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시청률의 제왕 (4)
며칠 후.
태주는 상주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중이다.
“이제 2주 정도만 더 촬영하면 될 것 같네. 지방, 서울 오가는 고생도 조금만 참아라.”
“고생은요. 형하고 이렇게 촬영 다니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제 인생의 낙이에요.”
옆에서 이중협이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하여튼 사내자식이 이렇게 다정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차용석도 묘한 표정으로 태주를 힐끔거린다.
“태주 너, 고모하고 사촌 여동생하고 같이 산다고 했지?”
“네.”
“어쩐지, 여자들하고 같이 살아서 화법이 그렇게 간질거리는구만.”
“저는 진심만을 말하는 거라고요.”
태주의 능청스러움에 차용석도 그만 크하하 웃고 말았다.
이중협도 옆에서 웃은 건 덤이다.
그렇게 한참을 즐겁게 운전하고 가던 차용석이 태주에게 말을 시켰다.
“태주야, 거기 조수석 발밑에 내 가방 있거든? 거기서 투명파일 꺼내 봐라.”
그의 말대로 파일을 꺼내자 ‘낭만 고양이’라고 적혀 있었다.
종이를 넘겨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었다.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노래와 춤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손우현 선배님이 하신다는 게 이건가?”
“어? 우현이 형님한테 벌써 들었어?”
“네. 이거 오디션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럼 잘됐네, 나도 이거 너한테 추천하려고 했는데. 넌 노래도 되고 춤도 되잖아.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는 이런 뮤지컬 드라마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이거 주인공이 고양이라던데요. 그래서 고양이 연기도 잘해야 한다고.”
“그건 연습하면 되지. 더 중요한 건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니까.”
만약 태주가 노래도, 춤도 안 됐다면 아예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강성광의 노래를, 신서우의 춤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었다.
노래와 춤에 어울리는 생생한 표정 연기도 더욱 늘었다.
“참고로 우현이 형님은 예술고등학교 학생주임으로 캐스팅됐어.”
“성악 선생님이 아니라요?”
“노래를 못하는데 어떻게 성악 선생님을 맡겠냐. 뭐, 본인은 그래도 캐스팅에 만족하더라. 자기가 조련하는 건 잘한다나 뭐라나.”
태주는 이야기를 나누며 종이를 넘겨 배역을 확인했다.
여주인공이 예뻐하던 길고양이였다가 마법의 힘으로 인간이 된 주인공 고영민.
여주인공인 음악천재 황지나 등등.
꿈을 향해 달린다는 스토리 플롯을 갖춘 청춘 로맨스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노래와 절묘하게 엮어있는 에피소드도 감동적이었고.
그런데 감독을 잘 살펴보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었다.
“선화철 감독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
“왜?”
“제 데뷔작 ‘최고의 사랑’에서 조연출이셨던 분이에요. 그때는 막내셨는데, 지금은 감독이 되셨네요.”
“선화철 감독이 ABS에서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지. 연출이 나쁘지 않거든. 김유경 작가도 괜찮고. 시트콤으로 히트쳐서 그런지 대사가 찰지고 전개도 시원시원하거든.”
“그런데 형. 이거 예술고가 배경인 만큼 일부는 아이돌로 캐스팅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여기 제작사에 JSB 엔터도 있고요.”
태주의 날카로운 지적에 차용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우리 회사하고 JSB가 합작해서 만드는 첫 드라마야. JSB 쪽에서는 아이돌 대상으로 이미 오디션 보고 있다고 들었어.”
“그럼 아이돌들 연기 등용문으로 쓰이는 드라마인가요?”
“그건 아니야. 다만 JSB에서 투자금 100억 정도 내놓다 보니까 자기네 아이돌 중에서 잘하는 애들을 끼워 넣고 싶다는 얘기지.”
차용석이 태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튼. 이거, 우리 회사에서도 꽤 신경 쓰는 드라마야. 대표님도 주인공 역할에 너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하셨고.”
* * *
동시각, ABS.
국장실에서 두 사람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장과 김유경 작가였다.
“김 작가, 이번에 맡은 작품 때문에 너무 부담 느끼지 말라고. 요즘 학원물이 대세가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잖나. 엄청난 시청률을 기대하지는 않아, 무사히 완주하는 게 목표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신나게 해. 시트콤 쓰던 사람인데 이번 작품도 재밌게 잘 쓰겠지.”
국장이 김유경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번이 자네 진짜 드라마 입봉작이잖아. 시트콤은 드라마로도 안 치니까. 크하하!”
그 말을 들은 김유경의 얼굴에 분함이 서렸다.
시트콤 출신이라는데 자부심이 있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킬킬거리던 국장이 덧붙였다.
“어차피 우리가 손해 볼 건 아무것도 없어. 드림액터스랑 JSB엔터, 얘네 둘이서 손잡고 제작비 마련하는 거니까. 우리는 판만 깔아주는 거고.”
그 순간 김유경이 욱해서 말했다.
“국장님, 벌써 저희 드라마 망할 거라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 드라마, 꽤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JSB 엔터 사장이 써낸 기획안을 드라마로 만드는 건데, 정말 성공할 것 같아?”
김유경이 불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아이디어가 좋아서 각본도 재밌게 뽑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봉지수 사장이 내놓은 그 아이디어가 정말 기가 막힌 것 같아요.”
“기가 막히긴 하지. 난 남주인공이 고양이라는 게 너무 웃기더라.”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으로 변한 케이스입니다. 물론 고양이 연기도 좀 해야겠지만요. 그래도 덕분에 재밌는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김유경과 국장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번 드라마에 기대감이 없는 국장과 달리 김유경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큽, 하고 숨을 고른 국장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드라마국에 ‘낭만 고양이’에 대해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거액의 투자금 리스크도 없고, 배우 캐스팅으로 골머리 썩지 않아도 되기에 추진한 거지.
애초에 엔터 사장이 써낸 기획안을 바탕으로 만드는 드라마가 재밌어 봤자 얼마나 재밌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다들 티를 안 내고 있을 뿐이지.
국장은 헛기침하며 슬쩍 운을 띄웠다.
“그럼 관건은 캐스팅이네. JSB나 드림액터스 측에서 자기네 애들 막 들이밀겠지?”
김유경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그중에 괜찮은 애들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예전에 자기 시트콤에 나왔던 애들도 있잖아?”
“네, 안 그래도 이번에 오디션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국장님, 더 대박 사건이 뭔지 아세요?”
“뭔데?”
김유경이 큰 비밀을 말하듯 주변을 둘러보고는 속삭였다.
“장희재 대표는 주인공으로 한태주를 추천하던데요.”
“한태주? 지금 QVN에서 이선우 아역으로 떠들썩한 걔?”
국장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기 잘하지, 얼굴도 괜찮고. 근데 걔, 노래나 춤이 좀 그렇지 않아? 드라마에 노래랑 춤추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면서.”
“예전에 윤지호랑 같이 음악방송 나온 거 봤는데, 노래를 밀리지 않고 잘하더라고요. 저는 꽤 괜찮게 봤습니다.”
김유경도 한태주를 좋게 생각했다.
어렸을 때도 연기를 잘하는 건 물론, 연기를 대하는 진정성이 늘 마음에 들었다.
“일단 지금은 기획 단계니까. 한태주 오디션은 천천히 보자고. 아직 이선우 아역으로 나온 드라마, 첫 화도 방영 안 됐다면서.”
“다음 주 1화 방영이라네요. ‘뱀파이어의 첫사랑’보다 일주일 늦게 시작하는 셈이죠.”
김유경이 느긋한 숨을 내쉬었다.
“국장님 말씀대로 일단은 두고 보시죠. 시간은 많으니까요.”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