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416
416화
할리우드에서의 비상 (3)
기자단 사이에서 파장이 일었다.
이글맨 시리즈와 붙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감독은 몇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상대가 영화계의 거장, 앤드류 피셔 감독이라면!
장안에는 일말의 긴장감까지 흘렀다.
절연한 아버지와 아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선후배, 영화계의 거장과 라이징 스타.
앤드류 피셔와 앤드류 피셔 주니어의 대결이라니.
이렇게 재밌는 일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자칫 거만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루 전, 이글맨 시사회가 열리지 않았더라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이글맨을 본 기자들은, 앤디의 확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초안을 작성하던 노트북 화면에는 기사 제목이 이렇게 작성돼 있었다.
그 후로 한태주를 향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이번 영화와 앤드류 피셔 감독님의 ‘이글맨’을 비슷한 시기에 제안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미래’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글맨이 안 좋아 보였나요?”
다분히 의도가 분명한 미국 연예지의 질문.
[대답 잘해라. 원래 언론이라는 곳이 의도와 달리 상황과 말을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쓸 수 있는 곳이잖아.]‘그럼요, 알고 있어요.’
태주는 한 치의 고민 없이, 그렇지만 신중하게 대답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 영화의 ‘진’이라는 역할이 제가 여태까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끌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옆에 있던 앤디를 보던 태주가 씩 웃었다.
“이렇게 천재적이고 재능 넘치시는 감독님과 일하게 되는 건 정말 드문 기회죠. 저는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에 합류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도 기회였을 텐데요. 이글맨과 계약하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미 제 손을 떠나간 영화에는 아쉬움을 갖지 않습니다.”
센스있는 답변에 기자들은 서둘러 답변을 적기 바빴다.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이제는 레드카펫에서 미디어 인터뷰가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어제 이글맨 시사회에서도 엄청난 관심이 이어졌지만, 오늘 ‘나의 미래’ 팀도 그에 비할 만했다.
그들 중 가장 먼저 우위를 선점한 건 스타뉴스.
매니지먼트 쪽에 연락해, 인터뷰를 따낸 이들이었다.
“태주 씨, 축하드립니다!”
유쾌하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우성림에게 태주가 씩 웃어 보였다.
이제껏 시사회를 치르며 긴장했던 마음이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뗐는데도 정말 뿌듯해요.”
“첫 삽을 훌륭하게 떴으니 이제 탄탄대로만 남았죠! 오늘 시사회 분위기가 정말 좋던데요? 기자분들이 다들 영화 재밌다고 흥분하셨더라고요.”
“맞아요, 선배. 제가 탁월한 영어 리스닝 스킬로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 훔쳐 들었는데요. 다들 어제 시사회 열었던 이글맨보다 나의 미래가 재밌다고 했어요.”
“워워, 진정. 두 사람,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아요.”
얼굴에 발갛게 열이 올라온 우성림과 황유나를 다독이는 태주.
하지만 그 또한 시사회의 열기에 흥분한 건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처음 공개한 ‘나의 미래’를 사람들이 재밌게 본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이 기세를 몰아 ‘나의 미래’가 3일 후에 개봉한다.
* * *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이른 아침부터 회의를 진행하는 차용석은 여러 직원의 보고를 받았다.
“방금 Readie에서 공유한 소식입니다. 지금 영화 ‘나의 미래’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예매 2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오, 좋아! 그럼 1위는 이글맨?”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간발의 차라고, 기세를 잘 타면 역전할 것 같다고 합니다.”
김진수 팀장이 드르륵, 이메일 스크롤을 내렸다.
“시사회 전에는 이글맨이 피셔 감독의 첫 프랜차이즈 영화라고 기대감이 상당했거든요. 그런데 시사회 후 그 기대감이 대폭 축소했습니다.”
“그래도 예매율 1위에 오른 영화야. 긴장을 놓아서는 안 돼.”
“그동안 20여 년간 이글맨 시리즈를 이어오며 쌓인 팬들의 관심에 힘입은 결과죠.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평은 참담합니다.”
“태주 영화는?”
“지금 완전 난리죠. 한태주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 연기력의 확장 등등 기자들의 호평은 물론, 미리 본 관객들도 칭찬 일색입니다.”
“좋았어.”
차용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보던 서류를 넘겼다.
“태주가 해외에 있다고 한국에서 진행되는 작품 홍보를 놓치면 안 돼. 이제 곧 마스크 스타 추석 특집 본방이지?”
“네, 이제 정말 곧입니다.”
9월 3일 본방송인 ‘마스크 스타-추석 특집’.
미스터 버터플라이와 태양왕의 대결은 1, 2차 티저를 통해 수백만의 조회수를 얻었다.
ABS로서는 시청률에 불을 지필 절호의 기회였고, 관객들은 사뭇 지루했던 ‘마스크 스타’를 본방으로 시청할 기회였다.
“기자들한테 그날 마스크 스타 특집 리뷰 기사들 많이 써달라고 부탁해 놔. 아무래도 태주가 한국에 없으니까, 이슈가 덜 되는 것 같더라. 출연하는 작품 리뷰라도 많이 써서 다시 화제를 끌어모으자고.”
“대표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주 씨가 미국에 있는 게 무색하게 화제성은 여전한걸요.”
“가끔 인포트리처럼 헛소리하는 언론이 있으니까 그렇지.”
차용석은 툴툴거리며 인터넷의 한 기사를 가리켰다.
기사를 본 김 팀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왜 이런 저 밑에 있는 기사를 보십니까. 윗물에서 노는 기사를 보셔야죠.”
그가 가리킨 건 조회수 1, 2위의 위엄을 빛내는 스타뉴스의 기사.
현지에서 우성림과 황유나가 공동 작성한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이런 객관적인 기사는 참 좋네.”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씰룩거리던 차용석이 새침하게 덧붙였다.
“그런데 현실을 외면하고 거짓 기사를 양산하는 사람들이 괘씸해서 그렇지.”
“석가모니도, 예수님도 안티는 있었습니다. 이런데 너무 기운 빼지 마세요. 어차피 그런 기사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개봉하면 싹 들어갈 겁니다.”
“영화 개봉이 언제지?”
“한국에서는 9월 중으로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 팀장이 씩 웃으며 차용석과 미소를 공유했다.
“마스크 스타 추석 특집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겠어요.”
“9월은 한태주의 달이겠구만.”
기대 어린 미소를 짓던 차용석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물론, 8월 말부터 그 기세는 이어지겠지만. 일단, 미국 시장부터 꽉 잡고 가자고.”
곧이었다.
‘나의 미래’ ‘마스크 스타’ 등등 그동안 뿌려뒀던 것들을 거둬들일 때가.
* * *
LA의 한 식당 테이블에 자리한 여러 사람.
태주를 비롯한 ‘나의 미래’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진 일동이었다.
내일 영화 홍보를 위해 토크쇼를 나가게 된 태주와 디에고, 앤디를 격려하기 위한 식사 자리였다.
미나의 손을 꼭 잡고 동행한 이중협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예전에 왔던 데 아냐?]‘맞아요, 디에고 씨 친구가 한다는 그 식당.’
태주는 이중협 곁에 붙은 미나를 살폈다.
바비 인형을 꼭 안은 채 굳은 얼굴이었지만, 이전과 달리 제법 안정되어 보였다.
‘미나는 괜찮대요?’
[너랑 나랑 자기 지켜준다면서, 그럼 어디를 가도 괜찮다고 하더라. 흐흐.]‘다행이네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태주는 이곳 주인에 대한 의심이 여전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귀신들의 감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태주의 경계심은 이내 축배를 드는 관계자들로 인해 흐려졌다.
앤디는 벌써 술이 오른 얼굴을 들었다.
“예매 2위! 저희 예상은 5위였는데 생각보다 더 선전한 건, 역시나 우리 영화의 완성도 덕분이겠죠. 자, 다들 힘냅시다!”
그렇게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다들 기분이 하늘을 뚫고 날아갈 듯했다.
시사회의 반응이 워낙에 좋았고, 예매순위도 그들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리라.
“저희 예매순위가 아주 좋아요! 2위라니!”
“이글맨하고 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건 금방 쫓아갈 수 있습니다.”
“어차피 레이스는 깁니다. 길게는 6개월 정도 보고 있으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앤디가 태주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태주 씨는 체력 관리 잘해야겠어요. 드라마 촬영도 병행해야 하잖아요.”
“촬영지가 어딘데?”
옆에서 끼어든 디에고의 질문에 태주가 대답했다.
“조지아 주에 있는 아틀란타의 한 마을이에요. 저희 세트장을 거기다 크게 지어 놓았대요.”
“뉴욕에서 아틀란타까지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리니까, 거리상으로는 괜찮네.”
“차도 아니고 비행기로 2시간 거리면 가깝지는 않죠. 아무튼 태주 씨, 정말 체력 관리 잘해야 해요.”
앤디가 태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희 홍보활동에 태주 씨는 항상 필요하니까요. 아까 시사회 때도 봤죠? 태주 씨한테만 질문 몰리는 거.”
“무슨 소리세요, 감독님한테도 많이 질문하던데요.”
“그래.”
디에고도 옆에서 거들었다.
“피셔 시니어하고 피셔 주니어가 정면으로 대결한다고 다들 얼마나 관심이 많았어. 그런데 앤디, 이번에 아버지한테는 연락드렸어?”
“제가 왜요.”
“그래도 아버지와 영화로 맞대결하는데 한번 인사드리지, 그랬어.”
“……아버지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한 번도.”
“어이, 감독님. 내가 듣기로는 앤드류 피셔 감독이 자네의 성장에 크게 고무되었다고 인터뷰했다던데.”
“그건…….”
앤디가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이때.
마침 잔뜩 달궈진 대화를 중단할 사람이 다가왔다.
음식을 들고 걸어오는 섹시한 자태의 여자.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칼에 밤색 눈동자를 담은 얼굴은 제법 예쁜 편이었다.
[입술이랑 엉덩이에 보톡스 맞았나? 과하게 빵빵한데.]이중협이 예리한 눈길로 서빙하던 여자를 바라보던 그때.
앤디에게 고정됐던 디에고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마리아, 오늘은 파티에 안 갔어요? 여기엔 웬일이에요?”
“한태주가 왔다는데 내가 안 와볼 수 있나요. 그럼, 이쪽이?”
“그래, 한태주야. 태주, 이쪽은 마리아 마르티즈. 이 식당 안방마님이지.”
“만나서 반가워요, 시뇨르 태주.”
여자는 태주에게 고개를 숙여 볼에 쪽, 입을 맞추었다.
그러더니 태주의 손과 팔을 만지작거렸다.
“역시 멋지네요, 근육도 빵빵하고.”
“흠흠.”
어색한 기침을 하며 태주가 그녀에게서 떨어지려는 찰나.
이중협의 곁에 붙어 있던 미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아이에게서 검은 귀기가 흘러나오자, 태주도 이중협도 당황했다.
[왜 이러는 거야?]‘미나야, 진정해.’
[아줌마, 싫어!]그때, 미나의 얼굴이 증오심으로 불타올랐다.
[저 아줌마가 날 죽였어!]태주가 미나를 진정시키려고 손을 뻗으며 눈을 마주친 순간.
아이의 기억이 속절없이 그에게 흘러들어왔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