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544
외전 14화
프러포즈 대작전 (14)
“아!”
태주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장진혁이 다급하게 백미러로 그를 봤다.
“왜 그래?”
“나하고 수안이 불화설 기사가 났어.”
“뭐라고? 어디서?”
“아웃패치. 나하고 수안이가 10년 간의 긴 연애로 지쳤는지, 불화가 심각하다고 써 놓았네.”
“뭔 개 같은 소리를….”
험악한 말을 끝맺기도 전, 장진혁이 지잉, 울리는 핸드폰을 발견했다.
“잠깐, 실장님한테서 연락이 와서.”
장진혁은 서둘러 박인우한테서 온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아뇨, 태주 형 지금 제 옆에 있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다른 곳 안 들리고 바로 샵으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장진혁에게 태주가 물었다.
“인우 형이 뭐래?”
“별다른 말은 없었고. 지금 윤수안 씨 소속사랑 연락해서 불화설 사실무근이라고 반박 기사 준비 중이래. 아마 스타뉴스를 통해서 보도자료 낼 것 같아.”
“오늘 XGV 스케줄 소화하는 거지? 불화설이 사실도 아닌데 취소할 이유 없잖아.”
“응. 강행할 거야. 대신, 오늘 아웃패치 기사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릴 거 같아.”
“그건 각오하고 있어.”
태주가 의자에 등을 붙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질문이 날아올지도 왠지 짐작 가네.”
그때, 지잉, 태주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수안에게서 온 문자였다.
-불화설을 결혼설로 반박하는 거 어때? 재밌겠지, 이거?
불화설로 심란할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윤수안의 장난.
태주는 씩 웃으며 답장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 * *
“이게 무슨 난리냐.”
차가 꽉꽉 막히는 출근길.
홍은지는 차 안에서 우성림과 통화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웃패치에서 태주 씨랑 수안 씨 불화설 낸 거, 확실한 증거라도 있는 걸까?”
-없을 거예요. 거기는 원래 증거 같은 거 없는 카더라 썰도 기사로 잘 찍어 내는 곳이잖아요.
“역시 그런 거겠지?”
-그 어느 곳보다도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곳이 바로 아웃패치잖아요. 거짓도 사실처럼 쓰는 곳.
“솔직히 불화설보다 훨씬 센 건 결혼설인데….”
홍은지가 군침이 도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둘이 준비하고 있는 한태주 결혼설, 그것만 잘 터뜨려도 아웃패치의 이런 기사 따위 확 묻힌단 말이지.”
-그건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둘이 잘 합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태주와 윤수안의 결혼 기사, 그거 한방으로 우린 그냥 스타 되는 거야!”
-가장 좋은 건 한태주 씨가 저희 기사에 협조해 주는 거고요.
“글쎄, 태주 씨 성격상 결혼설 기사에 직접 협조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사생활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잖아.”
-태희 씨 일로 밉보이긴 했지만, 혹시 또 모르죠. 그동안 쌓아온 돈독한 정이 있으니, 결혼 기사를 저희 통해서 내보낼지.
우성림의 말에 홍은지는 귀가 팔랑거렸다.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 없지.”
그 순간 그녀는 얼마 전, 윤수안을 몰래 목격한 게 생각났다.
“성림아, 사실은 나 얼마 전에 태주 씨 아파트 앞에서 수안 씨 봤는데….”
-아니 파파라치도 아니고, 거길 또 왜 가셨어요? 태주 씨 아시면 어쩌려고….
“윤수안이 태주 씨한테 전화로 프러포즈하는 거, 내가 영상으로 다 따놨다고! 이거 나중에 유용할 거 같지 않아?”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한참 후, 우성림이 꺼낸 말.
-선배님, 그거 나중에 저희 기사에 꼭 첨부합시다. 귀중한 자료일 테니까요.
* * *
동 시각,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무척 이른 시각임에도 홍보실은 많은 직원이 출근해 기자들의 전화를 응대하고 있었다.
“배우들의 사생활이라 저희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가 관계를 정리하다뇨. 그런 억측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적어도 팩트체크는 하시고 기사를 써주셨으면 합니다.”
“드라마 촬영 중 불화는 없었습니다. 극 중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가 맡은 캐릭터의 관계상, 두 분이 싸우는 것처럼 보였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어디까지나 극 중 상황입니다, 그걸 불화설로 생각하시면 곤란한데요.”
바쁘게 기자들을 응대하던 홍보팀장은 한숨을 돌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다들 아침부터 고생 많았어. 진짜 말도 안 되는 기사 때문에 연예계가 소란스러웠네.”
“진짜 이게 무슨 일이래요.”
홍보실에 방문한 송 과장이 진한 커피를 마시며 끼어들었다.
“소문난 잉꼬 커플, 톱스타 커플인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의 불화설이라니. 이보다 더 핫한 주제가 어디 있겠어요?”
“그게 진짜라면 말이죠.”
홍보팀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도대체 누가 한태주 씨하고 윤수안 씨 불화설 재기한 거야? 아웃패치도 어디서 들은 게 있으니까 이런 헛소리를 휘갈겼을 거 아냐.”
씩씩거리던 박 팀장이 직원들을 바라보며 답을 추궁했다.
“혹시 뭐라도 알고 있는 사람 없어?”
“솔직히 한태주 씨하고 윤수안 씨하고 싸웠던 건 맞잖아요. 박인우 실장님 말씀으로는 두 분이 사소한 다툼 정도 한 거라고 했지만요.”
“물론 연인들이 싸울 수 있지. 그런데 드라마 촬영장에서 일부 본 걸로 증거도 없이 기사화하는 멍청이가 있다고?”
“원래 아웃패치는 거짓 뉴스 만드는 거로 유명하니까요.”
“저기, 제가 아는 건 좀 다른데요….”
구석에서 조그맣게 말을 꺼낸 한 직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래? 민 대리, 뭐 들은 거 있으면 솔직하게 다 말해봐.”
“아, 그게….”
홍보팀장의 재촉에 여자는 용감하게 말을 이었다.
“아웃패치 쪽에 제 친구가 있어서 살짝 들었는데요. 이번 불화설, 일반인 측에서 제보가 들어왔다고 했어요.”
“일반인?”
“한태주 씨가 윤수안 씨하고 전 여자친구 문제로 싸웠대요.”
“뭐?”
홍보팀장과 송 과장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태주 씨가 여태껏 여자 문제로 속 썩인 적은 없는데?”
“윤수안 씨가 한태주 씨 첫사랑 아니었어요? 태주 씨 드림액터스 들어오기 전에도 여자친구 없었다고 했잖아요.”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 다들 머리가 복잡해진 상황.
홍보팀장이 명쾌하게 현 상황을 정리했다.
“태주 씨가 무성애자도 아니고, 연예계에 복귀하기 전엔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텐데. 연애를 한 번도 안 했겠어? 여자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지. 그런데 문제는….”
옆에 있던 송 과장이 말을 받았다.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의 불화설을 제기했다는 제보자가 혹시 그 전 여자친구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거죠. 안 그럼 뜬금없는 이 타이밍에 갑자기 둘의 불화설이 제기됐다는 게 설명이 안 되니까요.”
* * *
해가 중천에 뜬 정오.
GX 그룹의 한 사무실에서는 흡족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보 한번 잘했네.”
손톱 손질을 하며 민소예는 옆에 있는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앵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 “연예계 대표 잉꼬 커플,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의 불화설이 제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십여 년간 연애한 이 커플이 결혼까지 가지 못하고 헤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참 티비에 심취해 있던 그때.
어느샌가 들어온 비서가 뚝, 하고 티비를 껐다.
“무슨 이런 케이블 방송을 보고 계십니까. 그것도 쓸데없는 연예가 잡탕 방송을.”
“흥.”
민소예가 콧방귀를 뀌며 비서를 쳐다보았다.
“웃기잖아요. 연예계 기자들도 별수 없더라고요. 자기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내가 이렇게 기삿거리를 물어다 줘야 겨우 특종을 건지니.”
“아가씨.”
“그나저나, 혹시 태주한테서는 연락 없었어요? 모르는 번호로 우회적으로라도 왔다거나.”
“없었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젓자, 민소예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반응이 없다고? 걔도 참 어지간하네. 분명히 이 불화설 제보한 게 나인 줄 알 텐데.”
“아가씨, 웬만하면 한태주 씨는 가만히 놔두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가만히 놔뒀잖아요? 내가 걜 때리기를 했어요, 뭘 했어요.”
“그게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민소예를 옆에서 지켜보며 보필한 비서가 눈치를 보았다.
“괜히 한태주 씨를 건드렸다가 아가씨의 과거까지 드러날 수 있어서 그럽니다. 이제 곧 결혼도 하실 텐데….”
“한태주하고 사귀었던 게 뭐 어때서요?”
민소예가 으르렁거렸다.
“설마 그게 내 약점이라도 된다는 거예요?”
“득이 되진 않죠.”
비서가 차분하게 그녀를 설득했다.
“결혼식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상대는 백산그룹 본부장인 원도윤 씨고요.”
“그런데요?”
“재차 말씀드리지만, 백산그룹은 며느리감으로 정숙하고 현숙한 여자분을 선호하신다는 걸. 누구보다 아가씨가 잘 아실 겁니다.”
“내가 한태주랑 바람이라도 피웠어요? 웃겨서, 정말.”
“윤수안 씨를 만나서 자신이 한태주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혀 일부러 분란을 만든 점. 그리고 아웃패치에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의 거짓 불화설을 제보한 점. 그런 것들은 충분히 정숙하지 못하다고 생각될 만합니다. 아가씨도 이를 모르고 계시지는 않을 텐데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오빠는 나한테 푹 빠져 있으니까.”
그러나 자신감 있는 말과 달리 민소예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한태주를 잘못 건드렸나, 하는 걱정스러움이 슬슬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 역시나 한태주 씨와 윤수안 씨 소속사에서 불화설을 부정했네요.”
비서가 끌끌 혀를 차며 방금 올라온 기사를 보여주었다.
“두 기사의 공통점은 불화설을 허위 제보한 유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거네요.”
“흥, 그래봤자 익명 제보인데 어떻게 찾겠어요? 게다가 내가 직접 인터뷰한 것도 아니고요.”
“적어도 경고는 한 셈이죠. 앞으로 자기들 건드리지 말라고.”
그 말에 민소예가 움찔했다.
* * *
얼마 후, XGV 영등포 지점에서 열린 ‘한태주 특별전’.
오랫동안 XJ 엔터테인먼트에서 공들인 행사인 만큼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더욱이 오늘은 한태주, 윤수안의 불화설이 터진 당일이라 더욱 많은 사람이 몰린 듯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이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린 곳에는 당연하게도 한태주가 서 있었다.
“한태주 씨, 윤수안 씨와의 사이는 여전한 건가요?”
“두 분 결혼은 언제 하십니까?”
“불화설의 근원은 어디일까요?”
태주에게 몰려드는 수많은 기자를 막아선 관계자.
“지나가겠습니다. 한태주 씨, 이리로 오세요.”
관계자의 도움으로 태주는 대기실로 순조롭게 향했다.
모두가 제 자리에 참석한 후.
‘한태주 특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배우 한태주의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대표작을 훑어보고, 한태주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답을 받는 시간.
“형처럼 좋은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순수한 아이의 말에 태주는 자연스레 미소가 배어 나왔다.
“친구는 연기를 좋아해요?”
“네.”
“얼마나요?”
“아주 많이요! 하늘만큼 땅만큼!”
아이가 손을 쭉 벌려 연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해 보이자.
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든 연기를 사랑한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어요.”
“연기를 사랑하기만 하면 돼요?”
“연기를 사랑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서 노력할 테고, 그럼 좋은 배우가 되는 거니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고수가 될 거예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말이었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회장님이 예뻐할 만하네요.”
관객석 뒤편에 앉아있던 진중한 인상의 남자가 옆에 있던 한서경에게 속삭였다.
“자기 소신 뚜렷하고, 인상도 좋아요.”
“그렇다니까. 솔직히 태주 씨가 여자였으면, 내가 네 신붓감으로 찍었어.”
한서경이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옆자리에 있는 5촌 조카, 원도윤을 바라보았다.
“그 여우 같은 여자애보다는 태주가 훨씬 나은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회장님이 이렇게나 극찬하는지… 궁금하네요.”
‘소예가 왜 자꾸 언급하는지도 말이야.’
원도윤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태주를 응시했다.
“이따가 만나보면 알겠죠.”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