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558
외전 28화
프러포즈 대작전 (28)
우성림은 패닉에 빠진 얼굴로 관계자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분명, 제가 저번에 전화드렸을 때 그러시지 않으셨어요? 한태주 씨가 프러포즈 이벤트 한다고요.”
“오히려 제가 여쭙고 싶은데요?”
직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한태주 씨한테 전해 들었다고 하시더니, 왜 태주 씨가 차용석 씨 대리로 이벤트 신청했다는 것도 모르시는 거죠?”
“아,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사건의 전말을 이제야 알게 된 우성림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 쪽팔려. 저번에 괜히 아는 척했잖아, 그럼.’
야구장에서 한태주 씨가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포착해 특종을 내겠다, 홍은지에게 호언장담하면서 왔는데.
잘못된 정보를 알았던 거라니, 기자 체면이 웬 말이냐.
그때 옆에 있던 관계자가 슬쩍 물어보았다.
“이걸 어쩌나, 오늘 한태주 씨가 프러포즈하는 걸 기대하고 오신 것 같은데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넥스트 엔터의 차용석 대표가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건질 수 있으니, 수확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맞아요.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오늘 태주 씨가 시구하는 장면도 찍을 수 있잖아요.”
울적했던 우성림의 얼굴이 점점 펴지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제가 태주 씨를 기깔나게 찍어보겠습니다!”
* * *
한편, 야구장에 들어선 세 사람.
진선 팔콘스의 시구를 위해 야구장에 온 태주와 그의 매니저 장진혁, 그들을 안내하는 구단 관계자였다.
야구장 밖에서부터 수많은 환호와 함께 들어선 태주 역시 얼굴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원래도 팬이 많았던 진선 팔콘스는 첫 가을야구가 치러지는 특별한 날인 만큼, 팬들이 많이 몰렸다.
“오늘 매진이라고 하셨죠?”
“네. 정규 시즌까지 포함해 벌써 20번째 매진입니다.”
“역시 성적이 좋으니 팬분들이 많이 보러 오시네요.”
태주가 감격스러운 듯 숨을 삼켰다.
“진짜 저희 팀이 다시 가을야구 하는 날이 오다니…. 물론 언제든 비상할 거라 믿었지만, 막상 정말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오늘 시구자가 태주 씨라 더욱 매진이 빨랐던 거 같습니다”
구단 관계자가 태주를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태주 씨가 우리 팔콘스 팬이라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태주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덧 그들은 경기 전, 시구를 연습하기 위한 불펜장에 들어섰다.
잔뜩 기대감으로 부푼 선수들이 일렬로 선 가운데.
태주는 오늘 자신의 시구를 지도해줄 선수와 정중히 악수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탁윤도 코치님께 저번에 연습하셨을 때, 무척 잘하셨다 들었습니다.”
“제가요?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만. 떨려서 오늘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팔콘스의 영건 문형준이 씩 웃었다.
“원래 야구는 자신감이죠. 배우님은 분명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20대 초반으로 어리지만, 팔콘스의 미래라 불리는 문형준 투수의 격려.
덕분에 태주도 덩달아 씩 웃었다.
“네. 야구도 그렇고, 역시 남자는 자신감이죠!”
왼손에 글러브를 낀 태주가 자세를 잡고, 포수와 사인을 맞췄다.
그리고…….
휙!
태주의 손에서 떠난 야구공이 힘차게 공기를 갈랐다.
* * *
얼마 후, 야구장 안.
열띤 함성으로 가득 찬 응원단석 제일 앞쪽에 태희와 한유경이 앉아 있다.
“오늘 야구장 분위기 장난 아니다. 이 기세를 몰아서 경기도 이기면 좋겠다. 안 그래, 태희야?”
“응? 응…. 그렇지.”
태희는 엄마의 눈을 피하며 괜히 핸드폰으로 야구장을 찍는 척했다.
‘아잇…. 엄마 눈을 못 보겠잖아. 왜 오빠는 그런 부탁을 해서는.’
사실 태희는 가슴이 콩닥거려 어쩔 줄 몰랐다.
오늘 경기 직전, 태주 오빠가 자신에게 부탁한 것 때문이었다.
-오늘 야구장에서 고모부가 고모한테 프러포즈하려고 하거든. 태희 네가 고모 좀 잘 케어해줘. 반드시 이벤트 성공시켜야 해, 알았지?
그냥 단순히 가족 간의 야구장 데이트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빠의 비밀 프러포즈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싶었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자신에게 이런 대형 임무를 주다니.
그래도 아빠의 이벤트를 도와주고 싶었던 태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눈치 빠른 엄마의 추궁만 잘 피하면 될 것이리라.
‘그런데 엄마 촉 진짜 좋네.’
일전에 엄마가 의심스럽다고 한 일이 이거였나 보다.
“오늘 왜 이렇게 긴장했어?”
“내, 내가?”
한유경이 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 지금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
“오…, 오늘 오빠 시구하니까 그렇지!”
마침 태주가 구단 마스코트의 손을 잡은 채 마운드 위에 오르고 있었다.
태희는 서둘러 핸드폰으로 태주의 모습을 줌인했다.
“오늘 시구자는 진선 팔콘스의 팬이자 배우, 한태주 씨입니다! 모두 환영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엄청난 열기와 함께 마이크를 집어 든 태주의 목소리도 한껏 흥분되어 있었다.
“선선한 가을에 선수분들이 다치시지 않고 경기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진선 팔콘스, 파이팅!”
패기 넘치는 말이 끝나고, 태주는 포수가 가리키는 곳으로 세게 공을 던졌다.
퍽!
완벽하게 제구된 공이 미트에 꽂히는 순간.
경기장 내에 감탄한 관중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 * *
시구를 끝낸 후.
태주는 구단 관계자와 일전에 합의한 대로 응원단석 제일 앞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미리 앉아 있던 고모와 태희가 그를 반갑게 반겨 주었다.
“오, 태주야! 아까 시구 정말 잘 봤어. 어쩜 공이 포수 앞에서 그렇게 뚝 떨어지니?”
“오빠 오늘 진짜 멋짐! 내가 사진도 엄청 많이 찍어 놨어.”
“진짜? 고마워, 태희야! 고모도요.”
그때 태주를 안내한 관계자가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혹시 프러포즈하시는 당사자는 언제쯤 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마 1회 끝나갈 때쯤 도착하실 것 같습니다. 혹시 주의사항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해 주시죠.”
“아,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고요. 프러포즈는 기밀 유지가 가장 중요하니…….”
관계자가 태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한유경을 바라보았다.
“태주 씨 고모님한테만 안 들키게 주의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관계자가 돌아간 후, 태주는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했어?”
“아니, 별건 아니고 이따 인터뷰 좀 해 달래요. 그나저나 마음에 들어요, 이 자리?”
혹시나 스카이 석을 기대했을까 봐 태주가 전전긍긍하는데.
“마음에 들고말고!”
고모는 벌써 흥분한 듯 입이 귀까지 걸려 있었다.
“스카이 박스도 좋고, 포수 뒷좌석도 좋지만, 나는 응원단석이 제일 재밌더라.”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에요.”
어느덧 태주의 주변에 사람들이 빠글거리며 몰려들었다.
“한태주 씨, 저희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저는 사진이요!”
“네, 얼마든지요.”
몇몇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많은지 태주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그런데 오늘 시구까지 하셨는데, 왜 스카이박스 말고 여기에 앉으신 거예요?”
“그러게, 저도 궁금했어요.”
“혹시 무슨 이벤트가 더 남아있나요?”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사람들에게 태주가 슬쩍 말해줬다.
“맞아요, 뭔가 있기는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비밀입니다. 하하.”
태주의 의뭉스러운 대답에 궁금증을 느끼며 제자리로 돌아간 사람들.
곧 SNS에 태주를 태그해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 * *
바쁜 일을 급하게 처리하고 겨우 정신이 든 홍은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현장에 나가 있는 우성림에게 전화를 건 참이다.
“그래, 오늘 현장 취재는 잘하고 있어? 지금 SNS에 한창 한태주 씨가 이슈가 되고 있더라.”
홍은지는 노트북 화면을 슉슉 아래로 내렸다.
한태주가 태그된 사진들이 여기저기서 업로드되는 게 눈에 보였다.
“근데 네 기사는 어디 가고 왜 SNS가 난리 난 거야? 한태주 프러포즈 취재한다며.”
-그게….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뭘 잘못 알고 있었는데?”
-저는 분명히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 프러포즈 이벤트는 넥스트 엔터의 차용석 대표가 하는 거더라고요.
“그 양반은 결혼한 지 5년이 넘어가는데 무슨 프러포즈를 한다는 거야. 한다면 한태주가 하겠지.”
-한태주 씨가 아니라 차용석 씨라고 관계자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
우성림이 재빨리 덧붙였다.
-차용석 씨가 프러포즈하는 모습이라도 멋지게 잘 건져갈게요. 저는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 통화를 마친 홍은지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서 지금 출발하면 클리닝 타임 전에 도착할 수도 있겠어.”
현장에 가면 한태주를 볼 수 있고, 그럼 뭐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좋은 장면을 우성림만 독점하게 둘 수는 없었다.
* * *
동 시각, 넥스트 엔터.
회사에서 야구장으로 곧장 가기로 했던 차용석은 지금 패닉 상태였다.
“그걸 지금에서야 알려 주시면 어떡해요!”
혼란에 빠진 상태로 전화를 마친 그.
“이걸 어떡하냐, 진짜 오늘은 모든 게 완벽해야 하는데….”
패닉에 빠진 그의 귓가에 똑똑, 두드리는 문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아직도 안 가셨어요?”
박인우가 놀란 듯 가까이 다가왔다.
“분명히 오늘 야구장에서 프러포즈 이벤트 하는 날 아니었어요? 진작에 출발하셨어야죠. 지금 출발해도 아슬아슬하겠어요.”
“인우야, 이게 무슨 일이냐. 유경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 프리지아 꽃다발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꽃집 주인장이 갑자기 병원에 가는 바람에 오늘 준비를 못 했대!”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꽃다발이 없으시다고요? 진작에 말씀하시지, 그럼 제가 다른 곳에서 사놨을 텐데요.”
“주인장이 어제 입원했다가 정신이 없어서 지금에서야 연락했다는데. 이걸 어떡하지?”
박인우는 서둘러 해결책을 내놓았다.
“일단은 먼저 야구장에 가 계세요 제가 꽃다발 준비해서 어떻게든 따라갈게요.”
“알겠다, 좀 부탁한다.”
박인우가 서둘러 나간 후, 차용석도 빠르게 채비했다.
초조한 듯 시계를 확인하던 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발 늦지만 마라, 제발!”
* * *
한편, 시간이 흘러 어느덧 프러포즈 이벤트 할 때가 다가온 이때.
태주가 초조한 듯 시계를 확인했다.
왜 차용석이 아직도 도착을 안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문자에 답도 없고 말이다.
그런 태주의 낌새를 고모가 눈치챘는지 조용히 물어왔다.
“그런데 무슨 일 있니? 자꾸 손목시계를 보네.”
고모의 의뭉스러운 시선에 태주가 얼른 자세를 바로 하며 하하 웃었다.
“아니에요, 고모. 오늘따라 유독 경기가 늘어지는 것 같아서 시간 좀 확인해 봤어요.”
“늘어지긴 뭘. 우리 팀 공격 플레이가 길게 이어져서 좋기만 하지. 역시 타선이 좋으니까 점수를 빵빵하게 내네.”
그때 태주 옆으로 스태프가 다가와서 초조한 목소리를 냈다.
“차용석 씨는 아직인가요?”
“네, 아직 안 오셨어요.”
“지금 5회 클리닝 타임 다 돼가는데, 아직도 안 오시면 어떡해요.”
“연락도 안 됩니다. 저도 미치겠습니다.”
“그럼…….”
머리를 굴리던 스태프가 태주의 귓가에 재빨리 속삭였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은 태주 씨를 단상에 모실게요.”
“네? 제가요?”
스태프가 인이어로 뭐라 지시하자.
“자, 오늘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태주가 크게 잡혔다.
“우리 진선 팔콘스의 특별한 팬, 한태주 씨입니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