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28
홈마 ‘어재’ (2)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에 포털 검색을 했다. 무슨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서야 이런 이례적인 순위 상승이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잘못하면 사재기로 오해받을 만큼 급격한 순위 변동이었다.
스타의 SNS를 고대로 옮겨놓은 뉴스 기사를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눌 소속 여돌 코넬과 믿고 보는 배우 나우혁, 천만 영화감독 주영원까지 각자의 SNS 계정으로 홍보해주고 있었다. 테오라의 컴백 축하와 함께 노래가 좋다고 팬들에게 추천하기까지 했다.
테오라 팬으로 알려진 뷰티 인플루언서나 스타 강사도 있었다.
스타들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거였다.
특히 코넬의 리더 나무는 ‘여름이었다’라는 곡을 극찬하면서 뮤비 꼭 봐달라고 멘션을 적었다.
코넬의 나무는 친분 있다고 홍보해주거나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서 코넬 팬들이 몰려가서 들었을 법했다.
궁금증이 솟았다. 나무라는 멤버에게 다른 행동을 하게 한 그 곡과 뮤비가.
타이틀곡 뮤비를 보고 순위 확인하느라 ‘여름이었다’ 뮤비가 있었다는 것도 잊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다시 노트북으로 뮤비를 찾아 재생했다.
레트로 감성의 화면으로 시작한 뮤비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노는 테오라 멤버들을 비췄다.
특별한 촬영 기법이 들어가지 않은 셀프캠 영상 같았다.
이와 비슷한 영상을 본 적 있다. 테오라 뉴튜브 채널에서. 테오라 멤버들이 여수로 여행 가서 찍었다는 셀프캠 영상으로.
“셀프캠 영상을 편집해서 뮤비 만든 거?”
뮤비를 만드는 방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프로의 손을 거치기 나름이었다.
그래도 아마추어인 박하가 촬영했다고 알려진 영상으로 뮤직비디오를? 의아한 선택이다.
뮤비 화면 속엔 테오라 멤버들이 사박사박 모래를 밟으며 바닷가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지온이 꺼낸 말에 와르르 웃더니 신나서 흥얼거렸다.
[…좋네. 여름이었다~♪] [헤헤, 여름이었다~!]남초록과 박하준이 흥얼거림에 멤버들이 흐뭇하게 웃는 모습이 ‘진짜 청춘’ 같았다. 꾸미지 않은 테오라의 모습이 한없이 흐뭇했다.
그리고 이어서 재즈처럼 흘러 나오는 함이원의 목소리.
우리의 계절은 언제나 선명하고 상쾌하길
여름이었다로 끝나는 청춘영화 속 한 장면처럼
영상 자체에 들어간 함이원의 노랫소리와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음악이 절묘하게 겹치며 노래가 이어졌다.
“와? 이게 즉석에서 만든 곡인 거네, 그러니까?”
함이원 파트가 끝나기 전까지 영상이 편집점 없이 쭉 연결됐다. 적어도 그 부분까지는 즉흥적으로 만든 멜로디와 가사라는 뜻.
“돌았다. 함이원 찐 천재 맞네!”
신인류가 아닌가 싶은 얼굴에, 주먹만 한 머리 크기 때문에 비율이 모델보다 더 좋았다.
거기다 음악에 관한 천재성까지. 이 정도면 전생에 한 차원은 구하고도 남았다.
한 번 더 재생하면서 가사를 유심히 들었더니, 왜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곡은 팬들에게 전하는 테오라의 마음이었다.
팬송이 확실한 곡의 가사를 눈을 감고 음미했다.
파란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지고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함이원은 행복한 기분을 되돌려주고 싶었구나. 우리에게….’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는데 유독 함이원은 어린 느낌이다. 하는 행동이 순진해서 그런지.
중독성 있는 타이틀곡은 여름마다, 휴가철마다 연금 곡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팬송은 타이틀곡과 별개로 팬들이 소중히 음미할 수 있는 선물이 되겠지.
‘노리고 했다면 영리한 거고. 노리지 않은 결과라면 무서운 거고….’
어느 쪽이라도 테오라 애들의 앞날은 창창했다.
* * *
행운이 따랐는지 첫 컴백 무대 방청권에 당첨됐다.
커다란 카메라를 짊어지고 방송국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미리 갔다. 테오라가 출근하는 모습이라도 찍어서 올릴까 싶어서.
개인적으론 무대 위의 테오라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모습을 궁금해하는 코티지들을 위해서였다.
저 멀리에서 차에서 내린 테오라 멤버들이 다가왔다. 출근길을 찍으려는 인터넷 신문사 기자들이 쭉 늘어서 있어서 촬영 포인트를 잡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몸싸움에 밀려서 카메라와 함께 휘청거리게 됐다.
‘이 세계도 치열한 세계구나…’
기자분들은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는 테오라를 맞이했다.
“테오라! 여기 봐주세요!”
“하트 해주세요, 손 하트!”
첫 앨범 활동할 때는 무명이어서 기자들에게 출근길을 찍히지도 못했던 걸까.
테오라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온 기자들을 보고 당황하다가 바로 적응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데서부터 차이가 나네. 하긴, 무명돌 출근길 기사 내봤자 뷰 수도 안 나오긴 하겠지만.’
“볼 하트 해주세요! 볼 하트요!”
한참 사진을 찍혀주느라 테오라 멤버들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이 기회였다.
차에 내려서 걸어오는 시점부터 찍긴 했지만, 사람에 치여서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찍지 않으면 미리 와서 기다린 보람이 없다.
멤버들을 안정적으로 카메라에 담은 후에 방송국으로 들어가는 뒷모습까지 찍었다. 카메라를 그만 내리려는데 테오라 멤버 중 하나가 뒤로 돌았다.
함이원이었다.
함이원이 이쪽을 보면서 고개 숙여서 인사했다.
누구한테 따로 인사를 하나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기자들은 전부 다음 가수를 기다리며 지인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설마 나?’
눈 폭풍이 불던 인제 빙어축제에서 처음 만났다. 그건 만난 것도 아니다. 일방적인 마주침이었다.
이번이 첫 번째나 마찬가진데 알아볼 리가 없었다. 다시 주위를 살피려는데 함이원과 눈이 마주쳤다.
살며시 웃으면서 다시 목례하고 돌아서는 그 뒷모습에 숨을 집어삼켰다.
“…나를 알아본 거였잖아! 저거 백퍼 알아본 건데? 와, 무슨 일이야. 나를 어떻게 알아보는데!”
호들갑을 떨다가 다시 테오라가 지나간 자리로 시선을 돌렸는데 이번엔 멤버들 전원이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허리 숙여서 인사했다.
“헙!”
덩달아 어정쩡한 인사를 하고 나서도 한참 얼이 빠져있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심장을 진정시키며 생각해보니 알 것 같았다.
‘채널 어재’에 있는 일상 영상에 나오는 얼굴을 기억해뒀음을.
“와 씨. 이거 찍혔나? 찍혔으려나?”
이걸 다른 코티지들이 알아야 한다! 호들갑을 떨면서 찍은 영상을 점검했다. 카메라에 신경 쓸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찍혔는지 짐작도 안 됐다.
“감독 지망 실격이다. 실격.”
언제 어디서 찍고 싶어지는 장면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카메라를 잊다니.
“제발 찍혔어라, 제발.”
앞으로 테오라를 찍으면서 순발력과 정신력은 확실히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 * *
음악방송은 생각보다 역동적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관계자들도, 출연진들도 그리고 팬들도.
처음 오는 공방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온 터라 어색함의 절정이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생방이 시작하기 전, 방청을 온 팬들로 주위가 북적거렸다.
여자 팬이 더 많이 보였지만, 걸그룹이 출연해서 그런지 남자 팬들도 꽤 보여서 안심이었다.
눈치를 봐가면서 코티지와 걸그룹 남팬 사이의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옆에서 다른 코티지들이 얘기하는 소리에 괜히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거 봤어? 어재 님 최신 영상?”
“뜨자마자 봤지! 애정이 담기지 않고서야 그런 영상이 나올 리가 없어!”
“…어재 님 함프 같지?”
“엌, 맞아. 유독 이원이 노래 부르는 장면에 정성이 들어갔더라. 이제라도 입덕 부정을 끝내셔서 다행이지!”
“어재 님 영상은 보는 맛이 있어. 퀄리티 보장이라.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더니 재능 넘치긴 해?”
“나중에 테오라 영화 찍어주셨으면!”
더 듣기가 괴로웠다. 피부 온도가 올라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붉어진 피부가 잘 보이지 않는 어둑한 조명이 고마웠다.
코티지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앞에서 들은 적은 처음이라 얼굴이 다 홧홧해졌다.
방송이 바로 시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즐기면서 기다리니 금방 테오라 차례가 왔다. 테오라의 컴백 무대 순서는 중간에서 조금 더 뒤.
마지막 순서를 받게 될 날은 금방 올 거다.
“주미 씨, 주미 씨, 여름 휴가 다녀오셨나요?”
“힝. 아니요. 여행 가고 싶네요!”
“요즘 누구나 이런 생각 하지 않을까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로망!”
“당연하죠. 연웅 씨! 누구나 탈출을 꿈꿀걸요?”
“이런 마음을 담은 노래로 이분들이 컴백한다고 하는데요!”
“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재다능한 아이돌 그룹 테오라의 컴백 무대군요!”
“네, 맞습니다. 타이틀곡 ‘탈출해’로 컴백한 테오라의 컴백 무대, 기대해 주세요!”
여돌 멤버인 주미와 신인 배우 연웅이 MC를 맡아 티키타카로 테오라를 소개했다. 이런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라서 신기하기만 했다.
실수 하나 하지 않고 긴 대사를 빠르게 해치우는 모습이 프로다웠다.
어두워진 조명 아래 테오라 멤버들이 무대로 나왔다. 어른어른 그림자가 비쳤다.
푸른 빛이 도는 밝은 조명이 켜지자 그 아래 마린룩을 입은 테오라 멤버들이 보였다.
빈티지한 옷을 레이어드했던 뮤직비디오와 달리 무대에 설 때는 마린룩 컨셉을 잡은 듯했다.
멤버마다 조금씩 착용한 아이템이 달랐다.
홍오란은 작은 스트라이프 리본으로 핑크색 앞머리를 놔두고 사과머리를 했고, 박하준은 새파란 머리 위에 투명한 고글 삐딱하게 걸쳤다.
함이원은 상아색으로 염색한 머리 위에 흰 베레모를 썼다.
갈색 머리를 한 남초록은 이마에 헤어 밴드를 했다. 지온은 다른 멤버와 달리 네이비 스트라이프 셔츠를 걸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의상은 서혼이 입은 딱 벨트 선에서 끝나는 민소매였다.
의상을 구경하는 동안, 간주가 흘러나왔다.
박하준의 파트로 시작하는 ‘탈출해’의 처음 부분은 안무도 몸을 풀 듯 가벼웠다.
하지만 박하준의 외모만 봐도 팬들은 자지러지고 있었다. 주위 코티지들은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고장난 기계처럼 멈춰있기엔
이 세상이 궁금하지 않아?
한 시간 일 분 일 초
째깍째깍 시간은 흐르고 있어
기타 리프에 드럼이 섞여들면서 점점 멜로디가 고조되는 타이밍에 남초록의 보컬이 끼어들었다.
평범한 감각으로 채우기엔
우리 삶이 너무 짧지 않아?
한 시간 일 분 일 초
째깍째깍 시간은 흐르고 있어
여기서 탈출해 right now
남초록이 센터에 서는 동안 계속되는 고난이도 안무에 놀랐다.
뮤비에서 봤을 때도 감탄했는데, 실제로 한 손을 짚으면서 멈추는 아크로바틱 동작에 프리즈 기술이 들어가 있었다.
‘관절 괜찮나?’
실제 무대에서, 생방송으로 실수 없이 이런 동작을 보여주다니. 실력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시도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동작이었다.
여기서 탈출해 지금 당장
여기서 탈출해 지금 당장
여기서 탈출해 right now
Oh Oh Oh
단 한 번 듣고 외워진 후렴 구간에는 멤버들 다 같이 노래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동선을 이동했다. 몇 번이고 반복하는 가사에 음도 단순명료해서 입에 노래가 달라붙었다.
노래가 이어지는 내내 멤버들은 3초 이상 무대에 두 발을 붙이질 않았다. 복잡한 스탭과 점프가 이어져서 체력을 잔뜩 잡아먹는 극악한 안무였다.
안무 중간 서혼이 앞쪽으로 올 때마다 옆에서 숨죽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니, 옆뿐만이 아니라 다른 팬들이 있는 저 멀리에서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서혼이 입은 옷은 가만히 있을 땐 얌전해 보였지만, 점프하거나 안무 동작을 할 때마다 슬쩍슬쩍 올라가서 복근이 잡힌 배를 드러냈다.
‘배가 드러나는 짧은 옷을 부르는 말이 있던데. 뭐지?’
패션에 관심은 있어도 평생 입을 일 없는 옷 종류라 넘어갔더니 용어가 기억이 안 났다.
이번 활동에서는 서혼이 입덕요정이 될 모양이다.
‘저 넓은 어깨랑 복근….’
아닌 척 부러움을 숨겼다.
서혼 개인 뉴튜브 영상에 나오는 대로 따라서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