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551
외전 21화
프러포즈 대작전 (21)
홍은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태주를 느릿하게 훑었다.
“제가 모르는 태주 씨 특종이 뭔지, 궁금해서 그이한테 물어봤어요. 그런데 백산그룹 원도윤 본부장 관련이란 거 외엔 말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원도윤 본부장과 저 사이의 일이라고요….”
홍은지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원도윤 본부장이 태주 씨 차에서 내리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었나 봐요. 그걸 우리가 아닌 아웃패치에 제일 먼저 제보한 거고요. 그런데 둘이 밥이라도 먹은 거예요? 아님,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한 사이?”
태주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원도윤 본부장님은 저번에 XGV에서 특별전 했을 때 한서경 회장님의 소개로 알게 된 분입니다. 특별한 친분은 없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황유나가 눈을 반짝거렸다.
“원도윤 본부장, 백산그룹에서 촉망받는 인재이자 한서경 회장님이 자식처럼 아끼는 분이라고 했는데요.”
“그래봤자 한 씨도 아니고 원 씨야. 백산그룹의 적통은 원도윤이 아니라 한유석이라고.”
“성림아, 그래도 원도윤 본부장이 그룹 내에서 얼마나 촉망받는 인재인지는 네가 더 잘 알지 않니? 게다가….”
홍은지가 태주를 힐끔거렸다.
“이번에 GX그룹 막내딸하고 결혼하면서 입지를 더욱 굳히려는 것 같던데.”
“백산그룹 내에서는 한유석에게 밀리니까. 결국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길은 외척의 힘을 빌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겠죠.”
“GX그룹 막내딸이자 인플루언서인 민소예의 힘을 말이죠. 비록 정략결혼이지만 그쪽의 서포트를 받는다면 충분히….”
“성림아, 유나야 둘 다 조용히 좀 해봐. 태주 씨가 너희들 때문에 말을 못 하잖아.”
“흠흠.”
헛기침한 태주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얼마 전에 시구 연습하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진천그룹 부회장님이 워낙에 야구를 좋아하셔서 저를 격려해 주러 오셨는데. 두 분이 함께 술자리를 가지다 오셨는지 원도윤 본부장님도 따라오셨고, 그때 집에 모셔다 드린 게 전부입니다.”
“태주 씨가 굳이 집까지요?”
“본부장님께서 부탁하셔서요. 많이 취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럼 대리기사를 부르면 됐을 텐데요.”
홍은지가 뭔가를 눈치챘다는 듯 말했다.
“혹시 두 분이 은밀한 이야기라도 나누신 거 아닌가요?”
“하하, 그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태주가 씩 웃었다.
단호한 분위기에 홍은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선을 그을 때면,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
그러나 궁금함은 여전했다.
원도윤과 한태주가 차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그리고 아웃패치는 그 둘의 사이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지.
* * *
한편, 초조한 기색으로 노트북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아웃패치의 기자, 조금동이었다.
모니터 안에는 그가 방금 완성한 기사가 떠 있었지만, 그는 영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뭔가 부족한데…. 이 정도로는 국장님 선에서 컷 당할 것 같단 말이지….”
머리가 지끈거리던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인터넷이나 하면서 머리 좀 식혀야겠다.”
그렇게 마우스를 달칵거리던 그의 눈에 들어온 연예계 기사들.
조금동의 눈에는 ‘한태주’만 보였다.
“아, 얼른 내보내야 하는데, 한태주 특종 기사. 단막극 방영 직전에 터트리면 반응들이 볼만할 텐데.”
그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의 어깨를 툭, 치는 손길이 있었다.
“이번에 특종 건졌다더니, 왜 여태까지 아무런 말이 없어요?”
후배의 도발에 조금동이 얼굴을 찡그렸다.
“좀 차분하게 기다려 봐, 짜샤. 기사가 무슨 패스트푸드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나오냐?”
“선배가 그렇게 자랑했으니까, 그렇죠.”
남자가 능글맞은 웃음을 헤헤 흘렸다.
“얼마나 대단한 기사인지, 다들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하!”
결국 조금동이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태주하고 은예영하고 뭐 있어! ‘미스틱’ 소속사 대표가 제 입으로 말하는 거 들었거든.”
“아이고, 네, 그러세요.”
어이가 없는 듯 남자가 키득거렸다.
“그런 기사 쓰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퍽이나 믿어주겠습니다. 한태주랑 윤수안은 대한민국에서 공인한 닭살 커플이라고요. 그런 한태주가 은예영하고 뭐, 썸씽이요? 캬, 차라리 한태주가 내일 윤수안하고 결혼한다는 기사를 내세요! 그게 더 그럴듯하네!”
“야, 너 선배한테 말투가 왜 그래? ”
답도 없이 손을 흔들고는 사무실을 나가는 후배를 본 조금동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 새끼들이 나 비웃는 거 다 알아.”
아웃패치의 계륵이라 불리는 자신을 후배들조차 우습게 보는 것을 안다.
말로만 특종을 낸다고 했던 게 몇 년째인가.
매번 그럴듯한 건수는 잡았으나, 정작 증거가 없어 국장님 선에서 항상 통과되지 못했었다.
조금동은 이를 악물었다.
“분명히 한태주하고 은예영 사이에 뭔가 있는데. 메이킹 필름에 뭐 없으려나?”
그는 눈에 불을 켜고 유튜브를 검색했다.
그러나 아직 유튜브에 메이킹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놈의 홍보팀은 왜 이렇게 일을 안 해. 설마 대학가요제 촬영까지 다 하고 나서 메이킹을 올리려고 그러나?”
조금동의 생각이 ‘프러포즈 대작전’의 마지막 촬영인 대학가요제 씬까지 미친 순간.
그가 결심했다.
“이번에 촬영 현장을 급습해야겠어.”
최근 단막극 ‘프러포즈 대작전’에 기자 접근 금지 협조 공문이 내려왔다.
드라마 촬영이 막바지에 들어서기도 했고, 편성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공개가 코앞인 지금, 방송국이나 제작사나 다들 드라마 사수에 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한태주와 은예영 사이에 썸씽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 그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증거를 잡으리라 각오를 다졌다.
“대학교에서 촬영하는 게 신의 한 수군. 한태주며 은예영, 송도준 전부 인기 많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몰리겠지. 잠입하기 쉽겠어. 어디 보자, 촬영이 언제였더라…?”
달력을 휘적거리며 날짜를 찾던 조금동이 주먹을 꽉 쥐었다.
“3일 후네. 그때 내가 반드시 증거, 찾는다.”
* * *
한편, 조용한 사무실에서 고뇌에 빠진 한 남자가 있으니.
“본부장님, 회의 준비 끝났습니다.”
“네? 아, 네…. 곧 가겠습니다.”
비서의 말을 들은 원도윤이 눈앞에 있던 파일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런데도 그의 머릿속에는 친한 형, 목진기가 했던 말이 잊히지를 않았다.
-뭘 망설이는 거야? 네 뜻대로 밀어붙여. 네가 언제 누구 도움으로 비상한 적 있다고. 원래 혼자서도 잘해왔잖아?
일전에 목진기에게 “자신은 한 씨가 아니라 원 씨라서 백산에서 올라갈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라고 털어놓은 적 있었다.
그때 그의 사촌이자, 백산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또 다른 경쟁자의 말이 생각났다.
-한 씨도 아니고 원 씨인 네가 오를 수 있는 자리는 본부장, 딱 거기까지야.
현 회장인 한서경은 자식이 없어, 후계자 자리를 조카 중 하나에게 물려주리라 공표한 바 있었다.
그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원도윤은 백산그룹의 주력사업인 백산전자의 본부장으로 승격하며 한씨 일가의 견제를 받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원도윤은 GX그룹과의 결혼을 통해 힘을 키우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무래도 소예는 안 되겠어. 진실 없는 결혼은 내 앞길을 오히려 막을 거야.”
일전에 태주와 나눈 대화를 상기하던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솔직히 본부장님, 좋은 사람 같았거든요.
원도윤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껏 자신을 견제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만났던 그였기에 태주의 그런 말은 제법 신선했다.
“좋은 사람이라…. 날 믿어주는 건가?”
벌떡.
파일을 들고 회의에 참석한 원도윤.
한참 진행되던 회의는 이윽고 백산전자가 이번에 새로 출시한 핸드폰으로 향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광고로 매출을 증진하고자 합니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이미 호기심은 끈 상황입니다. 해서 마케팅으로 젊은 층의 시선을 돌릴 제일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자 고심 중입니다.”
“젊은 층에게 먹힐 마케팅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원도윤이 갑작스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에 ABS에서 5년 만에 단막극 부활을 꾀한다죠? 며칠 후에 연서대에서 마지막 촬영이 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은데, 그때 핸드폰 PPL을 넣읍시다.”
“오, 좋습니다. 한태주 씨가 나오는 드라마니 광고 효과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단막극이라 오히려 호응을 얻기 쉬울 듯합니다. 노린 것 같지 않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직원들에게 원도윤이 덧붙였다.
“명분도 쌓고, 이익도 얻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겁니다.”
* * *
얼마 후, ABS 방송국에서 소란스런 발걸음이 울려 퍼졌다.
“국장님, 저희 이번에…!”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지금 대학교 촬영 준비하느라 바쁜 거 아니었어?”
헉헉거리던 복 감독이 국장에게 말했다.
“이번에 백산전자 PPL이 들어왔습니다.”
“응?”
국장이 귀를 후비며 복 감독을 바라보았다.
“무슨 단막극에 백산전자 PPL이 들어온다고 그래.”
“진짜입니다. 방금 홍보팀 담당자랑 메일도 주고받았고, 통화도 완료했습니다. 당장 오늘 오후 4시 안에 답변 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국장이 놀란 듯 책상을 짚고 일어났다.
“너 지금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제가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해요.”
감독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대학가요제 씬에 핸드폰 PPL 기가 막히게 할 수 있겠네요. 백산 핸드폰 장점이 고화질 카메라 아닙니까! 멀리서도 내 방 안방처럼 볼 수 있는 생생함!”
“뭐 설정을 인위적으로 넣을 필요도 없겠어. 자연스럽잖아!”
덩달아 흥분한 국장이 별안간 머리를 긁적였다.
“그 핸드폰이지? X 시리즈, 올해 가을에 기습적으로 공개한 신상!”
“네. 저도 예약 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작품에서 광고할까, 궁금했었는데…. 저희 작품일 줄이야.”
“근데 우리 작품에 뭘 보고 X 시리즈 광고를 넣은 거지?”
“한태주 씨를 믿고 추진하려는 거 같았습니다.”
“아니, 아무리 한태주가 나온다고 해도 단막극에 이런 PPL 하기 쉽지 않을 텐데.”
“글쎄요, 소문으로는….”
감독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태주 씨가 원도윤 본부장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것 같더라고요.”
“에이, 무슨 소리야.”
“정말입니다! 홍보팀 직원이 그러던데요?”
감독은 아까 통화에서 그가 닦달해서 겨우 얻어낸 대답을 그대로 옮겼다.
“이번 광고, 원도윤 본부장이 한태주 씨를 봐서 특별히 진행한 거라고 했습니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