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 (1)
호리호리한 청년은 계속해서 장기 수사 실종팀을 힐끗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의 눈길은 간절해 보였다.
태주의 시선을 끌 만큼, 무척이나.
그래서 태주는 옆에 있던 젊은 여경에게 물었다.
“그런데 장기 수사 실종팀은 뭘 하는 부서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장기 수사 실종팀이요? 아, 1년 이상 찾지 못한 실종 아동 등의 사건이 경찰서에서 지방청으로 이관되어 온 것들입니다.”
“서울 곳곳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이곳에서 모아 수사한다는 말씀이시죠? 일이 많겠네요.”
태주의 말에 여경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기가 사실 제일 일복 터지는 곳이죠. 일 년에 접수되는 실종신고만 2만 건이 훌쩍 넘어요. 그런데 실종팀장님 한 분에 팀원들 두 분이 전부라 죽어나고 있죠. 야근하는 건 다반사고. 그렇다고 수사에 진척이 빨리 있는 것도 아니라, 여러모로 힘든 부서죠.”
[저 남자, 그럼 장기 실종된 사람이라는 건가?]‘실종된 것 치고는 행색이 멀쩡한데요?’
[왜, 이럴 수도 있잖아. 실종되었는데 그 후에 머리를 다쳐서 기억상실이 온 거야. 그래서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물론, 실종되었는지도 몰랐던 거지.]‘실종되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저기 장기 수사 실종팀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고요? 귀신은 한 가지 한을 지독하게 쫓는다면서요.’
태주가 남자를 확인하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 분명히 저기 있었는데?’
그런데 마치 신기루를 본 것처럼, 남자는 사라졌다.
언제 있었냐는 듯, 태주를 농락하는 것처럼.
[저 사람 그냥 배회한 건가 봐.]이중협은 애써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태주를 안심시켰다.
마침 태주에게 사인 요청을 하는 수많은 손길이 모여들었다.
태주가 정신이 없는 그때.
이중협은 한 바퀴 경찰청을 돌아 그 남자를 찾았다.
멀찍이서 이중협을 발견한 남자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쭈뼛거리며 멀어졌다.
그 모습에 팔짱을 낀 이중협이 중얼거렸다.
[아직 때가 아닌 모양이네. 자기가 간절하면 태주의 곁으로 오겠지, 한을 풀려고.]나처럼.
이중협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 * *
다음 날 오전.
BS 빌딩 로비에서 영화 ‘나의 미래’ 500만을 기념하는 사인회가 열렸다.
주연배우 한태주와 디에고가 함께하는 이번 사인회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곳에서 사인회가 진행되는 이유는, 영화 속 진과 리가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 여기 수족관이기 때문.
태주에게 몰리는 수많은 선물과 애정 어린 시선에, 옆에 있던 디에고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이렇게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다니, 기분 좋겠어?”
디에고는 태주가 조금 전 받은 편지를 가리켰다.
편지 봉투 위에는 빨간 립스틱으로 찍은 입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것을 본 태주는 멋쩍은 듯 얼굴을 붉혔다.
화기애애하게 사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태주는 자신에게 향하는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 활짝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다들!”
“이제 우리 태주 오빠, 월드클래스라 진짜 만나기 어렵네요!”
“이렇게라도 얼굴 보니까 좋아요, 형.”
이들은 초기부터 함께해준 태주의 팬클럽 멤버들.
그들을 보는 태주의 얼굴은 환했다.
팬카페 상에서 자주 댓글도 달고 연락하며 내적 친밀감이 상당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 주던 태주가 그들에게 말했다.
“저 조만간 티비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찍은 예능 촬영들이 방영될 예정이거든요.”
“알아요. 가장 가까이 다가온 건 ‘마스크 스타’고. 그다음에는 KTS의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QVN의 ‘꼬리잡기’잖아요.”
“티비에서라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실제로 이렇게 보면 더 좋지만요.”
“미국 가기 전에 저희 만날 시간 없으시죠? 영화 촬영하시잖아요.”
“네, 옥장파 감독님 영화 찍느라 스케줄이 꽉 찼어요. 매 순간 열심히 할게요. 정말 좋은 작품을 여러분께 선보이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여러분….”
태주가 눈을 찡긋했다.
“당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마스크 스타부터 보시는 걸로! 거기서 미스터 버터플라이랑 태양왕 중 누가 승리하는지 꼭 봐주세요! 오늘 밤 10시입니다, 10시!”
태양왕과 미스터 버터플라이의 대결을 마무리할 ‘마스크 스타’.
오늘이 그들의 결말을 볼 회심의 회차였다.
* * *
그날 밤, 9시 50분.
스타뉴스 본국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명이 의자에 앉아 티비를 시청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켜 놓고 기사를 쓸 준비를 한 우성림이 옆에 있는 홍은지를 힐끗했다.
“퇴근 안 하세요? 할 일도 없어 보이시는데 왜 굳이 야근을 자처하시는지…?”
“너 기사 쓰는 거 체크해 줘야지.”
“하, 제가 신입이에요? 그런 걸 체크받게.”
눈치 없는 우성림에게 홍은지가 눈썹을 씰룩거렸다.
“그냥 좀 보자. 선배가 네 기사 봐준다는데도 뭔 말이 많아.”
“네네, 알겠어요. 아, 한다!”
우성림은 급히 시선을 티비로 돌렸다.
마스크 스타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다.
노트북 속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한 우성림이 말했다.
“그런데 오늘 시청률은 괜찮으려나요? 저번 주에 한 주 쉬었잖아요. 부형윤 검사장 관련 뉴스 긴급 편성한다고.”
“한 주 걸렀어도 한태주라면 봐야지. 지금 마스크 스타 최고 시청률 경신할지도 모른다고.”
홍은지는 집중한 얼굴을 티비로 향했다.
티비 속에서는 경연을 끝낸 태양왕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케줄이 있어 먼저 떠났다는 미스터 버터플라이에 관중, 판정단이 모두 아쉬워하는 가운데.
“아무리 봐도 태주 씨 대단해.”
“뭐가요?”
홍은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잖아, 아무리 배우라도 두 개의 인격을 동시에 연기하기 쉽지 않은데….”
“아, 태주 씨가 미스터 버터플라이랑 태양왕을 동시에 연기한 거요? 정말 엄청나죠.”
우성림이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아, 궁금해 죽겠다. 누가 이길지.”
초조한 듯 손가락을 물어뜯던 홍은지가 티비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 저기 결과 발표한다!”
둥둥거리는 드럼 소리와 함께 엠씨가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입을 떼는 순간, 모두가 긴장했다.
* * *
동 시각, 넥스트 엔터 홍보팀.
오늘은 한태주가 출연한 ‘마스크 스타’ 방영일이라 모두가 야근하는 중이다.
커다란 티비 속 미스터 버터플라이와 태양왕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보던 그들.
“아까비!”
결과를 확인한 홍보팀장이 손뼉을 탁, 쳤다.
“비겼네, 비겼어!”
“솔직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실력이었죠.”
“이야, 나는 솔직히 태주 씨한테 정말 감격했어요.”
홍보팀장이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다 알잖아요. 태주 씨가 저 두 캐릭터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고. 또 완전히 결이 다른 두 개의 무대를 얼마나 정성 들여 준비했는지.”
“저희가 제일 잘 알죠. 매일같이 연습실 출석해서 연습했잖아요. 저였으면 하루에 저런 다른 캐릭터, 두 개 절대로 연기 못해요. 헷갈리잖아요.”
“불가능한 걸 해내는 게 바로 한태주 클래스지.”
뿌듯한 표정을 짓는 홍보팀장에게 직원이 희소식을 건네주었다.
“마스크 스타, 최고 시청률 13% 찍었답니다! 방금 ABS 주조정실에서 보내준 따끈따끈한 소식입니다!”
“역시! 사람들이 다들 관심을 가질 만했다니까?”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 보니까. 이야, 오늘 다들 마스크 스타만 본 모양이에요.”
“다들 미스터 버터플라이와 태양왕 중 누가 이기는지 궁금했나 보죠? 그런데 치열하게 대결했는데도 결과가 안 나서 어떡하냐. 아, 그러고 보니 태주 씨가 걱정이네요.”
달력을 보던 홍보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일 태주 씨 영화 무대인사 가잖아요. 거기서 엄청나게 질문 쏟아져 나오겠네요.”
* * *
다음날.
서울 모처의 영화관에서 열린 ‘나의 미래’ 500만 돌파 기념행사.
태주는 이곳에 일찍부터 도착해서 목을 풀고 있었다.
그는 오늘 ‘나의 미래’가 500만을 돌파한 기념으로, 영화 속 진이 불렀던 노래를 직접 불러줄 계획이었다.
오늘 행사는 특히나 특별했다.
디에고 크루즈가 미국에 돌아가기 전, 태주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행사였기 때문.
얼마 후, 영화관으로 태주와 함께 들어서는 디에고에게 수많은 관객의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 멋있다!”
“‘나의 미래’ 파이팅!”
뜨거웠던 응원은 태주의 노래 공연과 디에고의 탭댄스 공연으로 더욱 열기가 달궈졌다.
그리고 무대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태주 및 디에고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로 향했다.
“솔직히 한태주 씨와 디에고 크루즈 씨가 함께 영화를 찍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워낙 케미가 좋아서, 다음에도 같은 영화에 출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안이 들어온다면 해 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그 말에 태주와 디에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제가 디에고한테 붙잡히는 역할이었으니, 다음에는 제가 디에고를 잡는 역할로 출연하고 싶네요.”
“하하, 그것도 재밌겠네요.”
한참 영화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몇몇 팬들은 태주에 대한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어제 마스크 스타 봤는데요. 결국 태양왕이 미스터 버터플라이랑 비겼더라고요. 그래서 태주 배우님한테 묻고 싶은데요. 미스터 버터플라이와 비긴 것에 자존심 상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자존심이 왜 상해요. 오히려 재밌지 않아요?”
태주가 눈을 찡긋하며 덧붙였다.
“솔직히 여러분도 미스터 버터플라이랑 태양왕 중 딱 한 명을 골라서 응원하지 못하셨잖아요. 그렇죠?”
* * *
무대인사를 마친 태주는 디에고와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일단은 자신의 스케줄을 하러 밴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대인사가 끝난 후에도 수많은 팬이 태주를 따라왔다.
“저 사인 좀 해 주세요!”
“저 내일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제발 사인 좀요!”
태주에게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에 매니저로 동행한 장진혁이 고생이었다.
그중에는 진상인 이들도 있어서 더욱 그랬다.
“경호원 아저씨는 좀 비켜요! 아저씨 때문에 우리 태주 안 보이잖아!”
“와 씨, 몸이 왜 이렇게 좋아요? 밀쳐지질 않네. 태주 씨, 손잡아주세요!”
장진혁의 엄청난 괴력으로도 태주에게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를 막기 쉽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에게 휩싸인 태주도 휘청거리는 상황.
그러나 끝까지 친절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다들 진정해 주세요, 줄 서시면 사인해 드릴게요!”
“아, 나부터 해줘요!”
진상들의 향연에 태주와 장진혁이 고군분투하는 그때.
‘형, 나 좀 도와줘요!’
자신도 모르게 부른 이중협.
그런데 대답이 없다.
‘중협이 형?’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태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와중에 그에게 몰려드는 인파가 더욱 거세지자.
얼굴이 창백해진 태주는 마치 정신을 잃듯, 눈을 스르르 감았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