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이슈 메이커 (2)
* * *
“곧 리허설 시작합니다! 미스터 버터플라이, 준비됐죠?”
마스크 스타의 피디, 마이크가 무대 위 나비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나비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곧이어 오늘 부를 노래, ‘My life’ MR이 흘러나왔다.
그때, 팔짱을 끼고 태주의 노래를 감상할 준비가 된 마이크의 곁에 찾아온 이가 있었으니.
“어라, 진짜 왔네.”
주안이었다.
“내가 온다고 했잖아.”
“그만큼 출연자 구하는 데 급급하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시즌 4에 출연할 좋은 출연자를 구하기 위한 피디의 노력이라고 해 두지.”
“‘영스터 뮤지컬’ 이름값이면 다들 냉큼 달려들 텐데. 뭐가 그렇게 초조해? 시즌 3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잖아.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 로저 싱클레어가 주연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하하.”
주안이 무언가 숨기는 듯 애써 여유로운 듯한 미소를 짓는 그때.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세트장을 가득 울렸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모두가 멍하니 노래 부르는 이를 쳐다보았다.
마이크를 쥔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는 게, 마치 관객을 홀리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자.
주안이 급한 발을 굴렀다.
“마… 마이크, 저 사람 가수야?”
* * *
리허설을 만족스럽게 마친 태주.
‘My life’는 옛날 노래임에도 그 정취를 잘 실은 것 같았고, ‘유토피아’는 수없이 들었던 애창곡인 만큼 자신 있게 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자, 자신을 보는 주변의 시선에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다행히 자신만 만족스러운 무대는 아닌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내미는 엄지척, 그리고 브라보 등이 들려왔다.
‘휴! 리허설인데도 긴장되네요. 영어 노래라 솔직히 긴장 많이 했거든요.’
[나도 네가 1940년대 노래한다길래 좀 긴가민가했어. 너무 올드할까 봐.]이중협이 능글맞은 눈을 찡긋했다.
[그런데 노래를 하도 감동적으로 해서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릴 뻔했네.]그때, 그에게 후다닥 달려와 접근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태주를 잡고 열정적으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주안 산토스라고 합니다. XTV에서 방영 중인 ‘영스터 뮤지컬’ 총감독 맡고 있고요. 저희 쇼에 출연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짜고짜 자기소개와 출연 제의를 하는 라틴계 남자에게 태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심지어 눈앞의 남자는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눈을 번뜩이기까지 했다.
그때, 마치 사냥감을 포획한 듯한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이가 있었으니.
“저와 얘기하시죠. 한태주 씨 매니저입니다.”
박인우가 보디가드마냥 든든하게 태주를 지켜주었다.
* * *
얼마 후.
태주는 대기실로 돌아와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어폰으로 곡을 들으며 몇 번이나 연습했을까.
그의 시선이 저쪽 구석에서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박인우에게 향했다.
조금 전 주안 산토스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상기된 얼굴로 돌아온 그였다.
[아까 그 주안이라는 남자, 어떻게 된 거래?]‘저도 모르겠어요. 인우 형이 말을 안 해줘서요.’
[에잉, 인우 그 녀석은 네 스케줄이라면서 너한테 공유도 안 한단 말이야?]‘지금은 녹화에 집중할 시간이라면서, 끝나고 알려주겠대요. 일단은 형 말대로 지금은 집중하고, 나중에 물어보려고요.’
태연한 척하는 태주였지만 자꾸만 박인우에게 시선이 갔다.
한껏 흥분된 얼굴을 한 그는 지금 핸드폰으로 빠르게 문자를 치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이따금 힐끔거리는 게, 자신과 연관된 일인 건 확실하다.
알 수 없는 혼란으로 점철된 이때, 스태프가 문을 왈칵 열었다.
“한태주 씨, 들어가시겠습니다.”
태주가 벌떡 일어나자 옆에서 박인우가 다가와 속삭였다.
“자신 있게 하고 와.”
“그것보다, 아까부터 자꾸 핸드폰 만지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무대 마치고 오면 말해준다니까.”
눈을 찡긋하던 박인우가 어이없어하는 태주를 보며 덧붙였다.
“지금은 네가 들으면 기분 좋아질 일이라는 것, 그것만 알려줄게.”
스태프를 따라 무대로 향한 태주.
거대한 노랑나비가 무대에 등장하자 주변에서 ‘와-’하는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관중으로 구성된 일반인 판정단도, 유명인들로 구성된 연예인 판정단도 다들 태주에게 집중하는 순간.
태주는 저 멀리서 또렷한 소리로 수다를 떠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비 의상이 정말 화려한데요? 오늘 부를 노래도 신나는 노래 아닐까요?”
“왠지 그럴 것 같아요.”
그 말에 태주가 가면 속에서 피식, 웃었다.
전주가 나오자 이중협이 그의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파이팅!]태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 * *
환한 조명 속 빛에 반사되는 나비의 날개가 찬란하게 빛나는 그때.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는 묵직한 목소리에 다들 눈이 왈칵 커졌다.
“When the end is near, don’t worry. I will be there for you.”
화려한 의상과 대비되는 담담한 음색에 관중이 술렁거렸다.
“이 노래, 엄청 옛날 노래 아닌가?”
“1940년대 노래로 알고 있는데요.”
“나이 든 사람인가? 인제 보니 목소리도 중후한 게 옛날 가수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좀 낡은 노래 아닌가? 클라이맥스가 강력한 노래도 아니고. 좀 심심하네요.”
“저기 가면 속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이기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군요. 아니면 이길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
화려한 의상과는 대비된 덤덤한 노래에 연예인 판정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관중들이 노랑나비의 노래에 빠져든 건 한순간이었다.
밤하늘의 별이 홀로 빛나는 것처럼 외로워 보였지만, 동시에 노래를 전개해가는 따뜻함이 관중을 사로잡았다.
“You won’t be alone, my dear. I will always be on your side~”
한 소절, 한 소절 정성 들여 부르는 노래에 사람들이 눈을 감았다.
점차 제각기 감정에 젖어 들었다.
어떤 이는 가사에, 어떤 이는 포근한 음색에 황홀함을 느꼈다.
널찍한 세트장이 노란 나비가 온 마음 다해 부르는 노래로 가득 차던 순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올드한 노래라 비웃던 사람들도 한껏 무대에 귀 기울여 집중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감미롭게 울려 퍼질수록 그들의 눈은 점점 깊은 감정으로 일렁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한구석에는 강한 호기심이 번뜩였다.
“도대체 저 남자, 누구지?”
“If you cannot find a way, then find me. I will be your way~”
마지막 소절을 끝으로 태주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무대가 드디어 끝났다.
처음에는 앙투안 모드의 추천으로 접한 곡.
그저 옛날 명곡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이 곡을 연습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특히 길을 못 찾겠다면, 함께 찾으면 된다는 가사의 내용이 힘이 되었다.
그때, 이중협이 그의 옆에서 조그맣게 말했다.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 태주야.]태주가 지그시 눈을 뜨자.
세트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박수와 환호성, 휘파람이 그의 귀를 가득 채웠다.
무대에 완전히 몰입했던 태주가 현실로 돌아왔다.
그제야 그는 눈앞의 광경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뜨겁게 열광하며 자신을 향해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브라보!”
열띤 환호를 뒤로한 태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무대에서 내려와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태프들이 그를 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Fantastic!”
“나 울 뻔했잖아요, 진짜! 그런 옛날 노래로 날 울리다니, 대단해요.”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태주의 입가에는 재밌다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들 하는 소리가 똑같네. 구닥다리 노래를 두고 이렇게 감동할 줄은 몰랐다고. 혹시 이런 반응을 노린 거냐, 태주야?]‘뭐, 아니라면 거짓말이죠. 솔직히 저는 나중에 가면 벗고 제 정체 확인할 때가 더 기대되지만요.’
어깨를 으쓱한 태주가 이중협과 장난스러운 시선을 마주쳤다.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요? 한국인이 미국 국민 가곡을 맛깔나게 부를 거라고?’
[흐흐, 그건 그래.]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다음 무대가 시작됐다.
태주와 1라운드에서 맞붙게 되는 미스터 애벌레의 무대였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판은 1라운드에서 각자의 무대를 펼치고, 더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2라운드에 올라가는 형식이다.
‘와, 록(Rock)으로 편곡했네요. 진짜 음 높게 올라간다.’
백스테이지까지 쩌렁쩌렁 들리는 힘찬 노래에 태주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헤, 벌렸다.
그러자 카메라맨이 그런 그를 화면에 가득 담았다.
한순간이라도 그를 놓치기 싫다는 듯이.
* * *
잠시 후.
“미스터 버터플라이, 미스터 웜을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던 태주는 곧이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아까는 노래에 집중하느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눈에 들어왔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
평가단에 앉아있는 낯설고도 익숙한 유명인들.
그들 중에서 태주는 일전에 루이스 모드 패션쇼에서 만났던 이를 기억해냈다.
‘저 사람, 미첼 커티스 아니에요? 호주 출신 가수?’
[금발 곱슬머리 보니까 기억나네.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너 보는 것 같은데?]이중협의 말대로 미첼은 아까부터 태주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태주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그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난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누군지 알 것 같네요.”
그 말에 평가단이 난리가 났다.
“벌써요?”
“누군데요?”
“로저 싱클레어.”
미첼이 오만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친한 친구의 목소리를 내가 모를 리 없죠. 그리고 그 친구는 예전부터 뮤지컬을 해서 노래가 아주 탄탄해요. 마치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노래했던 창법처럼 말이죠.”
“오호. ‘영스터 뮤지컬’ 드라마에서 보여준 노래 실력을 보면,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로저 싱클레어가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음색이 조금 다르지 않아요?”
“내 친구예요, 누구보다 내가 잘 압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애벌레가 크흡, 고개를 숙이는 그때.
MC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큐카드를 들어 올렸다.
“지금 제 손에는 두 분 중 누가 이겼는지, 그 결과가 들려 있습니다. 과연 이 무대를 떠나는 자는 나비일까요, 애벌레일까요. 지금 발표하겠습니다!”
그 말에 태주는 이제 완전히 긴장을 놓아 버렸다.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노래를 완벽히 소화하고자 노력했다.
남은 건 가면을 벗고 홀가분하게 무대를 떠나는 것뿐이다.
“30표 차로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이겼습니다!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무대를 떠나 다음 무대를 준비해 주세요!”
그런데 MC의 활기찬 결과 발표에 태주가 당황했다.
‘이게… 이게 아닌데?’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