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18
살육의 대가 (6)
에버린트 지방의 어딘가에 위치한 절벽.
그 아래에서는 완전무장한 성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남부 권역에 파견된 이단심문관을 필두로 작전을 위해 소집된 성지의 병력들이었다.
그들을 통솔하고 있는 것은 한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켈터라는 이름의 이단심문관이었다.
켈터의 명령을 받은 성기사들은 주변에 숨어있을 이교도들을 찾아 수색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주변을 샅샅히 뒤져봐라! 적들의 흔적이 분명히 나올거다!”
켈터는 성기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국을 가로지르던 교단의 움직임을 발견하고서 추적을 시작한지 어느덧 보름.
켈터 일행은 그중 4할의 병력을 처형하고서, 나머지 잔당들을 추격하는 중이었다.
에버린트 지방에 진입하는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협조요청도 보내봤지만, 이단심문관 알버트는 어째서인지 아직까지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원이 오지 않는 이상, 도주하는 이교도들을 앞쪽에서 막아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이교도들을 토벌하는 것은 켈터 혼자만의 몫이었다.
켈터는 얼굴을 찌푸리며 지쳐있는 성기사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에버린트에 있다는 다른 이단심문관은 왜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거냐!”
짜증이 치솟은 켈터의 입에서 알버트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신전을 통해 협조요청을 보낸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이단심문관 알버트가 합류할거였다면 진작에 이쪽으로 와서 적들을 막아섰어야만 했다.
허나 지원병력이 합류하기는 커녕, 제대로 된 연락조차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대놓고 지원요청을 무시한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콰앙!
켈터가 짜증을 내며 근처에 있던 나무를 후려치자, 그의 부관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달라붙었다.
“켈터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분명 조만간 소식이 있을겁니다.”
“조만간? 대체 그 조만간이 언제인거냐! 저 녀석들이 내 손에 다 죽은 이후에 소식이 오면 무슨 소용이지?”
“케, 켈터님······.”
“이래서 이단심문관을 뽑으려면 제대로 된 녀석들을 뽑아야 한다고 이야기했건만!”
까득.
고삐를 붙잡은 채로 성질을 내던 켈터가 격분하며 이를 갈았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이단심문관들은 대부분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한 이들이었다.
이단심문관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정예중에서도 정예만 뽑아도 모자랄 것을, 숫자가 부족하다 판단한 성지에서 계속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자란 이들이 이단심문관의 직함을 달고 돌아다니는 탓에,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지원이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기준을 올려서라도 제대로 된 성기사들을 이단심문관에 발탁해야만 한다.
그것이 켈터의 생각이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켈터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관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맞장구를 쳐주던 부관이 갑자기 조용해진 탓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린 켈터의 시야에, 입을 틀어막고 있는 부관의 모습이 보였다.
부관은 무언가를 바라보고서 겁에 질린 얼굴로 벌벌 떨고 있었다.
“뭘 보고 있는거냐?”
켈터의 시선이 부관의 눈을 따라 움직였다.
그가 서있는 곳으로부터 여섯 발자국 앞.
성기사 하나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이었다.
“으으······.”
“설마··· 적에게 기습당한건가? 기척도 없이 성기사를 쓰려뜨렸다고?”
철컥.
자리에 쓰러진 성기사를 발견한 켈터가 곧장 검을 뽑아들었다.
켈터가 검을 뽑아드는 것과 동시에, 쓰러져있던 성기사의 몸이 재가 되어 흩날렸다.
소리도 흔적도 없이 동료가 당했다.
게다가 기습당한 동료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어중간한 수준의 암살자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경계의 기색을 끌어올린 켈터가 검을 겨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습이다! 전원 경계해라!”
“켈터님······.”
“혹시 적의 모습을 발견했나? 적은 지금 어디에 있지?”
“위에서··· 위, 위에서 적이 내려왔습니다······.”
적의 모습을 마주했을 부관은 벌벌 떨면서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위에서 적이 내려왔다.
부관의 이야기를 들은 켈터의 시선이 근처에 있던 절벽을 바라보았다.
켈터가 서있는 산의 위쪽에는 깎아지른 절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이 뛰어내려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만한 높이였다.
저런 절벽에서 암살자가 은밀하게 내려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위에서 적이 내려왔다는 소리를 들은 켈터가 눈살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적이 위에서 내려왔다고 했나?”
“예, 예! 분명 위에서······.”
“위에서 어떻게 적이 내려온단 말이냐.”
부관에게 의문을 표하는 켈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검은 아지랑이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져내렸다.
강화된 감각으로도 간신히 포착할 수 있을만한 속도로 낙하한 그것은, 말 위에 올라타고 있는 성기사에게로 향했다.
켈터의 시선 역시 자연스럽게 아지랑이를 따라 고삐를 붙잡고 있던 성기사를 바라보았다.
투둑. 툭.
아지랑이가 말 위에 내려앉은 직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커··· 허억······!”
짧은 단말마와 함께 성기사가 고개를 늘어뜨렸다.
성기사를 휘감은 아지랑이 너머로 희미하게 사람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하나가 그곳에 있었다.
쿵!
그들의 눈앞에 있던 성기사가 묵직한 충격음을 내며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성기사의 모습을 살펴보던 부관이 손가락으로 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아, 암살자다······!”
“네 이놈! 거기에 서라!”
암살자를 발견한 켈터는 곧장 검을 휘두르며 착지한 암살자를 향해 다가갔다.
켈터의 검이 날카로운 기세와 함께 암살자가 있던 자리를 베어갈랐다.
그러나 그가 암살자를 향해 다가간 직후, 암살자의 몸이 그림자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암살자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광경에 켈터의 눈이 허공을 맴돌았다.
그는 그제서야 부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암살자는 위에서부터 내려왔으며, 그리고 흔적도 없이 다시 사라져버렸다.
암살자에 의해 죽어버린 성기사의 육신이 연기로 변해 흩날리고 있었다.
“죽은 성기사도, 암습을 가했던 적도···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
“켈터님, 아무래도 교단에서 저희를 처리하기 위해 보낸 암살자가 분명합니다! 당장 흩어져있는 성기사들을 불러모아야······.”
겁에 질린 부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허나 켈터는 곧장 수신호를 보내 부관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정적속에서 켈터의 눈이 절벽의 주변을 훑어보았다.
주변에 사람이 숨을만한 장소는 많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 숨어있는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적속에서 켈터가 부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경계해라. 어디서 갑자기 적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검을 붙잡은 켈터의 말이 끝나는 순간.
검은 아지랑이가 다시 하늘에서 떨어져내렸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위치를 발견한 켈터의 얼굴이 굳었다.
적은 절벽 위쪽에서부터 아래로 떨어져내리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켈터의 옆에 있던 부관을 향해 아지랑이가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암살자의 손에 머리를 붙잡힌 부관이 켈터를 바라보았다.
그는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켈터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케, 케, 켈터님, 저··· 저 죽고싶지 않습니······!”
“정신 차려라! 네 뒤에 적이 있다——!”
투둑.
조용한 소리와 함께 부관이 단말마조차 내지 못한 채로 침묵했다.
그것이 부관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부관의 모습을 바라보던 켈터가 입술을 깨물었다.
순식간에 내려오는 적을 상대로 대응할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지랑이 속에서 단검을 들어올린 적을 마주한 켈터가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천하의 이단심문관 켈터가 낯선 암살자를 앞에 두고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다음은 너다.”
암살자는 단검을 쥔 손가락 끝으로 켈터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스르륵.
이전과 마찬가지로 암살자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켈터가 쥐고 있던 검에 최대한 힘을 불어넣었다.
홀로 남은 켈터가 식은 땀을 흘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쿵. 쿵. 쿵. 쿵.
거친 심박이 켈터의 귀에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이제 켈터를 도와줄 성기사는 누구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 * * * * *
“흐음······.”
기도를 올리던 다니엘을 사도로 선정하고서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엘리엇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움직이던 다니엘을 꾸준히 관찰해왔다.
가장 먼저 그는 교단의 신도들을 추격해오던 엘리트 몬스터들을 혼자서 전멸시켰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하나씩 적을 지워나가는 다니엘의 모습은, 어째서 그가 침묵의 도살자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다니엘의 손에 구출된 이들은 다니엘이 운영하는 은신처에 남기로 결정했다.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다니엘이 처리한 타겟들을 수습해오던 장소였다.
–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냉정한 마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숨통을 끊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
다니엘에 의해 구출된 이들은 그에게 지도를 받아 암살자로 거듭나기를 원했다.
일부 신도를 다니엘에게 보내 암살부대를 꾸리는 것은 전적으로 로안의 계획이었다.
물론 처음에야 다니엘이 부담스러웠는지 지도를 거절하는 모습이었다.
허나 암살자를 육성하는 모습을 보고싶었던 내가 거절하는 다니엘을 가만히 놔둘리는 만무했다.
나는 다니엘에게 개인 메세지를 보내 협박이 가미된 부탁을 전해주었다.
신 번역기에 의해 고급스럽게 포장된 부탁을 받은 다니엘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암살자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풍경이었다.
– “그리고 그 냉정함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명을 끊어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 “생명을 끊어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
다니엘의 앞에 도열해있는 신도들은 하나같이 도축용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다니엘이 기르던 가축들이 하나씩 놓여있는 상태였다.
암살을 가르치겠다던 다니엘이 신도들을 상대로 도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신도들에게 이 과정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이야기했다.
기대하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을 교육받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교육을 받고 있던 신도들 중 하나는 다니엘에게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 “다니엘님. 대인 전투는 가르치시지 않는 겁니까?”
– “······그렇다.”
– “어째서입니까? 처음부터 대인전투를 통해 실력을 기르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 “가축조차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너희들에게 암살을 가르칠 생각은 없다.”
허나 다니엘은 고개를 저으며 신도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초가 되지 않는 자에게는 심화과정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암살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죽이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그의 지론이 담겨있는 모습에 나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구경하는 암살자 육성 코스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이게 암살자들의 교육 방식인가보네.”
이 게임이 어느 정도까지 암살자에 대한 고증을 지키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가축을 다루는 법부터 가르치는 다니엘의 암살자 코스는 제법 그럴듯한 편이었다.
뭐든지 작은 일들부터 차근차근 알아가야 커다란 일도 문제없이 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칼을 쥐는 법과 칼을 다루는 법.
피가 흐르지 않게 칼을 찔러넣는 법.
그리고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로 조용히 칼을 움직이는 연습까지.
다니엘이 가르치는 것들은 암살자라면 누구나 알아야만 하는 기본기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자신이 사용할 교재는 자신이 기르라면서, 가축 돌보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쓸모있는 내용들이었다.
“몇달정도 지나면 쟤네들도 교단의 암살부대가 되어있으려나.”
다니엘의 밑에서 교육받는 신도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이 완전히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짧은 시간에 다니엘만큼의 암살자가 몇명이고 나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그런 암살자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다면, 조금이나마 스승의 편린이 묻어날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의 영향을 받아 각종 스킬들을 다루기까지 한다면, 사도만큼은 아니어도 전투에서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의 가르침을 받아 고기를 도축중인 신도들의 미래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암살자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기대되네. 그리고 교단의 병력들이 다 크게 된다면, 그때는 아마······.”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 교단의 세력이 무수하게 성장했을 때가 다가올 것이다.
신성공헌치를 충분히 쌓아올려 스킬을 사용하는 신도들과, 에반에게 교육받아 능숙하게 검을 다루게 될 교단의 성기사들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니엘이 육성한 교단의 암살부대 역시 합류하게 될 것이다.
교단의 모든 병력들이 충분히 성장을 이룩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언젠가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면, 그때는——.
“전쟁을 벌여야겠지.”
퀘스트의 카르마 요구치를 채우기 위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