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톱스타의 자격 (2)
* * *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둔 영화 ‘탈출’의 주요 배우들.
태주의 품에 안긴 송도준이 우와,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진짜 천만이에요?”
“그렇대도. 왜, 안 믿겨?”
“그건 잘 모르겠는데, 학교에서 유명해진 건 알겠어요. 흐흐. 6학년 형들도, 선생님들도 저보고 사인해 달라고 해요.”
해맑게 웃는 송도준을 보던 태주가 덩달아 씩 웃었다.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탈출’이 천만을 달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동, 큰절!”
이선우의 선창에 모든 배우가 큰절을 올리는 순간.
객석에 있던 관객들이 환하게 웃으며 환호성이 터졌다.
“축하드려요!”
군데군데 화려한 폭죽이 터지며 분위기를 한껏 달구었다.
양군보 감독은 옆에서 태주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였다.
“우리 태주 씨, 노래 잘 부르는 건 다들 아시죠? 영화 OST도 아주 기가 막히게 부른답니다.”
“네? 제가요?”
태주는 괜히 빼는 시늉을 했지만 이미 마이크를 잡고 포즈를 취한 뒤.
“태주 씨 노래 잘하는 건 우리가 더 잘 알지.”
“한번 해봐요.”
기대감 어린 시선들에 태주는 괜히 멋쩍어져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면 여러분을 위해 한 소절, 올리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MR이 나오자, 태주는 멋들어지게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모두가 떠난 이 순간, 나는 외로이 누군가를 기다리네~”
노래를 부르는 태주를 유심히 보던 관객들.
“이야, 노래 기가 막히게 한다.”
“이번에 ‘굿맨’에서도 한태주가 OST 하나쯤 부르지 않을까?”
“우와. 어쩜 노래를 저렇게 시원하게 잘 지르지?”
감탄하며 보던 관객들은 저마다 흐뭇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SNS에 올려 자랑하는 건 덤이었다.
* * *
조용한 사무실 안.
업무 이메일을 보낸 한유경은 주변을 살폈다.
휴식 시간이라 다들 카톡이나 인터넷을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 속.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 유튜브를 켰다.
“우리 태주는 주기적으로 봐줘야 한다니까.”
유튜브를 열자마자 그녀가 본 동영상은 미국 방송국에서 올린 ‘미스터 버터플라이-Utopia’ 무대 특집.
이미 천만 조회수를 넘은 동영상이었지만, 그녀는 매일 같이 영상을 클릭해 태주의 무대를 감상했다.
사실은 태주더러 집에서 라이브로 불러달라 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애가 워낙 바쁘다 보니 그렇게는 못 했지만.
15분짜리 영상을 순식간에 감상한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댓글 써야지.”
그녀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태주가 나오는 영상에 열심히 댓글을 쓰는 것도 그녀의 일과 중 하나였다.
혹시나 자신이 태주의 고모인 것을 들킬까, 그녀는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만 쓰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유경 씨.”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호출에 한유경이 고개를 든 순간.
그녀는 자신을 향하는 맹수들의 눈빛에 깜짝 놀랐다.
“아잇, 다들 눈빛이 왜 그래요? 나 잡아먹으려는 것 같은데.”
“유경 씨. 우리가 생전 유경 씨한테 사적인 질문이나 무례한 질문한 적 없는 것, 알지?”
“무슨 소리세요?”
“그런데 이번만큼은 유경 씨한테 정말 진실하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답을 해줄래?”
“왜 이러세요, 사람 무섭게. 그냥 얼른 물어보세요, 뭐든.”
편집장과 동료들이 자신을 에워싸는 이때.
한유경은 슬그머니 아이스 커피를 들이켰다.
“혹시 미스터 버터플라이가 태주 씨야?”
크읍!
입 밖으로 뿜어져 나가려는 커피를, 간신히 들이킨 한유경.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모두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는 거예요?”
“아니,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회수 1위를 차지한 글이 있어서 그래. 거기 글 보면 유경 씨도 태주 씨, 미스터 버터플라이로 의심하게 될걸?”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읽어 봐.”
편집장이 건네준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 글.
곧이어 한유경의 눈썹이 여러 번 씰룩거렸다.
“이게 진짜예요?”
* * *
홍보팀의 박연수 팀장은 송유리 대리와 함께 대표실을 찾았다.
“누가 미스터 버터플라이와 태주 씨의 신체적 특징들을 자세히 비교해서 올린 글인데, 이게 아주 그럴듯하단 말이죠.”
“아, 그거. 나도 읽어봤어.”
차용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뭐 확실한 건 없고 그냥 그럴듯한 가설 아니야?”
“그렇다기엔 태주 씨랑 미스터 버터플라이 발목에 똑같은 모양의 흉터가 있잖아요.”
박 팀장이 보여주는 태블릿 화면에 차용석은 흠칫했다.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 그가 집중했다.
네티즌이 제시한 증거는 바로 발목의 흉터.
하얀 스타킹 너머로 비치는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흉터와 오늘 무대인사에서 태주가 벅벅 긁는 흉터 자국이 닮았다는 것이다.
부인할 수도, 그렇다고 인정할 수도 없던 차용석이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안 거지? 다들 눈에 현미경이라도 달렸나.”
“지금 기자들 전화 때문에 홍보실이 난리도 아닙니다.”
“일단은 부인해야지. 미국판 마스크 스타에서 미스터 버터플라이 정체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네, 모르는 척했죠. 그런데 아무래도 시간 문제 같아요. 미스터 버터플라이 정체 밝혀지는 건.”
“그러고 보니 걱정되는 게 하나 있는데…….”
얼마 전, 박인우가 ABS 측에서 제의받았다며 차용석에게 말해준 게 있었다.
“ABS에서 추석 특집으로 마스크 스타 가왕전을 한다더라고. 그런데 거기에 태주가 초대 가왕으로 초청됐나 봐.”
“어머!”
홍보팀장이 재밌어서 못 견디겠다는 듯 큭큭거렸다.
“태주 씨 나오기만 하면 시청률 대박이겠는데요? 이야, 피디가 태주 씨 못 잡아서 안달이겠네!”
* * *
그날 저녁.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고모는 태주와 실랑이하고 있었다.
“맨날 먹다시피 했는데 질리지도 않니? 김치찌개 말고 연포탕 같은 보양식은 어때? 아니면 전복이라도.”
“고모, 나는 고모가 해준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다니까.”
그때, 태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라디오티비에 나와!”
태희의 말에 태주는 거실로 나갔다.
그러고 보니 박인우가 오늘이 라디오티비 본방 일이라고 말한 적 있었다.
그런데 방송은 이미 마무리로 흘러가는 듯했다.
“에이, 벌써 방송 끝나가네.”
“그래도 오빠 노래 부르는 거 볼 수 있잖아.”
태희는 핸드폰으로 티비에 나오는 영상을 녹화하는 중이었다.
“이거 친구들한테 보여줘야지. 우리 오빠라고.”
“저거 오빠가 다운받아 줄까?”
“아니, 그냥 내가 찍을게.”
태주의 도움을 뿌리친 태희는 혼자서 끙끙대며 영상을 찍었다.
“태희야, 저녁 먹자. 핸드폰 내려놓고 이리 와.”
“티비 더 보고 싶은데.”
“티비는 여기서 봐도 되잖아.”
태희를 데려온 태주는 고모와 함께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역시 집밥이 최고라니까. 아주 밥이 술술 넘어가.”
“있잖아, 태주야.”
“왜?”
옆에서 고모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태주를 불렀다.
“오늘 회사에서 나 진짜 죽을 뻔했다. 글쎄, 다들 너를 미스터 버터플라이로 추측하지 뭐야?”
“하하, 그래?”
안 그래도 박인우에게서 주의를 들은 태주였다.
발목에 흉터가 있는 것을 계기로, 다들 자신을 미스터 버터플라이로 추측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그러나 그뿐이었다.
“고모. 그냥 딱 잡아떼.”
“잡아떼긴 했지. 내가 또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잖아.”
한유경이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끝까지 발뺌했더니, 다들 더는 추궁 못하더라고.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기는 해.”
그때, 티비 속에서 이현제가 태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화제가 된 ‘마스크 스타’의 초대 가왕이 있죠. 미스터 버터플라이라고. 태주 씨가 그 사람이라는 가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태주는 바싹 굳어서 티비를 응시했다.
‘제가 저 때 뭐라고 대답했었죠?’
곁에 있던 이중협은 키득거리며 팔짱을 낄 뿐이었다.
[그건 네가 직접 확인해봐.]때마침 티비를 가득 울린 태주의 자신만만한 목소리.
“그건 제가 아니라 관객, 시청자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실 문제 아닐까요.”
“판단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맡긴다? 그 말인즉슨, 이 가설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거네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태주가 아리송하게 말한 말에 엠씨들과 옆에 있던 임강현, 하강웅의 얼굴이 묘해지는 순간.
태주의 얼굴이 발개졌다.
오래전 녹화한 영상이라, 저런 말을 했는지도 잊고 있었다.
‘아악, 내 발등을 내가 찍었네!’
그때 킬킬거리던 이중협이 옆에서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들을 가리켰다.
한유경과 태주의 핸드폰이었다.
태주는 강재하, 임강현, 하강웅, 윤지호 등등 아는 지인들에게 이런 문자를 받았다.
-네가 미스터 버터플라이야?
마찬가지인지 한유경이 태주를 바라보았다.
“태주야. 이제 어떡해?”
“그래도 모른 척해요.”
“야, 세상 사람들 다 아는데 나만 바보 되라고?”
전화가 계속해서 오는 둘의 핸드폰은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야, 핸드폰에 불나겠다!”
고모는 태주와 어이가 없는 웃음을 나눴다.
* * *
동 시각, ABS 예능국.
휴게실에서 믹스 커피를 한 잔 때리던 박진주 피디는 괴성을 질렀다.
“이럴 줄 알았어, 분명히 한태주가 미스터 버터플라이 맞다니까!”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
‘마스크 스타’를 하며 한태주의 노래를 누구보다 많이 들었다고 자부한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가 어느 때 바이브레이션을 하는지, 그의 습관이 뭔지 등등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와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관계를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옆에서는 동료들이 커뮤니티와 유튜브 반응을 집중해서 살피고 있었다.
“이야, 유튜브 빠르네. 미스터 버터플라이하고 한태주 유사성 분석한 영상도 있어.”
“사실 한태주가 미스터 버터플라이라는 건 커뮤니티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던 소문이었잖아.”
“솔직히 목소리만으로는 둘이 같은 사람인지 판별하기 힘들었을걸. 한태주는 평소에 동굴같이 낮은 목소리잖아.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좀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고.”
“이야, 기자들 기삿거리 생겨서 좋겠네. 얼마나 재밌어, 한태주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가왕 자리를 먹었다는 건데. 진짜 난 놈이야.”
“내가 예상하기로 오늘 기자들 다 야근하고 이 기사 쓴다.”
저들끼리 수다를 떨던 동료들은 옆에 있던 박 피디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는 혼자서 여러 생각에 잠겨있었다.
“박 피디, 너무 안이하게 있는 거 아냐?”
“이번에 마스크 스타 추석 특집으로 가왕전 한다면서. 태주 씨 꼭 불러야 하지 않겠어?”
쏟아지는 물음에 박 피디가 현실로 돌아왔다.
“반드시 불러야죠. 암, 이번에 한태주 씨 안 부르면 피디로서 제 체면이 안 서요.”
“넥스트 엔터에 섭외 요청은 했다고 하지 않았어? 답은 왔어?”
동료의 질문에 박 피디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답은 못 받았어요.”
“박 피디, 좀 세게 밀어붙여야지! 태주 씨 지금 굿맨 촬영하느라 정신없는데, 하반기에는 미국 영화 홍보 일정이랑 미국 드라마 촬영 일정도 있잖아. 그렇게 바쁜 양반은 몇 달 전에 일찍 잡아둬야 한다고.”
“그래도 저희 쇼에 출연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태주 씨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제시했으니까.”
자신만만한 박진주가 씩 웃었다.
“미스터 버터플라이 대 태양왕 특집으로 갈 겁니다. 사람들이 안 볼 수가 없도록요.”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