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541
외전 11화
프러포즈 대작전 (11)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너무 놀라 말을 잃은 태주.
아역배우 출신 송도준 씨(23) 와 한태주 씨의 사촌 여동생 차 모 씨(23)가 현재 열애 중이라는 소식이다.
그 둘에게는 한태주 씨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데, 송도준 씨는 영화 ‘탈출’에서 한태주 씨의 아들로 열연한 바 있다. 송도준 씨와 차 모 씨는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같은 곳을 진학하며 우정을 키워나갔고, 곧 그 감정은 사랑이 되었다.
먼저 사랑을 고백한 건 송도준 씨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뜻을 차 모 씨에게 전화로 전했고, 그 진솔한 고백을 차 모 씨가 받아주어 열렬한 연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친동생처럼 송도준 씨를 아끼던 한태주 씨가 이 소식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 예상한다.
-스타뉴스, 황유나 기자-
“아니, 나한테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이걸 기사로 내…?”
태주는 눈을 몇 번이고 비빈 후 다시 기사를 봤다.
그러나 아무리 꿈처럼 몽롱하다고 해도 이건 지극히 현실이다.
떠오르는 청춘스타 송도준과 한태주 사촌 여동생의 열애설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고. 그 관심도는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로 증명되었다.
-송도준과 한태주 사촌 여동생이 연애한다고요? 이거 한태주 씨의 반응이 너무 궁금한데요. 평소 여동생 사랑이 지극했잖아요.
-한태주 사촌 여동생이랑 송도준이랑 초‧중‧고, 대학교까지 같은 곳이라네요.
-어쩐지 송도준이 대학교 강의에 열심인 이유가 있을 거 같더라니. 둘이 그럼 CC인 거잖아요.
-진짜 한태주 씨 입장 좀 듣고 싶다. 끔찍이 아끼는 여동생이 아끼는 후배와 열애한다는 소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태희가 도준이랑 사귄다니? 태희도 그렇고, 도준이도 그렇고. 이렇게 비밀스럽게 사귀기 있냐고!”
“좀 진정하고.”
잔뜩 흥분한 태주를 다독이던 박인우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유나가 이 기사 쓰기 전에 너한테 팩트체크 안 한 거야?”
“응, 이런 기사를 쓴다는 언질조차 없었어.”
“유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네 직속 후배였잖아. 평소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박인우가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네, 팀장님.”
홍보실에서 온 전화야.
박인우가 입 모양으로 재빨리 말하더니 이내 밖으로 나갔다.
“저희도 지금 막 뉴스 확인했어요. 아뇨. 태주가 같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고, 사촌 여동생 연애까지 어떻게 시시콜콜하게 압니까….”
복도에 크게 울려 퍼지는 박인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순간.
태주도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들었다.
“일단은 애들한테 먼저 확인부터 해봐야겠다.”
그가 걱정하는 건 태희와 도준이가 진짜 연애를 하는지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기사로 일반인인 태희가 혹시라도 놀라지 않았을까, 그게 염려되었다.
뚜루… 뚜루루…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태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평소에는 태주의 전화면 째깍, 잘 받던 태희였기에 더욱 걱정되었다.
“도대체 왜 전화를 안 받냐….”
다섯 번 이상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태주는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도준은 단번에 전화를 받았다.
-형, 기사 때문에 전화 주셨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 그럼 솔직히 대답해줘, 도준아. 너 언제부터 태희랑 사귄 거냐?”
-아, 그게….
기어들어 가던 도준의 목소리에 이내 억울한 듯 힘이 실렸다.
-제가 태희한테 사귀자고 다시 제대로 고백한 건 맞아요. 그런데 저희 아직 사귀는 거 아니에요. 기사가 틀려도 한참 틀렸어요.
“사귀는 게 아니라고? 너희가 대학교에서 데이트하는 거 목격했다는 진술자들도 있던데?
-저희 공강 때 종종 만나, 캠퍼스 산책하면서 수다 떠는 거 아시잖아요. 그걸 다른 애들이 오해하고 진술했거나 기자님이 오해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도준이 억울해 미치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태희한테 고백에 대한 답을 못 들었다고요. 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예요.
* * *
동 시각, 스타뉴스.
널찍한 휴게실 안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지만, 아무도 그 안에 발을 디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성림이 황유나를 데리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지금 넥스트 엔터에서 난리 난 거 알지? 10년이 넘도록 한태주 씨 건으로 우리하고 긴밀히 공조하고 사이도 좋았는데. 지금 그 신뢰가 한 번에 깨지게 생겼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죄송하면 다냐고, 짜식아.”
우성림이 한숨을 쉬며 황유나에게 묵직한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이번 기사 보니까 송도준 씨랑 한태주 씨 사촌 동생이 데이트하는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던데.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둘의 열애설을 낸 거냐?”
“증거는 있어요. 전화상으로 송도준 씨가 차태희 씨한테 고백하는 거 들었어요. 그리고 둘이 학교에서 CC처럼 다정하게 다니는 걸 본 목격자들도 여럿 있고요. 그런데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 뭐가 필요해요?”
“하….”
“그리고 국장님이 괜찮다고 하셨는걸요.”
“국장님? 홍 선배가…?”
그제야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분명 자신에게 의논할 때는 허락 없이 기사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했던 유나가 왜 갑자기 이렇게 특종을 냈는지.
이 모든 것의 뒤에는 국장의 허락이 있었던 모양이다.
황유나와의 대화를 황급히 마무리 지은 우성림이 재빨리 국장실로 달려갔다.
지금 인터넷을 발칵 뒤집은 근원지를 찾아서.
“선배님!”
“국장님이라고 부르라 했지.”
홍은지가 여유로운 미소로 우성림을 응대했다.
“너도 인터넷 봤지? 우리 스타뉴스 기사가 실검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국장님.”
우성림이 답답하다는 듯 열변을 토했다.
“지금 한태주 씨 사촌 동생하고 송도준 씨 열애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정확히 확인된 바가 없는데, 이렇게 기사를 내면 어떡합니까.”
“내가 늘 말했지만 성림아. 기자들은 팩트체크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순간도 있단다. 지금이 그때고.”
자신만만한 태도의 홍은지가 눈을 찡긋했다.
“지금 중요한 건 송도준이란 청춘스타의 러브스토리야. 그것도 아주 기가 막힌. 아역배우를 그만두려 했던 송도준은 영화 ‘탈출’에서 한태주의 아들 역을 맡으며 다시 연기에 대한 불을 지폈다. 그리고 한태주의 사촌 동생인 차태희 씨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쌓았는데. 그 마음이 사랑으로 번져 결국 고백했고, 연인 관계가 시작되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이니?”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송도준 씨가 차태희 씨한테 고백한 건 사실인데, 차태희 씨가 받아줬는지를 모르잖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열애설에서 그 부분이 팩트체크가 안 되면….”
“그럼 한태주 씨한테 지금이라도 팩트체크해 보지 그래?”
“이미 여러 번 시도해 봤는데…, 안 받아요.”
완전히 밉보였나 봐요.
우성림이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 * *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이시네요. 혹시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네? 아…. 요즘 촬영 때문에 조금 피곤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태주가 고개를 흔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지금은 루이스 모드의 쥬얼리 파트 광고 건으로 회의 중이었다.
패션 브랜드인 ‘루이스 모드’는 미국, 유럽에서 런칭한 쥬얼리 파트를 한국에까지 들여왔는데, 그 모델로 한태주를 선정한 것.
태주의 창백한 얼굴을 본 박인우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광고 촬영은 이번 주말로 픽스할까요?”
“네, 그때, 뵙죠. 태주 씨, 콘셉트는 괜찮으세요?”
담당자의 질문에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습니다. 열심히 준비해 오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저번에 부탁하신 그 반지, 잘 사용하셨어요?”
담당자가 눈을 찡긋했다.
“수안 씨한테 비밀 프러포즈라도 하셨다든가?”
“아, 그게 아니라요…. 사실 그건 저희 고모부가 고모한테 프러포즈할 때 쓰려고 부탁한 반지였습니다. 고모부가 워낙 이런 부분에 안목이 없으셔서 제가 대신 맞춰드린 거예요.”
“어머, 그럼 차 대표님께서 쓰려고 주문하신 거였구나. 저는 또 태주 씨가 수안 씨한테 프러포즈하려고 부탁하신 줄 알았어요.”
담당자는 못내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태주 씨도 수안 씨한테 언젠가 프러포즈할 거 아니에요? 그때를 위해서라도 반지를 준비해 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글쎄요…. 필요할까요?”
“그럼요. 반지를 지닌 것만으로도 책임감이 생길 수 있죠. ‘이 여자는 내 여자다. 언젠가는 프러포즈할 내 여자’하고요.”
태주가 점점 집중해서 듣자 담당자는 더욱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혹시 또 알아요? 반지를 가지고 다니다가 적당한 때를 봐서 프러포즈할 수도 있을지.”
그 말에 솔깃한 태주의 귀가 팔랑거렸다.
그러고 보니, 윤수안의 심기가 불편한 지금.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서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윤수안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긴 10년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어줄, 자신의 결단을.
결심한 태주의 눈망울이 반짝 빛났다.
* * *
깜깜해진 밤.
아이들로 가득했던 놀이터의 정자에 혼자 앉아있는 태희가 보인다.
종일 연락으로 불타던 핸드폰은 이제 좀 잠잠해졌다.
연락을 확인하던 태희는 ‘태주 오빠’라는 이름을 보곤 머리를 긁적였다.
“오빠한테 연락 못 한 건 좀 미안하네.”
오늘 기사를 봤을 태주 오빠가 놀라서 연락한 걸 알지만, 아직 자신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받지 않았었다.
그때, 저쪽에서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태, 태희야. 많이 기다렸니?”
“아니, 나도 이제 막 왔어. 면접 스터디하고 오는 길이거든. 여기 앉아.”
캡모자와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송도준이 태희 가까이 앉았다.
한동안 그들은 말이 없었다.
태희는 자신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는 송도준을 발견했다.
“뭐야, 할 말 있으면 해. 답답하게 속으로 끙끙대지 말고. 여기서 보자고 한 건 너였잖아.”
“미안해, 태희야. 나 때문에….”
“그래. 솔직히 너 때문에 힘들긴 했어.”
태희는 기자들과 동기들에게 시달렸던 상황, 그리고 자신의 SNS 계정에 몰려와 마구 퍼부어댄 익명의 사용자들을 떠올렸다.
“너하고 사귄다는 기사 나가니까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더라. 도준이 네 팬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 시어머니들이 그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다들 송도준이 좋아한다는 여자가 누구냐고, 레이저 같은 관심을 나한테 쏟아내는데, 와….”
“…미안.”
한숨을 삼키던 송도준이 힘줄이 불거진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던 태희가 새침하게 중얼거렸다.
“괜찮아. 힘들었던 건 사실인데. 기사가 나서 좋기도 했으니까.”
뜻밖의 말에 도준이 태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동그란 그녀의 눈동자는 확신에 찬 듯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네가 나 좋아하는 거 전 국민한테 다 알려졌잖아. 그러니까 너 이제 나한테서 도망 못 칠 거 아냐!”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