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 Story Club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막간 – 박강운 형사 (2)
[2019년 5월 5일 일요일, 16:32] [이준 – 2회 차] [괴담 포인트 : 242] [인과율 : 20%]“읽어 봐라.”
형사님이 내민 서류 뭉치에는 어떤 범죄 사건에 대한 기록들이 적혀 있었다.
* * *
[봉천동 아파트 밀실 살인 사건] 사건 개요 : 2012년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K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밀실 살인 사건.
침입과 탈출 방법조차 전혀 밝혀지지 않은 희대의 미제 사건으로, 용의자조차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배경 : 봉천동에 소재한 신축의 고급 K 아파트 B동 12층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프리랜서 사진 기자 김 씨(32세)로, 오후 7시쯤 자택을 방문한 여자친구에 의해 거실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은 그날 점심으로 분석되었고, 사인은 목 경동맥에 입은 상처로 얼굴과 목 부근에 수십 차례 칼로 찌른 상처가 발견되었다.
“봉천동이면……. 바로 옆이네요.” 서울대입구역 바로 앞의 봉천동. 거기서 지하철역 두 정거장만 거치면 바로 여기 내가 사는 신림동이다.
“흉기는 현장의 주방에 있던 부엌 칼. 현관도 창문도 강제 침입한 흔 적은 없었고, 입주가 시작된 지 1년 도 채 안 된 신축 아파트여서 복도의 CCTV도 최신. 범인을 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못 잡았다.”
나는 다시 한번 사건의 내용을 곰 곰이 읽다가 의문을 표했다.
“•••왜 못 잡았죠? 복도에 CCTV 있으면 드나드는 사람들 다 찍혔을 텐데……
“그야 영상에는 그 시간에 아무도 출입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 지.”
다 먹고 남은 아이스커피의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대답하시는 형 사님.
느낌만 보면 느와르물의 형사처럼 시가 한 대를 멋들어지게 피우며 사건을 얘기할 법한데, 건물 내 흡연 이 금지라서 대신 얼음이나 씹으시는 듯하다.
[인물 박강운에 대한 이해도가 5 올랐습니다.]“아무도 없어. 초인종을 눌렀더라 도 현관 카메라에 잡혀야 하는데, 그런 기록도 없는 데다 애초에 현관 문 도어락에는 그 시간에 작동한 로그 자체가 전무. 그날의 작동 기록은 저녁에 여자친구가 찾아와서 열었던 한 번뿐이었어.”
“•••그날 저녁 현관문이 열리기 전 까지 그 집은 밀실이었다는 거네 요.”
범인은 현관문으로 들어오지도 않 았고 나가지도 않았다.
사건 내용을 좀 더 읽어 보니 복 도형 아파트도 아니라 도망칠 수 있는 다른 창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베란다로는 어떨까요……? 12층 이라 뛰어내리지는 못하겠지만, 막 영화 보면 파이프 타고 기어 내려가는 건 가능하던데……
“그 아파트 바로 앞의 놀이터 CCTV가 우연히 해당 층을 찍고 있었는데, 깨끗해. 베란다는 열린 적도 없어.”
나는 몇 번 더 서류를 곰곰이 살 펴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로 밀실 살인이네요. 아직 도 범인 못 잡은 거예요?”
“그래. 못 잡고 미제 사건으로 분 류돼 있어.”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서류를 내려 놓는 나.
“근데 이걸 저한테 보여 주신 이유 가……?”
“그거 귀신이 죽인 거다.”
흠칫하는 나와는 다르게 덤덤한 어조로 말씀을 이어 가시는 형사님.
“피해자는 며칠 전부터 자신의 집 안에서 물건들의 위치가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집 안을 관찰 하고자 캠코더로 영상을 녹화해 놨었어. 그 캠코더는 시신의 손에 꼭 쥐어져 있었지.”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서류를 다시 훑어 내려갔다.
“…여기는 그런 말 없는데.”
“그렇지.”
“그게 제일 중요한 부분 아닌가요? 살해당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을 수 도 있잖아요.”
“우리가 조사하면서 일부러 뺀 거다. 사회적으로 너무 파장이 일어나 지 않도록.”
음료 컵을 탁 내려놓으시며 담담하게 대답하시는 형사님.
“그 캠코더, 물론 현장에서 확보했고 안에 찍혀 있는 내용까지 나는 봤지. 확실히 피해자가 살해당하는 순간이 캠코더에는 찍혀 있었어.”
그리고 그걸 다 확인하고도 못 잡 았다는 말은, 찍혀 있는 영상이 뭔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걸까.
“지금도 경찰청 증거 보관실에 가면 그 캠코더가 있다. 검은 봉지에 꽁꽁 싸여서, 아무도 볼 수 없도록 특수한 케이스의 사건만 모아 놓는 금고에 들어간 채.”
“거기서 내가 뭘 본 건지 아니 형사님은 조금 허탈하신 듯한 웃음을 지으시며 나를 바라보셨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미제 사건 중에는 범인이 인간이 아닌 놈들도 있겠구나. 거기서부터 나는 깊은 허탈함을 느꼈단다.”
‘허탈함……
씁쓸한 표정의 형사님.
뭐든지 때려잡을 듯 험악하게만 보였던 풍채지만, 지금 만큼은 무력감 이 느껴지는 게 문득 작아 보이신다.
“밤낮이 바뀔 때까지 눈알이 빠져라 CCTV를 들여다보고, 추운 겨울 날 몇 날 며칠을 옷도 못 갈아입으며 히터도 안 켜진 차에서 잠복근무 하고. 미친놈한테 칼 맞아서 입원하기도 했다가, 사건이 더뎌지면 욕 처먹고 까이더라도 범인 손목에 딱, 수갑 채우면 그걸로 해결이었는데. 이제는 못 잡는 놈도 있다는 걸 알 게 된 거다. 동물이면 쏴 죽이기라 도 하지, 실체가 없는 걸 어떻게 잡 아서 집어넣을까.”
형사님께서 코트 주머니 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셔서는 책상 위에 올려놓으신다.
그게 형사님의 묵주이신지, 손으로 만지작거리신다.
“준아, 나는 이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 이런 불 안감부터 머릿속에 든단다. 처음부 터 잡을 수 없는 놈을 상대로 헤매는 건 아닌가. 그런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 나에게는 느껴져.” “그리고 슬프게도 내 예감은 적중 해서, 그런 사건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형사님이 나를 보시며 어떤 걸 말 하는 건지 알겠냐는 듯 턱짓을 하신다.
“저번 달에 국회의원 한 명이 집 안에서 창가까지 물구나무로만 이동 하여, 발로 창문 난간에 매달린 채 방향 전환을 한 후 50cm 틈을 통과 해서 투신자살했다.”
“지지난번 달에는 불법 총기류 소 지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남성 이 담당 형사가 한눈 파는 순간 자 신이 압수당했던 권총을 훔쳐 경찰의 면전 앞에서 스스로 머리에 총을 발사해 쓰러진 뒤, 갑자기 다시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나 5초 만에 주변의 핏자국을 청소하고는 죽었고. 그 달의 저번 달에는 택시 기사가 목에 로프를 감은 채 제자리에서 점프하여 높이 수 미터의 대문 걸이에 목을 매 자살했고, 그달의 또 저번 달에는 음식점을 하던 중년 남성이 비 닐 끈으로 자신의 목을 절단한 뒤 목 없는 상태로 차량을 주차한 후 자살했지.” “전부 자살 사건으로 처리됐다. 무 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밝혀낼 도리가 없으니깐.”
씁쓸하게 웃으시는 형사님.
문득, 나이보다 늙어 보이셨다.
“세상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가는데, 그 속에서 형 사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구나.”
이내 형사님이 두 손을 탁자 위로 얹어 포개시더니, 진중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신다.
“이제 네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알겠니, 준아?”
“너는 자신의 아이가 살해당한 지 일주일 된 여성이 거실 베란다를 열고 공중에서 45m를 직선으로 날아 가다가 뚝 떨어져 추락한 사건을 설 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20 층 아파트를 맨몸으로 기어올라 일 가족을 식인한 뒤 도망친 삐에로를 추적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고.”
“내게 너는 그런 의미다, 준아.” 어딘가 간절하신 말투.
이 정도로 온갖 인생의 풍파를 겪으신 정의로운 어른이, 한낮 고등학생인 나에게 매달린다니.
나는 자칭 용사지만, 그렇게까지 떳떳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아닌데.
다들 내가 뭐길래 이렇게 나만 보는 걸까.
나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사람일까.
이렇게 무제한으로 쏟아지는 관심을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이 이해 불가한 모든 현상을 설명 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게 나에게 있어서 너다, 준아.”
“나는 나름대로 혼자서 그 벽을 넘어 보려고 정말 애썼다. 실제로 몇 몇 사건은 운이 좋게도 해결한 적이 있어. 하지만 더는 무리다. 이 세상은 점점 더 미쳐 가고 있단다, 준 아.”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니……?”
무시무시하고 험악해 보이던 형사 님에게서 느껴지는 안타까운 간절 함.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협조하겠다는 듯 나 역시 공손하게 두 손을 탁자 위에 포갰다.
“•••도와드릴게요.”
나 역시 마왕에 대해서 아무것도 갈피를 못 잡은 상황.
그리고 이런 이상한 일들 끝에는, 반드시 그 존재가 연관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걸 도와드리지는 못 해요. 저는 어디까지나 학교 안의 일과 거기 묻힌 마왕……. 그걸 해 결하는 게 최우선 순위니깐요.”
“그래. 그 점은 나도 당연히 알고 있다. 이런 사건 몇 개 해결해 봐야 세상이 멸망하면 무용지물이니깐. 하지만.”
형사님께서 팔을 쭉 뻗으셔서 내 어깨를 거칠게 퍽퍽 두드리신다.
“고맙다. 도와주겠다고 말해 줘서.”
“•••도와드려야죠. 형사님도 저희를 도와주시는데.”
그러자 너털웃음을 터트리시는 형 사님.
“알고는 있었구나. 그래, 내가 솔직 히 너희 많이 도와줬지?”
“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인데 요.”
나는 조심스레 이번 주 금요일 CA 시간 때 부원들끼리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렸다.
“공백교랑……. 클로버 기업 말이 냐. 그 둘이 괴현상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흠……
“네, 형사님께서 말씀하신 온갖 기 괴한 사건들……. 마왕이 무차별적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제가 있기도 전의 일이에요.”
전생에서 학교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았을 때 나에게 괴현상은 찾아오 지 않았다.
내가 있기 전, 이미 음지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다면.
‘그 둘이 뭔가 연관 돼 있을 수 도……
누군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온갖 실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괴한 부분 말고도 현실적으로도 그 두 단체는 구린 구 석이 있으니깐요.”
공백교는 대안학교에서 갈 곳 잃은 학생들에게 이상한 컬트 의식을 시키는가 하면, 클로버는 나라도 전복 시킬 수 있을 만한 사병 집단을 어딘가에 보유하고 있다.
학교를 중심으로 교직원들 사이에 은밀히 퍼진 밀교, 그리고 전 세계를 주름잡는 이상할 정도로 발전한 기업.
“그리고 마왕까지. 근데 그 셋은 한패가 아니다?”
“네. 한패가 아닌 걸 넘어서서……. 서로서로 엮이는 구석이 아예 없어 요.”
“접점이 없다는 뜻이구나. 괴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무리라면 서로 커넥션이 있을 법도 한데.”
팔짱을 끼시며 생각에 잠기시는 형 사님.
“내가 그래도 이런저런 굵직한 사건들 맡으며 정치나 기업 쪽에 파고 들어 봐서 아는데……. 확실히 내가 아는 지식으로도 공백교와 클로버는
전혀 관련이 없어. 단어조차도 함께 나열된 적 없다.”
단정 지으시듯 말씀하시는 형사님.
“수상한 놈들끼리 이상할 정도로 따로 노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구 나.”
“차차 알아가 봐야죠. 그래서 말인 데요.”
나는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히 부탁드렸다.
“저희 동아리에 인하윤, 기억해 요?”
“•••음. 그 예쁘장한 여자애 말이 냐?”
형사님이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신다.
“말수가 적고, 조용하고?”
“네, 얼굴 하얗고. 걔 맞아요.”
“그 애는 왜.”
“걔 뒷조사 좀 해 주실 수 있으세요‘?”
형사님이 푸, 하고 입에 뭔가 있었다면 뿜었을 기세로 놀라셨다.
“뭔 소리냐, 인마! 내가 네 짝사랑 하는 여자애 뒷조사를 왜 해!”
“뭔 소리예요! 내가 걔를 왜 좋아 해요!”
누가 들을세라 허둥지둥 둘러보며 상황을 설명하는 나.
“수상해서 그래요, 수상해서.”
“뭐가 어떻게 수상하다는 건데?”
“그러니깐……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형사님께 말씀드렸다.
그제야 턱수염을 쓰다듬으시며 으음, 하고 고민하시는 표정.
“듣고 보니 확실히 수상하기는 하구나.”
“그쵸? 이상하죠?”
“이번 기차의 집단 패닉도 그 애 가… 흠.”
형사님께서 곰곰이 생각하시는 표 정으로 테이블에 기대신다.
“난 네가 걔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캐 달라는 부탁인 줄 알았다.”
“아니, 그니깐……. 제가 왜••••••
혹시 주위에 같은 학교 학생들이 없는지 주의하며 허둥지둥하는 나.
형사님이 당황하는 내 표정에 껄껄 거리며 웃으신다.
“농담이다, 농담. 근데 왜 점점 얼 굴이 붉어지냐? 진짜로 좋아해?”
“아, 그만해요, 진짜!”
원래 고등학생이란 건 마음에 없다 가도 좋아하냐고 놀림당하는 순간 갑자기 트리거가 발동해서 ‘내가 진 짜 쟤 좋아하나?’ 하는 이상야릇한 기분이 드는 법.
나는 특히 하윤이에 대해서는 이성 적인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중이다.
안 그래도 예쁜데, 정신줄 놓고 지 내다 진짜 걔한테 빠져 버리면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사실 지금도 거의 절반쯤 왔지만……
위험하다.
그런 쪽과 관련돼서는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어디까지나 부원으로서, 수상한 구 석이 있는 여자애로만 인식하자.
“그래서, 해 줄 수 있어요, 없어 요?”
“으음, 정확히 뭐 어떤 종류의 뒷 조사인지부터 말해 봐.”
“제일 좋은 건 학교 마치고 걔가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알아내는 건 데……
“그런 건 무리야.”
딱 잘라 거절하시는 형사님.
“주변 사람을 통해 탐문을 하든 미행을 하든, 내가 엮일 수밖에 없잖 아. 나는 형사라고는 해도 덩치 큰 아저씨라서, 미성년자 여자애의 뒤 꽁무니를 쫓다가는 바로 잡혀 간다.”
“그럼 뭘 해 주실 수 있는데요 확실히 저 덩치로 쫓아다니면 하윤이가 싫어하겠지, 하며 물었다.
“간단한 신분 조회 같은 건 해 줄 수 있지. 집 주소라든가, 의료 기록이라든가.”
나는 바로 그거라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해요. 가족 관계랑 집 주소 정도.”
인하윤, 그리고 현재 공백교의 교주로서 차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태상이라는 자.
‘둘 다 성이 같아.’
그리고 흔한 성씨는 아니다.
가족 관계를 통해 뭔가 단서를 알 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법.
‘그리고 집이 어마어마하게 잘산다고 알고 있는데, 신림동에 그런 부 자는 몇 없으니. 집 주소만 특정된 다면 이것저것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많겠지.’
“오케이, 네가 좋아하는 여자애의 가족 관계랑 집 주소 같은 간단한 신분 조회. 대신 너는 내 사건 도와 주는 거로. 그걸로 퉁치는 거다?”
“네, 좋아요. 필요한 게 생기면 또 부탁드릴 거고요. 언제까지 해 주실 수 있으세요?”
“다음에 죽기 전에 나한테 전화만 걸면 된다.”
형사님께서 여유롭게 미소 지으시며 팔짱을 끼신다.
“전산망 통해 조회 해 보는 건 10 초도 안 걸리지만, 그런 거 다 나중에 기록 남아서 상부로 올라가거든. 결재받을 때 내가 아무 관계없는 엄 한 미성년자 여자애를 조회했다는 게 들키면 바로 징계란다.”
“그, 그렇군요……
“그러니깐 다음에 죽기 전에 전화 만 미리 걸어. 시간 돌아가기 전에 정보만 나한테서 받으면 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오늘 바로 전해 듣고 자살하면 빨리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방금 형사님께 그런 정신을 갉아먹을 짓은 스스로에게 하지 말라고 주 의를 들은 마당.
‘무엇보다 죽었는데 체크포인트가 더 예전이면, 이 카페에 다시 와서 또 얘기를 나누며 상황 설명을 해야 하잖아.’
나는 죽어서 시간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 하윤이의 신 분 조회를 부탁드려 보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네가 부탁하는 여러 가지 뒷조사를 해 주고, 너는 내가 해결 못 하는 사건에 도움을 주는 거로.”
“네, 그렇게 해요. 근데 언제 제가 도와드리면 될까요?”
“필요할 때 연락하마.”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함께 일어서 카페를 나서는 우리.
유리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 형사님께서 자연스레 입에 담배를 무신다.
라이터를 켜며 불을 붙이는 그 모 습은 마치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중 후한 형사 같은 느낌.
슬쩍 보고 있으니 형사님께서 뭘 보냐는 듯 웃으시며 손을 휘저으신다.
“먼저 들어가 봐. 안 좋은 거 보지 말고.”
“네, 가 볼게요. 수고하셨어요〜”
“그래, 잘해 보자〜”
“네, 잘 부탁드려요〜”
“그래〜”
평범한 어른과 학생처럼 말꼬리를 길게 늘이며 인사하고 헤어지는 우 리.
어느덧 아파트 단지에 석양이 내리 쬐고 있었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
* * ♦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캠코더 괴담-
한 남자가 어느 날부터 자신의 집 안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 눈치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집 안이 묘하게 어질러져 있거나, 물건들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최근 들어 집 안에 혼자 있다 보면 누군가의 시선까지 느껴지던 나 날.
기분이 나빠진 남자는 의심을 해소 하고자 집 안을 녹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날 바로 자신이 쓰던 캠코더 카 메라를 거실에 설치한 남자.
녹화 버튼을 누르고 외출했다가 돌 아오니 아니나 다를까, 집 안 물건 들의 위치가 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리모컨이 놓여 있는 자리라든가, 조금 흐트러져 있는 거실의 카펫이 라든가.
확실히 남아 있는 이상한 흔적.
남자는 재빨리 거실 한구석에 놓아 둔 캠코더를 찾아 녹화를 멈추고,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재생을 시작 했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찍혀 있지 않은 캠코더 속 영상.
그러나 자신이 외출하고 얼마 있지 않아, 낯선 여자가 부엌칼을 가지고 거실을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있다! 진짜로 집 안에 누군가 침 입했었다!’
완전히 흥분한 남자는 녹화된 영상을 더 집중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자는 칼을 들고 허공을 마구 찌 르는가 하면, 개처럼 엉금엉금 기며 거실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미친, 이걸 지금까지 몰랐다 니……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 여자가 집 안을 돌아다녔을 걸 생각하니 남자는 절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 정도면 경찰도 움직여 주겠지?’
남자가 슬슬 신고하고자 핸드폰을 여는 순간, 화면 속 여자가 거실 소 파 밑으로 기어들어 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직후 또 다른 누군가, 어떤 남자가 집에 들어온다.
‘한 명 더 있었어!’
영상 속 남자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캠코더를 들고는 이리저리 살폈고 이내 영상이 멈췄다.
무언가를 깨달은 남자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