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윌드 스타의 길 (8)
* * *
동 시각, 한국.
경기도 인근의 촬영장에서 화보 촬영을 하고 있던 태주는 갑작스러운 것투성이였다.
갑자기 선플라워 프로덕션 제작자인 그렉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지를 않나.
대뜸 옆에 ‘토미 로즈’ 쇼의 진행자이자 제작자인 토미가 있다며 전화를 바꿔주지를 않나.
갑자기 그가 자신을 쇼에 초대하지를 않나.
“무슨 일이야?”
어느새 옆에 다가온 박인우.
태주는 ‘그렉’이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흥분한 듯한 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전에 저희 제작사에서 당신 회사로 연락이 간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음 주에 ‘데스 게임’ 관련해서 한 회를 통째로 특별회차로 구성할 예정이거든요. 미국에서도 ‘데스 게임’의 인기가 무척이나 대단합니다. 그래서 한태주 씨를 꼭 한번, 직접 스튜디오에 모시고 싶습니다.
스피커 폰으로 같이 듣고 있던 박인우가 입을 비죽였다.
“처음에는 원격 출연을 제안하더니, 갑자기 직접 출연으로 바뀐 이유가 뭐지?”
태주가 ‘쉿’하고 손 모양을 만들더니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그럼 저뿐만 아니라 심요연 씨, 채이진 씨까지 같이 초대해 주시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 그건…….
“저희 데스 게임을 보신 분이라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 저희 3인방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그러니 시청자분들도 저희 세 명이 동시에 출연하는 것을 보다 원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럼, 저희 매니저 바꿔드리겠습니다.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토미가 뭐랄 새도 없이, 태주는 박인우에게 전화를 넘겼다.
저기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메이크업을 다시 해주던 스태프들은 궁금한 듯 물었다.
“태주 씨 진짜 영어 잘하던데요? 아까 영어로 솰라솰라 멋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그들의 궁금증에 태주는 눈을 찡긋했다.
“좋은 일이에요. 그 정도로만 말씀드릴게요.”
“에이, 태주 씨! 힌트 좀 주지!”
그때, 저쪽에서 통화하던 박인우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Oh, yes!”
유창한 영어로 빠르게 말하는 탓에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통화의 기류가 무척이나 긍정적이라는 것.
* * *
다음날, 베일릭스 한국 지사.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 안, 너른 회의실.
여러 직원과 함께 박숭원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영상 회의를 진행 중이다.
“데스 게임이 2주 넘게 월드 랭킹 1위를 장기집권하는 이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단독 인터뷰를 땄다고 들었습니다.
“네, 한태주 씨가 단독으로 초청되어 ‘데스 게임’ 관련해서 인터뷰했었죠. 그리고 지금 외국에서도 ‘데스 게임’과 관련된 쇼 출연 제안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운 베일릭스 본사 본부장이 씩 웃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 쪽에서도 데스 게임 관련해서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니 그쪽에서도 혜화에서 했던 것처럼. 한태주, 심요연, 채이진 이렇게 세 배우를 초청해서 ‘데스 게임’ 관련 행사를 진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뉴욕 베일릭스 본사에서 진행하는 겁니까?”
-네, 3일간 진행하는 거로 생각 중입니다.
“그럼 저희가 그 세 배우의 소속사인 넥스트 엔터테인먼트에 출연 제의 전달하겠습니다.”
-전달하는 김에, 일정을 넉넉히 잡으라고 전해 주세요. 그 세 명, 예능에도 출연해야 할 테니까요.
“예? 세 명, 모두요?”
-한태주란 배우, 통이 크더군요. 처음에 토미 로즈 쇼에서 자기 단독으로 초청하겠다는 걸, 드라마 주연 삼인방 특집으로 하자고 역으로 제안했답니다. 제작진 측에서도 한태주의 제안이 더 낫다고 판단해,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면 너머의 베일릭스 관계자가 푸른 눈을 반짝였다.
-웬만해서는 자기만 스포트라이트 받으려는 게 스타들의 욕심인데, 한태주는 그릇이 다르더라고요.
“어쩐지, SNS상에서 ‘데스 게임’ 출연진들이 토미 로즈 쇼에 출연한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그게 그렇게 반응이 좋습니다.”
-한태주가 대중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거죠.
본부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예능에 배우들이 나옴으로써 우리 ‘데스 게임’도 다시 한번, 화력이 타오르겠군요.”
* * *
그날 오후,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실에서 태주와 차용석이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차용석은 일전에 토미 로즈 쇼 측에서 태주에게 직접 연락한 것을 박인우를 통해 알고 있었다.
“이것 참, 토미 로즈 쇼는 웬만해서 출연자 명단을 바꾸지 않는 거로 유명한데….”
자신을 힐끔거리는 차용석에게 태주가 씩 웃었다.
“그쪽에서 저하고 심요연 선배님, 이진 씨를 직접 쇼에 초청한다고 확정했어요?”
“응, 모두 초청한대.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 얘기 좀 해봐.”
태주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젯밤에 화보 촬영하고 있는데, 그렉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선플라워 프로덕션 제작자?”
“네. 그분이 토미 로즈하고 친분이 있는데, 나하고 토미하고 영상 통화를 시켜주더라고요. 직접 뵌 김에 말씀드렸죠, ‘데스 게임’은 우리 삼인방 케미가 좋으니까 셋 다 초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 말에 차용석이 혀를 찼다.
“하여튼 패기로운 녀석. 미국 국민 토크쇼에 초청받았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출연하는 것도 모자란대. 네가 그쪽하고 출연자 딜을 했다고?”
“제가 적극적으로 들이민 덕에 이렇게 셋이서 출연할 수 있게 됐잖아요.”
태주가 느긋하게 앞에 있던 차를 들이켰다.
“원래 인생이라는 건 도전하지 않고는 무엇도 없을 수 없는 법이라고요.”
“하하……. 진짜 다 너 덕분이네. 그리고 그 주에 미국 간 김에, 베일릭스 관련 행사들도 다 참석하게 될 거야. 그리고….”
차용석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손을 비볐다.
“사실, 너한테 ‘루이스 모드’ 쪽에서 앰배서더 제의가 들어왔거든. 조만간 뉴욕에서 패션위크가 열리잖냐, 거기 초대장도 보내 줬더라. 루이스 모드 대표가 자기하고 한번 만나자면서.”
태주가 놀랍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아벨’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고급 명품의 대명사에서 자신에게 웬 제의가?
“혹시 네가 ‘보드레’ 모델이라고 해서 ‘루이스 모드’ 모델을 안 하겠다는, 그런 망언은 하지 마라.”
태주의 마음을 짐작한 듯한 차용석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제의 들어온 건 ‘루이스 모드 코리아’가 아니라, ‘루이스 모드 하우스’ 앰배서더니까.”
한국 지사가 아닌, 글로벌 모델로 들어온 제의.
그 말에 태주의 눈이 번쩍였다.
“영광스럽기도 하고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하나 궁금한 건, 제게 어떻게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가 떨어지게 된 거예요?”
“창립자가 널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더라.”
“창립자?”
“그래, 루이스 모드에서 ‘루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찰스 루이스 말이야. 너한테 푹 빠졌다나 봐.”
차용석이 재밌다는 듯 킬킬거렸다.
“원래 디자이너들은 자기 뮤즈한테 꽂히면, 그대로 직진하는 법이거든.”
* * *
며칠 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이 ‘노블’ 잡지를 함께 보고 있다.
들뜬 시선의 아이들이 잡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델은 바로 한태주.
파리에서 ‘노블’ 팀과 함께 찍었던 일상 속 사진들이 실렸던 탓이다.
잡지에는 태주가 호텔 발코니에서 밖을 내다보는 모습, 패션쇼에 참석한 모습, 센 강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 등등 다채로운 모습이 담겨있었다.
“우리 오빠 멋있지?”
엄마가 가져다준 잡지를 가져온 태희가 자랑스러운 듯 친구들에게 말하는 이때.
5학년 같은 반 친구들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멋있어!”
“태주 오빠는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
“태희 진짜 부럽다. 집에 가면 태주 오빠를 볼 수 있는 거잖아.”
친구들의 그 말에 태희는 한껏 어깨가 올라가면서도 동시에 시무룩했다.
“오빠가 바빠서 나도 요즘에는 자주 못 봐.”
“정말?”
“그래도 밤에 잘 때는 오빠가 와서 굿나잇 뽀뽀해줘!”
한껏 자랑스럽다는 태희에게 옆에 있던 친구가 입술을 비죽였다.
“그래봤자 태주 오빠는 우리 팬들을 더 좋아해! 팬클럽 사이트에 태주 오빠 좋아한다고 올렸더니 오빠가 답장도 해줬단 말이야.”
그 말에 태희가 갑자기 울컥했다.
오빠가 팬사랑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애정을 표하는 건 왠지 싫었다.
태희는 괜히 친구들에게 짜증을 냈다.
“아니야, 우리 오빠는 날 더 좋아하거든? 태주 오빠는 내 거야!”
짝꿍인 송도준은 그런 태희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태주 형은 만인의 연인이야.”
“뭐야, 그게.”
“원래 연예인은 만인의 연인이라는 말, 몰라?”
똑똑한 태희가 그 말은 모른다는 듯 큰 눈을 찡그렸다.
송도준은 이때다, 싶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원래 배우는 자신의 연기로 대중들을 매혹시키는 직업이라고.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태주 형은 그 엄청난 연기력으로 여러 대중을 매혹시켰어. 그러니까 만인의 연인이지.”
“아, 몰라. 난 그런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어.”
머리를 흔들던 태희가 옆에 있던 친구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런데 태희야, 우리 언제 너희 집에 초대해 줄 거야? 태주 오빠 직접 보고 싶어!”
“오빠 요즘에 엄청 바빠. 나도 잘 못 만나는데 너희가 어떻게 만나.”
태주를 생각하자 태희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요즘 태주 오빠보다 그의 매니저인 용석이 아저씨를 더 많이 보는 게 현실이다.
오빠는 요즘에 베일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데스 게임’ 홍보와 언론 인터뷰 때문에 쉴 새 없이 바쁘다.
용석이 아저씨 말에 따르면 미국 인기 토크쇼에까지 초대받았다고 했다.
“나도 정말 보고 싶은데, 잘 못 본단 말이야….”
태희의 울상이 된 얼굴에 친구들은 화들짝 놀라 안아주기 바빴다.
그리고 옆에서는 송도준이 인생 2회차인 듯 달관한 말을 내뱉었다.
“원래 스타는 늘 바쁜 법이라니까. 특히 태주 형같이 글로벌 스타인 경우는 앞으로 더더욱 바빠질걸.”
* * *
다음날, 이른 아침.
오전 7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제일 먼저 회사에 출근한 건 차용석.
넥스트 엔터의 대표직에 오른 후, 누구보다 먼저 사무실에 도착하는 그였다.
배우들을 잘 이끌려면 자신부터 게으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가 아침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건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사무실 앞에 놓여 있는 종이 신문을 읽는 것이다.
“역시 종이 신문은 나름의 클래식한 미가 있다니까.”
그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차근차근 신문을 읽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던 그때, 그의 휴식을 방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띠리링.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건 상대는 바로 박인우였다.
“뭐야, 아침부터?”
-대표님, 지금 인터넷 보셨어요? 한국일보에서 올라온 기사예요!
“한국일보? 거기랑 우리랑 무슨 관계…”
-태주 관련된 기사를 냈어요!
그 말에 얼굴이 창백해진 차용석은 서둘러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시사면’ 1면에서 발견한 태주의 이름.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