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441
441화
권선징악 (7)
“정말로요?”
“다시 기세를 탄 거죠. 하, 이제야 속 시원하네. 사람들이 2주 천하라고 했을 때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본부장은 후련한 얼굴로 직원들을 마주 보았다.
“여러분들도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죠?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이렇게 좋은 영화가 이글맨 노출씬 언플에 밀려서 주춤했다는 게.”
“맞아요, 본부장님.”
직원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솔직히 저희가 자극적인 장면만 없지, 영화 자체는 너무 재밌고 흥미롭잖아요.”
“노출씬, 폭력씬이 없다고 이글맨한테 밀린다는 건 말도 안 됐죠.”
“특히 저희는 애틀란타 영화제에서 태주 씨가 남우주연상도 받은 아주 훌륭한 영화인데.”
“안 그래도 이번에 우리, 그 점을 이용해서 홍보를 더 할 생각입니다.”
본부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한태주 씨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물론, 피셔 주니어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영화라는 것을 강력하게 피력해야죠.”
“오케이, 재미에 작품성까지 더해졌다는 홍보 작전 좋았어.”
생각을 거듭하던 본부장이 한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제 곧 안종현 영화가 개봉하지 않나? 무슨 로코 영화였는데.”
“3년 전 제작 완료된 창고형 영화로, 제목은 ‘미스터 핸썸’입니다. 이번 주말에 개봉하고, 초반 페이스가 중요한 만큼 홍보를 엄청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종현 씨가 평소에 잘 출연하지 않는 라디오 쇼에서도 홍보한다고 하더라고요.”
“3년 전 제작된 창고형 영화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본부장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쪽도 제법 다급한가 본데? 안종현이 직접 홍보에 동원될 정도면.”
* * *
다음날, 스타뉴스 본국.
홍은지는 우성림과 함께 연예란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이들이 이렇게 기사에 집중한 이유.
우성림이 어제 쓴 기사가 여전히 조회수 상위권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야, 성림이 너, 이거 12시간째 조회수 1위에 머물러 있는 거 알아?”
“진작에 캡처해 뒀습니다.”
“국장님이 자랑스러워하시겠다. 어제 JABC 뉴스에서 나온 기사보다 이게 더 자세하고 현장감 넘친다고 사람들 반응도 좋더라.”
“흐흐, 그런가요? 제가 유나랑 같이 정성스럽게 작성하기는 했죠.”
수다를 떨던 홍은지는 다른 화제가 생각난 듯 주제를 돌렸다.
“아, 너 그거 들었어? ‘나의 미래’가 ‘이글맨’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었는데, 지금 큰 격차로 다시 벌어지고 있다잖아.”
“안 그래도 나의 미래 배급사 쪽에 연락해 봤습니다. 이글맨의 선전에 잠시 주춤했었는데, 사람들이 한태주 씨의 기사에 고무되었는지. 관객 수가 다시 늘었다고 하네요.”
“이야, 영화는 잠시 주춤하면 꺾였던 기세를 회복해서 다시 이어가기 쉽지 않은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홍은지가 우성림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미래’가 다시 흥행 가도를 달린다는 거, 정말 대단하지 않아?”
“대단하죠. 특히 한태주 씨가 ‘이글맨’ 불법 촬영과 엮여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스스로 위기를 넘긴 것은 더더욱 고무적이고요.”
“내가 본 한태주 씨는 그런 점이 장점이야. 그 어떤 일이 생겨도,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고.”
우성림이 모니터 속 자신이 쓴 기사를 바라보았다.
“특히 태주 씨,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건 끝까지 밀고 나가더라고요. 사실 김 피디님이 인터뷰한 내용 중에 기사에는 안 실은 게 있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우성림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만약에 그 유괴범 쫓다가 촬영 완전히 망해버렸으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하다고 하셨어요. 태주 씨 다치기라도 했으면, 촬영에서 그대로 낙오됐으면, 그건 정말 안 되잖아요.”
“그건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지. 촬영 중 출연자가 다쳐서 촬영을 접어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런데 자칫하면 태주 씨에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태주 씨가 촬영에 책임감 없이 임했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이번 일로 ‘꼬리잡기’가 선전효과를 누렸고, 태주 씨 이미지도 더 좋아졌으니까요. 서로에게 윈윈인 전략이 된 셈이죠.”
“맞아. 태주 씨가 클로징 멘트 할 때까지 촬영에 책임감 있게 임했다면서. 솔직히 태주 씨가 책임감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강하지.”
우성림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모든 게 좋게 끝나서 다행이에요. 영화가 다시 기세를 탄 것도, 예능 ‘꼬리잡기’가 화제를 모은 것도 그렇지만. 전 무엇보다 태주 씨가 다치지 않은 게 제일 좋더라고요.”
* * *
같은 시각,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태주가 회사에 방문하자, 그에게 쏠린 눈이 수십 쌍이었다.
데스크 리셉션에서부터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직원들까지.
다들 그의 몸을 살피며 괜찮냐고 묻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한가득하다.
그리고 그들이 한마음처럼 외치는 한 마디.
“태주 씨, 몸 좀 아껴요. 태주 씨 몸은 태주 씨 것만이 아니니까!”
“우리 걱정돼서 죽을 뻔했잖아요.”
“태주 씨 절대 지켜!”
그때마다 태주는 난감하면서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자신을 걱정해줄 줄은 몰라서였다.
‘다들 그냥 소속 배우, 그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줄 알았는데.’
[태주, 이 둔한 녀석 같으니라고. 이곳 직원분들이 다들 널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몰라?]이제껏 태주와 함께 다닌 이중협이 말을 덧붙였다.
[다들 널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모른다고.]그 말에 태주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대표실로 향하기 전. 휴게실에 물을 마시러 들른 태주는, 그곳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설채빈과 마주쳤다.
그녀를 보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태주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채빈아? 네가 여기엔 웬일이야?”
그렇지만 설채빈은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벌떡 일어나 태주에게 달려왔다.
왈칵, 태주에게 안긴 설채빈이 벌게진 눈을 글썽거렸다.
“오빠,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오빠가 착한 일 하는 것도 좋은데, 제발 몸 좀 아껴요. 그 유괴범이 오빠 공격했으면 어쩔뻔했어.”
[이야, 꼭 태희가 말하는 거랑 똑같네. 원래 여동생들은 다 이렇게 오빠를 걱정하나.]이중협의 장난스러운 말에 태주의 얼굴이 더욱 벌게진 순간.
그는 설채빈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독였다.
“괜찮아, 나는.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래도 오빠 몸은 오빠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설채빈이 동그란 눈을 태주와 마주쳤다.
“저같이 오빠 좋아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아주세요.”
“그래, 알겠어.”
태주는 은근슬쩍 설채빈을 떼어놓으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아, 저 이번에 영화 촬영 관련해서 옥장파 감독님 뵈러 왔어요.”
“아, 그래? 그럼 얼른 보러 가.”
“오빠, 저 감독님 뵌 다음에 오빠랑 수다 좀 떨어도 돼요? 같이 점심 먹어요, 네?”
그때 문이 삐걱, 열리더니 윤수안의 얼굴이 당황한 듯 붉게 물들었다.
“채빈아, 이따가 감독님 뵙고 나서 점심 먹는 거 말이야….”
윤수안의 등장에 설채빈이 해맑게 손을 들었다.
“언니, 여기 태주 오빠 왔어요!”
“어? 어…….”
“둘이 언제 친해졌어?”
태주의 물음에 설채빈이 환하게 대답했다.
“저 오빠 없을 때 ‘굿맨’에 특별 출연했거든요. 수안 언니랑 같이 촬영했는데, 그때 친해졌어요.”
“태주 씨.”
그 순간, 큰 결심을 한 듯한 윤수안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덥석.
그녀가 태주의 손을 잡더니, 악수하듯 크게 흔들었다.
망설이듯 몇 번 입술을 달싹인 그녀가 겨우 꺼낸 말.
“보고 싶었어요. 건강하게 다시 보니… 좋네요.”
진심이 담긴 짧은 말.
그 말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함에 태주는 씩 미소를 지었다.
“저도요.”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
그들을 살피던 설채빈이 샐쭉한 입술을 비죽였다.
“뭐예요, 이거! 나도 좀 끼워줘요!”
* * *
얼마 후.
태주는 차용석과 함께 서울경찰청으로 향했다.
얼마 전 검거한 미성년자 유괴범을 잡은 공로에 대한 표창을 받기 위해서다.
[진짜 빨리 주네. 그거 잡은 거 얼마 전이지, 않나?]‘지금 관심이 뜨거워서 예외적으로 빨리 주는 것 같아요.’
‘제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하고 싶대요. 흐흐.’
경찰서에 양복을 입고 동행한 차용석.
마치 제 자식을 보는 시선으로 태주를 마냥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청장을 기다리는 이때, 그는 태주의 넥타이를 가지런히 매주며 흐뭇한 얼굴을 했다.
“이야, 우리 태주. 역시 양복을 입으니까 태가 쫙 나네.”
싱글벙글한 그의 얼굴을 보며 태주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
“형,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표창을 받는 게 내가 아니라 꼭 형 같네.”
“당연히 좋지, 임마. 꼭 자식이 상 받는 것 같단 말이야.”
툭툭, 양복의 구겨진 부분을 펴주던 차용석이 태주와 진지한 눈을 마주쳤다.
“자랑스럽다, 내 새끼.”
그 말에 태주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친형처럼 따랐던 차용석에게서 아버지의 포근한 향기가 느껴지는 순간이랄까.
그 느낌은 태주가 경찰청장에게서 표창을 받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경찰서에 초대받은 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와중에도, 차용석은 제 카메라로 태주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이곳에 못 온 한유경에게 사진을 보내줘야 한다나, 뭐라나.
“한태주 씨,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경찰청장이 건넨 인사에 태주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태주 씨 예능 촬영 도중에도 유괴범을 지나치지 않았다면서요. 정말 대단한 책임감입니다.”
경찰청장이 눈을 반짝이며 덧붙였다.
“예전부터 권 형사한테 들어서 태주 씨의 정의감이랄까, 그런 면모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권 형사님이요?”
“권혁중 형사요. 권 형사가 평소에 태주 씨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자기 후배로 들어오면 큰 재목으로 키워줄 자신이 있다고 하던데요. 흐흐.”
[권 형사, 저기에 있네.]이중협의 말에 태주는 구석에 있는 권혁중을 발견했다.
그 역시 핸드폰으로 태주를 찍다가, 태주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듯 손을 올렸다.
* * *
일정을 마친 뒤.
차용석이 경찰청장과 할 말이 있다며 그의 사무실로 향한 뒤.
태주는 몰려드는 직원들을 마주했다.
젊은 순경들부터 관록 있는 형사들까지, 다들 태주를 둘러쌌다.
그가 정신없이 사인해주고 셀카를 찍어주는 이때.
경찰청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온 이중협이 경계심에 가득 차서 말했다.
[조심해야겠어. 일전에 본 그 청년이 널 쫓아온 것 같아.]‘그 청년 귀신이요? 청난방에 청바지를 입은?’
[그래.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는 건 아니고. 줄곧 저기 앞에 서 있더라.]태주의 시선이 이중협이 가리킨 팻말로 향했다.
‘…장기 실종사건 수사팀?’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