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476
476화
아카데미로 향한 여정 (6)
태주는 서둘러 핸드폰으로 SNS를 확인했다.
화면 가득히 뜬 사진에 탄식했다.
“아…. 이걸 올렸네?”
그것은 비행기에서 단둘이 찍은 에린과의 셀카.
사실 살짝 거리를 두고 찍은 터라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그 밑에 적은 문구가 파장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나의 뮤즈, 러블리 맨.
그리고 밑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인 것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모양.
“도대체 러블리 맨이 무슨 뜻이냐? 뮤즈는 또 뭐고? 하트는? 너희 둘만의 암호야?”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박인우의 발언에 태주가 손을 내저었다.
“별 뜻도 없는 말인데, 괜히 사람들이 과잉 반응한 것 같아. 그냥 두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까?”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어렵지 싶다. 이미 SNS상으로 난리가 났거든. 정확히 말하면, 다들 환호하는 것 같더라. 그런 클리셰 있잖아. 재벌이랑 연예인이랑 열애설 나면 무슨 연애소설처럼 다들 열광하는 거.”
박인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추측하기로는, 아무래도 네가 자기 향수 모델로 위촉됐으니까. 그 친분을 과시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 말에 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린 웰링턴이 SNS 팔로워도 많고 영향력도 엄청나니까, 지금의 이슈를 자기 사업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런 말이지?”
“그렇지.”
“그래도 오해받을 만한 이런 워딩은 좀 바꿨으면 싶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 쪽에서 에린한테 연락해 볼게. 해당 게시글을 사람들이 열애설로 오해하는 것 같으니까. 문구 워딩을 바꿔 달라고.”
눈을 찡긋한 박인우가 방을 나가자.
태주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에린 웰링턴과 찍은 사진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SNS 계정으로 옮겨가니.
미국에 와서 올린 사진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언어로 쓰여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에린 웰링턴과 무슨 관계예요? 러블리한 사이?
“러블리한 사이는 도대체 뭔데?”
이제 태주는 어이가 없어 푸흡, 하고 웃었다.
그때, 옆에서 올리비아가 통찰력 있는 조언을 해주었다.
[잘 생각해 보게, 태주. 나는 이 일이 기폭제가 될 거라고 보네. 배우 한태주뿐만이 아닌, 인간 한태주에 대해 대중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계기잖은가.]올리비아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원래 슈퍼스타라는 건 비단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닌, 배우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 대중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라네.]옆에서 이중협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이번에 에린 웰링턴하고 난 이 뜬금포 열애설이, 태주라는 사람에 대해서 대중들이 좀 더 관심 가질 계기가 된다는 뜻입니까?] [그렇지. 그러니 이번 일은 태주 자네한테 좋은 기회인 셈이라고. 배우는 연기도 잘해야 하지만, 스타성도 필요한 직업이니까.]‘알죠, 아는데….’
태주가 잠시 고민하다가 곧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 그래요. 톱스타가 되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겠죠.’
[이 능청스러운 녀석. 너, 넉살이 많이 좋아졌다. 흐흐.]이중협은 태주를 훌쩍 큰 자식을 대견해하는 부모와 같은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 *
동시각, 스타뉴스.
홍은지와 함께 야근하던 우성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것 봐봐요, 제 말이 맞았잖아요!”
“응? 뭐가?”
“한태주랑 에린 웰링턴, 분명 무슨 관계일 거라고 제가 그랬잖아요.”
잔뜩 흥분한 우성림은 환하게 켜진 컴퓨터 화면을 가리켰다.
그의 시선을 따라간 홍은지가 눈을 깜빡였다.
“둘이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나 보지, 뭐. 아님, 에린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일부러 따라 탔거나. 게다가 원래 태주 씨 팬들 많아서 이런 식으로 사진 자주 찍어 주는데, 그럼 다 열애설이게?”
“지금 둘이 셀카 찍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밑에 문구가 포인트라고요. 마이 뮤즈, 마이 러블리 맨!”
우성림은 침까지 튀겨가며 열심히 말을 이었다.
“역시 둘 사이가 의심스럽더라니까요. 제 눈이 틀리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열애설 기사라도 쓰려고?”
홍은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볼 때, 태주 씨하고 이 여자, 아무 관계도 아니야. 그런데 지금 열애설 썼다가는 분명 나중에 태주 씨한테 원망 어린 시선 받을걸?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
“그럼 다른 사람들이 SNS 보고 열애설 기사 써서 조회수 꿀 빨 때. 저만 손해 보라고요? 절대 안 돼!”
“아니, 그게 아니라.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허위 기사 써서 차 대표와 태주 씨랑 사이 안 좋아지지 말자는 거지.”
홍은지가 우성림을 달래듯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엔 태주 씨 미국 소속사를 파보는 게 어떨까 해.”
“왜요?”
“에린 웰링턴이랑 태주 씨 소속사가 AAA로 같잖아. 그런데 이 시점에 저런 셀카가 SNS로 올라온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아서.”
그 말에 우성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연결고리에, 아득했던 그의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진짜 그쪽 소속사에 문의해 보는 게 제일 빠르겠네요.”
“그래, 우리 차분히 에린 웰링턴이랑 태주 씨가 왜 엮였는지 파헤쳐 보자고.”
* * *
한편, 이른 아침의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어제 에린 웰링턴이 올린 SNS 게시글에 대한 여파는 무지막지하게 컸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기사가 쏟아져 나온 건 물론.
유튜브 곳곳에서도 둘이 사귄다는 뉘앙스의 가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그걸 수습하기 위해 홍보팀과 배우 1팀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그건 대표실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한 차용석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런 짓을 왜 벌인 건지 모르겠네. 에린 웰링턴 쪽에는 연락해 봤어?”
에린 웰링턴의 소속사인 AAA.
그곳과 소통한 김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연락은 해 봤습니다만. 개인 SNS는 본인 소관이라 자신들도 어떻게 할 재량이 없다고 하네요.”
“소속사가 뭐 그리 무책임해?”
“미국 소속사는 한국이랑 조금 달라서, 소속 연예인이 중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이상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하더군요.”
“하아, 문화가 다르니까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그보다, 태주랑도 통화했어?”
“네, 태주 씨한테 직접 확인해 보니, 사귀는 게 아닐뿐더러 감정적 교류를 나눈 사이도 아니라고 합니다.”
“태주도 참 난감하겠네. 그런데 왜 이런 사진과 글귀를 올렸을까?”
차용석은 다시 한번, 핸드폰을 열어 에린 웰링턴의 글귀를 보았다.
“마이 뮤즈? 러블리 맨? 아이고 러블리라니, 사랑스럽다는 뜻이잖아. 이런 문구를 쓰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오해하지.”
“박인우 실장이 전해온 말도 그렇고. 제 생각에도요, 대표님.”
곰곰이 고민하던 김 팀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에린 웰링턴은 원래 SNS를 통해 자기 영향력을 과시하는 부류잖습니까. 혹시 이번에는 그 영향력을 자신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과 연관 지으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태주랑 찍은 셀카를 올린 게, 곧 나올 향수에 대한 암시라는 거야?”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댓글만 봐도, 다들 한태주와 에린 웰링턴이 무슨 관계일지 궁금해하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그러니까 둘이 향수 사업주와 광고 모델로 나온다면 그 관심은 배가 될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방향성이 제일 말이 되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차용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린 웰링턴 쪽에 다시 연락해 봐. 이왕 이렇게 된 거, 태주가 향수 모델이라는 걸 밝힐 타이밍은 지금이 딱 적기인 것 같아.”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지금 온 시선이 태주한테 향해 있는 지금, 미디어 재벌인 에린 웰링턴의 향수 사업의 광고 모델이 된 것도, 함께 출시될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도,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 팀장은 차용석과 자신감 있는 눈을 마주쳤다.
* * *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버스 안.
태주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뉴욕에서 열리는 미국 배우 조합을 대상을 한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배우 조합의 회장은 폴 벨포르, 일전에 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다.
그리고 태주와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디에고 크루즈는 이곳의 회원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카데미 레이스에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다들 네 연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 ‘나의 미래’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도 크겠지.]‘반대로 말하면, 저를 아는 만큼 더 엄격하게 표를 줄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저는 제 실력에 자신이 있어요.’
태주가 씩 웃는 그때.
옆에 있던 박인우가 그를 툭, 쳤다.
“방금 대표님한테 전화 왔는데, 설명해 줄게.”
“아, 응. 에린 관련한 거 때문이지?”
“맞아. 지금 에린 웰링턴이 일단 그 셀카는 내렸고, 패션쇼에서 찍은 사진으로 다시 올렸더라.”
“나도 그거 봤어. 이번에는 우리 둘이 좋은 친구라고, 그렇게 적었더라.”
“처음부터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괜히 비행기에서 찍은 셀카를 올려서 사람들만 헷갈리게 하고 말이야.”
박인우가 못마땅해하며 말을 이었다.
“암튼 대표님도 에린 웰링턴이 자기 향수 사업 빌드업하려고 일부러 그런 게시글 올린 것 같다더라.”
그 말에 태주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오늘 중으로 한국에서 관련 기사가 나가지 않을까 싶어. 홍은지, 우성림 기자님도 해당 사건 관련해서 취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거든.”
* * *
한국에서 한 기사가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스타뉴스에서 보도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들여다보자면.
-이제 한태주는 세계적으로 노는 건가? 향수도 해외 향수 모델만 하네.
-그런데 에린 웰링턴은 셀럽 아니었음? 파티광이 무슨 향수를 만든다고?
-에린 웰링턴은 팔로워 800만이 넘은 초특급 셀럽이죠, 이 사람, 사업하자는 제의만 수백 건 받았을걸요? 그런데 자기 이름 걸고 향수 출시하는 걸 보니, 철저하게 준비했을 거 같네요.
-어쩐지 에린 웰링턴이 괜히 SNS에 둘이 셀카 올린 게 아닌 거 같더라니. 자기 사업 모델이었네, 한태주가.
그리고 비슷한 시각.
넥스트 엔터 대표 차용석은 한 백화점 관계자와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서 맞닥뜨린 갑작스러운 제안.
“태주를 백화점 모델로 낙점하고 싶다고요?”
“네.”
관계자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제껏 보니까 한태주 씨가 백화점 모델을 하신 적은 없더라고요. 아시겠지만 저희 BS 백화점은 한국에서 매출 1위를 5년 연속 달성했으며, 이미지도 고급스럽고 우아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됐습니다.”
차용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GX 백화점과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BS 백화점.
그러나 차용석이 광고모델 제안에 망설이는 건, GX 백화점에서도 모델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
차용석이 머뭇거리는 것을 알아챈 백화점 관계자는 씩, 미소 지었다.
“이거 하나 알려드릴게요. 에린 웰링턴 측이 만드는 향수는 아마 저희 쪽에 독점으로 입점할 겁니다.”
“예?”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차용석의 눈이 동그래지자.
관계자가 비밀을 말하는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GX 측에서 입점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굴어서 저희 쪽으로 기회가 넘어왔는데. 1층에 단독으로 스토어를 내주는 걸 조건으로 협상 중에 있습니다. 그러니 한태주 씨도 저희 쪽과 백화점 단독 모델을 계약하신다면. 아마 향수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이런 기회 흔치 않다는 거.”
그 말에 차용석의 눈동자가 세게 흔들렸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