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43
에스타시아를 뽑고 나서 제법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쿠에베르그는 충실하게 카르마를 벌어주고 있었으며, 에스타시아를 따르는 신도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다.
물론 그 신도들을 통솔할 인물도 필요하기에, 나는 유테니아를 시켜 새로운 주교를 임명하게 했다.
고작 몇명이서 시작했던 교단이 이제 커다란 규모로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존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카르마의 수급 속도에 나는 이제서야 게임이 궤도에 들어선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게 진짜 방치형 게임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일같이 막대한 카르마가 쌓여온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카르마 요구량이 올라가긴 했지만, 그것을 포함해도 경이로운 속도였다.
이런 페이스라면 조만간 다음 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다음 사도 역시 금방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화면을 가득 채운 메세지에 만족하면서 손에 든 치킨버거를 베어물었다.
“이게 진짜 음식이고 말이야.”
치킨과 버거라니.
생각해보면 이만큼 괜찮은 조합도 드물었다.
둘 다 따로 먹어도 맛있는데, 같이 먹어도 대단한 음식이지 않던가.
퇴근하면서 구매해온 치킨버거를 먹으며 스마트폰을 보고있으면,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3단 합체 슈퍼공룡로봇! 강력한 힘으로 사악한 적을 무찔러라!”
귓가에 들려오는 나레이션에 나는 반사적으로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집에 오자마자 켜놓은 TV에서는 어린이용 장난감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공룡 세마리가 합체해 거대한 로봇이 되는 상품이었다.
합체를 한 모습을 보니 제법 근사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저런 장난감들이 무척이나 갖고 싶었는데 말이다.
로봇의 뒤편에 나오는 공룡의 모습을 바라보던 도중, 문득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 드래곤 하나 뽑아야되는데.”
지난번에 뽑는데 실패한 드래곤 크리처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드래곤은 나름대로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TV에 나오는 로봇처럼 삼단합체까지는 안해도 좋으니, 한마리만이라도 드래곤이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드래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 스마트폰 아래에 있는 스킬이 계속 눈에 밟혔다.
“하나 더 만들어볼까?”
의 패널티로 봉인되어있던 마력은 이미 돌아온 상태였다.
다시 한 번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나는 잠시동안 스마트폰의 스킬 아이콘과 3단합체 슈퍼공룡로봇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고심끝에 스킬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제발 드래곤으로 가자.”
마음을 먹었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꾸욱.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의 스킬 아이콘을 터치했다.
아이콘을 눌러 스킬을 활성화 시키는 것과 동시에, 스마트폰의 화면에 크리처 생성 옵션이 떠올랐다.
– 를 사용했습니다.
– 소모하실 마력을 지정해주세요.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마력을 설정하는 화면이었다.
마력이 크리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나는 마력을 설정하는 슬라이드바를 85%에 가져다 맞춰놓았다.
마력을 전부 소모하지 않고, 최소한의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의 마력이었다.
마력을 설정하자 그 다음에는 공격성을 설정하는 창이 떠올랐다.
– 크리처의 공격성을 지정해주세요.
내가 쿠에베르그를 생성할 당시의 공격성 설정값은 10이었다.
그리고 쿠에베르그는 현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부수며 이동하는 중이다.
에스타시아의 경우는 공격성을 1로 설정했다.
그 결과 에스타시아는 아무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두가지의 사례를 보건데,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공격성은 이상한 녀석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공격성은 적당히 4정도로 맞춰놔야겠다.”
그런 이유로 나는 새로운 크리처의 공격성을 4로 설정해놓았다.
물론 이 점은 바로 다음에 나타난 외형 설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스타시아와 쿠에베르그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던 것이다.
– 크리처의 외형을 지정해주세요.
– 1에 가까워질수록 흉포한 모습이 됩니다.
– 10에 가까워질수록 온화한 모습이 됩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크리처의 외형도 4로 설정해두었다.
이 정도면 적당한 외형으로 괜찮은 크리처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 크리처의 크기를 지정해주세요.
– 10에 가까워질수록 커다란 모습이 됩니다.
외형 다음에 설정할 항목은 크기였다.
너무나도 거대한 크기의 쿠에베르그.
그리고 사람과 비슷한 크기인 에스타시아.
양극단에 위치한 두 크리처를 볼 때, 사람의 크기를 1로 보는 것이 타당해보였다.
크리처의 크기가 어느정도여야 원하는 크리처를 뽑을 수 있을 것인가.
설정창을 보면서 고민하던 나는 크리처의 크기를 5에 맞춰놓기로 정했다.
“제발 멀쩡한 녀석으로 나와라.”
이제 남은 것은 어떤 녀석이 튀어나오는지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모든 설정을 마친 나는 확인버튼을 터치해 스킬을 사용했다.
꾸욱.
손가락을 움직여 표적지를 지정하자, 스마트폰의 화면이 빛에 휘감기며 순식간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 [암영마수 : 알파]를 생성했습니다.
– 의 패널티로 인해 24시간동안 소모한 마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 [암영마수 : 알파]가 당신을 경외합니다.
– 이 [암영마수 : 알파]의 활동을 당신의 인과율로 치환합니다.
85%의 마력을 코스트로 지불해 만든 크리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새로운 크리처의 이름은 [암영마수 : 알파].
그리고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녀석의 외형은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새까만 비늘. 세로로 갈라진 금색 눈동자.
머리에 난 뿔과 등에 달려있는 날개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던 드래곤 그 자체였다.
“이거 설마, 드래곤——.”
크기가 에스타시아보다 작아보이는 아기 용이라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드래곤의 크기를 확인한 내 목소리가 멈추었다.
새로 나타난 드래곤의 크기가 이상했다.
나는 눈을 깜빡이고서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같은데 크기가 왜 이래.”
공터에 나타난 알파의 모습에 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크리처의 크기를 5로 설정했을텐데, 눈에 보이는 알파의 크기는 0.5도 되어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알파의 크기는 무척이나 작은 편이었다.
드래곤의 위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 * * * *
길포드 플라우드.
길포드 용병단의 단장이자, 풍요의 영웅으로 선택받은 그는 동료를 데리고 제국의 서부지역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길포드의 팔에 떠오른 풍요의 표식은 건틀릿을 착용해 가려버린지 오래였다.
신전의 관계자에게 표식을 들켜 귀찮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길포드가 새로 얻은 신기, 아스칼론 역시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빛을 발하지 않았다.
그런만큼 이전과의 차이점이라고는 길포드의 검이 두 자루가 되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장. 정말 우리 이대로 괜찮은걸까.”
길포드가 용병단을 이끌며 이동하는 도중, 용병단의 유일한 마법사인 제니가 길포드를 향해 물었다.
지금와서 제니가 걱정할만한 이야기는 하나밖에 없었다.
길포드의 팔에 떠오른 표식과 풍요의 신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길포드가 이전에 신전에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신전의 움직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길포드는 그런 제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걱정마라. 우리가 강해지는 편이 세상에 더 도움이 될테니까.”
“단장은 늘 안심하라고 말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나는 신전같은 복잡한 곳에 소속되는걸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용병단을 모집하지도 않았겠지.”
“…….”
“이건 너희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길포드가 용병단의 단원들을 둘러보며 묻자, 용병들은 하나같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용병단의 부단장인 가프였다.
가프는 호쾌한 목소리로 주변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이야기했다.
가프의 이야기를 듣는 길포드와 제니의 귀가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지! 용병중에 복잡한걸 좋아하는 놈들이 어디에 있단거야?”
“맞아, 맞아. 적당히 몸 좀 쓰고 돈이나 더 챙기는게 낫지.”
“애초에 여기 있는 용병들중에 글도 못읽는 놈들이 태반이구만! 단장이라고 뭐 다를리가 있겠어?”
“……나는 글을 읽을 줄 안다.”
“그리고 단장한테 문제가 생기면 우리도 나설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물론 돈만 주면 말이야!”
“하여간 우리 마법사님은 똑똑한 사람 아니랄까봐 걱정도 참 많아.”
용병들의 거친 웃음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자신을 보며 웃는 용병들의 모습에 제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제니는 지팡이를 꽉 붙잡고서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툭. 툭.
길포드의 손이 다시 한 번 제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게다가 우리팀에는 이렇게나 유능한 마법사도 있지 않나?”
“단장…….”
“마법사를 모시고 다니는 용병단은 드문 편이지. 이런 유능한 마법사라면 더더욱 말이야.”
“그런 칭찬을 해도… 무언가 더 챙겨줄 생각은 없거든…….”
“그러니 걱정말고 끝까지 함께하도록. 나는 좋은 동료들과 헤어질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다.”
길포드는 담담하게 선언하고서 자신의 손을 거두어들였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를 밝힌 길포드가 계속해서 길을 나아가려던 순간.
길포드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아스칼론이 환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빛나기 시작한 아스칼론의 모습에 모든 용병들의 이목이 길포드에게 향했다.
아스칼론을 감싼 환한 광채에 길포드가 아스칼론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아스칼론?”
– “좋은 분위기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만,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생긴 것 같다.”
“귀찮은 일이라니, 대체 무얼 말하는거지?”
– “이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악신의 권속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악신의 권속.
아스칼론이 꺼낸 이야기에 길포드의 얼굴이 굳었다.
악신이 출현했다는 이야기는 진작에 아스칼론에게 들어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곧장 권속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권속이 나타난거지?”
– “천계의 케루빔이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아무래도 타천사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군.”
“타천사…….”
– “지상에 나타난 케루빔이 어떤식으로든 천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이다. 조치를 미리 취하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겠지.”
천계에서 떨어져내린 타천사라니.
악신의 권속이라면 분명 사악한 꼬드김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다닐 것이었다.
검은 날개를 펼친 타천사의 모습이 길포드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사악한 타천사는 분명 악신에게 받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타천사의 모습을 그리던 길포드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아스칼론을 붙잡았다.
“내가 나서야 하는 일처럼 보이나?”
– “악신의 교단에 관련된 일인만큼, 영웅인 네가 나서는 편이 좋겠지.”
신전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악신의 세력을 완전히 방치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나서서 해결할 의향이 있었다.
타천사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더더욱 방관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길포드는 직접 타천사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후우.
착잡한 마음에 심호흡을 내쉰 길포드가 아스칼론을 향해 물었다.
“위치는 어느정도 떨어져있지?”
– “길어봐야 보름이면 도착할 거리다.”
“보름이라. 그리 먼 거리는 아니군.”
– “어떻게 할거지?”
“그야, 뻔하지 않나.”
길포드의 시선이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가프와 제니. 그리고 듬직한 용병들.
그 모든 이들이 길포드와 함께 싸워줄 것이었다.
스릉.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아스칼론을 뽑아든 길포드가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는 지금부터 타천사를 잡으러 간다. 두려운 사람은 지금 당장 빠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