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83
신성공헌치 (1)
푸른 하늘.
그 아래에 내리쬐는 햇살.
그리고 그 아래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나.
선명하고 맑은 날씨속에서 나는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플레이하는 게임은 언제나와 같다.
몇달째 질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방치형 게임이었다.
“하아암······.”
화창한 날에는 역시 집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서 게임이나 하는게 최고였다.
나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하품을 참아내면서, 졸린 눈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최근들어서 로안이 수많은 카르마를 벌어다주었던 덕분일까.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보던 화면의 하단에서 레벨업 메세지가 출력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벨이 올랐던 것이 언제였던가.
자세하게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9레벨을 달성한 이후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았다.
–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 가 성장합니다.
– 이 되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명확한 시선으로 대륙을 관찰할 수 있게됩니다.
레벨을 따라 진화하는 스킬은 어느덧 10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10레벨이라고는 해도 막상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기껏해야 이동가능한 영역이 넓어졌다는 점이 전부일 것이다.
그 아래에는 언제나와 똑같이 에 대한 경고가 출력되고 있었다.
– 경고 : 한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카르마는 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기울었습니다.
– 낮은 수준의 이 발생했습니다.
– 으로 인해 [신기 : 아스칼론]이 한단계 해방되었습니다.
– 인과율 보정 진행도 : 9%
인과율 보정의 경우에는 어느덧 9%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쿠에베르그를 획득한 이래, 그동안 파격적인 레벨업을 해왔기 때문으로 보였다.
인과율 보정이 9%에 다다르면서, [신기 : 아스칼론]이 해방되었다는 메세지 역시 같이 떠올랐다.
[신기 : 아스칼론]을 보유하고 있는 보스가 이전보다 한층 강해졌다는 의미였다.신기의 해방메세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전에 유테니아가 마주했던 보스몬스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번에 만났던 보스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패턴들이 있었지.”
마법을 약화시키던 캐릭터가 하나.
그림자속에 숨은 알파를 두드려패던 캐릭터가 하나.
마지막으로 내 시야를 차단하던 캐릭터가 하나.
하나같이 까다로운 패턴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그런 캐릭터들이 성장했다는 이야기였으니, 나로서는 심히 부담이 되는 내용이기도 했다.
“다시 만나면 지금 내 캐릭터들로 쓰러뜨릴 수 있으려나.”
그러나 게임의 난이도 보정은 이미 벌어져버린 일이었다.
이제와서 아쉬워한다고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그에 맞춰서 적들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레벨업은 훌륭한 스펙업 수단이지만, 레벨에 따른 난이도 패널티 역시 존재하고 있다.
레벨업을 통해 플레이어가 성장하게 되면, 인과율 보정을 통해 보스 캐릭터 역시 성장하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패널티 없이 강해지는 방법이라고는, 10회 뽑기를 돌려 새로운 아이템을 취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레어 아이템의 개수를 늘려 유효한 아이템 스펙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스펙이 부족하다면 그때가서 과금계획을 다시 짜야만 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100만원이고 1000만원이고 무한정 과금이 가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유가 되는 만큼 과금을 하면서, 레벨업을 통한 스펙업을 병행해야만 했다.
가장 효율적인 방향은 레벨과 아이템 스펙의 균형을 맞추어나가는 것이다.
둘의 효용성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캐릭터를 키웠을 때, 보다 적은 돈으로 가장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갑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던 나는 스크롤을 내리면서 다음 메세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 메세지는······. 음?”
스윽.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내리던 나는 처음 보는 메세지에 흥미를 느끼고 손가락을 멈춰세웠다.
에 의한 인과율 조정 메세지의 아래.
그곳에 낯선 형식의 메세지가 떠올라있던 것이다.
한순간에 잠이 달아난 나는 메세지 박스에 출력된 내용을 유심히 읽어보았다.
– [제1사도 : 유테니아 하이로스트]의 신성공헌치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 카르마 100을 소모해 [신기 : 그리모어]의 해방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첫번째로 사도에 임명했던 캐릭터, 유테니아.
그녀의 신성공헌치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메세지였다.
그 아래에는 카르마 100을 소모해 신기를 해방할 수 있다는 메세지 역시 떠올라있었다.
나는 메세지를 조금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메세지 박스에서 새로 떠오른 메세지를 클릭했다.
그러자 화면이 암전하며 선택지가 적혀있는 선택창이 출력되었다.
– 100 카르마를 소모해 [신기 : 그리모어]에 내재된 힘을 해방합니다.
– [신기 : 그리모어]를 해방하시겠습니까?
– 예 / 아니오
새롭게 떠오른 선택창에는 신기의 해방 여부에 대해 묻는 메세지가 적혀있었다.
신기의 해방이라.
방금 전에 과 관련된 경고를 받았을 때, 메세지 박스에는 [신기 : 아스칼론]이 해방되었다는 메세지가 출력되었다.
지난 번과 동일하게 난이도가 조정되었다는 내용의 메세지였다.
그렇기에 그동안은 보스 캐릭터들만이 신기를 해방해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내 사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니.
예상치 못했던 메세지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테니아의 신기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나는 화면속에서 마차를 타고 이동하던 유테니아를 바라보았다.
교단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동하는 유테니아의 무릎에는 고급스러운 표지의 책 하나가 놓여있었다.
[신기 : 그리모어].유테니아의 을 마치고나서, 내가 유테니아에게 내려주었던 신기였다.
유테니아의 그리모어는 어둠속에서 그림자의 손길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전투보다는 범용적인 용도에 가까운 특성이었다.
“하기야··· 이제 그림자보다는 마법이 주력처럼 보이기는 했지.”
이 유테니아에게 있어서 쓸모없는 특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보조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특성이었다.
그러나 유테니아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마법에 의한 광범위 폭격이다.
에반처럼 신기의 위력을 뽐내면서 전투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특성은 유테니아의 주력이 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규모가 커진 교단의 사도라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유테니아의 특성은 다소 위엄이 부족해보이기는 했다.
“슬슬 유테니아를 강화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온건가.”
그런 의미에서 유테니아의 신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긍정적인 이야기였다.
마법적인 부분에만 치중해있던 유테니아의 전투력을 끌어올릴 기회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신기의 해방이 가능한 것은 비단 유테니아만이 아닐 것이다.
에반이나 플루토 역시 신기를 해방시켜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에 앞서서 신성공헌치를 충분히 쌓아놓아야만 할테지만 말이다.
언젠가 강화된 신기를 휘두르고 있을 에반과 플루토를 생각하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권한 설정 이외에도 신성공헌치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조금 의외이긴 하네.”
신성공헌치는 를 획득하면서 새로 추가된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나는 신성공헌치가 내에서만 통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시스템 전반에 통용되는 수치였을줄이야.
예상치 못한 수확에 내 머릿속에서 신성공헌치에 대한 평가가 뒤바뀌었다.
이전보다도 중요도가 몇단계 더 올라갔다는 느낌이었다.
“신성공헌치만 쌓으면 100 카르마에 사도들의 스펙업이 가능하다라··· 이건 충분히 해볼만하지.”
머릿속에서 신성공헌치의 평가를 수정한 나는 다시 화면속의 유테니아를 바라보았다.
마법 이외에 직접적으로 유테니아의 스펙업을 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로 ‘예’ 버튼을 향해 손가락을 가져갔다.
꾸욱.
내 손가락이 선택지의 ‘예’ 버튼을 터치하자, 선택창이 사라지며 유테니아의 몸에서 빛이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메세지 박스에 새로운 메세지 하나가 추가되었다.
– [제1사도 : 유테니아 하이로스트]가 시련을 시작했습니다.
환한 광채가 유테니아의 몸을 휘감았다.
에스타시아가 두르고 있던 빛무리보다도 선명한 광채였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자신의 모습에, 유테니아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빛을 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유테니아의 머리위에는 작은 말풍선 하나가 떠올라있었다.
– “······?”
그렇게 유테니아를 휘감고 있던 빛이 잦아들었을 때.
나는 어둠속에서 책을 끌어안고 서있는 유테니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 * *
제1사도, 유테니아 하이로스트.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어둠만이 내려앉아있는 칠흑빛의 세계.
그녀는 그곳에서 책 하나를 끌어안은 채, 홀로 어둠속에 발을 담그고 서있었다.
유테니아가 세상에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마주하는 광경이었다.
갑작스럽게 뒤바뀐 풍경에 유테니아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보았다.
“······.”
그러나 눈을 감았다 뜨더라도 유테니아를 둘러싼 풍경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어둠이었다.
두터우면서도 짙은 어둠.
그리고 광활하면서도 끝없는 어둠.
어둠속에서 유테니아의 시선이 품속에 있는 그리모어로 향했다.
혼자만이 존재하는 세계속에서도 그녀의 주인이 내려준 신기만큼은 유테니아와 계속 함께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그리모어를 강하게 끌어안은 유테니아가 앞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첨벙. 첨벙.
한걸음을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유테니아의 주변에 파문이 퍼져나간다.
어둠속을 헤집는 발걸음은 마치 깊은 물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다리에 차가운 감촉이 전해지는 일은 없다.
그것은 물과 같이 흐르면서도, 바다와 같은 온도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둠을 가르며 걸어나가던 유테니아가 바닥을 뒤덮은 그림자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알파도 여기에 없는 것 같네요.”
이만한 그림자라면 알파가 빠져나오기에는 어렵지 않은 크기였다.
허나 알파는 그림자 밖으로 나오려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는 어깨에 얹어놓고 다니던 알파의 단말체 역시 사라져버린 모습이었다.
암영마수인 알파라면 어떤 일이라도 그녀를 따라올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유테니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알파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빠져나간다는 생각은 그만두는 편이 좋아보였다.
알파의 흔적을 찾지 못한 유테니아가 그리모어를 잡은 손에 한층 더 힘을 불어넣었다.
유테니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앞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 “증명하라.”
첨벙.
앞으로 걸어나가던 유테니아의 걸음이 다시 제자리에 멈춰섰다.
유테니아의 귀에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온 까닭이었다.
유테니아는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며 방금 들었던 이야기를 되뇌였다.
“증명······?”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증명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유테니아는 그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다짜고짜 그녀를 향해 증명하라니.
대체 무엇을 증명하란 말인가.
고민에 빠진 유테니아가 그녀의 주위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으면, 다시 한 번 유테니아의 귀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정체불명의 목소리와 함께 유테니아가 밟고 있던 공간 역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 “이곳은 그림자의 세계.”
광활하게 늘어선 그림자의 위로 칠흑색의 나무들이 솟아올랐다.
바싹 마른 황량한 형체에는 검은 잎들이 사이사이에 덧대어졌다.
하나씩 솟아오르기 시작한 나무들은 저마다의 잎을 틔워냈다.
순식간에 빼곡히 솟아오른 나무들이 이내 거대한 그림자의 숲을 만들어냈다.
– “위대하신 분이 자신의 사도를 위해 만들어낸 공간이다.”
울창하게 피어오른 숲의 너머에는 거대한 성벽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흐릿하게 만들어진 경계선 사이로, 빈틈없이 매워진 그림자의 벽돌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게 늘어선 그림자의 성벽 위로는 드높은 성탑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순간에 쌓아올려진 칠흑색의 성.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성이 유테니아의 눈앞에 오롯이 존재하고 있었다.
– “자신을 증명하라. 자격을 증명하라.”
그런 그림자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아, 유테니아를 따라오던 목소리가 이야기했다.
한순간에 만들어진 허상과도 같은 풍경이 흘러들어오는 목소리를 따라 세차게 요동친다.
그림자에 숨은 목소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위대한 존재를 향한 유테니아의 증명이었다.
– “이 세계 전체가 너를 위해 존재함을 증명하라.”
그리고 그림자를 향한 사도의 증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