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46
46화
판을 키우는 방법 (1)
며칠 후, 스타뉴스.
우성림은 먹이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종종거리며 사수에게 향했다.
“선배님, 아무래도 윤지호가 연애하는 걸 확실히 캐려면 현장 취재를 하든지 해야겠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거 잠시 넣어둬, 더 큰 거 터질 것 같거든.”
“뭐, 또 건수를 잡으셨습니까?”
홍은지가 자기 옆에 우성림을 앉히고는 빠르게 속삭였다.
“이번에 이선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 있잖아. 거기에 한태주가 아역으로 나올지도 몰라.”
“카더라 소문은 어디든지 많은 법이죠. 더욱이 선배가 그런 근거도 없는 소문을 믿을 줄이야…….”
“당누봄 드라마 제작사 대표랑 전영수 감독이 한태주하고 XX 식당에서 만나는 거 본 사람이 있대. 셋이서 왜 만났겠어, 드라마 때문이겠지. 직접 만날 만큼 중요한 역할이라는 의미고 그럼 이선우 아역밖에 없지.”
“그럼 진짜예요? 근데 그거 비공개 오디션이잖아요. 어떻게 된 거예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1차 오디션까지는 봤대. 암튼 기다려 봐.”
홍은지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 큰 거 터질 것 같다.”
* * *
“뭐? 곽자형 대표가 한태주랑 만났다고? 아니, 그럴 이유가 없는데?”
원스타 엔터테인먼트가 한창 난리난 이유.
하강웅의 캐스팅 확정이 미뤄진 탓이다.
분명 하강웅은 2차 오디션까지 봤다.
전영수 감독의 아리송한 표정과 김옥현 작가의 확신 없는 모습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들에겐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다.
제작사 대표인 곽자형이었다.
게다가 원스타 엔터는 드라마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에 100억이나 투자했다.
투자자의 입김을 무시할 제작사는 없다.
계산이 빠른 곽자형은 분명 그 이치를 알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리 이선우가 한태주를 추천하느니 뭐니 해도 다 헛바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대체 한태주를 왜 만난 거야, 후보에도 없던 애 아냐?”
원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본부장, 김봉규가 버럭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폴라리스의 매니저, 권무현 팀장이 움찔거렸다.
“무현이 네 생각은 어때? 곽자형 대표가 도대체 뭔 생각인 것 같아?”
“글쎄요. 어차피 이선우 아역에는 강웅이가 픽스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한태주는 조연이라도 시키려고 만난 거 아닐까요? 이선우가 추천한 애니까 궁금하긴 했을 테니…….”
“강웅이가 배역에 픽스됐다는 확답이 없잖아, 확답이! 곽 대표한테 전화 한 번 넣어 봐야겠네.”
김봉규가 씩씩거리며 전화를 걸었다.
달칵.
얼마 지나지 않아 능글맞은 곽자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본부장님.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요.
“곽 대표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강웅이 캐스팅 기사도 내야 하고…….”
-잠깐만요, 본부장님. 강웅 씨, 김결 씨 아역으로 한 번 더 오디션 보면 안 되겠습니까? 주인공 친구 역할 정도면 괜찮을 듯해서요. 솔직히 강웅 씨, 이선우 아역 맡기에는 연기력도 그렇고, 경험치도 부족하잖습니까.
조심스럽게 말하는 곽자형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김봉규는 어이가 없어 말을 더듬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2차까지 이선우 아역으로 오디션 보셨잖아요. 강웅이가 연기가 처음인 것도 아셨고요.”
-그 역은 더 나은 배우로 캐스팅이 될 거 같아서요. 전 감독하고 김 작가가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기도 했지만, 저도 오강준을 맡을 배우는 그 배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김봉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배역은 하강웅 말고도 수많은 배우가 오디션을 봤었다.
그러나 그중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하강웅이 제일 나은 픽이었는데.
도대체 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단 말인가?
“곽 대표님, 저희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저희가 이 드라마에 얼마나……”
“누구보다 이 드라마의 성공을 바라는 건 접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요. 그래서 오강준 역에 최적인 배우를 캐스팅하려는 것뿐입니다.”
곽자형이 확신에 차서 덧붙였다.
“이보다 오강준 그 자체인 배우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 * *
강의가 끝나자마자 태주는 ‘굿스토리’ 제작사로 향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회의실.
방 한편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대표님께서 5분 안으로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태주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늘은 오강준 역 2차 오디션이 있는 날이다.
사실은 2차 오디션을 가장한 마지막 점검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태주는 그저 결의를 다질 뿐이다.
‘오늘 오디션도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
밖에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온 이중협이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볼 때 이미 결정 난 것 같은데…….]‘형, 좀 조용히 해 주실래요? 저 지금 집중하고 있잖아요.’
살짝 짜증을 내는 태주에게 이중협이 괜히 입을 비죽거렸다.
[알았어, 조용히 하면 되잖냐. 짜식아.]‘하긴, 이 녀석은 이 오디션의 진짜 의미를 모르지.’
눈치 없는 녀석.
비죽이던 이중협의 입꼬리가 재밌다는 듯 올라갔다.
그런데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본부장님.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드라마에 실력 좋은 배우 쓰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하강웅보다 한태주가 더 실력이 좋았어요. 지금 당장 비교 영상 보내드려요?”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태주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분명 곽자형 대표의 목소리인데, 전화로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건가?’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전영수가 김옥현과 함께 들어왔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전영수가 그에게 대본을 한 부 주었다.
“이거 4회차 대본인데, 거기 4-3 씬 한번 해 봅시다. 카메라 보고.”
김옥현이 아직도 시끄러운 밖을 힐끔거렸다.
“대표님 없이 우리끼리 할까요?”
“그러죠.”
전영수의 신호에 맞춰 태주는 집중해서 대본을 연기했다.
하예린과 오강준이 처음 만나는 씬.
버스에 혼자 탄 오강준 옆에 하예린이 대뜸 앉는 씬.
오강준이 하예린에게 고백하는 씬 등등.
여러 가지 장면들을 연기하던 태주는 점차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미처 보지 못했다.
그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는 김옥현 작가와 전영수 감독을.
태주의 연기가 끝나자 김옥현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제가 대본을 썼지만, 태주 씨는 저보다 대본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네요. 설채빈 씨가 태주 씨한테 많이 의지하겠어요. 그렇죠, 감독님?”
“그러게요. 어쩌면 이선우 씨가 태주 씨의 연기를 참고할 수도 있겠는데요. 워낙에 캐릭터를 잘 잡아놔서.”
거듭되는 칭찬에 방 안 분위기가 훈훈해진 그때.
쾅!
문을 세게 열고 들어온 곽자형이 자리에 앉았다.
“에잉, 하여튼 욕심이 과하다니까. 설채빈 집어넣었으면 됐지, 하강웅도 주연으로 집어넣으려고 해? 김결 아역도 큰 배역인데 계속 주인공 타령만 하네.”
“왜요, 원스타 쪽에서 뭐라고 해요?”
“전 감독, 김 작가.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드라마에 대한 책임은 내가 다 질게. 그리고 한태주 씨.”
갑자기 지목당한 태주가 바짝 긴장했다.
“우리는 정말 태주 씨 실력 하나만 보고 가는 겁니다. 이선우 씨 추천? 외모? 그런 거 다 상관없어요, 오직 이 캐릭터를 제일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태주 씨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곽자형이 태주를 보며 덧붙였다.
“그만큼 믿으니까. 아니, 내가 태주 씨 연기에 설득당했으니까.”
곽자형은 이번 드라마에 자신이 있었다.
한태주가 연기로 자신을 설득한 것처럼, 시청자들이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한태주를 반대했던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그런 그가 한태주의 연기에 반해 버렸으니까.
분명 시청자들도 그러리라 확신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계약서 씁시다.”
* * *
곧이어 직원들이 계약서를 들고 들어왔다.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오강준 아역, 배우 한태주.
당당히 적혀진 자신의 이름이 보였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본 태주는 곧바로 사인했다.
그 옆에서 곽자형이 중얼거렸다.
“정말 잘해줘야 해요, 태주 씨. 그만큼 거는 기대가 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계약을 끝낸 태주에게 세 명의 기대 어린 시선이 모아졌다.
“이미 배우들은 태주 씨 캐스팅 소식,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캐스팅 기사는 아마 오늘 저녁에 나갈 거예요.”
“이거 제법 큰 건인데, 누가 물었습니까?”
“스타뉴스에 홍은지라고, 그 여자가 3일 전부터 귀찮게 하더라고. 캐스팅 관련해서 한태주 뭐 있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역시 홍 기자 코는 못 속인다니까.”
태주는 침착해 보였지만, 내면은 흥분한 상태였다.
비공개 오디션, 자신이 결코 얻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배역이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믿을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이선우의 추천, 제작사 대표 및 감독과의 미팅, 그리고 오디션 합격.
도저히 믿기지 않아, 그는 소심하게 뺨을 꼬집어 보았다.
매우 아팠다.
김옥현이 그 모습을 보곤 눈을 찡긋거렸다.
“태주 씨, 이거 꿈 아니에요. 그러니까 좋아해도 돼요.”
[그래, 좀 좋아해라! 이렇게!]옆에 있던 이중협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에 쪽, 뽀뽀하는 시늉을 했다.
‘으악!’
익살스러운 행동 덕분에 태주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정말 꿈이 아니었다.
* * *
그날 저녁.
인터넷 연예 뉴스의 메인에 ‘한태주’란 이름이 걸렸다.
이선우(40)가 10년 만의 드라마로 귀환하는 QVN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에 한태주(20)가 아역으로 최종 캐스팅됐다.
전영수 감독과 김옥현 작가의 조합, 원스타 엔터테인먼트의 100억 투자로 큰 관심을 모았던 해당 작품은 매력적인 인물들이 대거 캐스팅되며 다시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림자 무사’의 우아한 중전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준 윤수안(22)과 전역 복귀작으로 택한 김결(29)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오강준’은 술집 작부의 아들로, 사연 있는 과거와 한 여자만을 향한 순애보가 특징이다. 해당 역에는 일찌감치 이선우가 캐스팅되어 있었기에, 그에 상응하는 아역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제작진은 발 빠르게 뛰어다녔다.
수많은 아역배우는 물론, 현재 활동하는 최정상의 아이돌까지 오디션을 봤다는 ‘오강준’ 역할은 최종적으로 아역배우 출신 한태주에게 돌아갔다.
최근 피르마 영화제에서 연기 특별상을 받고 윤이도 감독의 ‘그림자 무사’에서 화제를 모은 그는 늘씬한 외모는 물론 단번에 빠져들게 만드는 연기력으로 제작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캐스팅이 확정되었다고 전해진다.
“한태주 씨가 오강준을 연기하는 순간 확신했습니다. 제작진이 그에게 빠진 만큼 시청자들도 오강준에게 빠져들 거라고요.”
제작진이 확신에 찬 드라마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는 이번 달 말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스타뉴스, 홍은지 기자-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