는 베일릭스 월드 랭킹이 떠 있었다.
당연히 그의 시선이 향한 건 2위를 차지한 ‘데스 게임’.
“아이고, 아직도 베일릭스 보세요? 원래 이런 순위 같은 거 집착 안 하셨잖아요?”
“그러게, 내가 좀 변했나 봐.”
모황국이 잔뜩 상기된 얼굴을 흔들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아직도 분간이 안 가니까. 그래서 그냥 이 순간을 즐기려고.”
“감독님, 그 순간 즐기다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겠어요. 지금 저희한테 들어온 인터뷰만 몇 건인 줄 아십니까? 해외 일정 들어온 건 또 몇 건이고요.”
이덕량은 자리에 털썩 앉아 메일함을 확인했다.
한국 언론사들의 인터뷰는 물론, 해외 유수의 언론사들에서도 인터뷰 문의가 온 상황.
이덕량 또한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메일을 한참 동안 읽던 그는 문뜩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다.
“지금 태주 씨, 런던에 나가 있잖아요. 외국에서 무슨 느낌을 받고 있을까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체감하는 인기보다는 좀 덜하겠죠?”
“덕량 씨, 무슨 소리야. 한국에서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을걸.”
모황국이 기대에 찬 눈길을 반짝거렸다.
“지금 영어권에서도 2위로 올라섰잖아. 1위로 올라서는 건 시간 문제라고 아까 베일릭스 박숭원 본부장이 그랬다고.”
“그럼…….”
“런던 일정 소화하는 동안, 태주 씨는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될 거야.”
“그럼 언론의 집중포화를 가장 먼저 경험한 건 태주 씨겠군요.”
턱을 괴며 생각하던 이덕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 씨는 누구보다 ‘데스 게임’에 진심인 배우였으니, 현 분위기를 잘 이어갈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 * *
다음날, 오전.
런던 국제영화제 행사 본부.
그들은 쏟아지는 전화로 쉴새 없이 바쁘던 중, 겨우 숨을 돌리는 틈을 타 수다를 떨었다.
“매년 영화제 진행하지만,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에요.”
“이게 다 한태주 효과지.”
각진 턱을 쓸어올리던 남자가 눈을 반짝였다.
“한태주 한번 보러 오려는 관객들이 넘치도록 많으니까.”
“안 그래도 지금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광대 GV 남는 표 어떻게 구할 수 없냐고.”
“서서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행사 담당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원래 국제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를 보기 위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건 처음이다.
그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한태주 때문이고.
그가 출연한 ‘광대’는 자막이 없는 한국 영화였지만, 모든 표가 매진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태주 인기가 엄청나네.”
“지금 ‘데스 게임’으로 한창 핫한 배우잖아요.”
“지금은 해외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때, 사무실에 들어온 팀장이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영화 ‘광대’ GV, 한 타임 더 늘리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아 둬.”
“한 타임 더요? 와, 관객들 정말 많이 오나 보네.”
“많이 오는 정도가 아냐.”
팀장이 부리부리한 눈을 번쩍 떴다.
“여태껏 영화제에서 본 적 없는 엄청난 규모라고.”
“그럼 오늘 저녁에 있는 ‘광대’ GV도 볼만하겠네요.”
“장난 아닐 거야. 원래 ‘광대’ 팬들도 많은 데다가, 그 시간에 한태주가 나온다는 말에 다들 혈안이 되어있거든.”
* * *
그날 정오.
런던의 한 노천카페에서 태주는 우성림과 황유나를 만났다.
런던에 오자마자 태주에게 연락을 한 그들이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
여유 시간을 이용해 막간 인터뷰를 진행한 우성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는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시간을 더 냈어야 하는 건데, 너무 짧은 시간만 내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태주 씨한테 감사해요. 지금 한국 완전 난리 났거든요. 태주 씨 인터뷰 따려고 다들 혈안 되어있을 텐데….”
“저를 보러 와주신 우성림 기자님과 유나만큼이나 정성을 들이시는 분들은 없죠.”
태주의 능글맞은 미소에 우성림은 피식거렸다.
“하긴, 우리가 태주 씨한테 좀 적극적이긴 하죠?”
옆에서 덩달아서 웃던 황유나에게 태주가 물었다.
“이제 한국으로 가는 거야?”
“아니요. 런던 온 김에, ‘광대’ GV도 참석하고 가려고요. 이번에 해외 관객분들의 반응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들어서, 얼마나 많은지 체감도 할 겸.”
그 말에 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궁금하던 참이야. 전 좌석 매진됐다고 해서, 오늘 있을 GV가 기대 돼.”
그때, 우성림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그 전에 BTC 생방송 인터뷰가 있지 않으세요? 아까 박인우 실장님께 들었어요.”
“맞아요. 오늘 오후 4시 즈음에 한 시간 정도 방송할 것 같아요.”
“이야, 태주 씨 엄청나게 바쁘겠어요. 생방송에 저녁때는 GV까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져서 어쩌나.”
“많기는요. 이곳이 한국도 아니고, 저는 여기서 신인이나 마찬가지죠.”
“그 의견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성림이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우리가 카페에서 인터뷰 진행하는 동안 기웃거린 사람들만 몇 명인 줄 알아요? 유나야, 너도 봤지?”
황유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저기에 태주 오빠 사인받으려고 기다리는 줄 생겼어요.”
그 말에 태주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힐끔거리다, 태주와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온다.
그들의 손에 셀카를 찍을 핸드폰, 사인을 받을 종이가 들려 있는 건 덤이다.
“한태주 씨? 셀카 좀 찍을 수 있을까요?”
“네, 이리 오세요.”
쑥스러워할 줄 알았던 태주가 능숙하게 팬들을 대하자, 황유나는 뒤에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와, 저렇게 보니까 선배…. 진짜 연예인 같아요.”
“초특급 연예인이지, 저런 스타도 없어.”
우성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저렇게 인간미 넘치는 스타도 없다. 진짜 한태주는 오래 갈 거야.”
* * *
저녁 4시.
태주는 한껏 긴장된 채 BTC 방송국에 들어섰다.
오늘 그는 BTC 월드 와이드 프로그램 토크쇼에 단독 게스트로 초청되었다.
런던 국제영화제에 오른 영화 ‘광대’, 그리고 베일릭스에서 흥행 중인 드라마 ‘데스 게임’ 등등에 출연한 한국 톱스타의 한태주의 연기관을 주로 다룰 예정이었다.
생방송으로 방송되기 때문에 태주는 한껏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고 머리는 가지런히 뒤로 넘긴 180cm가 훌쩍 넘는 청년의 등장에 다들 시선이 쏠렸다.
옆에 있던 박인우는 그들의 경이로운 눈길에 자기가 더욱 자랑스러운 듯했다.
그리고 그건 같이 따라온 이중협과 한재경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애가 참 때깔이 좋다니까, 잘생겼어요.] [절 닮아서 인물 하나는 참 좋죠.]그 말을 들은 태주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두 아저씨의 주접에 그는 긴장감이 풀어져 버렸다.
마이크를 차고 자리에 앉아 큐시트를 확인하던 도중, 하얀 원피스를 입은 동양인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바쁘신 일정임에도 이렇게 방송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더 감사하죠. 한태주 씨를 단독으로 인터뷰 자리에 모신 건 저희가 처음이라고 들었거든요.”
큰 눈을 반짝이는 그녀는 태주에게 열렬한 시선을 내보였다.
“태주 씨 덕분에 저기 팬들도 많이 보이고요.”
그녀의 손길을 따라가 보니 스튜디오의 유리창 너머에 수많은 구경꾼이 서 있었다.
팬들과 스텝들, 기자들이 자신이 녹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점이 마치 보이는 라디오와 비슷했다.
태주가 손을 흔들자 사람들이 꺄악거리며 똑같이 손을 흔들었다.
왠지 그곳에 황유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얼마 후, 본격적인 녹화에 들어간 그때.
간단한 인사를 한 MC가 제작진으로부터 종이를 건네받더니, 큰 눈을 태주에게 고정했다.
“일단, 축하부터 드려야겠어요.”
MC가 태주에게 환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방금 영국 베일릭스 랭킹에서 ‘데스 게임’이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