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557
외전 27화
프러포즈 대작전 (27)
* * *
얼마 후.
윤지호의 작업실에 함께 있던 태주는 차용석의 호출에 회의실로 향했다.
차용석의 요청으로 윤지호도 함께 불려 간 이때.
그들의 눈앞에는 홍은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이 늦은 시각에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그리고 그 옆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예영까지 와 있었다.
“예영 씨?”
태주는 윤지호를 마주 보았다.
“형이 연락했어?”
“아니, 나는 전화번호도 몰라.”
“내가 연락했어요. 지금 이 사태의 핵심 인물인 태주 씨, 지호 씨, 그리고 예영 씨까지 다 데리고 기사를 써야 확실할 것 같아서요.”
홍은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가리켰다.
“일단 인터뷰부터 하실까요?”
* * *
새벽 늦은 시각에 진행된 인터뷰.
태주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집중해서 인터뷰에 임하는 가운데.
홍은지가 예영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 난 건 알고 있죠? 예영 씨가 태주 씨를 안은 거다, 원래 팬이었다 등등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본인이 해명하는 게 제일 깔끔할 것 같아요.”
“아, 네.”
“일단, 예영 씨는 태주 씨 만나기 전에, 윤지호 씨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계셨다고 했죠? 왜 둘이 대화하고 있었나요?”
예영이 잠시 고민하는 그때, 윤지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원래 예영이가 제 팬이었어요. 폴라리스 멤버들 중에서도 저를 가장 열렬하게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예영아?”
흔들림 없는 시선이 마치 자기 뜻대로 행동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았다.
이를 눈치챈 태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윤지호는 은세영과의 연애를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던 모양이다.
“맞아요. 제가 지호 형과 예영 씨 이야기하는 걸 봤는데, 예영 씨가 지호 씨 앞에서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요. 그날도 특별출연으로 폴라리스가 온다니까 무척 좋아했어요.”
“그랬군요. 그런데 예영 씨 입으로도 직접 듣고 싶어요.”
홍은지의 말에 예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원래 데뷔 전부터 폴라리스 팬이었어요. 그런데 윤지호 선배님을 화장실 부근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거예요.”
“그리고요?”
“막상 만나 뵈니까 너무 흥분되고, 너무 떨리는 와중에…. 옆에 한태주 선배님께서 지나가시길래 저도 모르게….”
예영이 태주를 힐끗했다.
“태주 선배님에게 뛰어든 것 같아요. 정말 우연이었어요, 죄송합니다.”
“눈앞에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으면, 흥분되는 마음에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죠.”
“정말 죄송합니다, 선배님. 제가 경솔했어요.”
예영이 고개 숙여 사과하자 태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부턴 그런 오해 살 만한 행동을 안 하면 되죠.”
홍은지가 그럴 수 있다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영 씨, 아직 어리네요. 순수하고…, 귀여워요. 그럼 태주 씨한테 질문할게요. 지금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영 씨와 저의 관계는 그저 좋은 선후배일 뿐입니다. 그 이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악의적인 거라 여겨지고, 저와 수안 씨, 그리고 저희를 믿고 사랑해 주시는 모두분께 실례라고 생각해요. 또한 무엇보다….”
태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걸 몰래카메라로 찍은 분이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악의적으로 사진을 크롭하고 거짓 기사를 쓰신 기자분도요.”
“아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태주 씨.”
홍은지가 눈을 찡긋했다.
“그분, 내일이면 정의의 심판을 받을 거거든요.”
* * *
인터뷰가 끝난 후.
“예영 씨, 인터뷰 고마웠어요.”
태주의 인사에 예영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 탓인걸요. 정말 죄송합니다.”
우물쭈물하면서도 자신을 힐끔 올려다보는 저 발그레한 얼굴.
이제야 태주는 모든 것이 이해됐다.
왜 윤수안이 그렇게 경계했는지, 왜 다들 예영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는지.
저 맑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호감과 애정으로 가득 찬 감정이.
그것이 착각으로 이어지지 않게, 단호하게 선을 그을 때였다.
“저는 예영 씨, 후배로서 앞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보고 싶습니다.”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긋는 말.
예영은 예상한 듯했으나, 살짝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렸다.
“네. 열심히 할게요, 선배님.”
“이번 작품에서 예영 씨 연기, 정말 감명 깊었어요. 앞으로 더욱 크게 될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진심이 담긴 태주의 칭찬에 예영의 눈이 조금 커진 순간.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들더니 환하게 웃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드라마 리딩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짜 미소였다.
예영이 매니저와 함께 떠나자.
옆에 남아있던 차용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튼 너는 그 말투가 문제다. 사람 애간장 태우는 그 다정한 말투에 넘어간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뭔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태주가 어이가 없는 듯 턱을 쓸어올렸다.
“저는 모두를 똑같이 대합니다.”
차용석이 그런 태주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하긴, 네 천성이 다정한 걸 누굴 탓하겠냐.”
“…수안이도 똑같은 말 하던데.”
“이번 사태로 수안 씨 마음 상하지는 않았어? 괜한 오해 하지는 않았지?”
“워낙에 현명한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잘 달래 줘야죠.”
“그렇게 해.”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는 듯 차용석이 하품을 했다.
“진짜 왜 이렇게 다사다난하냐. 이번에 나 프러포즈할 때도 뭔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지, 짐작도 안 된다.”
“아, 맞다! 프로포즈….”
“뭐야, 너 까먹고 있었어?”
차용석이 당황한 듯 눈이 흔들렸다.
“모레 있는 진선 팔콘슨 경기 클리닝 타임 때 나 프러포즈 이벤트 하잖아. 너는 시구하고.”
그제야 태주가 아차 했다.
당사자만큼이나 기대하고 있던 차용석의 프러포즈가 곧이었다.
“하하. 요즘 일이 많아서 잠깐 잊어버렸던 거예요.”
“아무튼 그날 네가 좀 많이 도와주라. 유경이한테 일생일대의 프러포즈를 해주고 싶거든.”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태주가 믿음직한 미소를 지었다.
“고모부의 한 번뿐인 프러포즈, 제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죠.”
* * *
다음날.
간밤에 올라왔던 아웃패치의 기사는 삭제된 지 오래.
연예란의 조회수의 1위를 차지한 건 스타뉴스의 기사였다.
내용인즉슨, 연서대에서 진행된 ‘프러포즈 대작전’ 촬영에서 아웃패치의 조 모 기자가 몰카 안경으로 한태주를 도촬했다는 것.
그리고 아웃패치에서 보도할 때 사용한 태주와 예영의 사진은 사실 크롭한 것이며, 원래는 그 옆에 윤지호도 있었다는 것.
조회수가 1위인 만큼 엄청난 양의 댓글들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몰카 안경이라니, 진짜 소름. 저거 진짜 음습한데.
-원래 윤지호, 한태주, 예영 이렇게 셋이 있던 사진을 크롭해서 쓴 거임? 사진도 조작, 기사도 조작이네.
-팬 사인회에서나 보던 몰카 안경으로 도촬하다니, 역겹다.
-어쩐지 새벽에 올라왔던 아웃패치 기사 사라졌더라. 그게 몰카로 만들어 낸 기사였다는 거잖음?
-어쩐지, 한태주가 윤수안 두고 예영이란 애랑 바람피울 리가 없다니까.
-그래도 예영이 좀 여우 같은 것 같음. 윤지호는 핑계고 사실은 한태주 좋아하는 거 아님? 한태주도 그걸 즐기는 거고.
-사실을 기사로 내도 이렇게 억측하는 분이 계시네. 아니,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한태주가 윤수안 두고 바람피우는 일 자체가 없다니까요.
-아무튼 아웃패치 몰카질이나 하고, 완전 실망. 기사도 소설이라고 봐야 할 수준이던데.
“조 기자, 자네 진짜 제정신이야? 자네 때문에 지금 넥스트 엔터 쪽에서도 우리 고소한다고 난리 났어! 내가 할 말이 없었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국장의 목에 핏대가 가득 섰다.
“내가 그 기사 일단 보류하라고 했잖아,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그런데 내 허락도 없이 기사를 내?”
“분명히 확실한 증거가 있었습니다.”
“몰카로 찍은 그 사진이 무슨 확실한 증거야! 안 그래도 우리 신문사 지금 이미지 안 좋은데, 몰카범 프레임까지 뒤집어썼어, 너 때문에!”
“죄, 죄송합니다.”
“썩 꺼져, 이 자식아!”
달칵.
조심스레 국장실 문을 닫고 나온 조금동.
그의 곁을 지나가던 동료들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국장의 허락 없이 기사를 발행한 그에게, 심지어 몰카까지 찍은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거짓 기사를 쓴 조금동의 최후였다.
* * *
동 시각, ABS 방송국.
바쁘게 자기 일들을 하던 사무실에 조금 여유가 생기자, 드라마 ‘프러포즈 대작전’ 제작진의 수다가 시작됐다.
“상황이 잘 정리돼서 다행이에요. 새벽에 갑자기 한태주 씨하고 예영 씨 뭔 이상한 기사 터져서 조마조마했는데.”
“문제 될 게 전혀 없었는데, 그 아웃패치 기자 양반이 괜히 일을 키워가지고….”
복 감독이 못마땅한 얼굴을 찡그렸다.
“새벽에 태주 씨, 지호 씨, 예영 씨가 해명 인터뷰하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 들었어.”
“뭐, 그럴듯하게 기사 잘 썼더라고요.”
조연출이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제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도 봤는데, 예영 씨가 태주 씨한테 그런 뉘앙스로 안긴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뭐라는 거야, 그런 뉘앙스라니.”
“아시잖아요. 첫사랑에 빠진 눈빛.”
조연출의 묘한 시선에 복 감독이 엄히 말했다.
“괜한 억측 하지 마. 해명 기사로 이 사태는 종식됐어. 그리고 예영 씨는 태주 씨를 그냥 선망의 대상으로 존경했을 뿐이야. 평소에 폴라리스 팬이었던 거고. 기사를 그대로 믿어.”
“알았어요, 그렇게 생각할게요.”
조연출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이번에 저희 작품, 좋은 시간대에 배정받았다면서요?”
“응. 황금 시간대야, 주말 10시. 주말드라마 비어있는 시간대에 우리가 비집고 들어갔어.”
복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님께서도 우리 드라마에 많은 기대를 하고 계셔.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 드라마 잘 뽑힌 것 같고! 편집하다 보니 더욱 확신이 들어. 그러니까 이제는 홍보만 잘하면 되는데, 유튜브 쪽은 잘 준비하고 있지?”
“이번에 ABS 유튜브 채널 통해서 이미 예고편 올렸습니다.”
조연출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예고편 올린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벌써 100만뷰 넘었어요. 이 정도면 화제성 레전드죠?”
“좋네.”
“특히 한태주 씨랑 송도준 씨 대학가요제 씬 들어간 게 반응이 좋더라고요.”
“확실히 우리 드라마 주연이 한태주인 게 연기적으로도, 홍보적으로도 아주 효과적이야.”
복 감독이 신이 난 듯 군침을 삼켰다.
“다만, 인터넷 말고도 화제성을 일으키면 좋을 텐데….”
“안 그래도 태주 씨가 뭐 한 건 해주실 것 같아요.”
“어떻게?”
“내일 있을 진선 팔콘스 경기에 시구자로 가시는 것 같더라고요.”
조연출이 어깨를 으쓱했다.
“들리는 말로는, 단상에서 무슨 특별한 이벤트도 하신다고 하던데요?”
* * *
다음날, 서울의 진선 팔콘즈 야구장.
저녁 5시에 열리는 야구 경기 관람을 위해 벌써부터 사람들이 북적대는 가운데.
우성림은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야구장에 입성했다.
“기자님. 일찍 오셨네요?”
“당연하죠.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하신 분을 취재하는 날이니까요.”
우성림이 확신에 가득 찬 말을 이었다.
“이벤트 하는 장면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을 겁니다.”
관계자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분이 그렇게 대단하신 분인가요?”
“네, 당연하죠. 한국에서 그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분이 유명한 건 맞지만…. 한국에서 그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계자의 말에 우성림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화하면 할수록 왠지 미궁에 빠지는 것 같은 이 느낌.
이상함을 느낀 우성림이 물었다.
“혹시 저희가 같은 분 이야기 하는 거 맞나요? 오늘 프러포즈 이벤트 하시는 분, 한태주 씨잖아요. 그렇죠?”
“네?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관계자가 어이가 없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프러포즈 이벤트 하는 건 차용석 씨잖아요.”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