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5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누구에게 이 질문을 던지더라도, 대부분은 비슷한 대답을 내어놓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안전한 장소까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내 눈앞에 비추어지고 있는 캐릭터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았다.
가장 먼저 특성을 개화한 캐릭터, 유테니아 하이로스트.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머리 위에 음식 이모티콘을 띄워놓고 있는 중이었다.
“방치형 게임이라더니, 이제는 아예 밥을 맡겨놓은 것처럼 굴고 있네.”
내가 이 게임을 처음 마주했을때 보았던 캐치프레이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었다.
방치형 게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은 무리없이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캐릭터를 지켜보건데, 방치하는 것이 꼭 정답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게임 내 시간으로 3일째.
유테니아는 지금까지 동굴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배고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게임의 물리법칙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먹지 않으면 틀림없이 아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걸 가만히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가만히 놔두면… 아마 굶어 죽겠지. 저걸 굶어죽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작해야 캐릭터 하나다.
캐릭터 하나가 없어진다고 뭐가 중요한가 싶으면서도, 막상 사라지게 되면 아쉬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처음으로 얻은 캐릭터가 아니던가.
캐릭터 하나정도는 아껴서 키워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 한구석에 있던 인벤토리 버튼을 눌렀다.
띠링.
가벼운 알림음과 함께 아이템이 등록되어있는 인벤토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녹슨 철검] x 3
– [딱딱한 흑빵] x 4
– [찢어진 망토] x 1
– [조잡한 단검] x 1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물건은 전부 10회 연속 뽑기를 통해 얻어낸 것들이다.
상점에서의 뽑기 이외에는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인벤토리의 내용물은 며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그중에서 [딱딱한 흑빵] 하나를 드래그했다.
빵처럼 생긴 그래픽을 클릭하면서 움직이자, 내 손가락에 딸려온 빵이 인벤토리 밖으로 이동했다.
툭.
인벤토리 밖으로 빠져나온 빵은 유테니아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유테니아의 앞에 [딱딱한 흑빵]을 꺼내놓자, 그녀의 시선이 곧장 [딱딱한 흑빵]으로 향했다.
– (의문)
내가 꺼내놓은 빵을 마주한 유테니아가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것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갑작스럽게 빵이 나타난 것이다.
정상적인 AI의 반응이라면 의문을 가지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허나 금방 상황에 대한 판단을 마친 것인지,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빵을 주워들었다.
빵을 들어올린 유테니아의 말풍선이 빠르게 바뀌었다.
– (감사)
– (감동)
– (감사)
– (감동)
조잡한 도트 그래픽이 빵을 들어올리자, 그 모습이 캐릭터와 잘 구별되지 않았다.
빵을 들어올린 유테니아는 감사를 표하며 천천히 빵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유테니아의 그래픽은 작은 편이며, 빵의 그래픽은 그보다도 훨씬 작았다.
화면을 보아서는 간신히 빵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조금씩 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유테니아가 빵을 먹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이게 애완동물 밥먹이는 기분인가.”
빵을 먹는 유테니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키우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던 때가 생각난다.
먹이를 넣으면 물고기들이 꼬물거리면서 몰려와 입을 뻐끔거리고는 했다.
아무래도 그래픽이 조잡하다보니 그 이상의 감동은 느끼기 어려웠다.
나는 턱을 괴어놓은 채로 계속해서 유테니아의 식사를 지켜보았다.
빵을 놓아둔지 20분 가량이 지났을까.
유테니아는 빵을 전부 먹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포만감)
– (감동)
– (감사)
식사를 마친 유테니아는 다시 한차례 감사인사를 건네어왔다.
정신이 좀 이상한 AI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감사표현이 적극적인 편이었다.
이런 반응이라면 조금 더 자비를 베풀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다른 물건도 꺼내놓았다.
[조잡한 단검]. [찢어진 망토].저마다가 동굴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이었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단검과 망토의 모습에 유테니아는 눈을 깜빡거리며 그것을 지켜보았다.
“너에게 친히 10회 연속 뽑기의 부산물을 베풀어주마.”
나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는 꽝같은 물건이다.
마법서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유테니아에게는 가치가 있을만한 물건들이었다.
내가 유테니아에게 아이템을 선물하자, 유테니아는 다시 한차례 격한 반응을 보이며 기도를 올렸다.
– (감동)
– (감사)
– (감동)
– (감사)
급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도 저런 반응은 보기 어려울 것이었다.
나는 유테니아의 반응에 만족하며 인벤토리를 닫았다.
언제까지고 그녀가 여기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산에서 사는 동안은 쓸만한 물건들이다.
나중에 다른 반응이 보고 싶어진다면, 그때는 터치를 해서라도 산에서 내쫓던가 해야겠다.
아무튼 뽑기로 얻은 아이템들을 받은 유테니아의 반응을 보는 것은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그 아이템들이 뽑기로 나온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악독한 녀석들. 이런 식으로 내 돈을 가져갈 계획이구나.”
지난 뽑기로 얻은 아이템들을 하나씩 되새겨본다.
캐릭터에게 먹일 수 있는 빵.
캐릭터에게 쥐어줄 수 있는 무기.
거기에다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까지.
가격과 확률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자주 눌러보고 싶어지는 구성이었다.
게임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에야 이해하게 된 유혹이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뽑기를 누르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것을 애써 참아내었다.
전부 자신의 지갑을 위한 일이었다.
* * * * * *
유테니아 하이로스트.
입술이 바짝 말라붙은 잿빛머리의 소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망가진 마을에 대한 허탈감과, 세상에 대한 증오로 산에 틀어박힌지 어느덧 3일이 지났다.
생명의 위기에 처해있던 것을 이름모를 신이 구해주었지만, 그것으로 유테니아의 인생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 가문. 인간관계.
그녀를 지탱하던 모든 것은 이미 무너져내렸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그녀를 지켜보는 신과, 고독한 외톨이가 되어버린 유테니아 자신뿐이었다.
그마저도 유테니아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이름모를 신 덕분에 연명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마지막 순간에 벼락을 내려쳐 구해준 이름모를 신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작에 스스로 목숨을 내버렸을 것이다.
“하아…….”
어둠속에 잠긴 동굴을 바라보던 유테니아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없는 동굴은 습하고 어두운 곳이었다.
꼬르르륵.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녀의 배가 비명을 질러왔다.
춥다. 그리고 배고프다.
이토록 오랜 시간동안 굶어본 경험이 있던가.
적어도 그녀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없는 것 같았다.
늘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던 유테니아에게 있어서 이런 경험은 생소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갑작스럽게 풍성한 식탁을 고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유테니아가 할 수 있는 것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멍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
유테니아의 시선이 아무도 없는 동굴을 훑고 지나갔다.
이끼. 축축한 바닥. 눅눅한 공기.
유테니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다.
다시 한차례 유테니아의 시선이 움직였다.
이끼. 그리고 축축한 바닥.
툭.
이끼. 바닥. 딱딱해보이는 흑빵.
힘이 풀린 채로 움직이던 유테니아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빵이 떨어졌네요.”
바닥에 떨어진 것은 아무리 봐도 빵이었다.
시간이 제법 지났는지 많이 딱딱해보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빵이었다.
바닥에 떨어져있던 빵을 집어든 유테니아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동굴 한복판에서 갑작스럽게 이끼 위에 빵이 피어났을 리는 없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것을 놓치고 있던 것도 아닐테니, 아무래도 하늘에서 떨어졌을거라는게 유테니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테니아가 바라본 천장에서 보이는 것은 오로지 투박해보이는 돌뿐이었다.
“그 분께서 내려주신게 분명해요.”
흑빵을 들어올린 유테니아의 입가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벼락을 떨어뜨리던 그때의 일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이름모를 신은 계속해서 유테니아의 일을 신경써주고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유테니아가 배고픈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녀가 먹을만한 빵까지 따로 챙겨주었다.
흑빵을 입가에 가져간 유테니아는 그것을 살짝 베어물었다.
툭. 툭.
흑빵에 닿은 이빨은 단숨에 파고들지 못하고 튕겨나왔다.
오래된 빵은 그녀의 생각보다 단단한 물건이었다.
“천천히 핥아먹어야 되는걸까요.”
단단한 빵을 베어먹기 위해서는 충분히 빵을 적셔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할짝. 유테니아의 혀가 흑빵의 표면을 훑고 지나갔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딱딱한 빵이다.
그럼에도 배고픈 상황에서 얻어낸 빵은, 단순히 살짝 혀를 대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기분이었다.
유테니아는 단단한 흑빵을 천천히 녹여내면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풀어낼 수 있을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흑빵을 먹는 유테니아가 목이 막히거나 체하는 일은 없었다.
‘우유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빵이 딱딱하다보니 적셔먹을 우유가 없는 것에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허나 배고픈 상황에서 먹는 빵은 이만한 진미가 없을만한 물건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들고 있는 흑빵은 하늘에서 내려준 자애의 음식이 아니던가.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이상의 불평을 말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만한 짓이었다.
“음, 으음…….”
유테니아가 빵을 먹기 시작하고서 제법 시간이 흘렀다.
큼지막하던 흑빵은 어느새 유테니아의 뱃속으로 대부분의 모습을 감추었다.
이제 그녀의 손에 남아있는 것은 마지막 빵 한덩어리 뿐이었다.
유테니아는 손에 남아있는 빵조각까지 입에 넣고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배가 차오르니 좋은 기분이었다.
자신의 손을 맞잡은 유테니아는 하늘을 향해 짧은 감사인사를 올렸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신이 자신을 바라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 벌써 몇차례고 도움을 받았다.
지금의 유테니아는 상대가 어떤 신이라고 해도 그를 모시고 받들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유테니아의 삶에 마지막 남은 이정표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길을 따라가지 않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바보같은 일이 틀림없었다.
설령 그 상대가 흉흉한 소문으로 가득 차있는 신이라고 해도 말이다.
살짝 들뜬 유테니아가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으면,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툭. 투둑.
유테니아의 눈앞에는 허름한 망토 하나와 함께, 조잡하게 생긴 단검 하나가 떨어져있었다.
누구나 쓸 수 있을만한 가벼운 단검.
그리고 몸을 덮을 수 있는 따뜻한 망토.
그녀의 신은 식사뿐만이 아니라 산에서의 생활까지도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
자신의 앞에 하사된 물건을 본 유테니아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단검을 들어올렸다.
“어떤 말로 감사해야할까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네요.”
시련 뒤에는 달콤한 보상이 찾아온다고 하던가.
그녀는 여태까지의 모든 시련이 지금의 만남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이름조차 모르는 신에게의 귀의.
그것이 잿빛머리의 소녀가 선택한 자신만의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