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556
외전 26화
프러포즈 대작전 (26)
* * *
대표와의 미팅이 끝난 후.
예영을 데리고 연습실로 내려가던 실장이 후,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예영의 표정은 더없이 침울했다.
걸그룹 직캠으로 알려진 섹시한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순진한 표정.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보던 실장이 한숨을 삼켰다.
‘이럴 때 보면 철이 안 들었어. 후회할 일을 왜 하는 건지, 나 참.’
뭐, 자세한 사정은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한태주의 품에 안긴 건 예영이 오해받을 빌미를 준 거였다.
그것도 그거지만 이 사태를 대하는 대표의 태도가 무척이나 불만족스러웠다.
결국 그의 말은 예영과 미스틱이 바이럴을 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자는 건데.
‘돈이 없어서 홍보를 못 한다니, 어이가 없네.’
애들은 지하 연습실, 방 한 칸짜리 원룸에 밀어 넣었으면서 자기는 고급 아파트에 살며 외제 차를 3대씩이나 모는 걸 알고 있다.
그때 생각에 잠긴 그의 귓가로 예영이 조심스레 건네는 말이 들려왔다.
“실장님, 정말 죄송해요.”
“그래, 너 진짜 죄송해야 해. 지금 네 그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 보고 있는지 알고나 있냐?”
퉁명스러운 실장의 말투에 예영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이내 손으로 쓱 눈물을 훔치더니 결심한 듯한 얼굴을 들어 보였다.
“해명 인터뷰할게요, 실장님. 제가 일방적으로 한태주 선배님한테 그렇게 한 거라고, 다 제 실수라고 할게요.”
“그럼 너 천하의 나쁜 년이라고 욕먹어, 인마. 남의 남자 탐냈다는 그런 소리나 듣고 싶어?”
“…이미 기사 때문에 그런 소리 잔뜩 듣고 있는데요, 뭘. 그리고 제가….”
예영이 우물거리며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사실은 한태주 선배를 좋아했던 것 맞다고.
윤수안 선배랑 사귀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멀리서나마 한태주 선배를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그의 품에 안긴 것 같다고.
그 순간 화가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 실장의 말이 들려왔다.
“네가 좋아하는 한태주도 지금 이 사태 때문에 아주 골머리 앓고 있을 거야. 너, 정말 이런 걸 원하는 건 아니지?”
마치 자신이 한태주를 좋아하는 걸 안다는 듯한 실장의 말에 예영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어떻게 아셨어요?”
“드라마 스태프들은 다들 알음알음 아는 것 같더라. 그리고 송도준도. 저번에 현장 가서 너하고 호흡 어떠냐고 슬쩍 물어봤는데, 자신을 남자로 의식 안 하고 편하게 대해줘서 연기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그땐 그게 농담인 줄 알았지. 근데…. 하, 인제 와서 이런 말 한들 뭔 소용이냐.”
실장이 깊은 한숨을 삼켰다.
“연락을 하더라도 내가 할게. 얼른 사태 수습해야지.”
“하지만 대표님은….”
“대표님도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실 거야.”
그리고 더는 예영이 꽃뱀으로 SNS에서 테러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도 하고.
실장은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 * *
한 시간 후.
태주는 집 대신 회사로 향했다.
지금 인터넷이 ‘그 사진’으로 시끄러운 이때,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회사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휴게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나타났다.
“집에 안 가고 왜 여기에 있냐?”
“형은 여기에 웬일이야?”
“작업실에서 앨범 막바지 작업하느라.”
윤지호가 태주 옆에 털썩 앉았다.
“너 얼굴색이 안 좋다. 여태까지 수안 씨한테 그 기사로 쪼였냐?”
“쪼이긴 무슨. 그리고 수안이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니까 다 이해해 주더라고.”
태주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어. 다음부터는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을 아예 만들지 말라고 엄하게 경고하더라고.”
“하긴, 상대가 예영이니 더 그렇게 느껴졌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추궁하는 듯한 태주의 날카로운 시선에 윤지호가 헛기침했다.
“아니, 피디님도 아시길래 이미 너도 한참 전에 아는 줄 알았는데…. 예영이가 너 좋아하잖아.”
그 말에 태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뭔 소리야, 걔가 왜 날 좋아해.”
“눈치 없는 건 여전하네, 한태주. 예영이가 너 좋아해서 일부러 네 품에 안길 걸 수도 있다고.”
그 말에 태주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아, 몰라. 머리 아파.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그 사진을 찍었냐는 거야.”
어깨를 으쓱한 윤지호가 맞장구쳤다.
“그러게. 스텝분들이 그날 특별히 엄격하게 현장 통제하셨을 텐데, 어떻게 그 사진이 찍혔는지를 모르겠다.”
“아무래도 아는 기자님들의 힘을 좀 빌려야겠어.”
태주가 어디론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어머, 태주 씨. 아웃패치 기사 때문에 전화한 거죠?
“안녕하세요, 국장님. 좀 급한데, 저 좀 지금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혹시 제가 말씀드리는 분을 유도 신문해서 답을 알아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렇게요….”
태주의 말을 유심히 듣던 홍은지가 명쾌하게 화답했다.
-그렇게 해 볼게요. 태주 씨, 너무 걱정하지 말고 쉬어요. 내가 또 이런 데는 선수잖아요.
* * *
동 시각.
태주와의 통화를 마친 홍은지가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말짱했다.
-조금동입니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금동 씨. 나 홍은지예요.”
그 말에 조금동이 반갑다는 듯 화답했다.
-아이고, 우리 홍 기자님께서, 아니지, 이제는 국장님이시죠? 아무튼 또 어쩐 일로 이렇게 연락을 주셨습니까?
“현장에서 함께 밤을 새우며 경쟁한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홍은지가 의미심장한 말을 이었다.
“조 기자님께서 오늘 내신 특종, 감명받아서 연락드렸어요.”
-아하하, 그거 보셨어요?
“이렇게 특종 잡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을 알았다면 제가 진작 우리 신문사로 스카웃했을 텐데요.”
홍은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솔직히 제가 그동안 한태주 씨 전담으로 일하면서 이런 특종은 한 번도 잡지 못했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게다가 찍은 장소가 연서대 부근이던데…. 그때 분명히 드라마 촬영한다고 기자들 출입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어요?”
-하하, 홍 국장님. 제 능력이 이 정도입니다.
자신을 띄워주는 홍은지의 말에 조금동은 완전히 기분이 업된 상태였다.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게 우리 기자들의 방침 아닙니까. 일반인으로 변장해서 들어갔죠.
“변장 능력도, 한태주 씨를 찍은 그 실력도 대단하시네요. 분명 사진 찍는 건 조연출 선에서 막혔을 텐데요.”
-사진기만 안 쓰면 되니까요.
“아, 핸드폰을 몰래 숨겨서 찍으셨어요? 팁이 있으면 저도 좀 알려 주세요. 제가 워낙에 그런 부분으로는 지식이 부족해서요.”
-국장님, 핸드폰 숨겨서 찍으면 조연출한테 빤히 걸기죠. 그것보다 더 은밀하게 찍어야 해요, 도구를 이용해서.
“도구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짐짓 모르는 척 물어보던 홍은지는 핸드폰의 화면을 들여다봤다.
통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녹음 버튼이 눌려있던 화면이 선명하게 빛나는 순간.
-에이, 아시잖아요. 요즘에 제품들이 잘 나온다는 거. 특히 안경 모양으로 된 건 잡아내기 힘들죠.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조금동의 목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졌다.
* * *
한편,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각.
차용석은 직원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갑작스레 아웃패치에서 보도한 특종 때문이었다.
기사를 보던 차용석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이 그렇게 화질이 좋지는 않네. 멀리서 찍은 건지, 아니면 카메라로 찍은 게 아닌 건지.”
“근데 이거 불법 아니에요? ABS 측에서 기자들 취재 막는다고 통제했는데, 이런 걸 어떻게 찍었죠?”
“거기 있던 대학생 가운데 누가 몰래 찍어서 아웃패치에 제보한 것 아닐까요?”
“현장 촬영장은 엄격하게 바운더리까지 쳐서 관리했어요. 연서대 측도 그 정도는 이해해 줬고요. 바운더리 안으로는 제작진, 배우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을 거예요.”
“화장실 근처는 아마 그 범위 안에 안 들어갔을 겁니다.”
“그래도 조연출이 수시로 감시했을 거예요. 몇몇 기자 중에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는 핑계로 촬영장을 휘젓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대표님.”
그때 ABS 제작진과 연락이 닿은 배우 1팀 직원이 흥분한 듯 말했다.
“방금 현장 총괄했던 조연출하고 통화했는데요. 현장에서 사진을 찍던 조금동 기자를 자신이 잡았었답니다.”
“그래? 그 후에 어떻게 했대?”
“현장에서 카메라에 들어있던 사진 전부를 지우고 돌려보냈답니다. 그래서 더욱 의아하다네요. 분명 현장에서 태주 씨랑 예영 씨 사진 찍은 거 다 지웠는데, 그 사진을 어떻게 복원해서 기사에 실었는지. 그리고 현장에는 태주 씨랑 예영 씨 둘만이 아니라, 윤지호 씨도 있었는데 왜 사진을 그렇게 올렸는지.”
“원래 셋이 있던 사진인데 태주 씨, 예영 씨만 크롭해서 올렸나 보네요. 조작질도 정도껏 해야지.”
그때, 차용석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만. 홍 국장님한테 전화가 와서. 네, 여보세요.”
스피커폰으로 돌린 핸드폰에서 높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표님. 조금동 기자, 몰래카메라로 태주 씨 현장 포착한 거 맞아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니까, 드라마 현장에 몰래 잠입했던 조금동 씨요. 그이가 사용한 게 안경 모양의 몰래카메라였답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송 대리가 손을 들었다.
“그거 팬 사인회에서 종종 발견되는 물건이잖아요. 예전에 태주 씨가 한번 잡은 적도 있지 않았어요? 설채빈 씨 찍던 남자.”
-네, 맞아요. 제가 증언 녹음해 뒀거든요. 보내드릴게요.
통화를 마친 후, 홍은지에게서 녹음파일이 전송됐다.
서둘러 차용석이 그것을 재생해 보니,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에 제품들이 잘 나온다는 거. 특히 안경 모양으로 된 건 잡아내기 힘들죠.
다들 얼굴이 일그러지는 이때.
차용석이 분노에 차오르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뻔뻔하게 몰카를 찍다니! 어쩐지 이상하더라.”
그러더니 이내 결심했는지, 빠르게 명령했다.
“당장 아웃패치 쪽에 몰카로 고소하겠다고 연락해. 절대로 봐주는 거 없을 거라고 명시하고.”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