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66
66화
시청률의 제왕 (2)
“좋아, 쭉쭉 올라간다!”
주말인데도 꽉 차 있는 QVN 방송국.
그들의 시선은 온통 컴퓨터에 꽂혀 있다.
화면에는 당연히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1화가 재생되고 있었다.
“와, 실시간 시청자 3천 명 돌파했어.”
“토요일 낮인데 이 정도면 대성공이지. 소혜 씨,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드라마, 요즘 반응이 어때?”
옆에서 턱받침을 하고 영상을 보던 직원이 귀찮은 듯 엄지를 척, 내밀었다.
그녀의 시선은 화면을 가득 채운 한태주에게 향해 있었다.
“지금 한태주 봐야 하니까 질문은 나중에 해주실래요?”
“굳이 질문 안 해도 알겠네. 여자들은 한태주 봐서라도 이 드라마, 꼭 보겠는데.”
“근데 역시 전영수 선배님이야. 연출이 예술이네. 징검다리 위에서 둘이 예쁘게 나온 것 좀 봐.”
“로맨스 영화가 따로 없네요. 정말 두근거린다.”
“김옥현 작가님께서 대본을 재밌게 쓰신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부잣집 여주와 가난한 남주라서 전형적인 신파일 줄 알았는데, 색다른 재미가 있는데요?”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드라마가 더욱 돋보여. 아이돌들도 예상외로 잘하지만. 특히 한태주, 연기 정말 잘해.”
“오강준 캐릭터가 잘못하면 설득력이 없어 보일 수 있거든. 근데 한태주 연기는 섬세하고 힘이 있어. 서사가 납득이 돼.”
“역시 한태주네. 아역 때부터 연기 잘하기로는 유명했지. 근데 잘 컸다, 잘생겼고.”
다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사 드라마라서 더욱 애정을 가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시청자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작품을 즐겼다.
직원들이 저마다 하나둘 드라마에 대한 평을 하고 있는데.
잔뜩 흥분한 국장이 쿵쿵거리더니 문을 쾅 열며 들었다.
“전영수 감독 있나?”
“감독님, 지금 상주에 계시는데요. 요즘에 촬영하시느라고 바쁩니다.”
“아니, 그 녀석은 자기 드라마가 이렇게 반응이 오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촬영을 한다고?”
전영수 대신 저 멀리서 이정록 CP가 뛰어왔다.
“국장님!”
“정록아!”
그리고 기쁨의 포옹이 왈칵, 이어졌다.
“제가 뭐랬습니까. 이번 드라마, 아역들부터 일낼 거라고 했잖아요!”
“아역 3인방이 성인 배우 못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는 건 예견했었는데, 이렇게나 파급력이 클 줄은 몰랐지!”
그때 저쪽에서 또다시 기염을 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청자 수가 5…, 5천 명 돌파했습니다!”
“뭐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관심에 직원들이 벌컥 뒤집혔다.
“5천 명이 이거 보고 있다고?”
화면과 동료들을 번갈아 보던 그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우성림은 집에서 노트북으로 오늘 정오에 공개된 ‘당누봄 더 비기닝-1화’를 틀었다.
드라마를 보며 바로 리뷰 기사를 쓰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기계적으로 드라마를 보던 그의 눈에 점점 이채가 돌았다.
그는 어느새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었다.
기사를 쓰는 것도 잊을 만큼.
“로맨스는 내 취향 아닌데……, 왜 이렇게 재밌지?”
조회 수가 쭉쭉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대기인원 천명에서 시작했는데. 와…, 지금은 5천 명이야?”
우성림도 그 시청자들 중 한 명이었다.
댓글 창이 올라가는 속도는 읽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우성림은 열심히 댓글 반응을 살폈다.
-역시 갓옥현. 진부할 줄 알았던 스토리도 통통 튀는 대사로 완벽히 살려냄.
-전영수 감독도 10년의 짬밥이 어디로 안 가네요. 영화 같은 연출 진짜 멋있다. 특히 학교에서 한태주하고 설채빈하고 부딪히는 씬. 완전 로맨스의 클리셰라서 안 설렐 줄 알았는데. 나대지 마라, 심장아.
-생각보다 연기가 좋음. 아역 3인방 중에 아이돌이 둘이나 캐스팅돼서 걱정했는데. 한태주가 하강웅, 설채빈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는 느낌임. 아니다, 한태주 연기에 그 둘도 덩달아 연기력이 끌어 올려진 건가?
-오강준이 곧 한태주요, 한태주가 곧 오강준임. 진짜 연기 잘한다. 완전 멋있고.
-한태주가 드라마 마지막까지 오강준 연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한태주-설채빈 케미만큼이나, 한태주-윤수안 케미도 좋았을 것 같음.
-둘이 ‘그림자 무사’에서 왕비-호위무사로 케미 장난 아니었음.
-아, 벌써 끝나가!
‘당누봄-더 비기닝 1화’가 어느새 끝났다.
“하……. 벌써 끝났어?”
우성림이 당황한 숨을 삼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한 3분밖에 안 지난 줄 알았는데…….”
아쉬움을 삼키던 그는 영상의 다시 보기 버튼을 클릭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니, 또 봐야지.”
그는 이미 ‘당누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 * *
다음날.
인터넷 뉴스 연예란은 온통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1화 소식으로 가득했다.
“조회 수가 50만만 돼도 성공이라 했을 텐데, 그 2배를 찍다니……. 대단하네.”
드림액터스의 본부장실.
탁시준은 아침 일찍부터 연예 기사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화면에 고정한 그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
이선우, 윤수안, 김결 주연의 드라마,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는 QVN에서 하반기 최대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히트작 메이커 김옥현 작가와 스타감독 전영수의 조합. 그리고 10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오는 톱배우 이선우까지. ‘당누봄’은 좋은 스토리와 더불어 이선우의 귀환으로 화제를 불러왔는데. 특히나 아역들이 등장하는 1화부터 4화까지의 분량을 10분, 4부작의 웹드라마로 선공개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관심을 모았다.
스토리를 미리 공개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뚝 떨어질 거라는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어제 유튜브로 최초 공개된 1화에는 최고 접속자 5.5천 명, 현재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화제를 자랑하고 있다.
지대한 관심을 끈 이유 중 하나는 아역들의 맛깔나는 연기 때문인데. 아이돌 출신이라 걱정했던 설채빈과 하강웅은 물론, 아역배우 출신인 한태주는 거친 눈빛에서부터 섬세한 감정까지 다양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제작사 ‘굿스토리’의 곽자형 대표는 아역 3인방의 연기는 제작진도 모두 감탄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태주, 설채빈, 하강웅 이외에 더욱 완벽한 아역 3인방 조합은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셋이서 매번 대본을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일까 연구하고, 밥 먹는 시간에도 연기 얘기만 할 만큼 열정적입니다. 특히 한태주 배우는 오강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지방 촬영지 답사도 다녀올 만큼 열심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당누봄-더 비기닝’은 금일, 다음 주 토, 일요일 정오에 2~4화가 선공개될 예정이다. 첫 화부터 파격적인 관심을 끈 당누봄이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바이다.
-스타뉴스, 우성림 기자-
“이야. 의외야, 의외. ‘당누봄’은 이선우만 주목받을 줄 알았는데 한태주가 이런 주목을 받네.”
그때, 노크 소리가 나더니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본부장님, 부르셨습니까.”
차용석이 다크서클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아, 그래. 오늘은 촬영 없나 보네?”
“무슨 소리세요. 밤샘 촬영하다가 지금 오는 길인걸요. 그리고 이따가 새벽에 또 콜 잡혔고요.”
차용석이 하품을 참았다.
태주와 함께 잦은 밤샘 촬영 등을 다니느라 얼굴이 상했다.
그러나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오늘 기사들 봤어? 한태주 드라마 관련해서 말이야.”
“이미 다 봤죠, 누구 기사인데.”
“그래서 그렇게 얼굴이 피었구만.”
“하하, 술도 안 마셨는데 이렇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오랜만이네요.”
단단한 몸을 수줍게 비트는 차용석을 보더니 탁시준이 마우스를 달칵거리며 그에게 말했다.
“조만간 한태주하고 부산 다녀와야 할 것 같아. 한태주가 출연했던 독립영화 있잖아, ‘자유 선언’. 그게 부국제에 초청됐다고 제작사 측에서 연락이 왔어.”
“오오, 부국제요? 경쟁 부문이요, 아니면 비경쟁 부문?”
“경쟁 부문.”
탁시준이 물을 마시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관계자 말에 의하면, 수상할 가능성도 있대.”
“무슨 부문으로…….”
“남우주연상.”
그때, 누군가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대화가 끊겼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고성열.
190cm에 달하는 큰 키에 성난 눈썹이 인상적인 배우였다.
그는 차용석을 흘겨보다 곧장 본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표님은 언제쯤 오시죠?”
“보름쯤 더 체류하신단다. 근데 왜?”
그가 씩씩거리며 탁시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본부장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아역 따위한테 저렇게 분량을 많이 주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뭐?”
“이선우 선배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태주, 그 녀석 말이에요! 회사 차원에서 푸쉬한 게 아니면, 저렇게까지 팍팍 밀어줄 리가 없잖아요! 유튜브 선공개도 그렇고 주인공급으로 메이킹 풀어주는 것도 그렇고. 보나 마나 그 드라마 집어넣은 것도 회사겠죠. 이선우 선배의 추천은 구실이고.”
차용석이 벌떡 일어났다.
딱 붙는 와이셔츠 아래로 보이는 근육들이 위협적으로 불끈거렸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선우 아역은 태주가 제작자하고 감독님 앞에서 오디션 봐서 직접 따낸 배역이야. 그리고 유튜브 선공개며, 메이킹이며 다 태주가 잘하니까 제작사 측에서 밀어주는 거라고.”
“한태주를 밀어줄 거면 저도 좀 밀어주세요. 저도 ‘뱀파이어의 첫사랑’ 주연으로 캐스팅됐는데, 자꾸 임강현만 조명하잖아요. 기사도 걔만 내주고. 쩨쩨하게 그게 뭡니까?”
격해지는 고성열을 본 본부장.
그는 냉정한 목소리로 그에게 지시했다.
“성열아, 일단 나가라. 나중에 따로 부를게.”
“하여튼 차 팀장님 사람 보는 눈 정말 없으시네요. 저런 쭉정이하고 일하시는 것 보니.”
쾅-
씩씩거리던 고성열이 나갔다.
차용석은 불편해진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고성열은 3년 전 들어온 신인배우로, 작년까지만 해도 신인들이 주축인 3팀에 있었다.
3팀장인 차용석은 그를 신인들의 기대주로, 공들여 키우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가 쌩하니 2팀으로 가 버린 것이다.
그가 2팀으로 간 건, 단순한 이유였다.
그의 아버지가 이 회사의 중요한 투자자였고, 신인배우를 중심으로 하는 3팀보다는 톱스타 윤수안, 김결이 속해있는 2팀이 좀 더 파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거다.
로드에서 팀장으로 막 승진한 차용석보다는 이 바닥에서 오래 구른 2팀장, 황재남이 연줄이 많은 건 사실이다.
황재남은 떠오르는 신예였던 윤수안을 톱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했고.
실제로 2팀에 들어가자마자 고성열은 ‘뱀파이어의 첫사랑’에 서브남주로 캐스팅이 되었다.
-팀장님한테 붙어있었으면 계속해서 밑에서 빌빌댔을걸요. 진작에 옮길 걸 그랬어요.
팀을 옮긴 후, 고성열이 차용석에게 했던 말이었다.
예전부터 자신을 기대작 드라마에 꽂아 넣으라고, 매니저가 그런 것도 못 하냐며 구박하던 고성열.
그는 스타는 매니저가 만드는 거라고 믿었다.
반면, 태주는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매니저는 동반자일 뿐, 모든 연기와 일은 그가 해내는 것으로 생각했고.
한태주는 정말 좋은 배우였고, 좋은 사람이었다.
하여 온 힘을 다해 그가 원하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었다.
이런 감정은 이중협 이후 처음이었다.
생각에 빠진 차용석에게 탁시준이 문뜩 물었다.
“성열이 같은 야망가 하고 태주 같은 연기파 중, 결국 태주를 택했잖아. 후회는 없어?”
“네. 태주는 연기에 진실하고 진심입니다. 저는 그가 행복하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래, 차 팀장이 어련히 잘하리라고 믿어.”
“당연히 그럴 겁니다.”
순한 표정의 차용석의 눈에서 활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런 그를 탁시준이 묘한 표정으로 지켜보는걸, 차용석은 미처 몰랐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