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이슈 메이커 (5)
* * *
독립영화 시사회를 다녀온 후.
태주는 예정되어 있던 만남을 가지러 ‘스튜디오 S’로 이동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마범수 대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이고, 우리 월드 스타 한태주 씨! 이제 정말 범접할 수 없이 빛이 나는군요.”
“쑥스럽게 왜 그러세요.”
“명품 모델에 ‘데스 게임’으로 모르는 사람 없는 월드 스타인 건 사실이잖아요. 이런 사람을 우리 드라마의 주연으로 캐스팅했다니, 정말 흐뭇하네요, 흐흐.”
마범수는 태주가 대견스러워 죽겠다는 시선을 줄곧 내보였다.
현재 업계에서 한태주를 잡고 싶어 안달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 ‘데스 게임’으로 한껏 부상한 그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굿맨’으로 한태주를 잡은 마범수는 기분이 좋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바쁜 스케줄 와중에도 작품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한태주가 기특했다.
“인어 왕자가 N사에서 밀어주는 웹툰인가 봐요?”
“그만큼 매출이 나오니까요.”
마범수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이번에 태주 씨를 인어 왕자로 캐스팅해서 광고를 한편 찍으려고요. 정확히 말하면 실사화 광고랄까.”
“1화의 목소리 연기 때문에 절 캐스팅하신 건가요?”
“독자분들이 다들 인어 왕자는 태주 씨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요. 아, 그런데 태주 씨, 몸은 좀 잘 만들어 놓으셨나? 인어 왕자는 상의를 탈의한 상태라고 하던데.‘
태주가 자신의 딱딱한 배를 만져보며 웃었다.
“몸은 항상 준비되어 있죠. 용석이 형 말대로 평소에 운동하기를 잘했네요.”
업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진행되는 대화는 곧이어 드라마 오디션으로 흘렀다.
“다음 주에 드라마 오디션 개최하신다고 하셨죠.”
“네. 태주 씨가 심사위원으로 자리해 여러 배우의 연기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대표님, 그것 보다…….”
태주는 뉴욕에서부터 줄곧 고민한 생각을 꺼내놓았다.
“제가 조연출로 변장해서, 여러 배우와 대사를 맞춰 보는 건 어떨까요?”
마범수의 눈이 번쩍였다.
“조연출로요? 굳이?”
“아무래도 제가 심사위원으로 있으면, 더욱 부담을 갖는 배우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조연출과 대사를 맞추는 거로 생각하면 다들 제 실력을 내보이지 않을까요?”
“그럼 태주 씨, 종일 조연출로 있을 거예요? 일 시켜도 되나요?”
웃음기 있는 마범수의 말에 태주가 미소로 받아쳤다.
“뭐든 시키십시오. 조연출로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태주 씨 의견대로 그렇게 하죠.”
마범수가 핸드폰에 무언가를 적으면서 중얼거렸다.
“하여튼 태주 씨 아이디어는 정말 기가 막힌단 말이야. 하긴, 작품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니만은.”
* * *
여러 일정을 소화한 태주가 집에 도착한 건 밤이 다 되어서였다.
저녁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둔 고모와 공주 옷을 입은 태희가 그를 맞이했다.
저녁 식사 내내 신나 하던 태희는 태주의 등에 업혀서 잠이 들었다.
조용한 밤.
태주는 고모와 맥주를 한 캔씩 따서 건배했다.
한유경이 그의 머리를 힘껏 쓰다듬었다.
“귀환을 축하한다! 태주야,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아니?”
“제 빈자리가 커서 다행이에요. 용석이 형이 있어서 저는 그리워하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능청스러운 조카의 말에 그녀는 괜히 큰 소리를 냈다.
“에이, 용석 씨는 용석 씨지. 우리 사랑하는 태주를 다들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고모의 말에 태주는 내심 만족감을 느꼈다.
“민주는 잘 지내고 있대? 걔도 항상 전화로만 연락하고 만난 지는 정말 오래됐네.”
“옛날이랑 지금이랑 바뀐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 아 참. 걔 이번에 전화해서 자랑하더라. 자기 루이스 모드 취직했다고. 너 덕분이라고, 나중에 한턱낸대.”
신나서 수다를 떨던 한유경은 이내 태주를 힐끗 바라보았다.
“윤수안 독립영화 시사회, 우리도 초청받아서 다녀왔는데. 거기서 너 보니까 달라 보이더라, 태주야. 진짜 연예인 같았어.”
“어? 정말요? 그런데 왜 아는 척 안 했어요?”
“일부러 그랬지, 너 일보라고. 슈퍼스타 한태주에게 몰려드는 기자들의 플래시에 나는 굳이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고모가 눈을 찡긋하자, 태주의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누구 초대로 거기 간 건대요? 용석이 형?”
“아니, 수안 씨.”
“수안 씨가요?”
“나도 처음에는 놀랐어. 수안 씨가 자기 이번에 영화 찍었다고 용석 씨 통해서 우리 쪽으로 티켓 두 장 보내 줬더라고. 해서 회사에 하루 연차 내고 편집장님이랑 같이 다녀왔지.”
태주를 살피던 고모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윤수안 연기 잘하더라. 솔직히 이미지 변신이라고 해서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정말 대단했지.”
“잘하죠?”
“응. 로맨스 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음습하고 강단 있는 연기도 잘 소화하더라. 아, 그리고 액션 연기를 대역 안 쓰고 다 자기가 소화했대. 의외로 몸도 잘 쓰는 모양이야.”
“액션 아카데미 다니면서 계속해서 연습한다고 하더니, 늘었나 보네요.”
즐겁게 대화하던 그때.
태주는 주머니에서 울리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고모, 잠깐만. 용석이 형한테 전화 와서.”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저 너머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주야, 너 얼른 기사 확인해 봐.”
“무슨 기사요?”
-인포트리에서 열애설 낸 게 있는데, 뉘앙스가 너인 것처럼 써서 말이야.
전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태주가 얼른 연예란을 뒤지자.
메인 기사가 눈에 띄게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태주의 얼굴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일렁였다.
“말도 안 돼. 도대체 얘랑 나랑 왜 열애설이…….”
“무슨 일인데?”
“민소예랑 저랑 열애설이 났어요.”
그 말에 한유경이 콧방귀를 내뿜었다.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누가 그런 소리를 퍼트렸니?”
“모르겠어요. 저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태주가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옆에서는 이중협이 진지한 표정 속에 재밌다는 표정을 숨겼다.
[전여친이랑 열애설 난 소감은 어떠십니까, 한태주 배우님?]‘형, 저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에요.’
그 말에 이중협이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
태주가 다급하게 핸드폰을 들어 차용석의 번호를 누르기 바로 직전, 그는 마음을 돌렸다.
‘형, 잠깐만 나가 있어 봐요.’
[누구한테 전화 거는데? 비밀 얘기하려고?]‘인우 형이요.’
그 말에 이중협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밖으로 나갔다.
태주가 자신을 내보낼 정도면 전화로 험한 말을 하려는 것일 테다.
의아한 시선이 더욱 가늘어졌다.
[이 상황에서 박인우랑 통화하는 건, 걔가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건가?]얼마 후.
통화를 마친 태주가 급하게 옷을 입더니, 거실로 나와 차 키를 집어 들었다.
“고모, 나 잠깐 회사 좀 다녀올게.”
“이 밤중에? 왜, 통화로 하면 안 되는 이야기야?”
“워낙에 급한 사안이니까. 그럼, 다녀올게.”
황급히 집을 나선 태주의 곁에는 이중협이 함께했다.
그런데 차가 가는 방향이 회사가 아니었다.
[여기는 회사 가는 방향이 아닌데.]‘인우 형 만나서 회사로 갈 거예요.’
[인우는 왜?]‘그 형이 비행기 안에서 민소예를 만나서 얘기했다고 하잖아요. 둘이 이야기하는 걸 몇몇 사람들이 목격한 것 같더라고요. 어쩐지 자기 비행기에서 사진 찍혔다고 자랑하더니만.’
그 말에 이중협이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인우도 연예인 병 걸려서 계속 모자랑 마스크 쓰고 있었잖아. 박인우를 너로 착각한 사람도 있었겠네. 너희 둘 체격도 비슷하고 머리 스타일도 비슷해서.]‘제 말이요.’
태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인우 형이 이 사단에 책임이 있다고요.’
* * *
불금의 밤이 새벽까지 이어지며 한껏 달아오르는 이때.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로 사람들은 더욱 흥분되어 있었다.
“와, 이거 한태주 빼박이네. 역시 연예인도 돈 좋아하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야.”
“그냥 카더라 썰 아니야? 진짜야?”
“어제 한태주가 미국에서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왔다잖아. 이 둘을 공항에서 본 사람들 많대.”
술집에 바글거리던 사람들의 핸드폰에는 단 하나의 기사만이 떠 있었다.
한국의 톱스타에서 이제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배우 한태주 씨가 재벌 3세의 재원 A 씨와 열애 중이라는 목격담이 나왔다.
어제 뉴욕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두 남녀는 각자 다른 곳에 앉았지만, 승객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그 둘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복도에서 만나는 등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는 목격담이 속출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그들이 인연을 쌓게 된 건 같은 연희대 동문이어서라고.
한편, 한태주 씨와 열애설이 난 A 씨는 연희대를 거쳐 뉴욕대에 재학 중인 유명 인플루언서.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SNS에서 이미 스타로 자리매김한 재원이라고.
이미 미국 교포 사회에는 진지한 관계로 들어선 게 널리 알려져 있으며,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라고도 전했다.
뛰어난 연기로 승승장구하는 배우 한태주 씨가 재벌가의 사위가 될지 모두의 이목이 쏠린다.
-인포트리, 위영배 기자-
기사를 읽던 여자들이 재빨리 댓글들을 스캔하던 가운데.
댓글에서 보이는 익숙한 이름에 그들의 시선이 찡그려졌다.
“여기 나오는 재벌 3세가 민소예야?”
“민소예? 얘 SNS에서 유명하지 않아?”
“재벌 3세 중에 유명인 인플루언서로 잘 활동하는 애는 애밖에 없을걸.”
옆에서 구경하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패션위크에도 잘 불려 다니던데. 워낙에 얼굴하고 몸매가 착하니까. 크크. 역시 한태주도 남자라니까.”
남자친구의 말에 여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둘이 진짜 사귀는 거 아닐 수도 있어. 인포트리가 아웃패치처럼 헛소리한 게 한두 번이냐.”
* * *
동 시각.
혼란으로 가득 찬 넥스트 엔터테인먼트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손에 든 전화기는 도통 쉴 줄을 몰랐다.
“네, 유경 씨. 태주가 그 애한테 연락했다고요? 알겠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새벽인데 자지도 못하고 어떡해. 얼른 자요.”
한유경에게서 온 전화를 끊은 차용석.
송유리 대리가 부르는 손짓에 황급히 달려갔다.
“대표님. 인포트리가 아무래도 이 글을 긁어서 그대로 기사화한 것 같습니다.”
차용석은 재빨리 모니터에 떠 있는 글을 읽었다.
내용인즉슨 글쓴이의 오래된 지인이 말해준 소식인데, GX 그룹 막내딸이 미국에 체류하며 신혼살림을 보러 다녔다는 것.
그리고 그 막내딸은 공공연하게 한태주와 사귄다고, 곧 결혼 날짜를 잡을 거라고 말했다는 것.
“무슨 헛소리를 해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하냐? 이럴 거면 소설을 쓰지, 그래.”
신경질적인 차용석이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를 확인했다.
“하, 미즈 US?”
“재미한인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알아. 찌라시 뉴스 많이 올라오는 곳 중 하나잖아. 그런데 작성자는 무슨 근거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 거지?”
징글징글하다는 듯 고개를 젓던 차용석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설마, 민소예 본인이 이런 헛소리를 퍼뜨린 건 아니겠지?”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