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seeing actor RAW novel - Chapter 96
96화
과거와 현재, 만나다 (5)
며칠 후.
연예란에는 대형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낭만 고양이’가 송출될 방송국, ABS에서도 유독 바빴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전화로 응대하던 선화철 피디는 흥분으로 볼이 붉어져 있었다.
“아니 기자님, 한태주 씨는 저희가 오디션도 보고 리딩도 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결정한 겁니다. 그럼요, 한태주 씨 실력이야 아시잖아요, 연기 끝판왕.”
전화를 끊은 선화철이 혀를 내둘렀다.
“하이고, 이번 드라마가 물건이긴 한가 보다. 나 같은 신인 피디가 뭘 안다고 그리 득달같이 달려드냐.”
옆에 있던 직원들이 바쁘게 덧붙였다.
“댓글도 엄청나게 달렸어요, 난리도 아니에요.”
끊임없이 댓글들이 늘어나는 이 상황.
-드림액터스랑 JSB 엔터테인먼트 합작이라고? 도대체 어떤 드라마가 탄생할까?
-한태주랑 윤수안은 그렇다 치고, 조연들이 죄다 아이돌이네. 다들 JSB 소속이고. 얼굴만 보고 뽑은 거?
-그래도 레이븐의 승현은 연기 잘하는데. 퀸즈 시율이 이번에 첫 연기라 그렇지.
-예술고등학교는 개뿔, 아이돌 사관학교 아님?
-그래도 한태주랑 윤수안, 주연 2명이 연기력으로는 꽉 잡고 갈 테니 볼 만하겠네.
-한태주 노래랑 춤 진짜 잘함. 이번에 예술고 학생으로 제대로 그 능력 보여줄 거 같아서 기대됨.
-고양이에서 사람이 된 케이스인데, 그런 오글거리는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그림자 무사에서 못다 한 인연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주겠네. 둘이 예능에서 케미 장난 아니던데.
-드라마 자체는 재밌어 보이는데, 대진표가 너무 잔인하다. 예정대로라면 오디세이 2하고 붙을 텐데, 거기는 안종현도 있잖아. 내가 국장이라면 이거 편성 당장 바꾼다.
“편준규 선배 마음속에 들어갔다 온 사람이 있나.”
마지막 댓글을 읽은 선화철이 박장대소를 했다.
“왜 그러세요?”
“우리가 오디세이 2랑 붙으면 박살 난다고, 당장 편성부터 바꾸라잖아.”
“하이고. 준규 선배님이 하신 소리잖아요, 그거. 정면으로 붙으면 백퍼 깨진다고, 우리 편성 좀 늦추자고.”
“그러니까. 그런데 국장님이 안 바꾸실 것 같아, 그 편성.”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한태주 말이에요, 오디세이 2도 제안받았다고 하던데요.”
“그래?”
“안종현하고 같이 나올 수도 있었대요. 근데 우리 거 택한 거 보면…….”
“선구안이 기가 막히네. 한태주,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잠시 생각하던 선화철이 손가락을 탁, 튕겼다.
“내년에 한태주 영화 하나 개봉하는 거 있다고 했거든.”
“염수정하고 찍는 그거요?”
“그래. 그거 맞춰서 지금 편성 짜는 거면 우리 드라마, 승산이 있어도 한참 있는 거지. 그 영화, 진짜 괜찮다고 들었거든.”
“한태주 특수효과를 노리자고요? 에이, 선배님 행복회로 너무 돌리신다. 그럼 차라리 고성열을 주연으로 캐스팅했어야죠. 걔가 지금 백시영하고 ‘언더커버’ 찍고 있는데.”
그때, 저쪽에서 몇몇 신나는 익룡소리가 들려왔다.
“와, 대박이다. 한태주가 왜 검색어 1위인지 봤더니, 영화 대본 리딩 사진이 유출됐네?”
“그래? 그런데 그게 왜 대박인데?”
“감독님, 이 사진을 좀 보세요. 그냥 대박이에요, 대박.”
“뭐 그렇게 호들갑인지. 그래봤자 리딩 사진이 리딩 사진이지.”
선화철이 구시렁대며 직원들 쪽으로 다가갔다.
모니터 가득 채운 사진을 힐끗 본 그.
깜짝 놀라며 직원들을 제치고 몇 번이고 사진을 보았다.
“아니, 이게…… 이게 대본 리딩이라고? 고작 사진 한 장일 뿐인데 뭐 이리 강렬해?”
* * *
태주는 온종일 검색순위 1위에서 당당히 자리했다.
오전에는 드라마 ‘낭만 고양이’ 출연 기사로.
오후에는 영화 ‘광대’ 대본 리딩 사진으로.
제작사 현필름이 공개한 한 장의 대본 리딩 사진은 염수정과 한태주가, 서로를 응시하며 대사를 치는 장면이었다.
염수정은 나른하면서도 강렬한 시선을, 한태주는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 사진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와, 대박이다. 아직 본격적인 촬영도 아닌데 꼭 영화의 한 장면 보는 것 같네.
-이게 이번에 한태주가 3천 대 1 오디션 뚫고 합격했다던 그 영화 맞죠?
-그 영화 맞음. 솔직히 한태주 거품 아닌가 의심했는데. 뭐, 연기는 잘하네.
-염수정 연기 잘하는 건 다들 아는 거고, 한태주가 과연 거기에 안 밀릴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역시 한태주 잘하네.
-사진으로는 부족하다, 영상을 풀어 달라!
-누가 5개월 있다, 저 좀 깨워 주세요, 그때 완성된 영화 보고 싶으니까.
인터넷을 뒤덮은 뜨거운 반응.
현필름에도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 사람들 천지였다.
“역시 이거라니까, 우리가 느낀 희열을 다들 느끼고 있어!”
신예지는 기대감에 손을 비볐다.
조금 전, 이탁원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대본 리딩만으로 이렇게 기대를 많이 하는데, 도대체 본 촬영은 얼마나 잘해야 하는 거냐고. 농담 반, 부담 반으로 말했다.
그의 투정이 기대에 기인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신예지는 더욱 신이 났다.
더욱이 그들 영화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린 건 고무적인 성과였다.
다들 내년에 개봉될 영화로는 최준모가 제작하는 ‘언더커버’만 알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이번 마케팅으로 제대로 영화홍보를 한 셈이다.
동 시각.
영화 ‘언더커버’ 쪽은 매우 초조해하고 있다.
“우리도 뭐 밀어붙일 거 없을까? 백시영하고 고윤하 뭐 좋은 건덕지 없어?”
“안 그래도 보도자료로 현장 스틸컷 등을 살짝씩 스포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그럼 더 뿌려! 우리가 염수정하고 한태주한테 밀리면 되겠어?”
최준모가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초반에 확실히 승기를 잡고 가야 한다고! 그런데 한물간 염수정하고 애송이 한태주한테 밀리면 되겠나고!”
한껏 짜증을 낸 그는 쾅,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생각하니 떠오르는 얼굴 하나.
“이것 참……. 이번 일로 백시영, 또 난리치겠구만. 톱스타치고 그렇게 속 좁은 인간은 처음 봤으니까.”
* * *
다음날.
드림액터스의 배우들이 화보를 찍으러 스튜디오에 한데 모였다.
패션화보 ‘노블’과 함께하는 단체 화보 촬영은 잡지 판매액 일부가 기부되는 기부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태주는 3팀 식구들과 함께 서 있었다.
고급 브랜드에서 협찬받은 양복이 매우 잘 어울리는 그는 여럿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정작 태주는 느긋하게 또래 배우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옆에 있던 같은 3팀, 우백호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아, 목마른데 물도 함부로 못 마시겠어요. 긴장해서 물 흘릴까 봐.”
“그럼 제가 먹여 드릴까요?”
“으이그, 태주 씨. 왜 이렇게 능글맞아요? 제가 먹을게요, 하하.”
우백호에게 씩 웃어 보인 태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그가 처음 보는 배우들이 대다수였다.
뭐, 윤수안이나 고성열, 백시영 같은 눈에 익은 배우들도 있기는 했지만.
“오늘의 컨셉은 뒷풀이 파티입니다. 다들 자유롭게 잔을 들고 어울리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리고 배우분들이 많으셔서 저희가 임의로 팀을 나눴습니다.”
노블의 화보 디렉터는 태주의 고모, 한유경이었다.
화보 촬영장에 태주가 있는 사실에 살짝 흥분한 그녀는 태주를 툭, 치며 격려했다.
태주도 그녀를 보고 씩 웃었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중, 뒤에서 촬영하던 태주가 포토그래퍼의 눈에 띄었다.
“태주 씨가 눈빛이 좋네, 포즈도 괜찮고. 앞으로 나와서 시영 씨 옆에 서 봐요.”
포토그래퍼의 부름에 대열이 급하게 변경되었다.
태주가 앞으로 가 백시영 옆에 섰다.
가만히 보고 있던 이중협이 피식 웃었다.
[역시 우리 태주가 더 멋있구만.]“네가 한태주구나?”
백시영이 태주를 보며 피식거렸다.
그리고는 남들에게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태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염수정이 태주를 칭찬한 이후, 괜히 태주가 고깝게 보이는 그였다.
“내가 나오는 영화 거절하고 듣보잡 영화로 간 멍청이.”
그 말에 태주도, 이중협도 발끈했다.
[저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예의를 밥에 쌈싸 먹었나!]태주는 백시영과 눈을 마주쳤다.
처음 본 자신한테 왜 이런 적개심을 드러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무시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듣보잡의 뜻을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
“뭐?”
태주는 백시영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실검 1위에 오르고 네티즌들 관심을 끈 영화가 듣보잡은 아니지 않습니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태주의 모습에 백시영이 입가를 씰룩거렸다.
“와, 이 녀석 보게. 자기 입으로 그런 자화자찬을 하고 싶냐? 실검 1위 했다고 아주 우쭐하구만?”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이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버릇이 없냐, 너 진짜…….”
태주의 눈앞으로 백시영이 점점 다가가자.
사진을 찍던 포토그래퍼가 신이 나서 외쳤다.
“오, 시영 씨, 태주 씨. 둘이 그런 친근한 포즈 아주 좋아요!”
태주에게 으르렁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미소 지었던 백시영의 모습이 좋게 보인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게, 태주와 백시영의 얼굴 합은 제법 조화가 좋은 편이었다.
선이 날카롭고 냉미남인 백시영과 선이 곱고 따뜻한 온미남인 한태주.
훤칠한 둘의 투샷은 극락이었다.
포토그래퍼의 칭찬에 태주는 싱긋 웃으며 백시영과 팔짱을 끼었다.
“작가님, 이런 포즈는 어때요?”
“난 사람이네, 태주 씨. 아주 좋아요!”
찰칵.
플래쉬가 여러 번 터지고 카메라 화면은 태주와 백시영으로 가득찼다.
“태주 씨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하늘 같은 대선배한테 저런 포즈를 제안할 수 있지?”
“근데 둘이 합 진짜 좋은 거 같아. 솔직히 고성열보다 한태주가 백시영하고 더 잘 어울리는 듯.”
“둘 다 키 크고 훤칠해서 진짜 모델 같다.”
태주의 도발적인 포즈에 주변에서는 웃고 난리가 난 가운데.
오직 한 사람, 백시영만이 환한 조명 속 얼굴이 붉어졌다.
“야, 갑자기 왜 친한 척이냐?”
“글쎄요, 제가 연기를 워낙 잘해서가 아닐까요?”
뼈가 가득한 태주의 말에 백시영의 눈동자가 세게 흔들렸다.
귀신 보는 배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