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70
70화
시청률의 제왕 (6)
“성림 씨. 일전에 부탁한 레이븐 기사, 다 썼어?”
“잠깐만요, 거의 다 작성했습니다.”
“빨리해서 넘겨줘, 오늘 안에 데스크 컨펌받아야 하니까.”
스타뉴스의 우성림 기자.
그는 노트북 화면 속 가득한 기사를 체크했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났다.
“오늘 태주 씨 음악방송 무대 있는 날인데.”
홍은지 기자로부터 지령을 받았었다.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아역 3인방이 꾸미는 Mcom 음악방송 무대 리뷰 기사를 쓰라고.
그는 슬그머니 휴게실로 가서 커피를 타, 후루룩 마시며 핸드폰을 켰다.
유튜브 생방송으로 Mcom 음악방송이 진행 중이었다.
“와, 현재 시청자 만오천 명? 역시 설채빈하고 하강웅 효과구만, 초인기 아이돌.”
영어와 외국어로 가득 찬 댓글창.
신나는 음악과 함께 설채빈과 하강웅이 안무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스크린에는 드라마 티저에서 나온 장면들이 천천히 지나갔다.
“우리는 N극과 S극, 너에게로 끌려가는 내 마음이야.”
그리고 카메라 전환.
카메라의 원샷을 받은 태주가 화면에 들어찼다.
평소의 창백한 얼굴과는 달리 지금은 화사하니 아이돌 같았다.
반짝이는 눈가, 적당히 붉은 입술이 감미로운 가사를 노래했다.
“아무리 지우려 해봐도, 없애려 해봐도 안 돼, 너에게 향하는 내 마음은~.”
“한태주는 뭘 해도 저렇게 멋있냐. 나보다 동생인데.”
우성림은 괜스레 자신의 튼 입술을 매만졌다.
그리고 곧 그는 태주에게 온 정신을 빼앗겼다.
“아니, 노래 잘하는 건 알았는데. 추, 춤도 이렇게 잘 췄었나?”
아역 3인방이 드라마 기념 무대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무대의 비중이 아이돌인 설채빈과 하강웅에게 쏠릴 거라 예상했다.
한태주는 배우였고, 노래는 잘하나 춤은 그들보다 현저히 못 출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그리고 만약 포커스를 잡는다면 타이트샷 위주로 잡지, 풀샷으로는 안 잡을 거라고.
그런데 오늘 무대는 그 예상을 모두 깨버렸다.
춤을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주의 음정, 안정된 음색, 무엇보다 깃털처럼 가볍게 살랑이는 춤 선이 눈에 띄었다.
여느 아이돌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거 같았다.
옆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댓글에 한국어도 여럿 보였다.
-한태주가 노래 잘하는 건 알았는데, 춤도 저렇게 잘 춘다고? 설채빈하고 하강웅한테 안 밀리는데.
-아역 3인방, 진짜 합 잘 맞는다. 연기도 이만큼만 하면 좋겠다.
-이게 어떻게 축하 무대야? 이 셋이서 데뷔 무대 하는 것 같은데. 완전히 찢었다.
“이거 지금 생방송이에요?”
“같이 좀 봐요.”
“한태주 춤 진짜 잘 춘다. 남자가 저렇게 하늘하늘하게 춤추는 것도 완전 매력 있어.”
“활동 쉬던 중에 춤을 전문적으로 배웠나? 완전 대박.”
어느새 그의 곁에 모여든 동료 직원들이 한마디씩 보탰다.
음악방송을 같이 보며 한참을 집중하던 중.
“얘네들 진짜 합 잘 맞는 것 같아요. 아무리 이 무대를 비즈니스로 했다고 해도, 딱 보이잖아요. 얘들이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게.”
“안 그래도 제작진이 아역 배우들 합이 그렇게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오고 더 멋진 씬들이 찍힌다고.”
우성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누봄’ 1화 기사 꼭 쓰고 싶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해봐야겠다.”
* * *
태주가 가운데, 양옆에 설채빈과 하강웅이 서 있는 포즈로 무대가 끝났다.
천장에서 장미꽃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가운데.
태주는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이 한 몸, 열심히 바쳤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런데 옆에서 설채빈과 하강웅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이중협이 태주를 상기시켰다.
[드라마 홍보해야지, 주머니에 써온 거 있잖아.]“아, 맞다.”
태주는 주머니에서 재빨리 종이를 꺼내 빨간 불이 반짝거리는 카메라에 비추었다.
-이번 주 토요일, QVN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1화, 밤 10시에 본방사수하세요~
카메라가 해당 종이를 가득 화면에 잡았다.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와서야 태주가 설채빈과 하강웅을 보며 방방 뛰었다.
“나 어땠어? 괜찮았냐?”
“형, 완전히 찢었다니까요. 저는 솔직히 동작 하나 실수한 거 있거든요? 근데 형 보고 다시 동작 고쳤잖아요. 노래도 노래인데, 춤이 진짜…… 완전 대박.”
내심 뿌듯해진 태주는 설채빈에게 향했다.
“채빈이 너도 수고했어. 음이 높아서 걱정했는데 한 번도 실수를 안 하더라.”
“제 계획에 실수는 없었으니까요.”
도도해 보이려던 설채빈도 활짝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태주의 손에 무언가 쥐여 주었다.
“이게 뭐야?”
“그냥……. 혼자 있을 때 보세요!”
차용석이 가까이 오자 설채빈은 화들짝 놀라며 튀어 나갔다.
헤벌쭉 웃던 차용석이 그에게 핸드폰을 들이댔다.
“지금 트위터에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 트렌드 1위 뜨고 난리났어. 이야, 음악방송 힘이 세기는 세는구나.”
태주는 차용석의 곁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당누봄 #설채빈 #하강웅 #음방 #아역 3인방 #토요일 10시 #축하 ……
태주는 멋쩍은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재빨리 찾았다.
“……찾았다.”
#한태주.
다음으로는 그의 이름이 태그된 영상들과 사진들을 보기 시작했다.
재빠른 네티즌들의 힘으로 그의 음악방송 캡처들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카메라 원샷을 받은 사진.
살랑살랑 춤을 추는 유려한 몸짓 짤들.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댓글들.
-한태주 완전 아이돌 재질. 예전에 윤지호 피처링으로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음.
-워낙에 얼굴이 뽀얗고 팔다리가 늘씬해서 꾸미기만 하면 이미지가 확확 바뀜. 독립영화에서 죽정 역할도 잘했지만 이런 고급스런 귀공자 이미지도 잘 어울림.
-근데 노래는 그렇다 치고, 춤은 왜 저렇게 잘 추는 것임? 무슨 프로 댄서 보는 줄 알았네, 대박.
-혹시 ‘당누봄’ 에도 이런 노래랑 춤 씬들 나오나요?
-티저에 잠깐 나왔었어요. 오강준이랑 하예린이 달밤에 춤추는 씬. 엄청 로맨틱할 듯, 기대 중임.
-아, 빨리 토요일 돼라. 당누봄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네.
* * *
음악방송을 마치고 태주는 스태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공손한 그에게 여러 사람이 드라마 잘 보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그러던 중, 차용석은 또다시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5년 전에도 그러더니, 저 장은 여전히 예민하구만. 저런데 어떻게 매니저 생활을 해왔는지.]“그래도 바쁘신데 절 생각해서 여기까지 따라오신 거니, 감사하죠.”
[감사하긴. 저놈의 급똥 때문에 이렇게 길에서 버리는 시간만 몇 분이냐. 병원이라도 가보라고 해.]“긴장성 급똥이라 어쩔 수가 없대요.”
태주가 이중협과 수다를 떨며 차용석을 기다리는데.
저쪽 복도에서 그를 보고 다가오는 스태프가 있다.
“아직 안 가셨네요, 태주 씨.”
“용석이 형 기다려요.”
태주가 화장실을 눈짓하자 스태프가 씩 웃었다.
“아까 무대 잘 봤어요. 와, 태주 씨 춤이랑 노래 대박이던데. 아이돌도 그렇게 잘하는 사람 몇 없어요.”
“아니에요, 강웅이랑 채빈이가 잘해서 저도 잘해 보인 거죠.”
“거참, 겸손하시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태주는 이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그런데. 래빗걸즈라는 걸그룹, 혹시 아직도 활동하나요?”
신서우가 그의 곁에 있을 당시, 인터넷으로 래빗걸즈를 검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서우가 활동하던 그때의 사진밖에 나오지 않았다.
“래빗걸즈요? 래빗걸즈가 누구더라……. 요즘 걸그룹들이 하도 많아서.”
“얼마 전에 멤버 한 분 돌아가신 그룹이요. 신서우 씨라고.”
“아, 신서우!”
스태프는 신서우를 거론하자 기억이 난 듯했다.
“활동하긴 하죠, 컨셉이 극명하게 바뀌어서 그렇지.”
“요즘도 음악방송에서 활동하나요?”
“아니요. 걔들 컨셉이 너무 야해서 무대에 올리지도 못해요. 차라리 가터벨트 차고 앞치마 맸던 예전이 나았을 정도니 말 다 했죠. 그동안 죽은 멤버가 춤이랑 노래 80% 가까이 맡으며 근근이 이끌었는데…….”
“그랬는데요?”
“지금은 신서우가 없으니까 그룹의 존속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들었어요. 걸그룹이 아무리 팬덤 싸움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춤하고 노래는 어느 정도 해야 하거든요, 근데 걔들은…….”
스태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튼. 걔들, 소속사 사장이 19금 컨셉으로 미는 모양이더라고요. 행사도 그런 것만 들어온다던데, 어떻게 될는지.”
수다를 떨던 스태프가 떠난 후.
이중협이 혀를 끌끌 찼다.
[이런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인과응보구만. 지네들이 신서우 왕따시켜 놓고, 걔가 없으니 그룹의 존속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잖아.]‘이렇게 될 줄 몰랐겠죠.’
[그러니까 걔들이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거야.]“씁쓸하네요. 서우가 살아서 직접 복수하고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태주는 한숨을 삼키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래도 성불할 때는, 아무런 미련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은 게 위안이었다고.
[근데 너 손에 쥔 거, 안 풀어봐?]‘아, 맞다.’
이중협의 종용에 태주는 꼭 쥔 손을 펴 보았다.
거기에는 자그마한 쪽지가 있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글씨체가 눈에 쏙 들어왔다.
-오늘 정말 잘하셨어요, 오빠. 앞으로도 이대로 파이팅! 채빈이 드림.
태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이대로 파이팅하는 거야.’
[좋냐? 좋아?]이중협의 장난기 어린 말에 태주가 대꾸했다.
‘당연하죠. 이렇게 정성스럽게 응원받았는데요.’
왠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 * *
주말 하루 전 금요일.
연예 기사란은 본방송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드라마, ‘당신도 누군가의 봄이었다’와 관련해 연신 쏟아지는 기사로 화제였다.
QVN 게시판도, 인터넷 커뮤니티도, 기사 댓글창도 드라마에 관한 관심으로 뜨거웠다.
-시간이 왜 이렇게 늦게 가는지. 선공개 웹드라마하고 티저만 10번 넘게 돌려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음.
-그래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내일 10시가 되면 우리의 한태주를 볼 수 있다구요!
-라디오, 음방에서 드라마 홍보하는 것도 좋았지만, 한태주는 무엇보다 연기할 때 제일 빛이 남!
-음방 직관한 팬들이 그러는데, 한태주 실물이 진짜 쩐다던데. 화면에서는 선하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날카롭고 섬세한 외모라고 함.
-음방 현장에서 응원한 팬들에게 눈 맞춰주고 인사해줬다는데, 완전 부럽다.
“와, 오늘 댓글이 상상 초월입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데요. 제작진이 처음 겪는 사태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홍보를 위해 아역 3인방이 라디오에 출연한 날.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한 이번 방송은 관심의 도가니였다.
영화배우 주세진이 디제이로 진행하는 방송.
동 시간대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방송이기도 했고, 평소에 배우들이 자주 출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원래도 평균 시청자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오늘은 그 시청자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톱아이돌 하강웅과 설채빈.
그리고 현재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한태주의 출연.
시청자들이 열광한 게 열렬한 댓글로 다 느껴졌다.
꽃중년의 대명사인 주세진은 태주를 유독 관심 있게 보았다.
“사실 태주 씨랑 저랑은 인연이 있어요. 일전에 태주 씨가 피르마 영화제 단편영화에서 연기로 상을 탄 적이 있거든요. 저는 피르마 영화제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고요.”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