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화양연화 (2)
* * *
다음 날 아침.
스타뉴스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뉴스가 연예란을 휩쓸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보던 시민들은 눈이 번쩍 뜨인 채 기사를 읽는 중이었다.
얼마 전, 배우 한태주 씨가 주연으로 참여한다는 말에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영화 ‘영웅’.
해당 영화는 충무로의 원로 박용찬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자 고(故) 이중협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영웅’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러나 원작 리메이크를 두고 옥장파 감독과 원스타 박준택 대표와의 갈등이 발발했다.
옥장파 감독은 박용찬 감독에게 직접 리메이크 권리를 양도받았다고, 박 대표는 아버지가 아들인 자신에게 양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며칠간 저작권 관련 문제로 잡음이 잦던 이때.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원작자, 박용찬 감독이 진실을 밝혔다.
“‘영웅’의 리메이크는 내 제자인 옥장파 감독에게만 권리를 준 지 오래입니다. 제 사인과 서명이 들어간 각서도 있습니다만, 그걸 무시한 건 부끄러운 아들입니다. 그놈은 한태주가 주연으로 참여하는 걸 알고는, 이 영화의 제작을 맡고자 했습니다.”
박용찬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들인 원스타 엔터의 박준택 대표는 그동안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또한 박용찬 감독은 지난 1년간 몸이 움직일 수 없는 불의의 병으로 누워있었는데, 그동안 아들인 박 대표가 병문안을 온 적이 없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오히려 영화 ‘영웅’ 리메이크를 맡은 옥장파 감독이 박 감독을 꾸준히 보살피며, 미동도 없는 그에게 자신이 했던 노력 등등을 말해주었다고.
“내가 비록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다 듣고 있었습니다. 누가 내 자식 같은 작품들을 진정으로 아끼는지, 돈줄로만 생각하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다, 이겁니다.”
박준택 대표는 영화 ‘영웅’ 리메이크 권리를 자신이 행사하기 위해, 아버지의 지장을 위조해 가짜 문서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악함은 끝이 아니었으니,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는 소속 아티스트들에도 참을 수 없는 인격모독을 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밑에 실린 텍스트는 박 대표와 소속 아티스트 A 씨가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곧 재계약 기간이니까 가만히 있는 거지. 안 그럼 너 죽었어, 임마!”
“대표님, 이번 사태 제 선에서 밝히고…….”
“뭐? 너, 하나밖에 없는 동생 병신이라고 소문내고 싶어?”
한편, 소속 보이그룹 폴라리스의 리더 윤지호 씨는 이런 일들에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한편. ‘폴라리스’의 그룹 존속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 제2의 전성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스타뉴스, 홍은지, 우성림 기자-
곧이어 기사는 조회 수가 쭉쭉 올라갔고, 순식간에 기사의 하단에는 댓글들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원스타 대표 거친 걸로는 유명했는데, 저렇게 입버릇 나쁜 줄은 몰랐네.
-그런데 기사에 나온 대화 내용, 윤지호인 거 같은데요? 저번에 윤지호가 자기 동생 장애인이라고 공개하면서 그랬잖아요. 이제껏 동생 숨긴 건 회사 방침이었다고.
-그것도 그렇지만 아버지 지장 위조해서 문서 위조한 건 진짜 대박. 아무리 돈이 탐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원스타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대표가 크게 사고를 치네. 조만간 블루밍도 재계약 다가오는데, 어떻게 하려나.
-그보다 폴라리스는 원스타하고 계약도 끝났던데, 어떡하나?
그런데 그때.
연예란에 또 다른 따끈따끈한 기사가 올라왔다.
* * *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이른 시각임에도 회의실에는 태주와 폴라리스 멤버들이 한데 모여 있다.
반가운 마음에 태주는 그들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직 윤지호는 굳은 표정이었다.
“형, 왜 그렇게 긴장했어요? 이제 걱정했던 일은 다 지나갔는데.”
“앞으로가 시작이잖아.”
윤지호가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내 입으로 폴라리스의 제2의 전성기를 위해 노력한다고 호언장담했어. 그러니까 앞으로 더욱 잘 돼야지.”
옆에서 듣고 있던 하강웅이 슬쩍 끼어들었다.
“형, 우리 이미 전성기 아니에요? ‘Utopia’ 지금 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역주행하고 있다고요. 지금 빌보드 탑 100에 90위로 진입했다고 그러던데.”
“한국 뮤직 차트에서는 3위예요.”
“이 정도면 우리 전성기 맞는 거 같은데?”
그 말에 부인할 수 없던 윤지호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던 순간.
문이 왈칵, 열리더니 차용석이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좀 늦었죠? 예상치 못한 손님이 오셔서…….”
그리고 그의 뒤에서 고개를 내미는 자그마한 여자를 보자, 다들 벌떡 일어났다.
“부회장님!”
“일어날 필요 없어요, 편안히 앉아요.”
환한 미소를 짓던 한서경이 태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차 대표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번에 폴라리스 여러분들이 우리 회사로 온 게 태주 씨 영향이 크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 말에 윤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태주가 행복하게 일하는 걸 보고, 여기서라면 저희도 그룹으로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태주 형이 늘 그랬어요. 배우든, 가수든, 회사원이든, 다들 자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요. 그래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요.”
하강웅의 말에 한서경이 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태주 씨, 명언 작렬이네? 용석 씨, 태주가 이번이 큰 건 해서 좋겠어요.”
“아주 고맙죠. 그리고 폴라리스 분들이 저희에게 와주신 만큼, 저희도 팍팍 밀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가 태주를 힐끔거리며 말을 꺼냈다.
“이번에 미국판 ‘마스크 스타’에서 폴라리스 분들과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함께 ‘Utopia’를 해주면 좋겠다는 의뢰가 와서요.”
“오, 좋은데요? 요즘 유튜브에서 미스터 버터플라이 인기 작렬이잖아요.”
하강웅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참에 저희도 미스터 버터플라이 정체를 밝혀 볼게요. 그 사람, 아무래도 K-pop을 그렇게 잘 부르는 거 보니까 저희 팬인 게 분명하거든요.”
여러 신나는 말들이 오갔지만, 오직 한 사람.
태주는 묘한 표정으로 말을 듣고만 있었다.
* * *
한편, 연예계를 발칵 뒤집은 소식은 곳곳을 뒤흔들었다.
C&K 컴퍼니의 휴게실에서도 한뜻으로 수다를 떠는 중이다.
“이야, 폴라리스가 넥스트 엔터로 이적할 줄은 몰랐는데. 거기는 배우 기획사잖아?”
“넥스트 엔터가 슬슬 다른 분야에도 손 뻗치려고 하나 보지. 영화 제작부터 이제는 가수들까지.”
“우리도 슬슬 배우 말고 다른 곳으로까지 영역을 넓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에이, 우리는 할 줄 아는 것만 해야지. 그게 대표님 방침이기도 하고.”
“그런데 차 대표가 욕심이 많네. 그이는 배우 매니저나 할 줄 알지 다른 것도 커버 되나? 역량이 되는 사람한테 일을 맡겨야지. 욕심만 많은 사람한테 일 맡겼다가 자칫하면 어그러지는데.”
한창 수다를 떨던 남자의 귓가에 이현식 팀장이 속삭였다.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시지 그래요. 차 대표가 그래 보여도 내공이 엄청난 사람입니다.”
“아잇 깜짝이야! 이 팀장님!”
이현식 팀장의 등장에 남자는 간지러운 입을 씰룩거렸다.
“팀장님은 배 아프지도 않으세요? 예전에 차 대표가 팀장님 밑이었다면서요. 그런데 한순간에 이렇게 뒤집혔으니.”
“차 대표 능력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죠.”
“에이, 연기하지 마시고요. 솔직히 질투 나시죠?”
계속되는 도발에 이현식의 얼굴이 붉어지는 그때.
휴게실 문틈으로 이선우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현식이 형, 여기서 뭐 해? 할 얘기 있다니까.”
이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현식은 그를 따라 휴게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 사무실에 도착한 둘.
이선우는 이현식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왜 차 대표랑 형 비교하는 그런 마도 안 되는 자리에 끼어있어?”
“그냥, 용석이 욕하는 게 참기가 어렵더라고.”
“아이고, 차 대표 걱정하기 전에 내 걱정이나 해봐.”
이선우는 이현식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염수정에 이어 자신을 담당하게 된 이현식 팀장은 말수가 적지만, 묵묵히 일 잘하는 이였다.
그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낀 이현식이 멋쩍은 듯 말문을 돌렸다.
“그나저나, 영화 ‘탈출’ 무대인사가 이번 주 주말이라면서? 부산에서 하지?”
“맞아, 부산. 지금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야. 이제 천만에 도달하느냐, 마느냐가 달린 문제거든.”
이선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우리 왜 이렇게 경쟁작에 대한 경각심이 없지?”
“조선패션왕? 그거 VOD 서비스로 내려간 지 오래잖아.”
“극장에 올라간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이선우가 쯧쯧 혀를 찼다.
“영화는 망작이라 그렇다 치지만, 결이는 좀 안타깝다.”
“냉정하게 생각해. 그 영화를 선택한 것도 자기 몫이잖아. 선구안도 배우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런가.”
이현식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껏 결이는 회사에서 하자는 작품만 했었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지는 못했으니까.”
* * *
그날 저녁.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 태주는 집에서 고모의 식사 준비를 돕는 중이었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던 태희는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오빠, JABC에서 오빠 예고편 떴어!”
“무슨 예고편?”
“다큐멘터리! 배우 한태주, 다시 비상하다!”
눈이 빠져라 집중해 화면을 보던 태희의 눈이 가늘어졌다.
송도준과 함께 해변에서 노는 태주의 영상에 태희가 비죽거렸다.
“저기에 도준이가 아니라 내가 있었어야 하는 건데.”
거실 앞 큰 상에 식사를 차리던 태주가 태희를 달랬다.
“태희는 나중에 제주도 가서 오빠가 저것보다 더 재밌게 놀아 줄게.”
“아, 오빠는 맨날 말뿐이잖아.”
“태희야, 오빠하고 오랜만에 밥 먹는데, 이쁜 모습 보이기로 했지?”
고모의 엄한 잔소리에 태희의 입이 쑥 나오자, 태주가 씩 웃으며 태희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화목한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도중.
티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태희가 눈을 왈칵 떴다.
“조선패션왕? 오빠, 저 영화 뭔지 알아?”
“뭐라고?”
한창 밥 먹는데, 열중하던 태주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티비 속 ‘조선패션왕’이 VOD로 내려온 모습에.
[저게 벌써 VOD로 나온 거 보니, 어지간히 사람들이 안 봤나 보다.]‘흠흠. 사실은 저도 아직 안 봤어요.’
태주는 멋쩍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손익분기를 채우기 위해 일찍 비디오 시장에 진출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그때, 고모가 소파에 놓여있던 태주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태주야, 너 문자 왔는데.”
지잉.
핸드폰의 발신인을 본 이중협의 눈이 왈칵 커졌다.
[이야, 타이밍 대박이네. 어떻게 조선 패션왕 이야기하는데 얘한테서 문자가 오냐.]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